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보다는   하드    :







어디선가 당신을 향한 총성이 울리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하드(hard)보다는 아이스크림(icecream)를 좋아하지만, 한때 부드럽고 물컹거리는 아이스크림보다는 발기된 남근처럼, 아...... 딱딱한 하드'를 좋아했던 적이 있다.

취향이 이렇다 보니 크림한 소설'보다는 하드한 소설'을 좋아했다. 레이몬드 챈들러'였던가 ?  책을 읽는 독자의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 무조건 총을 등장시키라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하지 않던가. 독자는 느닷없이 등장한 총을 보고 놀란 가슴에 토끼 눈이 되어 페이지를 후다닥 넘기게 된다. 이런 식으로 총성은 네다섯 번 울리고, 독자는 총 든 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결(結)를 향해 치닫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총(을 쏜 자)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독자를 속이기 위한 맥거핀인 경우가 많다.

드라마 < 밀회 > 의 주인공 김희애였다면 우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이거 뭐야, 속았잖아. " 그러니까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총은 참선 중 졸고 있는 중생을 향해 내리치는 죽비이며 졸음을 쫓는 카페인'이다. 하드보일드한 총은 주의를 다른 곳으로 환기시킨다. 총성이 울리는 순간, 모든 시선은 총성이 울린 곳을 향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nothing이며 먼 산이다. 이처럼 총성은 하드한 세계, 그러니까 쮸쮸바를 빠는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클리셰'이다. 그렇다고 해서 총을 남발하게 되면 하드의 맛이 떨어지게 된다. 하드보일드 소설에 등장하는 총은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 북풍 " 은 잘한당(자한당 자유한국당 의 줄임말)이 총선이나 대선 때 분위기 반전을 위해 준비한 총성이다.

 

북쪽에서 총성이 울리면 언론은 총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딱총이건 새총이건 상관 없다. 웃긴 것은 총성은 북쪽에서 울렸는데 스모킹 건'은 남쪽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그때부터 종북 좌익 빨갱이 개호로새끼와 종북 좌익 빨갱이 개호로새끼와 접선한 세력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말레이지아 국제 공항에서 벌어진 김정남 암살 사건'도 위기에 빠진 보수를 구원할, 분위기 반전을 위한 총성'처럼 들린다. 쮸쮸바를 좀 빨아본 사람들(스파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김정남 암살 사건에서 스모킹 건'을 쥔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숙한 행동을 했는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살해범으로 지목된 여성이 김정남을 암살한 후 공항을 빠져나와 공항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나는 그녀가 스파이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인물이 아니며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암살범이 공항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는 사실은 " 도주로 " 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쮸쮸바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스파이는 도주로 확보가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지방 변두리에 있는 새마을 금고를 터는 은행강도도 시동이 걸린 차를 미리 대기시키는 마당에 북한에서 고난이도 스파이 훈련을 교육받은 이들이 택시 타고 도망쳤다 ?! 더군다나 자신이 묵었던 숙소1)에서 내렸다 ??!!

 

김정남을 살해한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북한 스파이의 소행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제 스파이'가 택시 타고 도망치는 서사는 " 하드(첩보물) " 하기보다는 " 아이스크림(블랙코미디) " 적이다.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총성은 첫 번째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독자는 첫 번째 총성을 흥미진진하게 생각하지만 첫 번째 총성 이후 총성 횟수가 잦으면 잦을수록 나중에는 진부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잘한당의 총성'도 그렇다. 이제 독자는 총선이나 대선 때마다 벌어지는 총성에 심드렁하다. 우리는 " 북한에서 울린 총성 " 보다는 박근혜를 향한 " 당신들의 기이한 충성 " 에 관심이 많다. 내일은 16차 촛불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덧대기 ㅣ 김정남 암살 사건이 청부 살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핵심은 저격수가 아니라 청부의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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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12:25   수정 | 삭제 |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2-17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 제사가 있어 1부 집회만 참석해야할 것 같네요.. 이제 남은 몇 번 안나가면 가고 싶어도 못갈테니 마지막으로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7 15:54   좋아요 1 | URL
이제 2번만 가면 되니.. 유종의 마무리를 위해서 저는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굿뉴스 들으니 살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도 드네요..ㅎㅎ

cyrus 2017-02-17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순실 박근혜 뉴스가 워낙 충격이 커서 그런지 김정남 암살 소식에 무덤덤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8 14:00   좋아요 0 | URL
첫 번째 총성보다 두 번째 총성은 효과가 떨어지고, 두 번째 총성은 세 번째 총성보다 효과가 떨어지고...
아마도 김정남이라는 총성은 42번째가 아닐까 싶네요... 효과가 없는 거죠. 일종의 학습 효과라고나 할까요.
이제 북풍은 잘 안 먹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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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속사정을 내가 알 수는 없다



 


                                                                                                          숫자 2, 40, 120, 1000의 공통점은 ? 워워. 고민하지 마시라. 당신이 아무리 아이큐가 높다 해도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을 맞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우니까. 이 수열은 수학 영역도 아니고 아이큐 테스트도 아니다. 정답은 냉장고'다.

