메뚜기도 한철 :  

 

 




설리, 가희 그리고 주희 씨의 유방





                                                                                             조선 말 사진을 우연히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조선시대 여성 사진인데,  사진 속 여성은 저고리와 치마 사이에 가슴을 의도적으로 밖으로 내보였다. 온몸을 다 감쌌으나 유방만 드러나니 이상했다. 목욕탕에서 불이 나면 가슴 먼저 감싸고 빠져나오는 현대 여성과는 많이 다른 것 1) 이었다. 배경으로 보아 장터 저잣거리'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또한 옷차림으로 보아 기생은 아니었다. 평범한 백성이었다. 그 사진 밑에 달린 댓글이 웃겼다. 동방예의지국 맞아 ?!  

이러한 사진은 구글링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여자의 가슴이 성적 대상이 아닌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모유 수유를 해야 했던 조선 시대 여인들에게 있어서 가리개는 더운 여름에는 불필요했던 것이다.  반면, 서양 중세 시대에는 풀어헤친 머리를 성적 기호로 인식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잠자리에서나 머리를 풀어헤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여성이 머리를 감춘 것은 아니었다.  매음녀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남자를 유혹했다. 그 당시 여성을 그린 초상화들을 보면 머리를 묶어 치장을 하거나 머리를 가릴 수 있는 캡을 썼다. 외간 남자(화가) 앞에서 신분 높은 여성이 머리를 풀어헤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 모나 리사 >> 그림을 얼핏 보면 모나 리사'가 머리를 풀어헤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투명한 캡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다빈치 형님의 꼼수로 읽힌다. 이처럼 성적 기호는 시대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요. 걸그룹 fx의 설리가 노브라 차림으로 사진을 올려서 구설수에 올랐다. 가슴을 노출했다는 말은 아니다. 트레이닝복을 입었으나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모양이다. 가슴을 노출한 것도 아니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토록 저열한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 조선 시대 여인의 토플리스를 생각하면 노브라는 양호한 것이 아닐까.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모 알라디너가 있다. 내 글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다. 나야 좋지 쌍년 _ 이라고 말했던 사람도 그이고, 여러 사람 앞에서 품평회를 하듯  저 여자 귀엽지 않나요 _ 라고 말해서 해당 여성이 싸움 끝에 블로그를 폐쇄한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은 한수철이다. 그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자주 내뱉는 말이 " 주희 씨의 유방 " 이다. 아침 먹고 녹즙 먹고, 점심 먹고 녹즙 먹고, 저녁 먹고 녹즙 먹고 맥주 먹고 티븨 봤다는 내용이 전부인 시시껄렁한 페이퍼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주희 씨다.  그는 모종의 관계로 그녀와 만나 술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블라우스 속에 감춰진 주희 씨의 유방을 슬쩍 훔쳐보거나 모양을 상상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워낙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보니 글에 주희 씨만 나오면 주희 씨의 유방을 상상하는 문장을 예측할 정도가 되었다. 성추행의 범위에는 특정 부위, 예를 들어 가슴 따위를 지속적으로 바라보아 상대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면 성추행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그는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내가 문제를 제기하자 그는 주희 씨는 가상의 인물이기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침 먹고 녹즙 먹고 점심 먹고 녹즙 먹고 저녁 먹고 녹즙 먹고 축구 보고 티븨 보는 것을 날마다 기록하는 cctv형 일기에 가상의 인물인 주희 씨를 등장시켜서 희롱하니

 

그가 보기에는 이런 스타일이 현실과 판타지의 꼴라보적 발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주희 씨가 허구적 인물이라고 한다면 이 판타지는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  다시 말해서 주희 씨의 유방은 상상 속 인물의 유방이니 마구 지껄이는 음담은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성적 대상은 허구적 인물일지 모르지만 그 성적 대상을 소비하는 주체는 실존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희 씨의 유방은 남성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호명된 성적 대상의 환유이다. 물론 상상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가 주희 씨의 유방을 소비하는 방식은 여성 입장에서 보면 지나치게 모멸적이다. 정가은의 모유 수유 사진도 누리꾼에게 비난을 받았다. 선정적이라는 이유이다.

그런데 모유를 수유하는 장면(더군다나 그 사진은 갓난아이에 가려져 있다)을 선정적으로 인식하는 태도에는 가슴을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선정성이 아닐까 싶다. 유감스럽지만 여자의 가슴은 오롯이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봉사하는 오브제가 아니다. 설리 씨의, 주희 씨의, 가은 씨의 가슴을 슴가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보면 안 되는 것일까 ?  





​                                                     

1) 목욕탕에서 불이 나 옷을 챙기지 못하고 빠져나올 때 가장 현명한 여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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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18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거 원 어이가 없군요.
알라딘이 언제부터 찌질한 딸딸이의 안방이 됐습니까?
질 떨어지게...ㅉ

예전에 맥라이언이 무슨 영화에서 노브라로 나온 적이 있어요.
그때 유난히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을 보면서 순간 당황한 했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적어도 맥라이언을 비롯해서 거기 영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으니까 그럴 수 있었겠지.
그런 영화 현장의 자유로움이 차라리 좋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적어도 그들은 유방이 누구의 성적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것이란 확고한 인식이 있기에
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식이 판이하게 다르군요. 일부러 노브라 운동도 하고 그러지 않나요?
누구를 위한 브라냐면서...

