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볼라 밀리언셀러 클럽 107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작품은 젊은이들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단순한 취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또한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수 많은 젊은이들이 꿀 수 없는 꿈, 가지지 못하는 환상, 그리고 더 심각한 그들 스스로 그들을 방기한다는 점을 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상처입는다. 그리고 상처입힌다. 부대끼며 사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당연한 것도 참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모든 것이 변하여 사람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잃었다. 끊임없이 왜 사는지 고민하는 것 같지만 실상 살아가는 것 자체를 버겁게 느끼게 되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결코 주인공들과 동화될 수 없었고 책을 덮은 뒤에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그 모든 것들이 슬프기만 할 뿐이다. 

오키나와의 숲 속에서 한 남자가 헤매고 있다. 그는 자신이 왜 거기를 헤매는지, 누구인지 모르는 기억상실 상태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또 다른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기숙사에서 도망나온 남자다. 그 남자 아키미쓰가 기억을 잃은 남자에게 긴지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그들은 함께 숲을ㄹ 빠져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여자의 집에서 지낸다. 그곳에서 긴지는 일자리를 얻고 쫓겨나다시피하게 나오면서 아키미쓰와 헤어진다.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기는 했지만 잃어버려 그와 연락이 끊어진다. 아키미쓰는 돈이 떨어지자 호스트가 되어 예전에 사랑하던 여자애를 만난다.  

긴지와 아키미쓰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데 나오는 이들이 모두 긴지가 마지막에 생활하던 안락 하우스 주인이 은연중에 내뱉은 말처럼 모두 떠돌이 인생들이다. 뿌리없이 돌아다니는 여행자이거나 여행자인척 가장한 아동성추행범,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는 프리터들, 히키코모리, 아예 일할 생각을 안하는 니트족, 여기에 부모는 자식을 방기하고 자식은 부모를 업신여기며 돈만 주는 존재로 여긴다. 이런 인물들과 더 적은 돈에도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와 오키나와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오키나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동원되면서 사회 문제를 기리노 나쓰오식의 어둡고 매정한 방식으로 적고 있다. 긴지의 기억이 점점 돌아오면서 그가 누군지 왜 오키나와에 왔는지 알게 되었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아키미쓰에 대해서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서로 극과 극인 상황에서의 두 사람이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만든다. 

빌 게이츠는 말했다. 인생은 불공평한 거라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인생은, 특히 젊음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젊음의 특권이라는 이기적인 자신감때문에 불만과 분노로 폭발하게 된다. 그것이 때론 좋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나쁠 때도 있다. 그래서 독을 중화시켜야 하는 법을 알아가야 하고 성배를 끝까지 간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게 불공평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자신의 젊음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번뿐인 젊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마는 최소한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속에 젊음을 가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 이전에 나는 근원적인 인간의 젊음이 갖는 태생적 취약점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춘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 청춘의 고뇌도 누구에게나 오는 법이니까. 젊음, 그 독이 든 성배에 평범한 한마디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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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10-11-18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이든 성배라니..멋진 표현입니다. 저는 이 소설이 너무 가슴아팠어요. 왜 그런지 이해할수 없어서, 그 이해할수 없었던 감정을 저도 한때 가지고 있었기에 더 가슴아팠어요.

2010-12-27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1-10-31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댓글은 진담이라도 슬프고 농담이라면 더 슬프다. 옛 리뷰 하나 보러 들렀습니다.

R.I.P ....

[그장소] 2013-08-03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최고..라던 마지막 말.
 
신주쿠 상어 -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 01 뫼비우스 서재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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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주쿠 상어라 불리는 사메지마가 독불장군처럼 신주쿠를 무대로 펼치는 경찰 소설이다. 일찍이 고시에 합격해 전도 양양했던 사메지마는 누구보다 빨리 경감으로 승진하지만 동기가 총경인 지금도 그는 경감이다. 그의 원칙적 행동과 타협을 모르는 성격, 경찰의 관행을 바꿔 보려는 무모한 도전이 그를 고독한 신주쿠 상어로 통하게 만들고 파트너 없이 혼자 수사하게 만든 것이다. 방범과에서.  