대한민국 4인 가족의 경우, 한국인은 평균 냉장고 2대를 가지고 있으며 냉장고 문은 하루에 40회 정도 여닫는다고 한다. 120L로 시작된 럭키금성 냉장고 용량은 이제 1000L 대용량 양문 냉장고로 " 싸이즈의 쓰빽따끌 " 을 키웠고, 결국에는 승자가 되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가족 구성원은 그대로이고 냉장고 보유 수가 늘었으며 용량도 커졌다면 냉장고 속은 넉넉해졌을까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더구나 당신이 살림을 하는 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답은 그때나 지금이나 냉장고 속 공간 여유는 없다 가 되리라는 사실을. 

모 방송 제작팀에서 현재 자기 집 냉장고에 보관 중인 음식을 모두 소비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실험한 적이 있다. 제작팀은 2주 정도 예상했으나 냉장고 음식을 모두 소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40일이었다. 이 결과를 참고한다면 이런 반문이 가능하다. 냉장고는 정말 신선 제품을 보관하는, 혹은 신선도를 연장시키는 물건일까 ?  어머니는 늘상 음식물로 꽉꽉 찬 냉장고'에 불만이 많았다. 가장 큰 냉장고에 속했지만 냉장고가 작다고 불평을 늘어놓았고, 그 화살은 돈벌이가 시원찮은 아버지를 향했다. 그리고 그 불평의 결과는 양문냉장고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났다.

부피가 그만큼 늘어났으니 공간의 여유가 생길 만도 하지만 결론은 ?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것 그대로'다. 어머니는 또다시 냉장고의 성능보다는 용량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 불평의 결과는 ? 김장 100포기를 저장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 대용량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대용량 냉장고는 3대로 늘어났으며 모두 음식물로 가득찼다. 식구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먹을 식량은 냉장고 용량에 맞게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혹시, 냉장고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 먹을 음식 " 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 버릴 음식 " 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 

대용량 냉장고 오따꾸인 어머니는 김장을 6,70포기나 담그지만 실제로 우리 가족이 소비하는 김장은 한해에 6,7포기 정도이다(소비되는 김장김치의 절반은 명절 때 김치만두 속으로 사용되지만 그것도 만두 속 절반은 냉동고에 보관되다가 여름에 버려진다). 나머지는 모두 버려진다. 냉동고에 보관 중인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비싼 생태를 한 궤짝으로 대량 구매해서 시중 생물 가격보다 1/2로 사서 한두 마리는 소비하고 나머지는 냉동고로 직행하게 된다. 기약은 없다. 대부분 한두 마리는 그해 동태로 소비된다. 동태탕 맛이 어떠하냐고 묻지 마시라. 냉동고에 섞인 냄새 맛이 팔 할'이니까.

그나마 동태로 소비된, 한때 싱싱한 생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나머지는 이내 잊혀져서 몇 년을 냉동고에서 보내다가 버려진다. 얼어죽을 동태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비싼 생태를 절반 가격에 사서 값싼 동태로 소비하는 방식을 어머니는 버리지 못한다. 이 기이한 소비 형태'는 무슨 심리일까 ? 내가 내린 결론은 일종의 손실 회피 편향 1)이다. 냉장과 냉동이 일체형이었던 냉장고를 버리고 용량이 2배 커진 양문형 냉장고를 비싼 가격에 구매한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소비가 합리적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신형 냉장고를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새로 구입한 양문형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물이 전에 사용하던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물 부피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 소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즉, 손실을 경험하게 된다. 소비자는 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더 많은 음식물을 가득 채움으로써 자신의 선택한 결과가 합리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가 비싼 돈 주고 생태를 사서 나중에는 동태로 소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제철에 맛있게 식량을 소비하는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궁여지책으로 당신은 먹을 음식이 아닌 버릴 음식으로 냉장고를 채우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지금 버리기 위해 산다. 

다시 말해서 어머니는 그해 60포기의 김장김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김장을 60포기나 한 것이다. 소비 사회는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를 조종한다. 당신은 스스로의 자유 의지'로 물건(의 종류와 크기)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장사꾼의 정언명령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노예와 다르지 않다. 냉장고 용량과 음식물 용량이 비례하듯이, 아파트 평수와 소유한 물건의 수와 부피도 비례한다. 보다 넓은 아파트는 보다 많은 물건을 필요로 한다. 몽골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평균 300개 정도이고 일본인은 6000개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보다는 합리적 소비를 한다는 독일인'조차 10,000개의 물건을 집이라는 냉장고 속에 보관한다고 한다. 

물건이 늘어난 수만큼 우리는 행복할까 ?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당신에게 묻겠다. 당신은 답을 알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행복하십니까 ?








​                                          



1) http://blog.naver.com/unheimlich1/220913085592 : 손실 회피 편향 ㅣ 200달러를 내고 20달러를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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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7-02-1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곰발님 글보면서 적극 공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 덧대어 저도 몇자 적어볼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6 15:5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심플하게 살고 싶습니다. 양복 한 벌, 구두 하나, 넥타이 한 개, 책은 백 권 이내.....

