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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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재미있다고 칭찬이 자자하던 만화다.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요즘 우울해서 보기로 했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쿠자처럼 생긴 아저씨가 빨간 비엔나 소시지를 찾는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가 "문어 모양으로 볶아줄까요?"하고 묻는다. 으하하하 그 단 한 마디가 얼마나 웃기던지. 그런데 그게 다다. 뭐를 더 첨가하고 양념을 치지 않는다. 거기에 이 심야 식당만의 맛이 있다. 추억이라는 로스텔지어의 맛, 소시민적인 삶의 남루하지만 결코 기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의 맛 말이다. 

심야 식당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저 그런 사람들이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사람들, 싸고 간단한 것이 먹고 싶은 사람들, 정이라는 맛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김 하나만으로도 족하고 계란말이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식은 카레도 메뉴에 오를 수 있고 오이지 하나도 술 안주가 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작고 소박한 인생이 있는 식당이 바로 심야 식당이다. 

작가는 작품을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표현 이면을 독자는 바라본다. 나는 25년전에 엄마가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던 비엔나 소시지가 생각났다. 문어 모양은 아니었지만 캐찹에 찍어 먹던 그 맛은 아직 내 기억속에 남아 있다. 그런 소중한 기억을 떠올려 오늘 비록 우리가 조금 불행하더라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 같다. 삶이 다 그런 거라고. 누구나 그런 삶을 산다고 말이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이야기도 있고 묘하게 여운이 남아 가슴 아린 작품도 있고 재미있고 웃기는 작품도 있다. 내 하루가 때때로 그런 것처럼, 또한 당신의 하루가 그런 일들의 연속인 것처럼 말이다. 

쿨하고 쌈박하게 절제미를 강조하는 이런 작품이 난 좋다. 늘어지며 모든 것을 일일이 알려주려고 하는 작품들보다는.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 아무튼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에 한번 가보고 싶다. 아니 우리나라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가보고 싶다. 아마도 거기에 가면 내가 찾는, 나도 잊고 산 추억의 맛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좋지 아니한가.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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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2-0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요즘 여기 저기서 날립니다.
물만두님 마지막 문단의 글을 보니 깜빡 넘어가겠습니다.
저도 여백의 미 좋아하거든요!ㅎ

물만두 2010-02-09 11:14   좋아요 0 | URL
저는 음식 만화 안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짧고 간단한게 늘어짐없이 넘어가는게 매력이더군요.

라로 2010-02-0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도 읽으셨군요!!!!ㅎㅎㅎ
저도 이 작품 넘 좋아요!>.<

물만두 2010-02-09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좋아서 읽자마자 비엔나소시지 볶아먹었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2-0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이 아닌 드라마를 먼저 봤습니다.
잔잔하니 기복은 없어도 충분히 울려주더군요.

물만두 2010-02-09 14:15   좋아요 0 | URL
메피님 드라마도 좋다고 하더군요.

비연 2010-02-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라마는 다운받아 아직 안 보고 있는데..드라마든 만화책이든 봐야겠군요^^

물만두 2010-02-09 14:15   좋아요 0 | URL
보세요^^

비로그인 2010-02-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껏 읽지 않았는데 물만두님의 리뷰에 당장 보관함으로.

물만두 2010-02-09 14:15   좋아요 0 | URL
쥬드님 보세요^^

비로그인 2010-02-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차차, 혹시 천재 유박사의 생활(제목 맞나?)도 읽으셨나요? 그 만화도 소문이 자자하더라구요.

물만두 2010-02-09 14:16   좋아요 0 | URL
저는 안봤는데 동생이 그 만화도 좋다고 하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10-02-10 09:55   좋아요 0 | URL
천재 유교수의 생활.....꽤 좋습니다. 전 어찌된게 대학에서 찾지 못했던 진정한 '교수'를 만화책에서...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Koni 2010-02-1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 완전 홀릭한 만화예요! 되게 신기한 흐름의 이야기들이 이어지지요.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해도 곧 천재와 천재의 요리 대결구도로 치달아버리는 다른 요리만화들과 컨셉이 달라서 보고 있으면 나도 그 식당에 앉아서 요리를 주문하고 싶은 기분이 되더라고요.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담담하게 전해주는 게 또 좋아요. 권선징악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고요... 아, 댓글 쓰다가 갑자기 막 배가 고파지는...

