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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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장 먼저 시작되는 준비는 언제나 '책읽기'였다. 내가 떠나는 곳에 대한 정보, 정보, 정보. 맞어. 정보를 알아야 어떤 옷을 챙겨넣을지, 어느 곳에 가서 무엇을 봐야할지, 또 필요한 물품은 뭐가 있는지 알 수 있지.

그런데 이제 한달쯤 후 조금은 색다른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어떤 형태로든 '관광'이 주된 여행을 떠났었는데, 이번은 남는 시간에 허용되는 관광이 있을뿐 주 목적은 다른 것에 있다. 그래서였을까. 조금 많이 색다른 이 책을 읽으며 이번 여행 준비의 첫단계로 딱인 책을 찾았어! 라는 기쁨이 생겨났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가 은근히 에둘러 말하고 있는 여행 이야기는 알듯말듯한 묘한 느낌으로 나를 사로잡는다. 그래서 나도 문득, '왔노라, 나의 눈으로 보았노라, 나의 의미가 되었노라!' 하며 크게 외쳐보고 싶은 욕망이 솟아난다.

이 책은 이제 내가 어렴풋이 준비하던 여행의 첫 단계를 좀 더 명확하게 해 주었다. 그래, 이제부터 그곳으로 향하는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뱀다리 1. 책읽은 감상을 뭐라고 어떻게 써야할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시작된 나의 여행 여정의 준비에 성서쓰기가 있었다. 노트를 마련하고 이번 여행의 목적인 성서를 읽고 묵상하고 손으로 옮겨적고. 그런 과정에서 이 책을 읽으니 좀 더 강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뱀다리 2. 이 작가의 이름은 왜 하필 보통일까. 자꾸만 엉뚱하게도 '보통씨, 보통은 넘는 작가야'라는 썰렁개그를 생각하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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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7-1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씨, 보통은 넘는 작가야 ㅎㅎ~ 보통씨에게 이렇게 말하면, "내가 그것 밖에 안 돼??" 할 것 같은데요?

클리오 2005-07-1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자꾸 보통씨에 대한 칭찬이 올라오니 꼭 봐야 될것만 같은 압박에 시달린다는... --;;

chika 2005-07-1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ㅎㅎ 저도 그게 좀 걱정이었지만,,, 어제 제 컴 상태로는 저렇게 끝낼 수밖에 없었다구요. 보통은 넘는 작가, 맞쟎아요오~ ^^;;
클리오님/ 아,,아니 머..압박을 받으면서까지 꼭 보셔야 할 필요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함 읽어보시면 좋지 않을까....(흐흐~ 쓰다보니 부추기는 말이되네요? ^^;;)

마늘빵 2005-07-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이거 읽고 있어요... ㅋ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구판절판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라고 외치고 싶어진다.-295쪽

사실 예술 단독으로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또 예술은 예술가들에게만 있는 독특한 정서에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예술은 단지 열광에 기여를 하고, 우리가 이전에는 모호하게만 또는 성급하게만 경험한 감정들을 좀 더 의식하도록 안내할 뿐이다.-288-289쪽

한군데 가만히 앉아 시속 150킬로미터로 달린다고 해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튼튼해지거나, 행복해지거나,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아무리 느리게 걸어 다니면서 본다 해도, 세상에는 늘 사람이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빨리 간다고 해서 더 잘 보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 총알에게는 빨리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 그가 진정한 사람이라면 -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기쁨은 결코 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데 있기 때문이다-301-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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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2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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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쓴 자는 그 누구라도 정말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259쪽

그것은 단첼로트 대부의 걸작이었다. 그런데 이런 값어치 없는 책들과 나란히 꽂혀 있다니! 나는 한동안 그 책을 내 손에 쥔 채 살펴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내 머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렇다. 나는 부끄러워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왜냐하면 나도 역시 단첼로트 대부의 책을 업신여겼던 다른 우둔한 자들과 똑같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바로노 마렐리의 '구름대패'라는 책이 아무 재미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는 이런 책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읽힐 기회를 준 적이 있던가? 어쩌면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이유들 때문에 이런 책들을 수백번도 더 무시했는지도 모른다.-313쪽

그 책들을 읽는 일은 내게 재미를 주었다. 그러더니 점차 나를 감동하게 했고 마침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종래 읽었던 책들에는 없는 힘을 그 책들에서 느꼈으며 독서할 때 전해지는 에너지를 느꼈다.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전해지는 에너지를 느꼈다.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나는 충만하면서도 동시에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반드시 그 에너지를 더 많이 느껴야만 했다. 그것도 가능하면 빨리. 그래서 나는 곧 다른 책을 손에 붙들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 나는 그런 식으로 독서를 하면서 전보다 훨씬 더 집중적인 삶을 살았다. 나는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긴장을 참고 겪었으며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하는 공포, 사랑의 슬픔, 이별의 고통 그리고 죽음의 두려움도 겪었다. 절대적인 행복과 승리에 찬 기쁨의 순간들도 있었고, 낭만적인 희열과 히스테릭한 감격의 순간들도 있었다....... 먹는 일? 그런 것은 부차적인 일이었다. 몸을 씻는 일? 그런것은 시간낭비였다. 오로지 독서, 독서, 독서만이 중요했다.-3717.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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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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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 나는 정말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튀어나오는 말을 머릿속에서 제어할 틈도 없이 그 말이 밖으로 나와버렸다. “어~ 이제 10여 쪽밖에 안남았거든요?”

