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인간 - 2 드레스덴 파일즈 2
짐 버처 지음, 박영원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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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버처의 드레스덴 파일즈는 한마디로 환타지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작품이다. 마법사 해리 드레스덴이 주인공으로 탐정 역할로 등장한다. 그는 경찰 머피와 공조를 해서 초자연적 현상을 보이는 사건에 자문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니까 그의 주수입원이 경찰에게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 사건의 후유증으로 머피에게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머피가 그를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로 수입원이 끊기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옛 제자가 이상한 구조의 도안을 가지고 와서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그는 이를 거절한다. 그 뒤 마침 머피가 그를 찾아와서 사건 조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딱 봐도 늑대 인간이 저지른 사건이다. 여기에 전혀 연관되고 싶지 않은 마콘의 부하가 살해되어 그는 다시 시카고의 갱단 두목 마콘과 연관되고 그가 마콘과 연관되는 바람에 머피는 내사과에서 조사를 받는 중인데 FBI까지 나서고 있다. 도대체 늑대 인간은 어디서 온 누구고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해리는 멍청이같은 짓만 저지르며 다닌다. 

작품을 보면 늑대 인간의 종류도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스스로 주문을 걸어 늑대 인간이 된 기본적인 늑대 인간이 있고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보름달이 뜨면 저주에 걸려 늑대로 변신하는 루가루가 있다. 여기에 마법의 힘으로 변신 벨트를 차고 늑대로 변신을 할 수 있는 헥센 늑대가 있고, 모습은 사람이지만 행동과 힘이 늑대와 같은 라이칸스로프가 있는데 작품을 보면 이런 다양한 종류의 늑대 인간들이 등장하여 제목에 어울리는 늑대 인간들에 대해 마스터하게 해준다. 늑대 인간만 가지고도 보는 재미는 충분했다. 

보름달이 뜨면 사람이 살해된다. 그런데 보름달이 뜨기 전후로도 사람이 살해된다. 이건 늑대 인간에게만 초점을 맞추기 어렵게 사건을 혼란에 빠트리는 문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에게 조언을 구하던 제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해리가 머피에게 체포된 것이다. 물론 해리는 루가루의 살인을 저지하고자 도망을 치기는 하지만 이제 해리가 믿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아군을 잃었음을 의미하는 일이라서 해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머피도 해리의 말이라도 좀 들어보고 체포를 할 일이지 정말 한 성격하는 화끈한 경찰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편에 비해 마법사 해리의 모습은 좀 둔했다. 아무리 머피와의 사이에 오해로 인해 고통스럽다지만 추리도 못하고 스스로 방어도 못하고 이용만 당하면서도 기사도 정신만은 남달라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다가 모든 이들을 곤경에 빠지게 하다니 이렇게 무모하고 어리석은 마법사가 있었나 싶었다. 뭐, 마법사도 인간이라 인간적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아무리 머피가 여자라고 해도 경찰까지 보호하려고 하는 건 좀 심했다. 머피가 남자였다면 그랬겠냐고. 그러니 머피의 주먹에 곤죽이 되도록 맞지. 맞아도 싸다. 해리, 제발 정신 좀 차리기 바란다. 누가 누굴 구한 건지 모르겠잖아.  

범죄는 절대 악처럼 현대 사회에 군림한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고 힘만 더 커진다. 힘이 센 범죄자는, 마피아같은 존재는 잡히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때론 비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범죄자를 잡기 위해 악과 손을 잡을 수는 없는 일 아닐까? 세상은 단순하게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분류되는 건 아니다. 범죄없는 이상향은 유토피아일 뿐이다. 그런 것을 꿈꾸지 않은 자가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결코 스스로 악의 힘과 손잡는 일은 더 큰 범죄를 낳는 결과가 될 뿐이다. 정의가 얼마나 구현되기 어려운 것인지, 선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 작품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차라리 멍청한 해리가 낫다 싶기도 하다. 