옛날엔 정말 엄마들이 누가 있거나 말거나 애기가 울면 당장 가슴을 열고 젖을 물렸어요.
애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지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미친년 소리를 들었겠죠.
아니 일부러 그래도 그렇지. 옛날에 무슨 속옷이 그리 발달했다고...
게다가 아들을 낳은 여자들은 더 당당하게 가슴을 드러냈다는 말도 들었는데...
상황에 맞게 용도가 정해졌다면 그것 이상으로 보거나 이하로 보는 건 옳지 못한 태도죠.
그런 부분은 정말 의욉니다. 옛날 남자들은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요즘 남자들이 발끈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09:46   좋아요 0 | URL
구구절절 옳습니다. 이달의 댓글로 선정합니다아 :

만화애니비평 2016-08-1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인상적이었죠.저 책 두권 사서 각각 다른 두사람에 주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09:45   좋아요 0 | URL
악플러 두 놈 때문에 오히려 인기가 상승한 만애비 님, 이달의 매너상으로 선정합니다.

cyrus 2016-08-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고통 받는 모 알라디너... ^^;;

고대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비너스 여신상이 나체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리스 조각가들은 투명 옷을 입은 여신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예전에 서양미술 관련 책에서 봤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여신의 나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09:48   좋아요 0 | URL
저 모나리사 그림 보다가 깜짝. 가만 보면 투명 망토가 쓰여있더군요.
그전까지는 전혀 몰랐었는데....


평소 궁금하긴 했습니다. 모나리사가 왜 낯선 화가 앞에서 머리를 풀어헤쳤을까 ?
그런데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2016-08-18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8-1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젖을 먹이는 것을 성적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문제지요. 지들도 다 젖먹고 컸으면서.
브래지어 강박증은 우리나라가 심하지요. 프랑스만 해도 가슴 작은 여자들을 부러워한다던데, 브라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성 강박(?)이 심한 나라에서 살기 힘듭니다. 뭔들 나은 게 있겠습니까마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13:19   좋아요 0 | URL
오. 그 소리 들었습니다. 프랑스 여자들은 오히려 작은 가슴을 좋아한다고.. 큰 가슴은 아무래도 무게 때문에 생활 자체에서도 큰 부담이 가죠. 가슴이 크면 무게 때문에 디스크가 잘 온다고 하더군요.. 가장 나쁜 폭력은 사실 무지죠. 남성들은 일상에서 내뱉는 성 차별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야 .. 이 말이죠..

samadhi(眞我) 2016-08-19 13: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러다가 순식간에 페미니스트로 몰아댑니다. ˝따지는(?)˝ 여자를 참지 못 하더라구요. 일단 소통이 안 되니까(싸우는 게 피곤하니) 그런 얘기를 피하게 되지요. 그럴 땐 그 사람들을 불쌍하다 여기고, 대등하게 즐겁게(?) 얘기할 만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단정 짓고 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13:34   좋아요 0 | URL
무지가 가장 큰 죄가 아닐까 싶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19 14:02   좋아요 1 | URL
곰발님이 그런 사람들 모아놓고 특강 좀 하세요. ㅋㅋㅋ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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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남자

 

 

 

 

 

 

 

 

 

 

                                                                                            누군들 파란만장한 삶을 살지 않은 자 있으랴.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회상하다 보면 첫사랑은 구슬처럼 아름답고 고난은 험란하며 역경은 눈물겹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이웃의 사적 서사가 소설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당사자에게는 흥미진진하고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으며  우여곡절이 많은 파란만장한 삶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보면 누구나 겪는 희노애락에 불과하다.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 스토너 >> 에서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내 주변인이 겪는 파란만장한 삶보다 오히려 평범하다. 그에게는 내 이웃의 농약 먹고 죽은 누이도 없고 아들 셋을 내리 잃은 어미'도 없다. 실패한 결혼과 한때의 열병 그리고 직장에서 흔히 있을 법한 모략과 질투가 있었을 뿐이다. 

 

월리엄 스토너, 그는 자기 이름만큼이나 과묵한 사람이다.  조용하고 수동적이며 내향적이라는 점에서 스토너는 독특한 캐릭터이자 독특한 소설이다. 이 소설이 미국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존 윌리엄스라는 이름은 생경하다. 그토록 흔하디 흔한 존과 월리엄스라는 조합이 만들어낸 이름인데도 존 월리엄스라는 이름은 낯설다.  작가는 별다른 사건 없이 진행되는 스토너의 삶, 다시 말해서 규모 면에서 빈약한 서사(파란만장도 없고 우여곡절도 없는)를 정교한 문장으로 극복한다. 이 정교함에는 곁가지를 쳐낸 단순함과 윤리적 검소함 그리고 섬세하고 정밀한 묘사가 어우러져서 효율성을 높인다.