업무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사무실에서 겁도 없이 이제 10여쪽 남은 책을 마저 읽겠다고 제발 나를 가만 내버려달라는 얘길 할 수 있었단 말인가!

- 이제와서야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무런 생각없이 다시 코를 박고 책을 마저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하핫!

책은 무척 재미있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이 어떤지는 저얼대 얘기해 줄 수 없다. 내가 어찌 감히 당신이 직접 읽으며 누려야 할 즐거움을 뺏을 수 있단 말인가. 안되지, 아암~


책들이 보였다. 마침내! 어떤 것들을 집을까? 상관없다! 중요한 건 책이야! 사자! 사자!...(Ⅰ206) 독서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절약하는 지적인 방법이다....(Ⅱ 94) 제발요! 나는 그 책들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습니다!(Ⅱ 315)... 그 책들을 읽는 일은 내게 재미를 주었다. 그러더니 점차 나를 감동하게 했고 마침내 나를 사로잡았다(Ⅱ 317).... 나는 그런 식으로 독서를 하면서 전보다 훨씬 더 집중적인 삶을 살았다(Ⅱ 318).... 먹는 일? 그런 것은 부차적인 일이었다. 몸을 씻는 일? 그런 것은 시간낭비였다. 오로지 독서, 독서, 독서만이 중요했다.(Ⅱ 318)


이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냐고? 설마~ 그럴리가.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이 모든 이야기를 넘어서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굳이 저렇게 인용을 해 댄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또하나의 즐거움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인용한 부분을 다시 한번 보시라. ‘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을 콕 집어 얘기하고 있지 않는가! 에이~ 심하다고? 약간의 부풀어짐이 있다고 하면 뭐라 반박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비슷하지 않는가. 인터넷 서점을 누비며 장바구니를 마구마구 채워대는 것이나,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 책을 읽고, 책에 집중하면서... 오로지 독서에 올인.


아아, 아니. 이게 아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 내가 자꾸 시선을 흐려놓고 있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오로지 ‘책을 읽는’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따라 다녔지만, 이 책에는 책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내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중요한 건 잘 팔리는 종이지 그 위에 쓰여있는 말들이 아니거든’(227) 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어째 글을 쓰다보니 재밌는 책을 재미없게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끝으로 하나만 더 인용해본다. 이야기가 절정을 넘어서는 숨가쁜 그 순간에 나는 그만 푸헷! 하고 웃어버렸는데...

“그렇게 무시무시한 괴물을 난생 처음 봤습니다”

나는 이 슈렉스가 거울속의 자기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을까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Ⅱ 318)

그...그런데 왜 갑자기 내가 거울을 보고 싶어지는거야?

 

책의 흐름과는 전혀 쌩뚱맞은 서평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해보시라. 내가 미리 이야기해 준 이부분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한 조그만 구역만을 보여준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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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7-1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국장님이 황당했겠어요. ㅋㅋ

urblue 2005-07-1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책 받았는데, 지금 읽고 있는 놈을 끝내려면 이틀은 더 걸릴 것 같네요. 아우, 빨리 보고 싶어요.

chika 2005-07-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국장님께 '차드릴까요?' 했다가 '됐다~ 냉수나 마셔야겠다' 하시며 돌아섰는데, 그마저 못들은 척 책을 읽는 엄청난 짓을 했습니다. 그래도 무사한거 보면 제가 그동안 국장님께 수없이 머리통을 쥐어박혀준(ㅡ.ㅡ) 보답일런지도...ㅋㅋ
블루님/ 천천히 읽으세요. 기대없이 보면 더 재밌다니까요~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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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헷! 재밌는 책이다.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이라는 책 제목만큼이나 재밌다.

그런데 막상 리뷰를 쓰려고 하니 '재밌다'는 말 외에 떠오르는 말이 없다. 이걸 어찌해야하나...

바쁜 일이 없어 졸린 오후 사무실에서 이 책을 펴들고 읽으려니 졸 틈이 없다.

책을 들고 바로 세웠다 비스듬히 노려봤다 거꾸로 들어봤다...

분명 옆에서 보면서 '쟤는 졸다 지쳐 책을 들고 제본상태를 보나? 대체 뭐하는거야?'라고 했을 것 같다.

혼자 키득거리고 있고...

마침 책장 한가득 코드만 나열되어 있는 쪽이 펴져 있었는데 지나가다 그걸 본 직원이 묻는다.

'이거 뭐야? 이런게 .. 재밌냐?'

글쎄.. 뭐라 해야 하나. 내 입에서는 그저 아무런 설명없이 '재밌다'만 나오는걸 도대체 어쩌라구.

솔직히 말하자면 수학적 사고력이 좀 딸리는 내가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해서 재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재미가 있었다.

이해 못하는 부분은?

이봐, 책읽는 것도 놀이라구. 그 나머지는 상상력으로 즐겨야지. 안그래?

궁금하면 당신도 읽어보라구. 책읽는 놀이에 빠져들게 될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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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7-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듯하면서도 팍팍 와닿는 리뷰로군요. ^^

chika 2005-07-1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정말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며 읽었어요. 재밌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