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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볼라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7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작품은 젊은이들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단순한 취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또한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수 많은 젊은이들이 꿀 수 없는 꿈, 가지지 못하는 환상, 그리고 더 심각한 그들 스스로 그들을 방기한다는 점을 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상처입는다. 그리고 상처입힌다. 부대끼며 사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당연한 것도 참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모든 것이 변하여 사람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잃었다. 끊임없이 왜 사는지 고민하는 것 같지만 실상 살아가는 것 자체를 버겁게 느끼게 되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결코 주인공들과 동화될 수 없었고 책을 덮은 뒤에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그 모든 것들이 슬프기만 할 뿐이다.
오키나와의 숲 속에서 한 남자가 헤매고 있다. 그는 자신이 왜 거기를 헤매는지, 누구인지 모르는 기억상실 상태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또 다른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기숙사에서 도망나온 남자다. 그 남자 아키미쓰가 기억을 잃은 남자에게 긴지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그들은 함께 숲을ㄹ 빠져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여자의 집에서 지낸다. 그곳에서 긴지는 일자리를 얻고 쫓겨나다시피하게 나오면서 아키미쓰와 헤어진다.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기는 했지만 잃어버려 그와 연락이 끊어진다. 아키미쓰는 돈이 떨어지자 호스트가 되어 예전에 사랑하던 여자애를 만난다.
긴지와 아키미쓰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데 나오는 이들이 모두 긴지가 마지막에 생활하던 안락 하우스 주인이 은연중에 내뱉은 말처럼 모두 떠돌이 인생들이다. 뿌리없이 돌아다니는 여행자이거나 여행자인척 가장한 아동성추행범,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는 프리터들, 히키코모리, 아예 일할 생각을 안하는 니트족, 여기에 부모는 자식을 방기하고 자식은 부모를 업신여기며 돈만 주는 존재로 여긴다. 이런 인물들과 더 적은 돈에도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와 오키나와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오키나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동원되면서 사회 문제를 기리노 나쓰오식의 어둡고 매정한 방식으로 적고 있다. 긴지의 기억이 점점 돌아오면서 그가 누군지 왜 오키나와에 왔는지 알게 되었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아키미쓰에 대해서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서로 극과 극인 상황에서의 두 사람이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만든다.
빌 게이츠는 말했다. 인생은 불공평한 거라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인생은, 특히 젊음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젊음의 특권이라는 이기적인 자신감때문에 불만과 분노로 폭발하게 된다. 그것이 때론 좋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나쁠 때도 있다. 그래서 독을 중화시켜야 하는 법을 알아가야 하고 성배를 끝까지 간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게 불공평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자신의 젊음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번뿐인 젊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마는 최소한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속에 젊음을 가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 이전에 나는 근원적인 인간의 젊음이 갖는 태생적 취약점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춘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 청춘의 고뇌도 누구에게나 오는 법이니까. 젊음, 그 독이 든 성배에 평범한 한마디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