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이야기
1. 자유한국당 : 새누리당이 새 당명을 << 자유한국당 >> 으로 정했다. 줄이자면 " 자유당 " 이거나 " 한국당 " 이거나 " 자한당 " 이다. 첫째, 자유당이라. 쌍팔년도 너머 이승만 정권 자유당'을 연상하게 된다. 국부를 이승만이라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정당이다 보니 가장 그럴싸한 당명이긴 하다(대통령이라는 공무원 선출직을 국부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둘째, 한국당. 한국당이라는 당명만큼 괴상한 이름도 없다. 미국 정당 이름 중에 미국당이라는 정당 없고, 프랑스 정당 중에 프랑스당 없지 않은가. 아프리카 약소국 우간다의 형제 동맹 국가인 우당탕은 우당탕당'이 되나 ? 차라리 경로당'이 그들 색깔에 맞는 정당 이름이 아닐까. 셋째, 자한당. 몇 번 읊조렸다. 자한당, 자한당, 자한당...... 자연스러운 조합은 아니다. 그때 35kg의 봉달씨(골든 리트리버)가 주인 앞에서 슬리퍼를 물고 도리도리 춤을 추며 애교를 부린다. 나는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 " 잘한당, 잘한당, 잘한당 ! "
※ 닭벼슬을 로고로 결정한 잘한당 대통령 후보 외부 영입 인사 1호는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 김진'이란다. 박장대소했다. 나는 손뼉을 치며 외쳤다. " 어이구, 내 새끼 ! 잘한당 ~ 잘한당 ~ 잘한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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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각하는 갈대와 생각 없는 꼰대 : 대한민국 정치가 쌍팔년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직한 청년보다 현명한 노인'이 없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토양에서 뿌리를 내린 아이는 자라서 " 생각하는 갈대 " 가 되고, 어른은 자라서 " 생각 없는 꼰대 " 가 된다. 파스칼은 << 팡세 >> 에서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라고 말했지만 그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생각하는 갈대'라는 문장 대신 생각 없는 꼰대'라고 고쳤을 것이다. 대한민국 꼰대는 철갑을 두른 듯하다. 바람 소리 불변하니, 니미...... 일편단심이다. 악의없는 순수한 몰입이 대한민국 정치를 망친다. 양심이 없는 늙은 놈보다는 차라리 싸가지 없는 젊은 놈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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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가분, 일베의 사상 : 박가분은 << 일베의 사상 >> 에서 " 일베 " 를 진보 좌파에 대한 반동으로 태어난 세력으로 규정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다 보니 마지막에는 단추 하나가 남았네. 단추 모양새가 맹추라...... 박가분은 일베를 진보 좌파의 거울쌍'이라고 주장한다. <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 사고방식이나 견해가 종래와는 달리 크게 변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다. 하지만 뒤통수 후려치는 반전은 추리소설에나 어울리는 말방귀'이지, 사회학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재주'쥐. 분석 틀을 너무 과도하게 돌렸어요, 뿌잉뿌잉 ! 일베 현상은 사상이 아니라 가부장제에 길들여진(혹은 그 제도에 체화된) 한국 남성의 무의식적 습속이다. 그러므로 일베는 특정 소수의 지랄발광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남성의 속사정'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바깥(박가분)에서 안(일간베스트)을 들여다본 결과라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속한 내부 폭로라 할 만하다.
4. 재벌은 항상 불행하다 ?! : JTBC 드라마 << 밀회 >> 는 1% 상류 사회'가 배경이다. 오혜원(김희애)는 상류사회에 속한 여자'이지만 로열 패밀리'에게 무시당하는 존재'다. 그때, 스무살 청년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마흔살이다. " 따블 ! " 이다. << 밀회 >> 를 느와르 장르라고 한다면, 선재(유아인)는 옴므파탈이다. 혜원은 " 이거 모야, 설, 레, 자, 나 ! " 라며 어이없어 하지만 심장은 나이트 클럽 JBL스피커만큼 쿵쾅거린다. 그녀는 순애보를 선택하기에는 적당히 속물'이며, 꽤 늙었고, 상당히 똑똑하다. 하지만 결론은 뻔하다. 상류 사회에 편입되는 대신 " 따블 " 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다는 이야기. 와와, 시청자는 오혜원의 선택을 지지한다. 온기 없는 상류사회에서 사느니 차라리 가난하지만 뱃속 편한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류 사회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겉으로는 사랑 없는 치열한 패밀리 전쟁'을 비판적으로 다루지만 속내는 화려한 상류사회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시해서 시청자의 욕망을 건드린다. 시청자는 사랑 없는 로열 패밀리 전쟁'을 보며 욕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누리는 화려한 삶이 부럽다. 배부른 돼지보다 굶주린 소크라테스를 선택한다고 해서 뱃속 편할 리 없다. 과도한 욕심은 행복을 야금야금 무너뜨리지만 굶주림은 행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티븨 드라마 속 재벌은 항상 불행하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정말 그럴까 ? 빈곤과 굶주림이 주는 고통에 비하면 상류사회의 의리 없는 패밀리 전쟁은 애교에 가깝다. 당신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삼성 부회장 이재용이 법정에 들락날락거리는 것'을 지켜보며 없이 살지만 마음 편히 사는 자신을 위로하지만, 재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 그들에게 치욕보다 달콤한 것은 권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권력을 욕망하는 것이다. 이거 모야, 속았자나 !
5. 가난하니깐 행복하다 ?! :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는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말하는 여자 의뢰인과 치와와처럼 말하는 남성 탐정의 이야기다. 지금 당신은 50년대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를 본다. 한 여자가 탐정 앞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차양 넓은 모자를 썼다. 눈동자는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차양 넓은 모자 아래 새빨간 입술, 새빨간 입술, 새빨간 입술 !! 여자는 고개를 들어 탐정을 바라본다. 그때 비로소 여자는 얼굴을 온전히 드러낸다.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 그녀는 탐정을 아, 아아아아아아아압도한다. 그녀는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말한다. " 담뱃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 " 탐정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탐정은 치와와처럼 그녀의 아우라에 와와. 불쌍타, 탐정은 지금 개미지옥에 빠졌어요 ! 관객은 사전 정보 없이 탐정 앞에 나타난 여자가 팜므파탈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왜냐하면 관객은 차양 넓은 모자, 굽 높은 빨간 구두, 담배를 피우는 여자'라는 기호가 팜므파탈을 상징하는 " 뻔한 공식 " 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느와르 장르'는 물신적 기호'를 적극 끌어들여서 관객이 인물을 탐색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인다. 자기소개서 시간을 따로 가질 필요가 없으니 화면을 쫀쫀하게 사용할 수 았다. 한국 드라마도 장르 공식에 충실하다. 일일 드라마에서 재벌은 가난(한 자를 위로하기 위해)을 미화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가족드라마형 팜므파탈'이다. 그러니까 콩가루 집안인 " 개떡 가족 " 을 " 찰떡 가족 " 으로 만들기 위해 괴물을 등장시키는 재난 영화처럼 말이다.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암중모색은 가난하지만 착한 서민의 행복을 돋보이게 만든다. 그리고는 시청자에게 불행한 재벌과 행복한 거지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 말은 500원 가질래, 아니면 10원 가질래 ? 와 똑같은 질문이다. 사람들은 500원 대신 10원을 고른다. 맹추 ! 10원으로는 아주공갈염소똥을 12개밖에 살 수 없어. 티븨 드라마 속 서민은 가난해도 행복하다. 정말 그럴까 ?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가난해서 불행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이런 맹추 ! 이거 모야, 또 속아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