 

특히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작가는 인물 묘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는 않지만 등장 인물의 색깔은 선명하며 강렬하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마치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훌륭한 독립 영화를 보는 듯하다.  소설은 스토너의 약사(略史)와 추도사를 반반 섞은 듯한 문단으로 시작한다. 페이지에 할애된 분량은 고작 17줄이다. 그의 生은 17줄로 요약될 수 있는 삶인 것이다. 이 첫 번째 문단은 소설 속 주인공이 얼마나 간결하며 단순한 삶을 살았는가를 증명하는 증명서'이다. 주변인에게 그는 " 단순한 이름에 불과하다(9쪽) "

 

흙을 다루는 농부 아들인 스토너에게 있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 집에서 하는 허드렛일보다 조금 덜 피곤한 허드렛일(10쪽) " 이다. 그렇기에 공부는 노동의 확장인 셈이다. 비록 그가 농학에서 문학으로 전공을 바꿨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공부하는 일은 " 앙상하게 마른 암소들의 젖을 짜고, 집에서 몇 야드 떨어진 우리로 가서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고, 껑충한 닭들이 낳은 작은 달걀을 가져오는 일(9쪽) " 에 다름 아니다. 그는 농사일을 하듯 문학을 공부한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서 교육(문학)은 농사일처럼 정직한 영역이다.

 

소설가 줄리언 반스가 가디언지에 기고한 < 스토너 리뷰 > 에 따르면 작가가 처음 지었던 제목은 <<빛의 결점과 사랑이라는 문제 >> 였다고 한다.

 

 

미국의 출판사가 제안한 제목은 지금도 전혀 짜릿하지 않다(하지만 윌리엄스가 처음에 지었던 제목인 《빛의 결점과 사랑이라는 문제》보다는 나은 것 같다).........  《스토너》는 2003년에 빈티지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맥개헌이 로빈 로버트슨 사장에게 이 책을 추천한 덕분이었다. 그 뒤 2012년까지 10년 동안 이 책의 판매고는 4,863부였으며, 그 해 말에는 주문에 따라 책을 찍는 식으로 팔리고 있었다. 그런데 2013년 들어 11월까지의 판매고는 164,000부이다. 그 중 대부분(144,000부)이 6월 이후에 팔려나갔다. 여러 출판사들이 이 소설의 가능성을 주목하게 된 것은 이 소설이 2011년에 프랑스에서 느닷없는 성공을 거둔 덕분이었다.

 

 

 

줄리언 반스는 출판사에서 지은 << 스토너 >> 라는 제목이 " 전혀 짜릿하지 않다 " 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편집자의 안목은 탁월한 것 같다. 스토너(stoner)라는 제목은 전체적 맥락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 실패한 인간에 대한 연민 " 이 아니라 " 견딜 수 있는 실망 " 에 대한 이야기다.  독자인 우리는 스토너의 삶을 연속된 실패라고 간주하지만 그에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견딜 수 있는 실망에 불과하다. 견딜 수 있는 실망은 그가 절망에 동의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단단한 돌이 풍화(風化)에 의해 부드러운 흙이 되듯이 돌처럼 과묵했던 사내 stoner는 세월에 의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책을 덮고 나면 여운이 오래 남는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녀도 스토너처럼 모국어를 가르치는 성실한 교사였고 공정한 사람이었다. 스토너는 캐서린과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면서 비로소 빛의 결점을 인식한다.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 갈색이거나 검은색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눈동자는 짙은 보라색이었다(272쪽) " 빛의 결점은 색을 정확히 재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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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6-08-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다들 좋다고 할때도 그런가부다 했는데 곰발님마저 좋다니... 이 팔랑귀는 어쩔 수 없네요. ㅋㅋㅋㅋㅋ
주문해서 읽을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10:52   좋아요 0 | URL
일상성 영화, 예를 들면 이윤기 감독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다면 추천할 만하고, 스펙타클한 줄거리 영화를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비추합니다. 호불호가 가릴 것 같긴 합니다..

포스트잇 2016-08-17 11:03   좋아요 0 | URL
곰발님 덕분에 이윤기 감독의 <멋진하루>도 떠올리게 되네요. 하정우 전도연의 연기도 그렇고, 그 전체적인 분위기도 흥미롭게 봤던 영화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11:07   좋아요 0 | URL
멋진 하루 좋죠. 제가 좋아하는 영화. 이틀 전에 이 영화 다시 보았씁니다. 여전히 재미있더군요..

stella.K 2016-08-1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론 존 윌리암스란 작곡가가 있는 줄 알고 있어요.
주로 영화 음악을 했던가 그런 거 같은데...

저 어제 곰발님 글 읽고 이 책 지르려다 말았어요.
오랜만에 알라딘에 책 주문하고 어제 받았는데 또 지른다는 게 그래서...
빈약한 서사를 정교한 문체 채운다는 말에 깜빡 넘어가겠더군요.
솔직히 우리나라 작가들 서사는 없고 묘사만 있다고 까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제가 그렇거든요.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라도...ㅎㅎ

<멋진 하루> 옛날에 시나리오 공부할 때 우연히 보고 넘 좋아서
같이 공부했던 나를 무척 좋아했던 자매님에게 얘기해 줬더니 그냥 시큰둥하더군요.
지금은 기억에 없지만 대사의 절제미가 탁월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14:40   좋아요 0 | URL
유명한 영화 음악가 있죠. 80년대 영화음악은 모두 이 양반으 주름잡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말한 빈약한 서사는 규모 면에서 소규모라는이야기이지
내용 자체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함 읽어보세요. 좋아하실 겁니다..