2017-02-16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6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1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물건은 줄이라면 줄일 수 있는데, 책은 절대로 줄이지 못하겠습니다. ㅎㅎㅎ 근 두 달 동안 책을 열 권 이상 팔긴 했습니다만 그 중에 몇 권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7 10:3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전 한 1000권 팔고 버리고 주고 했습니다만.... 여전히 많습니다. 액기스만 모아놓았는데... 이거 걱정니네요..호

stella.K 2017-02-17 14: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호나 202호나 사는 모습은 똑같다더니
읽으면서 곰발님이 우리집 얘기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ㅎㅎ
정말 울엄마는 젊을 때부터 살림을 크게 하셔서 손이 작아지질 않는가 봅니다.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7 14:42   좋아요 2 | URL
어디에나 똑같은 풍경이군요.. 저희집은 왜 그 비싼 법성포 굴비를 왜 냉동고에다 썩히는지 이해 불가능입니다.
동그랑땡 속재료와 만두 속재료.. 지금 냉동실에서 썩고 있습니다...ㅎㅎㅎㅎㅎ...

stella.K 2017-02-17 14:4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가끔 집밥도 드시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
어머니가 그런 음식 놓아주시지 않으십니까?
아무래도 곰발님은 눈밖에 난 아드님이신가 봅니다.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7 14:53   좋아요 2 | URL
어머님은 냉동고기보다는 생고기가 맛있다는 이유로 냉동고기보다 비싼 돈을 주고 생고기를 사시지만 사오자마자 냉동실에 둡니다. 결국은 냉동고기 먹는 꼴.... 이해불가입니다..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7-02-20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뿐하게 소로우처럼 유목민(?)처럼 여행생활자처럼 제 몸 하나만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현실은 뭔가 편리한 물건이 나왔다면 그걸로 교체해서 쓰고 기존 물건도 아까워서 못 버리고 물건은 두 배로 늘어나지요.

자꾸 버려서 자기 자신밖에 없어질 때까지 버리는 것이 답일 듯해요.
자신마저 버릴 수 있다면 그게 수행의 끝이라고 보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0 12:17   좋아요 0 | URL
미니멀하게 살아야죠. 쌓아두고 사는 거.. 정말 이젠 좀
지친다고나 할까요..
어차피 정답은 비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채워서 득이 되는 것은 사랑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면도기와 생리대


                                                                                                       일베(현상)는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혹은 그 제도에 체화된 한국 남성의 무의식적 습속이다. 그러므로 일베는 " 특정 소수의 발광 " 이 아니라 " 불특정 다수의 발현 " 이다. 즉, 일베는 대한민국 대다수 남성'이 말하고 싶었으나 차마 체면 때문에 말하지 못한 속마음'이다. 

혹여, 이 글을 읽는 이가 남성이라면 대다수 한국 남성은 일베다  _  라는 내 주장에 대해 럭도 아니면서 울컥할 것이다. " 이보쇼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양성평등주의자로서 주말이면 집안일도 돕는 가정적인 남편이란 말이오 " 그럴 때마다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 집안일을 돕는 것 " 과 " 집안일을 하는 것 " 은 다르다, 당신이 양성평등주의자라면  집안일을 돕다 _ 라는 표현보다는 집안일을 한다 _ 라고 말해야 한다. 전자는 아내가 해야 될 노동의 몫을 남편이 시혜적 차원에서 도와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후자는 성별 구분 없이 집안일을 1/2로 나눈다는 당위성에 방점이 찍힌다.

남자라고 해서 집안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행동을 뿌듯하게 생각하는 인식은 하드한 일베의 아이스크림 버전에 불과하다. 얌전한 일베'다.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아이스크림인 척하는 하드 ?!  무엇보다도 내 지적에 대해 당신이 크게 화를 내는 것 자체가 당신이 소프트한 일베'라는 증거'다. 왜냐하면 도둑이 제 발 저린 법이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법이기 때문이다. 대학 캠퍼스에 생리대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대학이 많다고 한다. 생리대자판기 설치는 여총에서 해마다 제기하는 해묵은 요구사항인데도 개선될 여지는 없다.  자판기 설치 비용은 한 대당 4,50만 원 정도로 이 비용을 학생회비에서 충당해야 하는데, 남학생들이 역차별 카드를 꺼내들어 심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학생은 여자 화장실에 생리대자판기를 설치한다면 남자 화장실에 면도기자판기도 설치해 달라고 주장한다. 학교는 양측의 첨예한 대립을 이유로 예산 지원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고). 이 모습에서 기묘하지만 상투적인 기시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적 느낌일까 ? 긴급 재난 구호 물품 명단에 생리대는 포함되었지만 면도기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남자를 차별한다고, 한바탕 지랄을 했던 한국 남성들의 눈물겨웠던 하소연이 떠오른다. < 일베 > 는 차이에 따른 상대의 곤경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재하는 집단'이다. 양성평등은 단순하게 등호( = )로 치환할 수 없다. 오히려 성차에 따른 몫의 차이'를 인정(혹은 인식)하는 것이 양성평등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 < " 거나 " > " 에 가깝다.

