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낫 프렌치 French not French - 파리와 소도시에서 보낸 나날
장보현 지음, 김진호 사진 / 지콜론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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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낯선 시선과 생활자의 여유로운 시선이 겹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작은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여행 관찰자의 시선이 가 닿는 것 같기도 하고 잠깐 지냈지만 추억이 가득한 시절의 그리움을 찾은 시간여행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의 여행이야기는 온전히 그 사람의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나의 것과 겹쳐지며 늘 신선함이 느껴져서 좋다. 

이 책의 느낌을 이이상 무엇으로 또 풀어놓아야 할까?


"여행지에서 돌아와 일상을 이어가다 보면 미지의 땅을 밟으며 낯선 세계의 환대를 온몸으로 만끽하던 행복한 이방인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어렴풋한 잔상을 곱씹으며 때로 일탈의 열병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추억을 되짚어 기억 속에 빠져드는 건 언제나 달콤하다. 흐릿한 과거를 되집는다"(11)


이 책은 부부가 각자의 시선으로 프랑스의 곳곳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늘어놓으며 멋진 풍경을 곁들인 여행을 엿보고나면 아내는 또 다른 생활자의 일상, 생활여행자의 시선으로 꼼꼼하게 도시와 사람들과 음식에 대해 온갖 이야기를 건네준다. 


처음 책을 휘리릭 넘겨볼 때 사진만으로도 이 책은 좋을꺼야 라는 생각을 하며 글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너무 과하지도 않고, 다 알잖아요? 라는 듯 별 것 아닌것처럼 생략해버리는 것도 없이 정직하게 자신이 보고 느낀것을 글로 표현해내고 있어서 좋다는 느낌이 든다.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고 있다가 - 이것은 사실 부러움이 너무 드러날까봐 안그런척 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래, 프랑스는 그런 곳이기도 하지'라는 마음으로 글을 읽고 사진을 보다가 어느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갔다. 파리에 가고 싶다! 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십년도 더 전에 난생 처음 파리에 갔을 때, 숙소를 못찾아 헤매고 있을 때 주소를 보면서 아파트 문앞에서 초인종까지 눌러주던 아랍인을 통해 깨닫게 되었던 프랑스의 똘레랑스가 기억나고 버터향에 끌려 뒷골목을 돌고 돌아 진기한 빵에 정신을 팔다가 버스 정류장을 못찾아 공항가는 리무진을 놓칠뻔했던 기억도 나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을 전력질주하던 기억도 난다. 저자의 이야기와 결이 다르면서도 저절로 떠오르는 나의 여행 추억이다. 

처음이었던 짧은 여행에서 사진기를 잃어버려 - 사실 방심하는 사이 도난당한 것이었지만 - 당시의 여행 사진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모든 사진이 다 좋았지만 - 판매하는 와인의 라벨이 된 레만호수의 사진도 궁금하고 파리에서 출판했다는 사진집도 궁금하고 - 담장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저자가 올린 검지손가락에 입을 맞추는 고양이 사진은 특히나 더 좋다. 물론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건 책에 실려있는 사진 속의 풍경을 직접 보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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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29 0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책은 언제나 좋아요. ^^ 아 정말 여행가고 싶어라 노래를 부르는 날들입니다.