+

이윤기 감독이 워낙 섬세한 분이라... 대사에 기울이는 내공이 크죠..
그 영화 대사는 참 훌륭합니다. 좋은 시나리오죠..

yamoo 2016-08-1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너....서점 가니 눈에 띄었는데, 이거 재밌나요? 재미지면 저도 구입해서, 아니 서점에 죽치고 앉아 야금야금 읽어 볼 요량입니다!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8 09:28   좋아요 0 | URL
호불호가 좀 있을 것 같아, 딱히 추천하는 데 주저하게 됩니다. 사실 별 내용이 없거든요. 이 작품의 특징이니까. 일단 사지 마시고 서점에서 야금야금 읽기 추천합니다.
 

 

 

 

 

 

 

 

 

 

 

 

 

 

 

 

 

 

 

 

 

 

 


버섯해서 생긴 오해


 



■             형편없는 데뷔작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그럭저럭 좋은 영화를 만든 감독보다는 평단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데뷔작 이후 줄곧 형편없는 영화만 만드는 감독이 더 비극적이다.  허진호 감독이 대표적인 예이다. 허진호 감독은 << 8월의 크리스마스 >> 이후로 곤두박질쳤다. << 봄날은 간다 >> 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_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이토록 순진한 남성의 감성 고백에 폭발하고 말았다. " 아이구야, 이 순진한 아저씨 보소 !  사랑이 변하니까 문학이 탄생한 것이고 영화라는 장르가 탄생한 거 아니오. 당신이 영화 찍으며 밥 먹고 사는 것도 다 사랑이 변하기 때문이라오. "   현재 개봉 중인 << 덕혜옹주 >> 를 보진 않았지만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친일파에 속했던 조선 왕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황당한 이야기에 불쾌한 감정을 가질 것이다. 고종은 나라와 백성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가문의 안위만을 생각했던 이'다. 그는 나라를 판 대가로 일본 제국에게 매년 120만엔의 연금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픽션과 팩트를 섞은 팩션 영화를 만들 계획을 짰다면 적어도 역사 공부는 좀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 공화국의 시대에 파렴치했던 왕정 시대를 그리워하다니, 무능한 왕정의 몰락을 슬퍼하는 21세기 공화국의 감독이라니.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애티튜드가 만찬 앞에서 가난을 이야기하는 자세다. 박근혜가 이정현을 청와대로 초대해서 걸죽하게 한상차림을 내놓은 모양이다. 상차림을 놓고 말이 많다. 미우면 그 사람이 내품는 숨소리조차 듣기 싫다지만은 그깟 송로 버섯이 상 위에 올랐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명색이 대통령의 만찬인데 이 정도 요리는 인정해야 되는 것 아닐까.  송로 버섯 안 먹은 사람이 어디 있나............... 라고 생각했다가 송로 버섯을 송이 버섯으로 착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 송이가 아니라 송로로구나.  송이나 송로나 형태가 버섯해서 생긴 오해'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 버섯해서 생긴 오해 " 가 아니라 " 비슷해서 생긴 오해 " 라고 지적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의도적 오타'다. 버섯과 비슷, 이 두 무리는 비스무리하니까. < 버섯 > 의 유사어는 < 비슷 > 이다. 그러니깐, 그 귀한 송로 버섯 요리를 먹으면서 나라가 어려우니 힘을 모아 콩 한 조각도 나눠 먹자는 소리를 했다는 거지 ?  나는 박근혜가 그 귀하다는 송로 버섯 요리를 먹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하지만 송로 버섯 요리를 먹으면서 콩 한 쪽을 이야기하는 것은 좆같다. 그냥 송로 버섯 요리 드실 때에는 서민 걱정 마시고 당일치기로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는 이야기만 하세요.



■                << 스토너 >> 를 2 / 3 정도 읽었다. 저자인 존 윌리엄즈는 담당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 스토너 >> 를 좋은 소설이라고 자평(自評)했지만 잘못된 평가'다. 좋은 소설이 아니라 훌륭한 소설이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효율성은 놀랍다.  영화에 빗대서 설명하자면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가성비가 뛰어난  독립 영화 같다. 좋은 예가 코헨 형제의 장편 영화 데뷔작 << 블러드 심플 >> 이다. 형제는 적은 제작비를 가지고 훌륭한 스릴러를 만드는 데 성공하는데,  성공 요인의 팔 할은 아이디어'였다. 제작비가 적다는 것은 곧 서사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화면은 깊이가 없이 평면화되기 일쑤이지만 코헨 형제는 빈곤한 무대를 앵글과 편집의 리듬으로 극복해서 뛰어난 스릴러 효과를 얻는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별다른 사건이 없이 진행되지만 독자는 이 소설에서 지루함을 찾을 수 없다. 작가는 사건 없이 진행되는 스토너의 삶, 스케일 면에서 빈약한 서사'를 정교한 문장으로 극복한다. 읽는 내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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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8-1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로버섯 처먹으면서 콩 한쪽도 나눠먹자니, 저게 미친뇬이지, 제정신이 아니라니까요. 아, 빠른시간안에 가둬둬야하는데,
명박이 때문에 생긴 홧병, 그네 때문에 도지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2:58   좋아요 0 | URL
전 송로를 송이로 착각해서 왜들 호들갑이지 했습니다. 송로를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긴 하네요. 1kg에 백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시이소오 2016-08-16 13:02   좋아요 0 | URL
송로 착각하신거 웃겼어요. ㅋ ㅋㅋ ㅋ ㅋ ㅋ