군가산점 논란에 대해서 남자들이 여자도 군대 가라 _ 라고 대응하는 논리나 생리대자판기와 면도기자판기를 동일한 선에서 요구하는 것은 양성평등이 아니다. 너도 힘드냐, 나도 힘들다  _  라고 말하는 것은 공감이 아니다. 너도 힘드냐, 나는 이해한다  _  라고 말하는 것이 공감이다. 우리는 일베를 괴물이라는 한국 사회의 소수성으로 축소시키지만, 내가 보기에 일베는 오랜 가부장적 습속에 의해 체화된 남성 욕망의 반영이다. 일베라는 정체성은 괴물(소수)가 아니라 정상성(다수)에 있다. 만약에 벚꽃 대선에서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헬조선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탈바꿈될 수 있을까 ?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불공정 사회는 잘못된 정치의 결과라기보다는 잘못된 성평등이 원인이다. 양성평등에 대한 바른 인식 없이는 제2의 노무현이, 제3의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서 이 나라가 공정 사회로 코페루니쿠스적 전환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베라는 괴물. 나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당신의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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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2-1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저도 쓴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은 생리대 문제만 나오면
그렇게 면도기로 걸고 넘어지네요.
거의 20년 전에 생리대가 너무 비싸다고 나라에서 얼마를 대주고라도
여성이 싸게 생리대를 살 수 있도록 해야야 한다고 어느 여성 국회의원이
했더니 어느 남자 의원놈이 그러면 면도기도 싸게 팔아야 한다는 맞받아 쳤다는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생리대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비싸다는 게 중론이고
그때문에 우리나라의 극빈 가정의 여자 아이들이 이것을 사용할 수 없어
생리 때면 휴지나 운동화 깔창을 사용한다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일베놈들 한번 지들도 여자가 돼서 그렇게 휴지나 깔창 써 봐야 아는 걸까요?
그런데 그런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니 이 일베들은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5 17:11   좋아요 1 | URL
이런 놈들이 꼭 한국 여자들은 사치가 심해서 다른 나라 여성보다 화장(이나 성형)하는데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한다고 하는데.. 사실, 한국 여성이 미용에 비용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데에는 한국 남성이 여성을 억압한 결과입니다. 이런 얘기 많이 듣잖아요. ˝ 여자가 되서... 화장 좀 하고 그래라... ˝

우리는 이제 유교 사회에서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좆이 사실은 좆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될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cyrus 2017-02-1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대선에 진보정당이 이겨도 일베의 세력은 여전할 것이고, 말도 안 되는 음해와 선동이 더 판칠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6 15:15   좋아요 1 | URL
일베는 사상이 아니라 욕망이죠. 박가분은 이걸 잘 모르더라고요... 박가분 자체가 굉장히 남성 중심적 사고를 가진, 가부장의 전형이죠... 가재는 게 편이라고.... < 일베의 사상 > 인가 ? 그 책 보며.. 솔지기 저는 저자가 한심하더군요..

cyrus 2017-02-16 17:40   좋아요 0 | URL
네. 저자의 안 좋은 소식을 접한 이후로 그가 쓴 《일베의 사상》을 좋게 본 제 자신이 민망했어요.. ㅎㅎㅎ

지나다 2017-02-15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냥 늘 생리대를 갖고 다니면 되지 않느냐, 왜 개인이 준비성 없는 것을 남자가 책임져줘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무수한 댓글들을 보았지요. 진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생리가 시작되는 일은 많아도 한달에 하루인데, 그 하루를 위해서 그 어느 때나 생리대를 품고 다녀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것은 준비성 없는 것이라니 정말 놀라울 뿐이었어요. 잠깐만 생각해봐도 늘 언제나 그 어느 곳에서든 생리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 수 있을텐데 왜 그게 여자의 일이 되면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일이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남자란 그런 생각을 아예 못하는 종족인가 의아했는데 곰발님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예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별이 다른 자들이 그렇게까지 다른 사고구조를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도 화해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6 15:14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지독한 남성우월주의자였죠.
실패의 대가이고
반성의 결과이며
여전히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뿐입니다.
반성하며 살겠습니다..

카타르시스 2017-02-15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최대숙제는 역지사지가 아닐까 싶네요.
역지사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상력의 부재가 문제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6 15:13   좋아요 0 | URL
역지사지, 측은지심, 연민 따위도 다 비슷비슷한 말이죠..
자아 중심에서 벗어나 타자성에 눈을 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립간 2017-02-1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안일을 돕는 것˝ 과 ˝집안일을 하는 것˝ 은 다르다. ; 의 성적인 대척점은 ˝‘맞벌이로 생계를 돕는 것‘과 ‘맞절이로써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다르다˝가 되겠군요.

우리집은 맞벌이인데, 안해에게
제가 집안일을 돕고 있는지 아니면 집안일을 하고 있는지, 안해 본인은 생계를 돕고 있는지 아니면 생계를 책임지는지
를 확인해 봐야겠군요.

마립간 2017-02-16 05:45   좋아요 1 | URL
안해에게 물어보니,

저(마립간)는 집안을 하는 것도 있고, 돕는 것도 있으며, 본인(안해)는 생계를 책임지기보다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하네요.