물만두 2010-02-10 21:5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미미달 2010-02-1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도서관 비치 신청을 할까...했었는데 과연 될지 모르겠네요.
식객은 있던데 말이죠. 그냥 제목과 표지만 봐도 멋진 작품이겠거니 싶어요. ^^

오랜만입니다. 물만두님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GOTH 고스
오츠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어이가 없다. 이 작품이 반인륜적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처분을 당하고 만화는 19금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읽어보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뭘 읽은 것인지 웃기지도 않는다. 그것 때문에 오히려 판매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잔인하다면 이보다 훨씬 잔인한 작품은 많다.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반인륜적이라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이라거나 하는 문제도 그다지 없어보인다. 이 작품이 문제가 된다면 작가의 창작에 족쇄를 채우는 일이고 작품을 작품으로 보지 않고 문제될 것 없는 작품을 너무 과대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반인륜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말살하는 행위니까. 

기대가 많았던 작품이다. 나오기 전에 대단한 작품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그래서 좀 천천히 읽을 생각이었다. 아껴뒀다가 읽고 싶어서. 소설을 먼저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구할 수 없어 만화를 먼저 봤다. 실망했다. 오츠이치라는 작가의 작품으로는 너무도 평범한 작품이었다. 역시 처음의 강렬함때문일까 이 작품이 제목처럼 고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살인 사건에 집착하는 두 아이의 기모한 만남, 사건에 집착하다보니 해결도 하게 되는 아이와 사건에 끌려들어가게 되는 아이.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가 있듯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세계, 범인과 탐정의 세계가 공존하며 함께 버무려져 어두운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말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단편이 너무 밋밋하게 보여지고 동물적 본능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에 그림은 너무 순정 만화스럽다. 안 어울리는 조합이 억지로 어울리려고 하는 것 같은 부조화가 느껴져서 이 작품은 뭐냐고 작가에게 묻고 싶어졌다.  

살인은 태초부터 있었다. 범죄는 언제나 그 자체만으로 반인륜적이고 충분히 잔인한 일이다. 우리는 매일 이런 사건들을 접한다. 그 사건들을 접하면서 그런 소재를 선택해서 창작하는 작가가 있고 그 작품들을 읽는 건 그 안에서 인간의 근원을 찾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니체가 말했다. '네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 볼 것이다.'라고. 하지만 심연을 들여다보지 않고 어찌 밝음만을 볼 것인가. 밝음과 어둠은 동전의 양면이요, 쌍둥이로 붙어있는 것이거늘.  

그런 의미에서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오버에 실소를 금치못하면서 소설의 판금해제를 기다리겠다. 소설까지 봐야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만화만 놓고 보자면 아주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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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08-1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 책 판금됐군요 -_-;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쩝.

물만두 2008-08-14 11:26   좋아요 0 | URL
다른 곳은 19금이니 사실 수 있습니다.
알라딘만 절판이예요.

마노아 2008-08-1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만화로 대체하셨군요. 불온서적 해프닝에서도 보았지만 하여간 오버 대마왕이에요!

물만두 2008-08-14 15:15   좋아요 0 | URL
우주로 날려보내드리고 싶네요. 그분들요.

Koni 2008-08-1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매금지'라는 게 아직도 있었군요.

물만두 2008-08-14 19:13   좋아요 0 | URL
여전히 있습니다.

manymnay 2008-08-1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놥! 오늘 이 책 사려고 서점갔는데 절판됐다고 안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었군요..

물만두 2008-08-14 21:02   좋아요 0 | URL
소설도 다시 19금 받아서 나올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다려보아요.

2008-08-16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16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왓치맨 Watchmen 1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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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1988년 팬 투표에 의해 수여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SF상인 휴고상을 수상했고, 타임지 선정 ‘1923년 이후 발간된 100대 소설 베스트’에 포함된 유일한 그래픽 노블인 <왓치맨>은 <씬시티>를 본 뒤 새로운 만화를 보고 싶다는 열망에 불을 질렀다. 히어로들이 강제적으로 국가에 의해 해산된 뒤 시간이 흘러 모두 제각기 삶을 살아가고 있을때 '코미디언'이라는 히어로가 살해되었다. 하지만 예전 동료들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오로지 로어세크만이 끈질기에 조사를 하고 다닌다.

로어세크의 조사가 현재라는 1985년을 하나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고, 홀리스 메이슨이 자서전을 통해 글로 과거의 히어로들의 등장과 희한한 코스튬에 대한 스스로들의 비아냥림과 그들의 쇠퇴할 수 밖에 없었던 수퍼 히어로의 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와 동시에 방사능에 오염되서 수퍼 히어로가 되어 버린 미스터 맨하탄의 이야기, 그리고 책 속의 책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수송선 이야기'를 만화로 만나게 된다.