붉은돼지 2016-08-1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섯해서 생긴 오해..ㅎㅎㅎㅎ 곰발님은 라임의 달인입니다요..ㅎㅎ
소생이 꼴같잖게 또 베스트셀러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그런 주의를 추종하는 가당찮은 축생이오나...
사람들이 하도 스토너 스토너하며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며 못살게 해서 얼마전에 구입은 했습니다만...아직은 독전이올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3:09   좋아요 0 | URL
저도 나름 베스트셀러는 취급 안한다 주의인데 좋다 좋다 해서 읽었는데 상상 그 이상이네요.
쫄깃쫄깃 합니다. 무미 무취의 인물들인데 이걸 기막한 문장의 힘으로 긴장감 있게 만들어냅니다.
이런 말 하면 욕먹겠지만 저에게는 좋은 스릴러처럼 보였습니다.. 강추입니다. 오늘 집에 가셔서 당장 읽어보시길...

다락방 2016-08-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스토너는 정말 뛰어난 소설이죠. 곰발님이 스토너를 읽으신다니, 어쩐지 반갑고 좋고 그러네요. 스토너는 뛰어난 소설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5:20   좋아요 0 | URL
빨리 읽으면 아까운 소설이어서 지금 일부러 느리게 읽고 있습니다. 소설가 지망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문장력이 딸리는 작가는 서사가 웅장합니다. 외냐하면 문장의 빈곤을 서사의 스펙타클이 보완하니깐 말이죠. 하지만 기본은 문장 실력이지 않습니까. 문장 기초가 일단 튼튼해야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소설가 지망생에게 필수가 아닐까 싶네요..

비연 2016-08-1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너에 대한 평에 적극 동감임다~ 이렇다할 사건사고 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그렇게 정교하게 풀어나간 소설이라니. ... 근데 송이버섯은 ㅋㅋㅋㅋ 빵 터져버렸슴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5:22   좋아요 0 | URL
스토너, 내 예상과는 다 빗나가더군요. 이너스와 스토너의 초기 장면에서 이너스의 태도를 보면 스토너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항상 작가는 뒤통수를 치더군요. 그러니깐 독자의 예상을 항상 벗어나 있습니다. 의도적인 작풍인 것 같더라고요.

또 하나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주변인물들의 색깔을 많은 지면 없이도 훌륭하게 독자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말 흥미진진한 소설... 더군다나 이 소설이 50년대 만드 아니구나 60년대 만들어진 잊혀진 소설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stella.K 2016-08-16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진호가 그랬나요? 그래도 전 홍상수 보단 좋다고 생각하는데...
홍상수는 좀 야비한 구석이 있다고 해야하나?
허진호는 감성은 좋잖아요. 작년 이맘 때 8월을 크리스마스 다시 보고 아, 좋다! 했는데...
유지태가 그런 거야 영화에서 그런 거고.
그래도 계속 영화를 만들어 주면 좋을 텐데...
1천만 컴플렉스에 눌렸을까요? 이게 같은 감독들 세계에선 엄청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 같아요.
동의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준익 보세요. 그가 뜨기 시작할 때 뭐라고 하는 사람 많았는데
지금은 뭐라고 하는 사람 없잖아요. 어쨌든 허진호라면 충분히 자기 세계를 구축하며 갈 수도 있을텐데.
그도 저예산이잖아요. 전 저예산 감독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오늘 곰발님 그도 그렇고, 시이소오님의 글도 그렇고 왠지 <인천상륙작전>이 뜨는 것도 뭔가 이유가 있지
싶기도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5:42   좋아요 0 | URL
저는 허진호 식 감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좀 촌스럽다고 느껴집니다.
전 홍상수에게 높은 점수를...


개인적 평가로는 딱 8월 크리스마스만 좋았습니다. ( 이 영화는 좋아서 극장에서만 3번 봤습니다.. )


2016-08-1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6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6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6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6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8-1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소설 집착증이 있는데 문제는 재미난 소설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무척 땡기네요. 보관함에만 넣어두고 여태 미뤄두고 있었는데.
우리 남편 엊그제 농구하러 갔다가 인대 끊어져서 돌아왔네요. 수술하고 두 달 깁스해야한대요. 전기세 아끼려고 그러셨에요? 그랬더니 웃으며 ˝그렇지˝ 합니다. 유신공주가 건국절 운운하는 나라에서 서민의 삶은 이토록 팍팍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7:23   좋아요 0 | URL
아이구. 깁스 하는 거 그거 꽤 불편한데... 쾌차 기원합니다.
그래도 중년이신다 청년처럼 농구도 하고 그러니
청년 정신이엿보여서 좋습니다.. ㅎㅎ. 두 분 다 젊게 사시니... 웰빙 생활이네요..

