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픔 의 반 대 말 은 환 희 일 까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성공학은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성공 키워드를 제시하는 분야'다. 1년에 쏟아지는 성공학(자기계발서 포함)를 헤아리면 성공의 열쇠는 수천 가지'라는 말이 성립된다. 어떤 이는 열정을 성공 키워드로 뽑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자유를 성공 키워드로 뽑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잘 놀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 성공학에서 내놓는 수많은 키워드는 성공의 열쇠이기도 하지만 실패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좋은 예가 심형래가 내놓은 성공 키워드'이다. 그는 무모한 도전 정신을 성공 키워드로 뽑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계획이 전무한 무모한 도전이 몰락을 자초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성공학의 저자는 성공을 윤리적으로 깨끗하고, 어렵긴 하지만 노력하면 가능한 도전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은 오히려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아담 스미스가 << 국부론 >> 에서 내놓은 통찰이 정직하다.
그는 << 국부론 >> 에서 " 큰 재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큰 불평등이 있다. 한 사람의 부자가 있으면 적어도 500명의 가난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소수자의 풍요는 다수자의 가난을 전제로 한다 " 즉, 성공은 누군가에게 기회를 빼앗은 결과'이다. 카네기 인생론 따위에서는 정직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라고 주장하지만 정직했기 때문에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는 점에서 카네기 인생론은 거짓이다. 이따위 추파춥스형 책은 파나마 모자 장수와 같다. 에누리가 없어서 파나 마나 이윤을 남길 수 없는 파나마 모자 장수처럼 이런 책을 읽으나 마나 한 책이다. 차라리 이종오의 << 후흑학 >> 을 권한다.
후흑학은 마음이 검고 얼굴이 두꺼운 놈이 성공한다고 가르치는 학문이다. 박근혜의 검은 마음과 이명박의 두꺼운 얼굴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키워드는 동전의 양면 같은 구석이 있다. 성공학을 사랑학으로 치환해서 성공과 실패를 (사랑하는 사람의) 장점과 단점으로 바꿔도 맥락은 비슷하다. 연애 초기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장점은 고스란히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 남자의 남자 - 다움에 매력을 느끼지만 결국에는 그 남자 - 다움은 가부장적 억압과 폭력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그 남자의) 섬세한 마음에 끌렸던 그녀는 헤어질 때에는 소심한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꽁깍지 효과'다. 소심한 마음을 섬세한 마음으로 이해하거나 으스대는 남성성을 남자 - 다움으로 오해하는 과정이 바로 사랑이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가진 장점에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의 노래 솜씨에 반해서 사랑하게 된다면 나중에는 그 노래 솜씨로 다른 여성을 유혹하는 그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지점, 그러니까 롤랑 바르트가 << 사랑의 단상 >> 에서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 라고 말했을 때, 그는 장점에 끌려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의 어리석음을 꿰뚫어본다. 그에게 < 앓다 > 는 처음에는 단점이지만 나중에는 장점으로 발전하는 열병이다. 통증은 푼크툼이다.
그 사람이 아프다고 인식할 때 사랑은 오래 지속된다. 페데리코 팰리니 감독이 연출한 << 길, 1954 >> 에서 짐파노는 잴소미나를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연민과 후회에 쌓여서 통곡하게 된다. 그는 " 앓는 여자 " 를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다. 어쩌면 환희는 아픔의 반대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 아닐까 ? 아픔을 사랑한다면 끝에 가서 환희를 얻는다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