저의 의견은 좀 다릅니다. ; 저는 집안을 하고 있고, 안해는 저와 같이 생계를 책임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 의견이든 간에 우리집에서의 남녀불평등은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알리디너들은 가정에서 남녀불평등을 평가 잣대를 무엇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6 15:12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이야말로 여성을 이해하려는 분이시란 느낌이 듭니다.
종종 몇몇이 오해를 받긴 하지만...ㅎㅎㅎ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마립간 님은 실천자이십니다.

카타르시스 2017-02-16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지사지와 측은지심과 연민이 제게는 좀 다른의미이지만 답글 감사해요^^
타자성..
남을 위하는 마음보다는..
동등한 위치의 교환을 제안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근데 문제는 그 입장교환을 위한 상상력의 부재 혹은 몰이해에서 비롯된다는 말 이었습니다.
면도기와 비교하는 분이 있다고 해서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7 10:3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제가 생각이 짧습니다...ㅎㅎㅎ
카타르시스 님 지적처럼 정말 상상력 부재의 몰이해인 것 같습니다.
저도 면도기와 생리대를 등가시키는 것을 보며... 정말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잘모르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7-02-20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부부는 서로 집안일을 미루다가 누가 안 하면 누가 하고 누가 하면 둘 다 하고 뭐 니일 내일 따위 없죠. 사랑은 귀찮음을 견딜 수 있는 것이라더군요. 사랑이 없는 애들인거죠, 일베는. 사랑(배려)을 모르는 것들이 장가를 가서 다른 엄마나 가정부를 찾기 때문에 문제 많은 가정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해요. 물론 아빠를 원하는 여자들도 있겠고요. ㅎㅎ

전 더 문제인 게 달거리 때마다 천생리대를 빨아 삶아야 하거든요. 일회용 생리대를 잘 못 써서. 이래저래 피곤한 인생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0 12:16   좋아요 0 | URL
일베는 거세를 시켜야 답인 것 같습니다..
일베가 나이 들면 시청에 가서 태극기 흔들 텐데... 아..
일베가 남편이 된다는 것도 끔찍하고
일베가 아빠가 된다는 것도 끔찍하고.......

 

 

 

 

 

 

 

 

 

 

 

다섯 가지 이야기


 

 

 

 

1. 자유한국당  :  새누리당이 새 당명을 << 자유한국당 >> 으로 정했다. 줄이자면 " 자유당 " 이거나 " 한국당 " 이거나 " 자한당 " 이다. 첫째, 자유당이라. 쌍팔년도 너머 이승만 정권 자유당'을 연상하게 된다. 국부를 이승만이라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정당이다 보니 가장 그럴싸한 당명이긴 하다(대통령이라는 공무원 선출직을 국부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둘째, 한국당. 한국당이라는 당명만큼 괴상한 이름도 없다. 미국 정당 이름 중에 미국당이라는 정당 없고, 프랑스 정당 중에 프랑스당 없지 않은가. 아프리카 약소국 우간다의 형제 동맹 국가인 우당탕은 우당탕당'이 되나 ? 차라리 경로당'이 그들 색깔에 맞는 정당 이름이 아닐까. 셋째, 자한당. 몇 번 읊조렸다. 자한당, 자한당, 자한당...... 자연스러운 조합은 아니다. 그때 35kg의 봉달씨(골든 리트리버)가 주인 앞에서 슬리퍼를 물고 도리도리 춤을 추며 애교를 부린다. 나는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 " 잘한당, 잘한당, 잘한당 ! "

※ 닭벼슬을 로고로 결정한 잘한당 대통령 후보 외부 영입 인사 1호는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 김진'이란다. 박장대소했다. 나는 손뼉을 치며 외쳤다. " 어이구, 내 새끼 !   잘한당 ~ 잘한당 ~ 잘한당 ~ "

 

 

​―

 

2. 생각하는 갈대와 생각 없는 꼰대  :  대한민국 정치가 쌍팔년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직한 청년보다 현명한 노인'이 없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토양에서 뿌리를 내린 아이는 자라서 " 생각하는 갈대 " 가 되고, 어른은 자라서 " 생각 없는 꼰대 " 가 된다. 파스칼은 << 팡세 >> 에서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라고 말했지만 그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생각하는 갈대'라는 문장 대신 생각 없는 꼰대'라고 고쳤을 것이다. 대한민국 꼰대는 철갑을 두른 듯하다. 바람 소리 불변하니, 니미...... 일편단심이다. 악의없는 순수한 몰입이 대한민국 정치를 망친다. 양심이 없는 늙은 놈보다는 차라리 싸가지 없는 젊은 놈이 낫다.

  


3. 박가분, 일베의 사상 : 박가분은 << 일베의 사상 >> 에서 " 일베 " 를 진보 좌파에 대한 반동으로 태어난 세력으로 규정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다 보니 마지막에는 단추 하나가 남았네. 단추 모양새가 맹추라...... 박가분은 일베를 진보 좌파의 거울쌍'이라고 주장한다. <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 사고방식이나 견해가 종래와는 달리 크게 변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다. 하지만 뒤통수 후려치는 반전은 추리소설에나 어울리는 말방귀'이지, 사회학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재주'쥐. 분석 틀을 너무 과도하게 돌렸어요, 뿌잉뿌잉 ! 일베 현상은 사상이 아니라 가부장제에 길들여진(혹은 그 제도에 체화된) 한국 남성의 무의식적 습속이다. 그러므로 일베는 특정 소수의 지랄발광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남성의 속사정'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바깥(박가분)에서 안(일간베스트)을 들여다본 결과라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속한 내부 폭로라 할 만하다.

