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륙 선수권 피겨스케이트 대회가 열리고 있다. 어제 막 16살이 된 국가대표 곽민정 선수가 깔끔한 클린 연기로 6위를 차지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기술 점수는 전체 1위, 프리 프로그램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구성점수가 낮게 나왔다. 나름 만족스런 결과라고 생각하고 또 민정 선수가 너무 좋아해서 보기 좋았는데 음악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O.S.T.라는 점에서 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건을 영화로 만든 그 작품의 주제음악이란 말인가? 영화를 보고도 음악이 생각안나는 나는 특별한 마음에 이 쇼트 프로그램을 보고 또 보고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건이란 어떤 작품인가?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달리는 열차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승객 중에 용의자가 있다. 명탐정 포와로가 그들 중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범인을 밝히는 게 목적이 아니다. 왜 살인이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춰 읽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 부호의 아이가 유괴된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이야기다. 그러니 주제 음악은 비장감이 흐른다고 할 수 있다. 살인 사건, 한정된 공간인 열차, 조여오는 탐정과 몰리는 용의자의 숨막힌 긴장감,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이 음악에도 담겨 있고 그런 음악을 사용해서 쇼트 프로그램을 선보인 곽민정 선수의 모습 속에서도 표현되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점이 기술 점수가 높은데도 구성점수가 낮은 거라 생각된다. 스텝에서만이라도 좀 더 스피드있고 묵직함을 보여줬더라면, 강약의 조절과 음악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얼굴 표정과 몸으로 나타냈더라면 더 많은 점수를 받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같은 시니어 데뷔 선수인 미국과 일본 선수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 프로그램 구성이 엉망인 아사다 마오 선수가 늘 구성점수를 좋게 받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더 생각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자 적었다.
어제 키스엔크라이존에서 기뻐하고 환호하는 곽민정 선수의 모습은 이 대회 최고의 선물이었다. 손자병법에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곽민정 선수는 자신을 잘 아는 선수라 생각되어 앞 날이 기대된다. 올림픽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치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