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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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속사정을 내가 알 수는 없다



 


                                                                                                          숫자 2, 40, 120, 1000의 공통점은 ? 워워. 고민하지 마시라. 당신이 아무리 아이큐가 높다 해도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을 맞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우니까. 이 수열은 수학 영역도 아니고 아이큐 테스트도 아니다. 정답은 냉장고'다.

대한민국 4인 가족의 경우, 한국인은 평균 냉장고 2대를 가지고 있으며 냉장고 문은 하루에 40회 정도 여닫는다고 한다. 120L로 시작된 럭키금성 냉장고 용량은 이제 1000L 대용량 양문 냉장고로 " 싸이즈의 쓰빽따끌 " 을 키웠고, 결국에는 승자가 되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가족 구성원은 그대로이고 냉장고 보유 수가 늘었으며 용량도 커졌다면 냉장고 속은 넉넉해졌을까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더구나 당신이 살림을 하는 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답은 그때나 지금이나 냉장고 속 공간 여유는 없다 가 되리라는 사실을. 

모 방송 제작팀에서 현재 자기 집 냉장고에 보관 중인 음식을 모두 소비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실험한 적이 있다. 제작팀은 2주 정도 예상했으나 냉장고 음식을 모두 소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40일이었다. 이 결과를 참고한다면 이런 반문이 가능하다. 냉장고는 정말 신선 제품을 보관하는, 혹은 신선도를 연장시키는 물건일까 ?  어머니는 늘상 음식물로 꽉꽉 찬 냉장고'에 불만이 많았다. 가장 큰 냉장고에 속했지만 냉장고가 작다고 불평을 늘어놓았고, 그 화살은 돈벌이가 시원찮은 아버지를 향했다. 그리고 그 불평의 결과는 양문냉장고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났다.

부피가 그만큼 늘어났으니 공간의 여유가 생길 만도 하지만 결론은 ?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것 그대로'다. 어머니는 또다시 냉장고의 성능보다는 용량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 불평의 결과는 ? 김장 100포기를 저장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 대용량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대용량 냉장고는 3대로 늘어났으며 모두 음식물로 가득찼다. 식구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먹을 식량은 냉장고 용량에 맞게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혹시, 냉장고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 먹을 음식 " 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 버릴 음식 " 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 

대용량 냉장고 오따꾸인 어머니는 김장을 6,70포기나 담그지만 실제로 우리 가족이 소비하는 김장은 한해에 6,7포기 정도이다(소비되는 김장김치의 절반은 명절 때 김치만두 속으로 사용되지만 그것도 만두 속 절반은 냉동고에 보관되다가 여름에 버려진다). 나머지는 모두 버려진다. 냉동고에 보관 중인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비싼 생태를 한 궤짝으로 대량 구매해서 시중 생물 가격보다 1/2로 사서 한두 마리는 소비하고 나머지는 냉동고로 직행하게 된다. 기약은 없다. 대부분 한두 마리는 그해 동태로 소비된다. 동태탕 맛이 어떠하냐고 묻지 마시라. 냉동고에 섞인 냄새 맛이 팔 할'이니까.

그나마 동태로 소비된, 한때 싱싱한 생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나머지는 이내 잊혀져서 몇 년을 냉동고에서 보내다가 버려진다. 얼어죽을 동태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비싼 생태를 절반 가격에 사서 값싼 동태로 소비하는 방식을 어머니는 버리지 못한다. 이 기이한 소비 형태'는 무슨 심리일까 ? 내가 내린 결론은 일종의 손실 회피 편향 1)이다. 냉장과 냉동이 일체형이었던 냉장고를 버리고 용량이 2배 커진 양문형 냉장고를 비싼 가격에 구매한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소비가 합리적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신형 냉장고를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새로 구입한 양문형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물이 전에 사용하던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물 부피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 소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즉, 손실을 경험하게 된다. 소비자는 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더 많은 음식물을 가득 채움으로써 자신의 선택한 결과가 합리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가 비싼 돈 주고 생태를 사서 나중에는 동태로 소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제철에 맛있게 식량을 소비하는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궁여지책으로 당신은 먹을 음식이 아닌 버릴 음식으로 냉장고를 채우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지금 버리기 위해 산다. 