 ―

 

4. 재벌은 항상 불행하다 ?!  : JTBC 드라마 << 밀회 >> 는 1% 상류 사회'가 배경이다. 오혜원(김희애)는 상류사회에 속한 여자'이지만 로열 패밀리'에게 무시당하는 존재'다.  그때, 스무살 청년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마흔살이다. " 따블 ! " 이다.  << 밀회 >> 를 느와르 장르라고 한다면,  선재(유아인)는 옴므파탈이다. 혜원은 " 이거 모야, 설, 레, 자, 나 ! " 라며 어이없어 하지만 심장은 나이트 클럽 JBL스피커만큼 쿵쾅거린다. 그녀는 순애보를 선택하기에는 적당히 속물'이며, 꽤 늙었고, 상당히 똑똑하다. 하지만 결론은 뻔하다. 상류 사회에 편입되는 대신 " 따블 " 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다는 이야기.  와와, 시청자는 오혜원의 선택을 지지한다. 온기 없는 상류사회에서 사느니 차라리 가난하지만 뱃속 편한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류 사회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겉으로는 사랑 없는 치열한 패밀리 전쟁'을 비판적으로 다루지만 속내는 화려한 상류사회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시해서 시청자의 욕망을 건드린다. 시청자는 사랑 없는 로열 패밀리 전쟁'을 보며 욕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누리는 화려한 삶이 부럽다. 배부른 돼지보다 굶주린 소크라테스를 선택한다고 해서 뱃속 편할 리 없다. 과도한 욕심은 행복을 야금야금 무너뜨리지만 굶주림은 행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티븨 드라마 속 재벌은 항상 불행하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정말 그럴까 ?  빈곤과 굶주림이 주는 고통에 비하면 상류사회의 의리 없는 패밀리 전쟁은 애교에 가깝다. 당신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삼성 부회장 이재용이 법정에 들락날락거리는 것'을 지켜보며 없이 살지만 마음 편히 사는 자신을 위로하지만,  재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 그들에게 치욕보다 달콤한 것은 권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권력을 욕망하는 것이다. 이거 모야, 속았자나 !

 

 ―

 

5. 가난하니깐 행복하다 ?! :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는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말하는 여자 의뢰인과 치와와처럼 말하는 남성 탐정의 이야기다. 지금 당신은 50년대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를 본다. 한 여자가 탐정 앞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차양 넓은 모자를 썼다. 눈동자는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차양 넓은 모자 아래 새빨간 입술, 새빨간 입술, 새빨간 입술 !! 여자는 고개를 들어 탐정을 바라본다. 그때 비로소 여자는 얼굴을 온전히 드러낸다.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 그녀는 탐정을 아, 아아아아아아아압도한다. 그녀는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말한다. " 담뱃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 " 탐정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탐정은 치와와처럼 그녀의 아우라에 와와. 불쌍타, 탐정은 지금 개미지옥에 빠졌어요 ! 관객은 사전 정보 없이 탐정 앞에 나타난 여자가 팜므파탈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왜냐하면 관객은 차양 넓은 모자, 굽 높은 빨간 구두, 담배를 피우는 여자'라는 기호가 팜므파탈을 상징하는 " 뻔한 공식 " 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느와르 장르'는 물신적 기호'를 적극 끌어들여서 관객이 인물을 탐색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인다. 자기소개서 시간을 따로 가질 필요가 없으니 화면을 쫀쫀하게 사용할 수 았다. 한국 드라마도 장르 공식에 충실하다. 일일 드라마에서 재벌은 가난(한 자를 위로하기 위해)을 미화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가족드라마형 팜므파탈'이다. 그러니까 콩가루 집안인 " 개떡 가족 " 을 " 찰떡 가족 " 으로 만들기 위해 괴물을 등장시키는 재난 영화처럼 말이다.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암중모색은 가난하지만 착한 서민의 행복을 돋보이게 만든다. 그리고는 시청자에게 불행한 재벌과 행복한 거지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 말은 500원 가질래, 아니면 10원 가질래 ? 와 똑같은 질문이다. 사람들은 500원 대신 10원을 고른다. 맹추 ! 10원으로는 아주공갈염소똥을 12개밖에 살 수 없어.  티븨 드라마 속 서민은 가난해도 행복하다. 정말 그럴까 ?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가난해서 불행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이런 맹추 ! 이거 모야, 또 속아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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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4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심 식사 후에 빵을 먹어서 그런지 자유한국당 마크를 보는 순간, 소라빵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4 13: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라빵... 뭔지 알겠습니다. 정확한 명칭이 있던데... 소라빵이 아니라...( 정식 명칭 아시는 분 지적 좀 해주십시오. )


소라과자 닮기도 했네요.... 소라과자 하니 옛날에 박근혜가 시장 탐방하다가 소라 과자 보고 이거 뭔가요 ? 라고 묻는 동영상이 있었는데... 굉장히 신기해하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stella.K 2017-02-14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 하나 바꾼다고 뭐가 좋아지겠습니까? ㅉㅉ

곰발님이 <밀회>를 보셨다는 게 좀 놀랍습니다.
같은 1%를 그려도 조금 다르게 그려서 나쁘진 않았는데...
그리고 드라마에 흐르는 음악과 유아인의 저돌적 사랑이
여심을 사로잡은 것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전 김희애는 아무리 봐도 과유불급의 연기력을 펼치던데
여기선 그나마 힘을 좀 빼서 보기가 좋았슴다.