경찰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사메지마는 그 사건은 수사 본부에 맞기고 자신은 전부터 추적하던 총기 밀매자를 검거하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그 총기 밀매자가 만든 총이 살인을 저지른 총임을 알게 되고 사메지마는 부상을 입으면서도 사건에 한발 다가선다. 그러다 알게 되는 뜻밖의 단서는 범인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대상이 바로 그의 14살 연하의 애인인 쇼라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에드 맥베인의 <경찰 혐오자>와 같이 경찰을 증오하는 누군가의 경찰 살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사메지마의 캐릭터는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닮았다. 두 이야기를 합친 것 같으면서 작가만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 놀랍다. 그리고 재미있다. 너무 어리고 나이차이 많이 나는 연하의 애인에 대한 감정도 잘 나타나 있고 인간적 두려움도 담아 영웅이 아닌 한 인간, 어쩌면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 낸 점이 좋다.   

신주쿠 상어로 불리는 사메지마가 다른 경찰들과는 좀 다른 면을 보이는 데서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경찰의 모습을 작가가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암튼 재미있는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메지마도 마음에 들고 작품 자체도 좋다. 이 작품은 내가 일본 추리소설 가운데 시리즈로 가장 읽고 싶은 작품 가운데 하나다. 적절한 하드보일드와 미스터리, 사회파 추리소설을 모두 보여주는 개성있는 작품이다. 범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듯이 이 신주쿠 상어는 독자도 한번 물면 안놓는다. 

오사와 아리마사, 일본 추리 소설의 또 다른 대가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을 비롯해서 여러 권위있는 상을 받은 것뿐 아니라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 교코쿠 나츠히코와 함께 사무실을 함께 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세명 모두 일본을 대표하는 개성강한 작가들이다. 표방하는 것은 다를지라도 그들이 최고라는 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이런 작가의 작품을 읽다 만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부디 신주쿠 상어 시리즈가 모두 출판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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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0-11-1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칫 그럼 내년에 2권 고르셔야 되욧 !!!

카스피 2010-11-1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4권까지 다 구했어요^^

먼곳에달 2011-06-2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작년부터 물만두님이 리뷰하신 책들을 중심으로 추리소설을 읽고있습니다.
저도 물만두님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저자들과 주인공들을 보게 되었음 합니다.
 
붉은 오른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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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범죄 소설은 너무 폭력적이고 잔인함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알겠지만 너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만이 눈에 띄는 것 같아 안타깝고 내가 추리소설을 왜 읽나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한다. 그럴때면 나는 예전의 본격 추리소설을 읽는다. 그 작품들에는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내가 추리소설을 읽고 좋아하게 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도 좋은 작품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이 작품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같은 작품이 그런 작품이다.  

이렇게 기묘하고 이렇게 기발한 전개로 독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었다니 놀랍다. 이런 작품을 이제야 보게 되다니 그게 더 놀라울 뿐이다. 이 작품은 정말 1950년 이전 추리소설에 대해서만 따진다면 베스트 3 작품에, 아니 넉넉잡아도 베스트 10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다 읽은 지금도 흥분으로 뭐라 써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감탄만 나올 뿐이다. 

작품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남자의 이야기는 뒤죽박죽이지만 차근차근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이 일어난 것들, 그것에 대한 미스터리한 점을 짚어보는 방식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위해 뉴욕에서 출발했지만 결혼이 당일에 안되서 코네티컷까지 오게 되었다. 오던 길가에서 한 부랑자를 태웠는데 그에게 남자는 살해당하고 여자는 간신히 도망쳤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그 특징이 너무도 뚜렷한 부랑자는 밖에서 숨어 계속 살인을 저지르는 중이고. 그런데 살해당한 남자의 오른손이 잘려나간 채 발견됐다. 화자인 의사는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작품은 의사 리들이 화자로 모든 사건 정황을 끼워 맞추며 전개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뜬금없이 사람이 죽었다는 말도 나오고 시간이 언제인지 밝혀지지 않아 무언가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점점 그가, 아니면 살인자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아니 마치 당장이라도 눈 앞에 범인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리들이 미스터리하게 여기는 또 한가지는 자신을 지나쳐 갔다는 범인의 자동차를 그가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살인자들에 대한 책을 쓴 교수도,경찰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처음 시작은 천천히 시작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넘어가면 순식간에 사건이 전개된다. 아니 리들의 머리속에서 사건이 퍼즐맞추기를 하듯이 맞춰진다. 그 정교한 퍼즐맞추기가 아주 놀랍다는 것이다. 단하룻밤에 일어나는 일을 이렇게 정교하고 치밀하게 마지막까지 미스터리를 끌고 간다는 점은 지금 봐도 대단한 작품임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정말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봐야만 하는 작품이다. 안 보면 정말 후회하게 될 작품이다. 난 지금 당장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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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0-11-1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생일 지났다고 선물도 못하게 하실 생각이세욧 !
빨리 책 골라 주세욧 !!!
안 고르시면 저 또 뒹굽니다.