이 소설은 잔잔한 소설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는 합니다.
전 좀 우울한 소설도 좋아하거든요..

samadhi(眞我) 2016-08-16 17:38   좋아요 0 | URL
헉 중년 ㅠㅠ
저만 안 늙고 남들만 나이 먹는 것처럼 느끼고 사는데요. 제 나이 듦(아이들에게 ˝old˝ 라는 단어를 늙은 이 아니라 나이 든 이라고 가르쳤어요. 니들도 나이들어 봐라. 그러고서 ㅋㅋ)을 상기시켜준 고마운(?) 곰발님 ―,.― 안 그래도 신체발부 수지 제이름 이라고 늘 잔소리를 하는데요 ㅋㅋ
아무튼 이 책 읽고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7:43   좋아요 0 | URL
청년 아니면 다 중년이죠.. ㅋㅋ

hellas 2016-08-1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로....도 공감. 스토너도 대공감입니다. :) 훌륭한 소설을 한번 읽고나면 그 후 독서가 좀 시시해지는 단점만 빼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20:24   좋아요 0 | URL
세금으로 비싼 음식 먹는다는 데 입맛 까다로운 사람 뽑은 것은 국민이니 그려려니 하겠는데 건방지게 0.001% 그룹에서나 먹는 음식 먹으면서 빈곤을 이야기하면 뚜껑 열리는 법이죠...

2016-08-17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6-08-1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홍상수나 허진호 둘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이 두 감독의 영화는 재미가 없더라구요.

아, 이거이거 스토너를 당장에 구입해야 겠습니다. 중고서점에 눈에 띄면 당장!!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8 09:30   좋아요 0 | URL
ㅎㅎ 둘 다 싫어하시는구나.... 스토리 중시하는 사람은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는 홍, 허 영화에 흥미가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이윤기 감독도 싫어하실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                                                  


아 픔 의   반 대 말 은   환 희 일 까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성공학은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성공 키워드를 제시하는 분야'다. 1년에 쏟아지는 성공학(자기계발서 포함)를 헤아리면 성공의 열쇠는 수천 가지'라는 말이 성립된다. 어떤 이는 열정을 성공 키워드로 뽑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자유를 성공 키워드로 뽑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잘 놀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 성공학에서 내놓는 수많은 키워드는 성공의 열쇠이기도 하지만 실패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좋은 예가 심형래가 내놓은 성공 키워드'이다. 그는 무모한 도전 정신을 성공 키워드로 뽑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계획이 전무한 무모한 도전이 몰락을 자초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성공학의 저자는 성공을 윤리적으로 깨끗하고, 어렵긴 하지만 노력하면 가능한 도전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은 오히려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아담 스미스가 << 국부론 >> 에서 내놓은 통찰이 정직하다.

 

그는 << 국부론 >> 에서 " 큰 재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큰 불평등이 있다. 한 사람의 부자가 있으면 적어도 500명의 가난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소수자의 풍요는 다수자의 가난을 전제로 한다 " 즉, 성공은 누군가에게 기회를 빼앗은 결과'이다. 카네기 인생론 따위에서는 정직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라고 주장하지만  정직했기 때문에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는 점에서 카네기 인생론은 거짓이다. 이따위 추파춥스형 책은 파나마 모자 장수와 같다. 에누리가 없어서 파나 마나 이윤을 남길 수 없는 파나마 모자 장수처럼 이런 책을 읽으나 마나 한 책이다. 차라리 이종오의 << 후흑학 >> 을 권한다.

 

후흑학은 마음이 검고 얼굴이 두꺼운 놈이 성공한다고 가르치는 학문이다. 박근혜의 검은 마음과 이명박의 두꺼운 얼굴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키워드는 동전의 양면 같은 구석이 있다. 성공학을 사랑학으로 치환해서 성공과 실패를 (사랑하는 사람의) 장점과 단점으로 바꿔도 맥락은 비슷하다. 연애 초기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장점은 고스란히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 남자의 남자 - 다움에 매력을 느끼지만 결국에는 그 남자 - 다움은 가부장적 억압과 폭력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그 남자의) 섬세한 마음에 끌렸던 그녀는 헤어질 때에는 소심한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꽁깍지 효과'다. 소심한 마음을 섬세한 마음으로 이해하거나 으스대는 남성성을 남자 - 다움으로 오해하는 과정이 바로 사랑이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가진 장점에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의 노래 솜씨에 반해서 사랑하게 된다면 나중에는 그 노래 솜씨로 다른 여성을 유혹하는 그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지점, 그러니까 롤랑 바르트가 << 사랑의 단상 >> 에서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 라고 말했을 때, 그는 장점에 끌려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의 어리석음을 꿰뚫어본다. 그에게 < 앓다 > 는 처음에는 단점이지만 나중에는 장점으로 발전하는 열병이다.  통증은 푼크툼이다.