근데 곰발님네 강아지 이름이 봉달씨였군요.
구혜선, 안재현네 개는 감자, 순대, 군밤이던데.
전 그중 군밤이가 젤 귀엽다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4 13:47   좋아요 1 | URL
다 본 건 아니고 띄엄띄엄 3,4회 보았나요.. 전 주로 밥 먹으면서 티븨 보는 타입이라...
봉달은 이름을 줄인 거고 정신 풀네임은 ˝ 검은봉다리만 보면 좋아서 달리네 ˝ 입니다. 줄여서 봉달..
우리집 개가 주인의 손에 검은봉투가 쥐어져 있는 것을 보면
자기 먹는 것인 줄 알고 그 덩치로 거실을 한 열두 바퀴 돌고 돕니다...
개 8살이면 40대인데 여전히 그러고 있으니 한숨만 나옵니다....

stella.K 2017-02-14 13:53   좋아요 1 | URL
ㅎㅎ 풀네임 되게 깁니다.
그러고 보니 인디언들이 이름이 길던데, 갑자기 생각 났습니다.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4 13:55   좋아요 1 | URL
인디언 이름 죽이죠.... 곰곰생각하는발도 인디언 식 이름입니디ㅏ...
이 이름도 인디언 식 이름에 대한 오마주인 셈..

stella.K 2017-02-14 13:57   좋아요 0 | URL
헉, 정말요...?
몰랐습니다. 곰발님 속에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줄은...ㅋㅋ
저도 인디언식 이름 하나만 지어주시죠.
마음에 들면 사례하겠슴다.ㅎㅎ

yureka01 2017-02-14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박당이 제일 잘 어울리죠..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4 13:48   좋아요 1 | URL
천박당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ㅎㅎ

카스테라 2017-02-1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라빵....혹. 크로와상을 말씀 하시는지. ^^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4 13:54   좋아요 0 | URL
빙고 !!!!!!!!!!! 맞습니다. 크로와상... 잘한당 로고 그로와상 닮았습니다..

시이소오 2017-02-14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한당 ㅋ ㅋ ㅋ ㅋ ㅋ ㅋ ㅋ
고심끝에 고친 이름이 고작 자유당.
아. 이 써글것들.
아무튼 곰발님은 잘 하십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5 10:59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한국당을 잘한당이라고 해야 겠습니다.
반어법이지만.... 하는 짓이 워낙 유아틱해서리..

표맥(漂麥) 2017-02-15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베 현상은 사상이 아니라 가부장제에 길들여진(혹은 그 제도에 체화된) 한국 남성의 무의식적 습속이다. 그러므로 일베는 특정 소수의 지랄발광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남성의 속사정‘이다.... 제대로 표현한 명문!!!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5 11:00   좋아요 0 | URL
명문이라 하시니..... 고맙습니다. 표맥님은 명문가의 자손.

꼬마요정 2017-02-20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에 보니... 누군가 댓글에 줄여서 ‘잔당‘이라고 했다더라구요..하하
딱 맞는 표현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태극기를 열심히 휘날리시며 나루토처럼 분신술 이용해서 인원수 뻥튀기 -주말에 250만명이 모였다나요..- 하시는 분들은 일베가 진실이라고 열심히 일베 보신답니다. 조선일보 끊고 말이죠.
조선일보 안보기 운동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쉬운 것을...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1 14: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태극기 집회가 250만 명이었다면
아마, 그날 촛불 집회 참가자는 2500만 명이었을 겁니다.
인구 절반이 광화문에 모였네요..
 

 

 




당신이 울어야 내가 웃는다



 


                                                                                                        촛불집회가 어느새 15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내가 참가한 집회 횟수를 계산하니 총 10회였다. 나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애국청년과는 거리가 먼 내가 주말마다 광장으로 향하는 까닭은 못된 상상력 때문이었다. 탄핵이 기각되어 박근혜가 개선장군처럼 청와대에 입성하여 대국민 담화를 하는 꼴을 상상해 보라(연단 뒤편에는 최순실이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그 특유의 말투로 연설문을 국어책처럼 읽어내는 장면을.