hani0221 2010-12-1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글만 얌체같이 읽고 댓글도 잘 안남겼거든요...
너무 눈물나요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크시겠어요..
남은 가족들 힘내시구요
물만두님 분명 하늘나라에서 아프지말구 좋아하는 책 많이 보셨음 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mira 2010-12-1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야 이런 좋은 글을 알다니 너무 늦었네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넘버투 2010-12-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알아버린게 후회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상생 2016-05-0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 물만두님을 알게 되었네요
이렇게 놀라운 추리소설 리뷰를 알게되어서 반갑네요
앞으로 추리설은 여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될 것같네요
이렇게 훌륭한 리뷰를 남기신 물만두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제 블로그에도 리뷰를 옮기고 싶은데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몇 편 정도요
아뭏든 남은 가족들에게 평안이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합니다.
 
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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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은 <외딴집>뺴고는 거의 단편집어서 이 작품도 단편집으로 생각했다. 넷핀 나가야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모음이라고. 그래서 에도시대 일상의 미스터리가 나오리라 생각을 했다. 처음 시작도 그런 식으로 흘러 '아, 역시.'이러면서 보는데 점점 작품이 단편이 아님을 알게 된다.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작품을 보고 있는 거지? 얘기가 점점 미스터리, 진짜 추리를 요하는 미스터리 작품이라는 것을 읽으며 느끼다니 우습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고 얼간이가 얼간이를 본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게 읽었다. 

한 밤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 채소가게에서 아버지 병수발을 들던 오누이중 오빠가 살해당하고 여동생은 누군가 예전에 원한을 가진 자의 소행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가 사실은 아버지를 죽이고 편하게 살려는 것을 말리다가 오빠를 죽인것임을 알게 되지만 불쌍히 여기고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주기로 한다. 한술 더 떠서 관리인은 자신의 목숨도 노린다는 설정이니 자신이 떠나는 게 더 좋다고 하며 떠나버리고 넷핀 나가야에는 새파랗게 젊은 관리인이 들어오게 된다. 

처음 혼조 후카가와 지역을 담당하는 무사 헤이시로는 평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천성인 게으름이나 피우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새로운 관리인이 오면서 사람들이 한집, 두집 떠나 빈집만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니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마치 무슨 구실을 붙이는 양 이상한 신앙에 빠진다거나 노름에 딸을 팔려하지만 딸이 집을 나갔는데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거나 심지어 떠났다던 관리인 규베의 모습도 보였다는 등 무언가 음모가 있음을 감지하게 되고 더 큰 틀에서 이 지역에 셋집을 주고 있는 상인 집안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크게 현대물과 시대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현대물도 자잘하게 나눌 수 있고 시대물고 나눌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대물은 사회파 추리소설을 지향하고 있고 시대물은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내서 그 시대를 묘사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인 헤이시로는 바보스럽지만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사는 남자고 그 남자를 모시고 있는 고헤이지는 우직하지만 잘 놀라는 남자로 등장해 두 콤비의 조화에서 재미를 느끼게 한다. 나중에는 양자를 들여 뒤를 잇게 하려는 처조카 유미노스케의 엉뚱하면서도 어른스럽고 그러면서 아이같은 모습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과 함께 묘미를 더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 동서고금 같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측은지심이라고 했다. 남을 불쌍히 여기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을 이 작품에서 잘 이야기하고 있다. 미스터리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점이 좋았다. 정이 깊은 오토쿠 아줌마가 논다니 오쿠메를 받아들이고 오쿠메가 오토쿠가 쓰러졌을때 구박받은 것도 잊고 간호하던 것,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거두는 젊은 관리인 사키치의 따뜻한 마음씨와 서로 그 아이를 돌봐주는 모습은 없는 형편에서 넉넉한 인심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물질적 풍요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물질이 있어 사람이 더 행복하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만 나만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은 불행해도 좋다는, 아니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들이 만연해있는 지금 차라리 얼간이라 불리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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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11-0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리뷰를 올리는 것을 보니 몸이 많이 좋아졌나 봅니다.
다행이어요.^^

paviana 2010-11-0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이야기는 모두 다 좋았어요.이책도 재미있겠지요?ㅎㅎ
요즘은 미미여사의 <누군가>를 읽고 있어요.