두꺼운 분량의 작품이 순식간에 읽게 된다. 재미있는 시리즈다. 미국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하니 드라마로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드라마틱하고 환타지적이면서 독특하고 요즘 시대에 유행하는 뱀파이어나 늑대인간같은 소재와 경찰의 결합이라는 가장 선호도 높은 두가지의 결합 작품이니 말이다. 해리가 보여주는 마법도 볼 만할 것은 다음 작품을 은근히 기대하게 만드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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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2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법도 탐정도 다 좋아요!! 이런 시리즈가 있었군요 ^^

물만두 2009-10-27 15:03   좋아요 0 | URL
1편부터 보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23:15   좋아요 0 | URL
아하 1권부터! 이번주말 재고 하나 해치우고 이녀석 1권을 찾아봐야겠네요 ^^
 
20세기 고스트
조힐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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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은 첫 작품만이 호러적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다음 작품들은 환타지적 느낌과 함께 인생을 추억하게 하고 있다. 어린 시절 공상의 세계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고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만들고 사라져 가는 것들, 나이를 먹고 그저 스쳐 지난 일들이 어떻게 공상과 환상의 터널을 지나 공포로 인식되어 가는 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첫 작품 <신간 공포 걸작선>이 공포의 패턴을 따른 전형적 작품이라고 하면 마지막 작품 <자발적 감금>은 이 모든 작품들의 플랫랜드라고 할 만한 현실적 환상을 공포로 극대화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신간 공포 걸작선>은 공포 잡지 편집자가 자신의 마음에 든 공포 소설을 쓴 작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소설을 읽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할 만한 공포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고 <20세기 고스트>는 유령이 나타나는 영화관에서 평생 영화관과 같이 늙어간 한 남자에 대한 따뜻하고 애뜻한 시선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팝 아트>는 풍선 인간이라는 독특한 묘사로 인간의 고립과 소년들의 우정을 표현하고 있다.  

<메뚜기 노랫소리를 듣게 되리라>는 카프카의 <변신>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그 시대와 다른 현대 가정의 문제점과 변신한 주인공의 정서,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하면 곤충도 자연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변이되듯이 마찬가지로 그것을 작품에 잘 표현하고 있다. 카프카의 시대에는 <변신>이 어울리지만 현대에는 이런 '변신'이 더 잘 어울린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물론 카프카의 시대에도 변신은 슬픈 일이었지만.

<아브라함의 아들들>은 밤을 두려워하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아들들의 이야기로 오마쥬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은 작품이고 <집보다 나은 곳>은 읽으면서 정말 이것은 철저한 공상이기를 바란 작품이다. 집보다 나은 곳을 찾아 그곳을 편하게 생각하게 되는 현대인들이라니, 가족에게 보살핌이나 이해받지 못하는 현실은 그 어떤 공포보다 더 심각한 공포로 다가왔다. <검은 전화>는 납치 감금된 소년이 겪은 일을 쓴 작품이고 <협살挾殺 위기>는 한 남자의 꼬여만 가는 인생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다. <마법 망토>는 어린 시절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이야기의 비틀린 성인 버전이다. 하지만 그 성인은 정신적으로 결코 아이에서 더 성숙해지지 않은 현대의 몸만 자란 어른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작품이다. 