 

그 사람이 아프다고 인식할 때 사랑은 오래 지속된다.  페데리코 팰리니 감독이 연출한 << 길, 1954 >> 에서 짐파노는 잴소미나를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연민과 후회에 쌓여서 통곡하게 된다. 그는 " 앓는 여자 " 를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다.  어쩌면 환희는 아픔의 반대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 아닐까 ?  아픔을 사랑한다면 끝에 가서 환희를 얻는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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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8-1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한다는 말 대신.. `나는 너가 아퍼..`
이렇게 고백했던 적이 있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5 14:14   좋아요 0 | URL
멋진 고백이었군요..

clavis 2016-08-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가와 부활이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5 17:16   좋아요 1 | URL
동감 !

예수는 앓는 존재이면서 아픈 존재입니다.
아프기 때문에 성인이 된 사내가 예수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5 17: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영화 << 멋진 하루 >> 를 다시 보았습니다. 전도연은 능글능글한 하정우를 징글징글 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전도현이 그에게 매력을 느낀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잘생긴얼굴, 모두에게 친절한 매너 따위가 좋아서 연애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바로 그 이유로 그가 싫다는 것의 모순. 결국 사랑이란 어떤 장점에 끌려서 하게 되면 나중에는 그게 단점으로 보일 것이란 생각이 문득.

비로소 롤랑 바르트의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 라는 비문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사랑의 단상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 앓는 사람 ˝ 이라고 정의하는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저에게 앓는 사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예수입니다. 내가 예수에게 처음 관심을 보인 이유는 십자가라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는 앓는 존재, 아픈 존재이기에 성인이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16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동정이나 연민이 사랑이기도 한 거지요. 부처의 자비와도 통하는 마음. 그래서 저는 공명이라는 말이 좋아요. 함께 우는 것. 니가 울면 나도 눈물이 나.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1:07   좋아요 0 | URL
아. 공명이 그런 뜻이었군요. 한수 배웠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16 11:08   좋아요 0 | URL
제 맘대로 해석하는 거예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1:20   좋아요 0 | URL
맞는 말이죠. 명이 울 명이니 함께 울림 이니겠습니까..

또 봄. 2016-08-1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한동안 그 노래만 들었던 시간들이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20:22   좋아요 0 | URL
에피톤 노래 말씀하시는거죠 ? 저도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블루레이] 멋진 하루
이윤기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라이프랩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하정우와 효도르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차 유리가 검은 코팅이 된 검은 색 그랜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랜저가 출세한 남자를 상징하는 오브제'였다. 그랜저의 경적이 가볍게 울렸다.

나에게 보내는 신호 같기에 다가갔더니 창문이 열리면서 오늘 만나기로 했던 그녀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 타세요 ! "  내가 차 안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자 여자는 말했다. " 아빠 차예요. "  차가 멈춘 곳은 외진 곳에 넓은 정원이 있는 한정식집이었다.  한눈에 봐도 고급 요리집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곳이 정치인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귀뜸을 해주었다. 그녀의 직업은 조리사로 청와대 조리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 요리집에는 메뉴판은 있으나 가격 표시는 없었다. 가격 보고 요리를 정하는 식당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날 먹은 요리는 한상차림이 아니라 한정식 코스 요리여서 종업원이 들락날락거렸다.

촌놈인 내가 이런 자리에 앉아 있으니 여간 불편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직업 정신을 발휘해서 최고급 요리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술 한 잔 사겠다는 제안에 선뜻 응했더니 이렇게 부담스러운 장소인지는 몰랐다. 대접이 고맙기는커녕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녀가 계산을 할 때 엿들은 바로는 음식값으로 대략 30만 원 정도가 나온 모양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으나 태연한 척 내색은 하지 않았다. 당시, 나는 백수였고 연애에 실패했으며 통장에는 20만 원이 전부였다. 그러니까 고급 요리집에서 그녀에게 투사한 불쾌한 감정은 내 자격지심이었던 셈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계획에도 없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전도연과 하정우가 출연한 << 멋진 하루 >> 였다.

 

 

 

멋진 하루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돈 350만 원.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떼인 그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그를 찾아나선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희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빌린 350만원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나선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병운이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초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희수는 경마장에 들어선다. 두리번두리번, 경마장을 헤매는 희수. 마침내 병운을 발견한다. 병운과 눈을 마주치자 마자 내뱉는 희수의 첫마디. “돈 갚아.” 희수는 서른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애인도 없다. 직장도 없다. 통장도 바닥이다. 완전 노처녀 백조다. 불현듯 병운에게 빌려 준 350만 원이 생각났다. 그래서 결심한다.  꼭 그 돈을 받겠다고. 병운은 결혼을 했고, 두 달 만에 이혼했다. 이런저런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하고 빚까지 졌다. 이젠 전세금까지 빼서 여행가방을 들고 다니는 떠돌이 신세다. 한때 기수가 꿈이었던 병운은 경마장에서 돈을 받겠다고 찾아온 희수를 만나게 된다. 병운은 희수에게 꾼 돈을 갚기 위해 아는 여자들에게 급전을 부탁한다. 여자관계가 화려한 병운의 ‘돌려 막기’에 기가 막히는 희수지만 병운을 차에 태우고 돈을 받으러, 아니 돈을 꾸러 다니기 시작한다. 한때 밝고 자상한데다 잘생기기까지 한 병운을 좋아했지만, 대책 없는 그를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1년 전엔 애인 사이, 오늘은 채권자와 채무자…… 길지 않은 겨울 하루, 해는 짧아지고 돈은 늘어간다. 다시 만난 그들에게 허락된 ‘불편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네이버 영화 소개에서 발췌