<씬시티>처럼 그림이 독특한 만화는 아니다. 그림은 보통의 미국 만화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대화와 대화들, 그 사이의 독백들, 이야기를 넘나들다 챕터가 끝날때마다 보여주는 유명인들의 글 하나는 그 챕터를 대변하고 만화와 소설이 동시에 존재하게 만들어 독자를 깨알같은 글씨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 다음에는 <1985>가 있다는 듯이 SF적 시대의 암울함과 3차 대전으로의 위험을 담아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폭탄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은 매카시즘을 만들었고 히어로들도 그들에게 복종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이유로 히어로들은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수퍼맨, 배트맨같은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들은 그들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시위를 하고 사람들은 그들을 조롱거리로 여길뿐이다.

불의를 참지 못한 자들의 정의감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마녀 사냥의 표본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이 필요해서 이용한 정부도 그들의 이용 가치가 사라지면 대중에게 던져주면 그뿐이다. 제목이 <왓치맨>인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히어로들도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조종당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누군가 인간의 선함과 정의, 진실을 이용하는 법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선하고 정의로운 자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아닌 불특정다수인 사람들 개개인이 선하고 정의로운 것도 아니다. 1권 마지막에 로어세크에게 도움을 주려던 닥터 말콤 롱이 로르샤흐 테스트를 직접 자신에게 하면서 발견하는 자신 안의 어둠은 섬뜩하리만치 인간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

코스튬이란 인간의 이중성을 뛰어 넘어 모든 것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동전의 양면, 낮과 밤, 그리고 로르샤흐 테스트처럼  단순히 코스튬을 했을때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때가 다르다는 것이 아닌 그것은 인간이 지닌 본래의 모습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인간 한 명이 코스튬을 하든, 가족 전체가 하는 것은 그다지 해롭지 않은 것인지 모른다. 가장 위험한 것은 인간이 만든 사회와 국가가 코스튬으로 위장을 하고 있을 경우다. 이것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이것이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미래로 인간을 나아가게 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묻고 싶다. 과연 어떤 코스튬을 감시하고 있고 감시해야 하는지. 아니 그 감시자 또한 코스튬의 일부는 아닌지.

슬프다. 히어로들의 코스튬을 한낫 웃음거리로밖에 볼 수 없는 현실이. 그리고 늘 자신들의 국가 이념을 세계 이념인냥 퍼트렸던 미국적 영웅만들기의 자기 파괴가 아직 그런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매카시즘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땅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더욱 각인시켜주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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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2-2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풍자만화로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미국 중심주의랄까 그런 것에 대한 영웅주의랄까 그런 것에 대한 풍자가 될 수 있겠네요.

물만두 2008-12-22 12: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더군요.

soyo12 2008-12-2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번 시즌 드라마로 한다던대요.^.^

물만두 2008-12-22 12:24   좋아요 0 | URL
영화로 나온다고 들었는데 영화 아닌가요?
 
아파트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강풀의 아파트를 읽어보라고 권해주신 분이 계셨다. 그때 ‘난 공포물은 싫어요.’라고 하면서 읽기를 거부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공포물을 못 봤다. 미스터리 스릴러, 잔인함이 난무하는 살인을 그렇게 많이 보고 잔혹한 범인이 등장하는 작품만 골라보면서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그것과 공포는 엄연히 다르다. 난 귀신을 무서워한다. 예를 들면 만화 <백귀야행>을 밤에 못 본다. 무서워서 잠을 못자기 때문이다. 어려서 공포 드라마나 전설의 고향을 많이 본 탓이 크다.  

그런데 달라졌다. 공포물을 보면서 그 안에 있는 미스터리를 찾으려고 하다 보니 공포를 못 느끼게 되었다. 공포물도 미스터리로 접근하니 볼만해졌고 안 무서워졌다. 이제 용기를 내고 강풀의 <아파트>를 읽었다. 왜 이제 봤을까 하는 후회를 했다.

두 아파트가 마주보는 구조로 되어 있는 아파트, 백수인 남자가 마주 보이는 아파트를 보다가 기이한 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아파트에서 누군가 사망한 것을 목격한 뒤 남자는 혼자 있는 여자가 걱정이 되고 그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여자는 그 남자를 변태로 생각하고 남자를 조사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연쇄 살인범을 쫓는 형사까지 사건을 파헤치기로 나선다. 도대체 그 아파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파트라는 곳이 그렇다. 삭막하다면 한없이 삭막한 곳이지만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따뜻한 사람들의 보금자리임에는 틀림없다. 그곳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사는 사람들의 몫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사는 사람의 몫이듯이. 하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잠깐 주위를 둘러보고 살아가는 것, 그게 사람 사는 맛이다. 작가는 아파트를 통해서 삭막함보다는 따뜻한 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섭다기보다는 슬프면서 따뜻한 작품이었다. 여러 사람을 등장시켜 아파트라는 곳, 그 안의 단순한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고 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이 마치 아파트처럼 나열된다. 강풀이 보여주고 싶었던 아파트는 이런 고립과 단절에서 소통하고 이어지며 이해하게 되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다. 아파트에 있다. 밖의 아파트에도 모두 불이 켜져 있을 것이다. 그 불이 아름답다. 따뜻하다. 내가 손을 내밀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을 잡아 주리라 믿는다. 나 또한 누군가 손을 내밀면 잡아 줄 테니까. 하지만 내밀지 않는다면 누가 무엇을 잡아주겠는가. 세상엔 아직도 따뜻한 손들이 많다고 믿는다. 믿고 살고 싶다. 아파트도 살만한 곳이라고 믿고 싶다. 무서운 곳이 아니라.