<마지막 숨결>은 이 단편집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고 싶은 작품이다. 적절한 환상과 호러가 결합된 잔잔하면서도 소름 돋게 만드는 묘한 면이 돋보인다. 침묵의 박물관이라는 이상한 곳에 들어온 가족과 그곳의 관장인 전직 의사, 그가 소장하고 있는 것들은 유명인도 있고 무명인도 있지만 모두 죽기 직전 마지막 숨결을 담은 것으로 그는 그것들을 전시하고 또한 사람들에게 그 침묵을 듣게 한다. 무섭지만 서글프고 안타깝지만 기이하게 듣고 싶어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세상 어딘가 이런 박물관도 어쩌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발적 감금>은 조금은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동생과 문제아 친구에게 휘둘리기만 하는 형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은 그 형이 쓰는 글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과거에 대한 회상이다. 자신의 친구에게 일어난 일, 그리고 동생에게 일어난 일이 쓰여 있는데 이 글에서 처음 플랫랜드라는 말을 접하게 되었다. 2차원세계를 다룬 작품을 상자라는 정사각형 모양의 것으로 잘 묘사한 기발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드윈 애벗이 쓴 수학 소설에서 시작된 것이 SF와 환타지 소설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니 모든 학문은 위대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현대인의 마음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시가 외치던 마지막 마법의 주문은 현대에 와서 공포로 바뀌었다. 집은 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안전한 곳이 아니다. 집은 떠나고 싶은 곳이고 떄론 못 떠나게 가두는 곳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집들은 대부분 공포를 동반한다. 집이 그렇고 그 안에 사는 가족이 그렇다. 누가, 무엇이 먼저 변한 건지 모르겠다. 물론 때로는 떠난 이들이 그래도 돌아올 곳이 되어 주기도 한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공포를 환타지로 잘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작가는 오즈의 마법사의 마지막을 못봤던 이모젠처럼 우리 모두 오즈의 마법사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바꿔주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집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조금은 색다른 조 힐의 단편들을 읽었다. 어떤 작품은 전형적 공포소설이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환타지였고 어떤 작품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심심한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환타지는 공포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은 잘 표현하고 있다. 조 힐은 평범한 가운데 현대인의 공포와 환타지를 담아냈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다. 그건 놀라운 능력이다. 하나의 작품에서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그가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증명한 것이다. 나는 그가 아버지보다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청출어람, 징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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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 1 블랙펜 클럽 9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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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착륙한 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교신도 안되고 승객들의 아우성도 없고 마치 비행기 자체가 죽은 것처럼 느껴져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9.11 테러의 공포에서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테러와 감염이라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지만 질병관리센터 책임자인 에프가 동료 노라와 함께 그들을 살피러 갔을 때는 이미 4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사망한 상태였다. 그리고 에프는 이상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수화물에 포함되지 않은 커다란 관같은 흙이 담긴 상자가 발견 되자마자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어 격리 수용되었던 사람들은 기장만 빼고 모두 퇴원을 하는데 기장이 갑자기 사람을 공격하는 기이한 장면을 직접 격게 되면서 에프는 병원체가 아닌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작품은 세트라키안의 과거에서 시작한다. 아주 옛날 이야기에서. 할머니가 손주들의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그런 기이하고 무서운 옛날 이야기 사두르라는 성주에 대한 이야기에서 세트라키안이 겪게 되는 나치 숭요소 생활과 그가 어떻게 전당포를 운영하게 되었나는 점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스톤하트 그룹의 엘드리치 파머가 전 인류와 자신의 영생을 맞바꾸기 위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교차해서 이성적인 에프 굿웨더의 평범하고 과학적 사고를 하는 인물의 평범한 생활이 어떻게 변하게 되고 그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져서 세트라키안의 이야기를 믿게 되고 그와 함께 인간과 손을 잡고 대륙을 건너온 마스터를 잡기 위해 전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뱀파이어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영화 <에일리언>을 볼때 느끼던 공포의 생생함을 그대로 느끼게 하고 사태 파악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에프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등장하는 영웅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대의 소돔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과자지만 뱀파이어에게서 사람 목숨을 구한 거스가 잡혀가는 아이러니는 뉴욕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고 에프가 아들 잭에 대해 갖는 애정은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에서 네빌이 찾고 기다리던 딸에 대한 애정과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뱀파이어 자체도 있지만 뱀파이어가 확산되는 과정에 있다. 그것은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다.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부정해야 하고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변한 본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공포를 넘어 끔찍하게 다가온다.   