 

 

 

 

 

 

이 영화에는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롤랑 바르트의 말을 빌리자면  :  남들에게는 스투디움인데 나에게는 푼크툼인 장면이 나온다. 


 

하정우는 전철 안에서 전도연에게 말한다. " 어느 날인가 티븨에서 효도르를 봤어. 생긴 거나 몸매는 착한 옆집 아저씨 같은데,  수줍은 표정으로 링 위에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다가 경기가 시작하니까 사람이 막 변하더라고. 난,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 싶더라고.......  링에서는 천하무적인데 밖에서는 불쌍한 사람 도와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근데..... 꿈에 저 사람이 나왔어. 글쎄, 한국말을 하더라고. 너 괜찮아. 많이 힘들지. 막 그러는 거야. 그 말에 나...... 막.... 가슴이 벅차서 내가 그에게 말했지. 당신만 있으면 난 괜찮아. 그리고는 한동안은 정말 신기하게도 괜찮아지는 거야. "   

그 철없는 이야기에 전도연은 전철 안에서 소리없이 운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전도연이 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괜찮아 ?  많이 힘들지 _ 라고 말해주는, 이 형식적인 위로가 때론 위로가 된다는 사실.   하찮은 위로에 위안을 얻는 그런 날.  영화를 본 탓일까. 그날 내 꿈에 효도르가 나왔다. 하정우의 말처럼 생긴 거나 몸매는 착한 옆집 아저씨 같은데 가까이 다가오면 위협적인 사람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그는 이제 곧 나에게도 다가와서 유창한 한국말에 " 너 괜찮아. 많이 힘들지 ? " 라고 말하리라. 그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내심 기대에 찬 시선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는 러시아 말로 이노무새끼저노무새끼시모노새끼자지깔까 _ 라고 하더니 지나쳐갔다. 라이터( зажигалка 좌지깔까) 있냐 ?  뭐 그런 소리 같긴 하다만........ 시발놈, 어따대고. 피식, 웃음이 났다. 꿈이라는 게..... 참, 그래요. 후후  


 

 

 

 

                               

내 꿈 장면은 재미를 위해 조미료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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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1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진지할 줄 알았더니 오늘은 삼천포로군요.ㅠ
<미쓰 홍당무>에서 보면 황우슬혜가 저런 대사를 하긴하죠.
저게 진짜 러시아 말인가 의문스럽기도 하고.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랑은 잘 안 맞아서 보다가 말았는데...
<멋진 하루>는 나름 좋았는데 본지가 꽤 오래됐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4 18:40   좋아요 0 | URL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급 요리집 가니 영 불편하더군요. 접시 비우면 어떻게 아는지
바로 다음 접시를 들고 나타나고... cctv가 달렸나. 감시하는 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늘 술값 나에게는 술집 10번 정도 갈 수 있는데.. 이런 생각도 들고..
뭐. 그런 생각 들었네요..
아. 좌아지까까는 실제 러시아어로 라이타라고 합니다..

stella.K 2016-08-14 18:56   좋아요 0 | URL
그때 돈 30만원이면 지금의 150만원쯤 되지 않을까요?
뭐 어떻습니까? 다시 만날 사이도 아니었나 본데.ㅋ
하긴 어제 <굿와이프> 보니가 윤계상에게 관심있는 법대 여대생이
8백만원짜리 와인을 선물을 했는데 이걸 먹을까 말까 계상이 고민하더군요.
결국 8만원짜리 와인이라고 속이고 전도연이랑 마시던데
그 법대 여대생이 생각이 없는 거죠. 그러면 좋아할 줄 알고...후후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5 10:46   좋아요 0 | URL
글세요.. 그때 영화값이 8000원이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1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림의 ˝위로˝ 라는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일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노래 들으면 정말 위로가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5 10:49   좋아요 0 | URL
위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들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이 노래 알죠..... 좋은 노래입니다. 정말 위로가 되네요..

기억의집 2016-08-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어로 댓글 쓰고 싶지만... ㅋㅋ

저는 이 영화는 안 봤지만 책으론 읽었어요. 중편정도의 분량이었나. 몇 시간 만에 읽을 정도로 심각한 소설은 아니였는데 괜찮게 읽었던 소설이었어요. 근데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저 하정우가 효도로 말한 건 기억 안 나네요. 원작에는 없는 대사 같은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1:08   좋아요 0 | URL
그냥 가볍게 읽은 소설입니다. 명랑 만화 같은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화 속 대사는 당연히 각색된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