" 존경하는,  애국 보수 나라 사랑 국민 여러분 !  국민 여러분의 염원에 힘입어 이렇게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동안 좌파 빨갱이 악질 앞잡이 불한당 세력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굳건히 마음을 다잡은 이유는 이 나라를 종북 세력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저를 두고 굿을 했네, 마약을 했네, 성형 시술을 했네, 온갖 트집을 잡으며 저를 엮으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보고 앞으로 나가야 겠다 _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황교안, 김진태, 윤상현 의원의 투철한 애국심과 충성심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오늘 저는....... 주먹 불끈 쥐며 다짐, 다짐,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종북 좌파 악질 앞잡이 불한당 개새끼들, 두고 보자고요. 목소리가 멋진 ** 씨 ! 이제부터 종북 좌파 새끼들, 불알 다 따버리세요. 씨를 말려야 하니깐. 작살을 내야 이 나라가 안전합니다. 호홍호홍 ~  "

이때, 박근혜 뒷편에 있던 최순실의 육성이 터진다. " 클~ 났네. 이 나라 종북 분리 안 시키면 이 나라,  다 죽어 ! " 아아. 그 상상을 하니 캡사이신 공격을 받은 항문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서 알싸한 통증이 몰려오는 거라. 그 생각을 하면 똥구멍이 아파오면서 불알한 것이다. 오타다, 불안한 것이다.  그 불알한 판타지'가 쌓여서 주말마다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한다는 말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군중의 밀집도를 계산하니 어림잡아 40만 명이 모였던 14차 때'보다 2배 정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 나름 80만 명 정도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주최 측 추산 80만 명이 집회에 모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과학적 계측 못지 않게 정확한 것이 바로 체화된 경험칙'이다. 사실, 내가 집회에 가급적이면 참여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결정적 계기는 3차 집회 때 만난 중학생 소년 때문이었다. 우연히 두 소년이 속닥이는 대화를 엿들으니 서울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서울 말씨에 가깝긴 했으나 대화 도중에 툭 튀어나온 억양을 보니 사투리인 모양인데 가름할 수 없어서 그들 대화에 끼어들었다. " 어디서 오셨어요 ? " 내가 툭 던진 질문에 그들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깜짝 놀랐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왔다고. 중학생 두 명이 사비를 털어서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다고. 이럴 때를 두고 " 엮였다 " 고 하는 것이다. 저 멀리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학생도 있는데 지척이 광화문인 곳에 사는 서울 시민 어른인 내가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웃는 얼굴을 침 뱉으랴 _ 라는 속담도 있지만, 나는 박근혜가 해맑게 웃는 얼굴을 상상하면 침을 뱉고 싶다. 당신이 울어야 내가 웃는다. 미안하돠. 끝으로 노래 한 곡 띄웁니다. 당신도 울고 있네요. 여러분.... 안녕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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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2-12 15: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서 왔다는 말에 왜 이리 눈물이 나고 미안한지..

작년 늦가을부터 시작된 촛불집회
그 광장에서 우리는 첫눈도, 크리스마스 이브도, 눈보라 한파도, 한 해의 마지막 날도, 세월호 1000일도 보냈네요

때론 불안하고 초조할때도 많았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우리는 역사를 바로 잡을 힘을 가지고 있음을 믿어요

정의롭고 따뜻한 봄을 기다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2 16:23   좋아요 2 | URL
저는 처음에 북한 말인 줄 알았습니다. 하튼 설명하기 애매모호한 억양이어서...
알고 보니 제주도에서 온 친구들.....
촛불 집회 가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허락해 주시고,
온 김에 서울 구경도 하겠다는 심산일 것으로 추정되나....
그게 어디입니까..

이왕, 투표할 거 추운 겨울보다는 따스한 봄이 좋죠..


+

나와같다면 님 어서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stella.K 2017-02-1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탄핵반대파들도 이젠 만만치 않게 늘어난 것 같더군요.
종북도 갔다 부칠 때 갔다 부쳐야지 아무데나 갔다 부칩니까?
박근혜 혼자라면 문제가 안 됐겠죠.
박근혜에 기생해 온 이끼 같은 것들이 자기네들 모가지가 잘려나갈까봐
저리 지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즈음 트럼프도 겁이나더군요.
이 사람은 오마바와 달라서 호전적이고 행동파인 것 같은데
이러다 오히려 우리군을 부추겨서 전쟁하자고 할까봐 겁나요.
지네들 전쟁 물자 우리나라에 팔아 먹으려고.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어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3 12:18   좋아요 1 | URL
미 군수사업이 망하면 미국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하더군요..
군수물자라는 게 전쟁이 나야지만 소비되는 무기 사업이니
지구 어디에선가는 전쟁이 나야 합니다.
북한 이야말로 그들의 먹잇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트럼프가 노릴 만한 먹잇감이죠..
트럼프, 만만한 놈은 아는 듯.

포스트잇 2017-02-13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헌재가 결정문은 이미 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네요. 김어준이 자꾸 새누리나 조중동, KBS 등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라고 대선주자들을 압박한다는 이상한 기류를 문제삼으니 괜히 불안한 면도 있네요. 특검도 연장되어야 하는데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의 물렁한 대응도 화가 나고요. 이 나라에 살다간 지 명에 살기 힘들어요. 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3 12:20   좋아요 2 | URL
글세말입니다. 이게 좀 웃긴 태도 같더군요. 뭔가 그들에게 확신한 믿음을 줄 만한 내부 정보가 있으니 헌재 결정에 불복하라고 압박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대한민국은 설마가 한 4000만 명을 잡아먹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