언데드 열풍은 끝이 없다. 브램 스토커의 뱀파이어 이후에 뱀파이어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인간과 다른 또 하나의 종족으로 당연히 공존하는 존재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작품마다 뱀파이어를 재미있게, 낭만적으로, 인간과 다르지 않게 그리고 있지만 이 작품은 그 작품들과 달리 뱀파이어가 되어 가는 과정을 너무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처음 감염처럼 거의 보이지 않는 상처만 남기고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다가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충분히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과 싸우는 과정도 끔찍하다. 그런 공포를 개기 일식과 맞물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공포와 현대인의 최대 약점인 폐쇄성과 불신, 그리고 인간이 포화된 도시라는 점을 강조해서 독자들이 더욱 공포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작가가 영화 감독이라는 점이 유감없이 작품 속에 드러나고 있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단 며칠 사이에 벌어지는 일인데도 영화속에서 필름이 빠르게 돌아가듯 속도감있게 전개한다. 그 와중에 정예부대는 집결되고 또 다른 전개를 암시하며 1부를 끝내고 있다. 1부는 이 거대한 작품의 시작에 불과하다. 책을 덮는 순간 작가는 독자에게 기대감과 더 큰 공포를 선사한다. 2부는 어떻게 전개될지, 세트라키안의 집념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인지, 에프와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뱀파이어의 전쟁, 뱀파이어와의 전쟁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그리고 마지막에 거스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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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6-2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영화 감독이라는 점이 유감없이 드러나더군요.
저도 모처럼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ㅎㅎ

물만두 2009-06-26 14:07   좋아요 0 | URL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1
차이나 미에빌 지음, 이동현 옮김 / 아고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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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그리고 읽는 내내 이 작품에 대해 내가 뭐라고 쓸 수 있을까 두려웠다. 도대체 이런 괴물같이 내 마음에 드는 환타지 소설이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한마디로 WOW한 작품이다. 아서 C. 클라크상을 수상한 걸 보니 SF 작품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SF와 환타지의 경계를 잘 모른다. 모르면 어떠리. 톨킨의 <반지의 제왕>보다 재미있고 어렵지 않고 조금 단순하면서 거기에는 없는 생생한 하드보일드를 경험하게 하는 작품인 것을 말이다. 이 작품을 읽지 않고도 환타지 소설을 읽었다 말할 수 있을런지 궁금할 뿐이다. 지금까지 읽은 환타지 작품 가운데 최고다. 

뉴크로부존의 중심에는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이 있다. 그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을 중심으로 많은 종족들이 부대끼며 산다. 인간은 물론이고 아이작의 여자친구 린처럼 상체가 벌레인 케프리, 야가렉처럼 새와 인간의 조합을 보여주는 가루다, 자신들만의 온실에서 자치구를 형성하고 살고 있는 선인장 인간 캑터케이, 날아다니지만 지능은 떨어져서 인간의 심부름을 하고 사는 위어먼, 물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개구리를 닮은 보디야노이 등 온갖 종족들이 모여 산다. 또한 비밀에 가려진 핸들링어들도 있다. 여기에 리메이드라는 개조된 이들도 있다. 스스로 개조한 이도 있지만 대다수는 죄를 짓고 벌로 개조를 판결받은 이들이다. 이들의 모습은 국가가 법이라는 것으로 어떤 짓까지 하게 되는 지를 인식시킨다. 이것이 작품속에서만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말이다. 

어느 날 가루다 야가렉이 아이작을 찾아온다. 그는 날개를 잘린 상태로 왔는데 그에게 날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불법적인 일도 마다 않고 주류 과학을 비웃으며 자신만의 과학을 연구하던 아이작은 처음에는 온갖 날개가 달린 것들을 모아 날개를 연구한다. 그 중에 얻게 된 것이 정체불명의 아름다운 애벌레 한마리였다. 하지만 곧 자신의 연구인 위기 연구로 그를 날게 만들기로 하고 모든 날짐승을 날려보내거나 버리지만 애벌레만은 어떤 곤충이 되는 지 호기심때문에 지켜보는데 먹이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안 먹던 애벌레가 아이작을 찾아온 마약쟁이가 가지고 있던 드림싯이라는 환각물질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것을 먹여 키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 할 일을 한다. 린은 케프리 예술가로 인정을 받아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작품 의뢰를 받는데 그 남자가 바로 모틀리라는 뉴크로부존 최고의 암흑가의 제왕 마약상이었다. 그 위험을 알면서도 작품을 만들기로 하면서 위험을 자초한다. 린의 친구이자 편집자이자 반체제 운동가인 더칸은 반정부 신문을 만들어 몰래 사람들에게 퍼트린다. 그리고 기계이면서 바이러스에 의해 생각하는 능력이 생긴 컨스트럭트도 있다. 그는 기계신을 자처하고 직조자라 불리는 거미는 세계라는 틀을 짜는 일을 하는 존재다. 