진짜 무서운 건 혼자 남겨진다는 외로움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건 바로 나다. 내 손이 내 밀어지고 내 발이 앞으로 나아가는 한 외로움을 이겨내는 몫은 내 것이다. 우리가 바이러스처럼 옮겨야 하는 것은 고독과 원망이 아니라 사랑과 정이다. 근데 마지막은 좀 무섭다. 인간의 집념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강풀의 미스테리심리썰렁물다운 결말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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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2-0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물만두님한테 그런 과거가...?
강풀의 본명이 강도영이었군요.^^

물만두 2008-02-02 11:43   좋아요 0 | URL
아니 아시면서 웃으시기는^^ㅋㅋㅋ
저도 본명은 처음 알았어요.

마노아 2008-02-0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 독서중 리스트에 이 책 있는 것 보고 놀랐어요. 진작에 읽었을 줄 알았거든요.
이거 읽고 무서워서 혼났어요. 그래도 역시 인상 깊었지만요. 영화는 영 아니었다고 하던걸요^^;;;

물만두 2008-02-02 13:21   좋아요 0 | URL
저는 무섭지는 않았는데 마지막에 좀 그랬어요.
이제 공포물을 극복해서 대만족입니다.
그렇잖아도 시원찮은 영화를 띠지로 만들어 넣었더군요.
참...

모1 2008-02-0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나와서 제대로 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만화는 재밌다고 하던데...손이 잘 안가요. 하하..
참, 물만두님 요즘에도 csi 좋아하시나요?(미국의 방송작가협회가 파업했다고 하니 새로운 시리즈 안나와서 안 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싶어서요.) 케이블에서 해줘서 보았는데 이제 csi 못볼듯해요. 어쩌다보니 마이애미 시리즈만 많이 봐서 그냥 액션물보듯이 했는데 모처럼 본 csi에서 시체를 어찌나 사실감있게 다루는지 징그러워서 못보겠더군요. 그냥 마이애미면 보고 나머지는 제껴야겠어요.

물만두 2008-02-04 15:14   좋아요 0 | URL
참 민망하게 여배우 얼굴로 띠지까지 만들었더군요 ㅡㅡ;;;
저는 공중파도 잘 안봐서 csi 못본지 오래됐어요.
나중에 제대로된 디브이디나오면 살려구요.
원래 그런 면을 세심하게 보여주는데 적응이 안되시는군요.
 
마녀 1 마녀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딱히 제목이 마녀라고 해서 중세의 마녀사냥을 연상시키는 기독교적인 마녀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다. 한 가지 이야기도 아니고 여러 단편들의 모음이라 각 나라의 샤머니즘에 대한, 주술사의 이야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무당이라는 일종의 마녀와 같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귀신도 보인다고 하고 미래를 예언하고 액을 막아주기도 한다. 지금은 시대에 따라 그들도 변했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단골이라는 말의 어원이 무당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아무리 현대를 살아간다고 해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돌을 쌓고 기도를 하고 나무 한그루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어쩌면 그 길고 오랜 생명력과 자연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술사들인 마녀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런 모든 만물의 조화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마녀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지켜라.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지켜라.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세상엔 더 많고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지식의 늪에 빠지지 말고 아집의 희생양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런가? 이미 파괴될 것은 다 파괴되어 버렸고 오래전부터 우린 피라미드의 웅장함만을 보려하지 그것을 쌓느라 죽어간 이들은 잊은 지 오래인데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은 말해 무엇 하며 아마존 밀림도 다 파괴되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사라지는 언어가 있고 멸종되는 종족이 있고 멸종되는 생명체가 있는데...

간만에 좋은 만화를 봤다. 내용도 좋았고 볼펜으로만 그렸다는 그림도 좋았다. 볼펜으로도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 여러 단편들의 조합도 좋았지만 마녀라는 소재를 가지고 하나의 커다란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성황당도 사라지고 마을을 지키는 아름드리나무도 사라지고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도 사라지고 그러고 다시 돌아보니 우리에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그것들을 잃으면서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고 그것들이 우리를 더 잘 지켜주고 있는지, 아니 이젠 누군가를 지킨다는 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내가 지킬 생각자체가 없으니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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