다시 말해서 어머니는 그해 60포기의 김장김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김장을 60포기나 한 것이다. 소비 사회는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를 조종한다. 당신은 스스로의 자유 의지'로 물건(의 종류와 크기)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장사꾼의 정언명령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노예와 다르지 않다. 냉장고 용량과 음식물 용량이 비례하듯이, 아파트 평수와 소유한 물건의 수와 부피도 비례한다. 보다 넓은 아파트는 보다 많은 물건을 필요로 한다. 몽골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평균 300개 정도이고 일본인은 6000개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보다는 합리적 소비를 한다는 독일인'조차 10,000개의 물건을 집이라는 냉장고 속에 보관한다고 한다. 

물건이 늘어난 수만큼 우리는 행복할까 ?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당신에게 묻겠다. 당신은 답을 알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행복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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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blog.naver.com/unheimlich1/220913085592 : 손실 회피 편향 ㅣ 200달러를 내고 20달러를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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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7-02-1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곰발님 글보면서 적극 공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 덧대어 저도 몇자 적어볼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6 15:5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심플하게 살고 싶습니다. 양복 한 벌, 구두 하나, 넥타이 한 개, 책은 백 권 이내.....

2017-02-16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6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1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물건은 줄이라면 줄일 수 있는데, 책은 절대로 줄이지 못하겠습니다. ㅎㅎㅎ 근 두 달 동안 책을 열 권 이상 팔긴 했습니다만 그 중에 몇 권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7 10:3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전 한 1000권 팔고 버리고 주고 했습니다만.... 여전히 많습니다. 액기스만 모아놓았는데... 이거 걱정니네요..호

stella.K 2017-02-17 14: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호나 202호나 사는 모습은 똑같다더니
읽으면서 곰발님이 우리집 얘기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ㅎㅎ
정말 울엄마는 젊을 때부터 살림을 크게 하셔서 손이 작아지질 않는가 봅니다.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7 14:42   좋아요 2 | URL
어디에나 똑같은 풍경이군요.. 저희집은 왜 그 비싼 법성포 굴비를 왜 냉동고에다 썩히는지 이해 불가능입니다.
동그랑땡 속재료와 만두 속재료.. 지금 냉동실에서 썩고 있습니다...ㅎㅎㅎㅎㅎ...

stella.K 2017-02-17 14:4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가끔 집밥도 드시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
어머니가 그런 음식 놓아주시지 않으십니까?
아무래도 곰발님은 눈밖에 난 아드님이신가 봅니다.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7 14:53   좋아요 2 | URL
어머님은 냉동고기보다는 생고기가 맛있다는 이유로 냉동고기보다 비싼 돈을 주고 생고기를 사시지만 사오자마자 냉동실에 둡니다. 결국은 냉동고기 먹는 꼴.... 이해불가입니다..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7-02-20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뿐하게 소로우처럼 유목민(?)처럼 여행생활자처럼 제 몸 하나만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현실은 뭔가 편리한 물건이 나왔다면 그걸로 교체해서 쓰고 기존 물건도 아까워서 못 버리고 물건은 두 배로 늘어나지요.

자꾸 버려서 자기 자신밖에 없어질 때까지 버리는 것이 답일 듯해요.
자신마저 버릴 수 있다면 그게 수행의 끝이라고 보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0 12:17   좋아요 0 | URL
미니멀하게 살아야죠. 쌓아두고 사는 거.. 정말 이젠 좀
지친다고나 할까요..
어차피 정답은 비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채워서 득이 되는 것은 사랑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