이런 이들이 뭉치게 된 것은 애벌레가 거대한 괴물 나방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작의 동료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로 발견되었을때만 해도 무슨 일인지 몰랐는데 슬레이크 나방이라는 이 곤충은 인간의 꿈을 먹고 악몽을 배설하는 공포의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드림싯은 이들의 젖으로 만든 물질이었던 것이다. 이 한마리 슬레이크 나방이 나머지 갇혀있던 네마리 나방을 풀어주면서 도시 전체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고 아이작과 친구들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나방 사냥을 나선다. 도대체 드림싯은 어떻게, 누가 만든 것이고 슬레이크 나방은 어떤 목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일까? 그들은 나방을 찾아 이것들을 밝히게 된다. 

작품은 환타지를 표방하고 있고 작가는 정치적 색체를 띤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하지만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현대 사회에 대한 완벽한 풍자 그 자체라고 말해도 좋을 작품이다. 예를 들어 린이 처음 모틀리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하던 말들, '이런 일을 하는 자들은 인간도 아냐.', '짐승만도 못한 짓이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의 모습은 바로 마약상이 가지고 있는 내면 그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정치적인 모습에서 보여주는 것도 현대 정치와 다르지 않고 부와 권력의 편중과 환경 오염에 따른 심각성을 가장 처음 느끼게 되는 이들은 힘없는 가난한 이들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각각의 종족간의 이질적 모습은 현대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종에 대한 모습과 다르지 않고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단순하게 생각할만큼 사회의 시스템이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이작 일행은 나방을 잡기 위해 양심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 된다. 이것은 정치인들이 '시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것과 같은 일이다. 세계를 조직하고 구멍을 메운다는 직조자조차도 사회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렇게 되어가게끔 만들어진 것이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은 처음 야가엘의 등장으로 시작해서 야가엘의 마지막 모습으로 끝이 난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아이작이 아니라 잠깐씩 도시를 방황하며 날으는 자유를 그리워하던 모습을 보여주던 야가엘이었던 것이다. 그의 마지막 행동은 하나의 삶만이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날으는 것만이 자유는 아니다. 가루다는 조인족이기때문에 날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날개를 잃은 그가 가루다이기를 그만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전에 린이 케프리로써의 삶을 버리고 다른 삶을 선택한 것과 같이. 혼로서기를 하게 되는 야가렉의 모습에서 현대 사회의 고독한 비정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꿈은 꿈일 뿐이고 그 꿈조차도 내가 선택해서 꾸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자위하며 살고 있다. 정말 슬레이크 나방이 배설한 것이 악몽이었을까? 아니면 악몽이기에 배설된 것일까? 누구도 악몽은 좋아하지 않는 법이니까. 여기 뉴크로부존이라는 도시 한가운데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이 있다. 그 한가운데 바람이 분다. 어쩌면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아닐런지. 우리의 머리 위로 화려한 무늬로 우리를 유혹하는 나방이 날아다니는 것은 아닐지.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악몽을 더 많이 꾸게 되는 것은 아닐까. 궁금하다면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에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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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5-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마음에 드시는 환타지라니 너무 궁금해요

물만두 2009-05-18 16:10   좋아요 0 | URL
환타지같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스피 2009-05-1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아서 클라크상과 환상문학상을 탄다는 말을 듣고 이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경계가 아리송하긴 하네요^^;;;
좀더 정독해 봐야겠읍니다.

물만두 2009-05-18 16:12   좋아요 0 | URL
경계가 좀 그렇죠. 그런데 전 그 부분이 오히려 더 좋았어요. 환타지 작품이 아닌 그냥 순문학으로 봐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의 작품입니다. 조지 오웰스럽다고 해야할까요^^:;;

마냐 2009-05-1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간만에 만두님에게 인사. 이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뽐뿌심다 ㅎ

물만두 2009-05-18 19:11   좋아요 0 | URL
마냐님 방가방가^^
오랜만에 강렬한 뽐뿌를 해봅니다^^ㅋㅋㅋ

가을산 2009-05-1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하이드님에 이어 물만두님도 강추하셨구나... 꼭 봐야겠네요. ^^

물만두 2009-05-19 19:21   좋아요 0 | URL
가을산님 방가방가^^
보세요. 제가 환타지 추천은 안하는 거 아시죠^^;;;
시리즈로 3편 모두 출판된다고 하니 더욱 보시기 바랍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5-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SF를 잘 소화를 못하는데,
물만두님의 후기를 보니 완전 솔깃하네요.