생일 며칠 지났지만 그래도 선물은 받아야 맛이니 제 서재에 댓글 남겨주세욧!

카스피 2010-11-04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얼간이가 나왔군요.그전 작품도 꾸준히 샀는데 이건 또 언제사남^^

진/우맘 2010-11-2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도 시대 시리즈...단편 말고 장편 애끓이며 기다리고 있어요. 저요, 어쩌다보니 물만두의 후예가 되어 맨날 추리소설만 읽고 있답니다. 요즘은 히가시노 게이고 출간작 순서대로...방금 내가 그를 죽였다 덮고는 범인이 대체 누군가 찾으러 컴 켰어요. ㅎㅎ
머리 쓰는 거 싫은데...위대한 작가인 거 인정해줄테니, 제발 범인 안 가르쳐주는 추리소설은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어요.ㅠㅠ
물만두님 없는 서재는 단무지 없는 짜장인 거 아시죠? 헤매던 탕자가 돌아올 때까지 아프지 말고 내내 건강하셔야 해요!!! ^^

땡삐 2010-12-1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먼곳에달 2011-06-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시대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더욱 도우며 살았던 시대이고 그러한 시대를 그리워하는 맘으로 글을 쓴다는 작가의 말이 더 가슴에 남았던 작품입니다.
 
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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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된다. 다른 작품들이었다면 이 정도에서 사건이 추측될 법하다. 하지만 한 소녀가 자신이 머물던 곳을 떠나던 장면과 누군가 죽은 이에게서 옷을 훔치는 장면이 나오면서 작품은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14,5세 정도된 여자가 살해되었다. 머독 형사는 검시관의 발표가 나오기 전에 우선 그녀가 발견된 장소에서 탐문 수색을 한다. 그러던 중 두 여자가 수상하다는 걸 느끼고 그 여자들 주변을 돌아보던 중 공중화장실 안에서 죽은 소녀의 옷을 발견한다. 옷의 발견으로 그녀가 로즈 의사집 하녀였음을 알게 되고 다시 그는 수사망을 그녀가 살던 곳과 로즈 의사가 아는 사람들로 좁힌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말에 자신이 주목받으리라는 것은 모르고. 또 경찰을 믿지 않고 하지 않은 이야기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작품은 1895년의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영국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 영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은 자신들도 이주한 사람들이면서 다른 나라에서 이주한 사람들을 핍박한다. 영국이 천주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천주교 신자들은 놀림감이 되고 종교를 감추게 된다. 머독 형사도 천주교를 믿어서 그의 상관에게 비웃거리가 되곤 한다. 이 작품에서 그런 기득권자들의 위선적 모습은 짧지만 강하게 다가온다. 

정말 죽음 이외에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린 소녀가 그 시대 하녀로 산다는 것, 아니 혼자 세상과 맞서야 하는 여자들에게 선택권이라는 것이 있기나 했을지 추운 캐나다 날씨만큼이나 암담하게 느껴졌다. 죽음조차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니 죽은 소녀가 가여울 뿐이다. 로즈 부인이라는 상류층 여성부터 부자 아버지를 둔 헤리엇, 그리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앨리스와 에티까지 내가 보기에는 모두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  

그러니 에밀리 디킨슨의 시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에서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도
여느 때와 같은 밤이었지.
다만 죽어간다는 것, 죽음 이외에는.
이 때문에 우리가 보는 세계는 달라졌도다. 

가 더욱 슬프고 잔인하게 울린다. 여느 때와 같은 추운 밤이었고 거짓말한 사람들을 대하던 사람들이 보는 세계가 달라졌을뿐 죽은 자와 같은 이의 세계가 달라진 것은 아니므로.  

이 작품은 드라마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머독 형사의 캐릭더도 보는 재미가 더 좋을 것 같고 책으로 읽기보다는 드라마가 이 시대 분위기를 더 잘 표현할 것 같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드라마도 아주 반응이 좋다고 하는데 보고 싶다. 2008년 EBS에서 해줬다는데 난 꼭 이렇게 한박자 늦게 알게 된다. 뭐, 이번 우리나라에서 열린 드라마어워즈에서 상도 탔으니 또 방송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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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1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11-0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 만두님... 오랜만이네요. 몸은 많이 회복되신 거죠?
날이 추워집니다. 건강하게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maettugi 2010-11-0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꼭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몸조리도 잘 하세요~!

deeppure 2010-12-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의 이야기를 이렇게 나중에야 전해듣고 나니

에밀리 디킨슨의 시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