물만두 2009-05-20 19:17   좋아요 0 | URL
SF나 환타지로 안봐도 좋은 작품입니다.
저도 환타지는 별론데 이 작품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세계에서 1 미도리의 책장 6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먼 미래 핵 전쟁 후 일본은 작은 초 단위의 마을 몇 개만이 남아 공산체제를 이뤄 모든 것을 나누고 서로의 일을 분담하며 소박하게 살고 있다. 그들에게 다른 특징이 있다면 완벽하게 과학이 배제된 가운데 그들이 주력이라고 부르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것과 그들은 인간을 살인할 수 없는 괴사장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린 사키와 슌, 마리아와 사토루, 그리고 마모루는 그런 것들을 모르고 단지 어른들이 금지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악귀나 업마같은 이야기속의 괴물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이 노예로 부리는 요괴쥐도 무서워하며 무사히 전인학급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이때부터 사키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자신보다 끝까지 남았던 아이는 왜 상급학급인 전인학급에 올라오지 않은 걸까? 그렇지만 이들은 전인학급에서 배우는 주력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마치 어린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그런 이야기같이 시작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하계수련을 떠나 유사미노마루를 잡으면서 바뀌게 된다. 유사미노마루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도서관이 변형된 형태라는 것, 그리고 그 도서관이 알려주는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았던 엄청난 비밀들과 외래종 요괴쥐에게 쫓기며 인연을 맺게 되는 요괴쥐와의 운명적인 만남과 그 후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진실은 감출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사키는 자신들의 천년 후 후손들에게 자신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로 남기기로 한 것이다. 미래는 좀 더 나은 일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본 SF소설은 다른 나라의 SF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서구의 SF소설이 철학적이면서 종교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는데에 비해 이들은 자신들의 전설과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SF소설에 접목시킨다. 그래서 동양적이고 환타지적이면서 색다른 SF소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핵 전쟁 후의 이야기를 써도 일본 작품은 일본만의 것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한편의 재패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기시 유스케의 이 작품 <신세계에서>는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추리소설에도 능했던 작가인지라 마지막 반전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의 충격을 안겨준다. 한마디로 대단한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진정한 선과 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또한 일본적인 면이다. 인간이 요괴쥐를 노예로 만든 것은 정당한 일인가를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고 예전에 악귀같이 무차별 살인을 일으킨 자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그런 인간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그를 부정고양이를 이용해서 죽이는 일은 정당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마치 필립 K. 딕의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처럼 말이다. 유토피아란 역시 사상누각인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역사는 억제된 공포와 인간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면서 거짓으로 진실을 포장하는 일을 되풀이할 뿐이리라. 
 
SF소설로, 미스터리 소설로, 모험 소설로, 환타지 소설로든 어떻게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순수한 사랑과 아름다운 우정을 생각하게 하고 인간의 존재 이유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기시 유스케, 대단히 멋진 작가다. 정말 그다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귓가에 신세계 고향곡이 울리는 듯 하다. 그곳에, 우리가 생각하는 고향, 그 집으로 우리는 정말 갈 수 있을런지 사키와 슌이 그 밤 강에서 보낸 짧은 한 때가 아련하게 그려지는 느낌으로 내 마음 속 책장에 이 작품을 깊이 간직하련다. 그래도 인간이기에 죽음의 모험보다 작은 추억의 기억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니까. 그것만이라도 지켜지기를 나도 천년 뒤의 후손의 앞날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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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재미날 것같아요

물만두 2009-03-25 12:03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비연 2009-03-2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겠어요..ㅋ

물만두 2009-03-25 20:32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