chika 2021-08-29 08:48   좋아요 0 | URL
여유가 필요한 나날이기도하고요. 🙂
 
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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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라고 하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먼저 떠올리는 아미들의 이야기 말고 나는 두어달쯤 전에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 떠오른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냉동고기를 꺼내 작은 큐브모양으로 자르고 버터를 왕창 때려넣은 프라이팬에 같이 볶아 익히기만 한 것으로 조리를 끝내고 먹었었는데, 처음으로 버터가 고기맛을 높여주는것임을 체험하고 다시 또 그 맛을 느껴보기 위해 마트에 가면 버터를 찾아보곤 한다. 버터 대신 식물성 마가린을 쓰기도 한다지만 늘 먹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질 좋은 버터를 쓰는 것이 낫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서이다.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 버터는 가장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었던 그 요리에 대한 기억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것과 동시에 새로운 요리와 이에 얽힌 뒷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소설은 실제로 일본에서 결혼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고 자살로 위장하여 살인을 저지른, 일명 '꽃뱀사건'을 모티브로 해 쓰여진 글이라고 한다. 이 사건 자체가 놀랍지만 사실 내 시선에서 또 놀라운 것은 그 실제 살인범의 모습이 꽃뱀과는 거리가 먼 육중한 몸매의 소유자라는 것이 살인범이라는 것보다 더 세간을 놀랍게 했다는 말이었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뭐라 말할 가치는 없지만 살인보다 사기를 치고 살인을 한 여성의 몸이 더 논란거리라니.


어쩌면 그래서 더 이 소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시작은 살인죄로 재판중인 가지이 마나코를 인터뷰하기 위해 주간지 기자 리카는 그녀의 블로그를 다 읽으며 그녀가 만든 요리에 집중을 하기 시작한다. 친구 레이코의 조언으로 마나코의 요리 레시피가 궁금하다는 것으로 시선을 끌고 마침내 면회를 허락받고 마나코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감옥에 수감된 마나코는 오히려 리카를 압도하며 모든 상황을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며 리카뿐 아니라 레이코마저 그녀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만드는데......


뭔가 알수없는 미스테리한 공포가 감돌기도 하면서 마나코가 만들어내는 요리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리카의 주위 등장인물들과의 관계, 숨겨진 비밀이 있는 듯 등장하는 마나코의 가족과 친구... 이 모든것들이 얽히면서 어느새 나 역시 '살인'이 아니라 그들의 죽음이 살해된 것인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버린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요리,이다. 요리가 의미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다보면 요리를 못하는 나도 '버터' 하나만 있으면 고소함을 느끼며 맛있는 한끼 식사를 해 볼 수 있는 버터밥과 버터고기구이의 맛을 생각하게 되는것이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것 자체가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전해주기도 하는 것인데 책을 다 읽고난 후의 느낌이 버터를 잔뜩 넣어 익힌 고기의 맛이랄까. 늘 먹던 고기와 알고 있는 버터의 맛인데 처음으로 그 둘의 조합으로 '맛있다'라는 걸 느낀 즐거움 같은 소설이었다. 물론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칠면조 요리'에 담겨있는 행복이 마음에 남아있어서 더 그런것인지도.

"이런 식으로 피해자가 죽는구나. 각자가 소중히 하던 것이 무참하게 부서지며."(531) 라는 것을 깨달은 리카의 선택에 나도 나 자신의 모습을 찾아본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독창적인 레시피를 아주 많이 만들고 싶다. 그중에서 괜찮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좋아하는 상대든 거북한 상대든, 만난 적 없는 상대든 상관없다. 그 사람도 리카의 레시피를 응용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겠지. 자신이 느낀 마음의 흐름이나 기쁨을 누군가가 경험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리카의 가슴은 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고안한 이름없는 무언가가 색과 형태를 바꾸면서 세상에 파문처럼 번지면 좋겠다. 수프에 마지막으로 넣는 한 방울의 숨은 맛처럼."(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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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이서현 지음 / 마카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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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제목 '펑'은 폭탄이 터지는 순간을 묘사하는 말이다. 말 그대로 어느 날 집으로 배송된 택배가 '펑'하고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한민국의 한 아파트 가정집으로 배달 된 택배 폭탄 사건이라니.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소설에 대해 진지함을 기대하게 되지는 않았다. 아니, 조금은 코믹한 현실 풍자려니 생각하며 조금은 가볍고 웃긴 이야기를 기대했다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작가지망생인 아라는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지만 드라마 제작도 엎어지고 유명작가의 보조작가로 일하다가 그마저 짤려 다시 작가지망생 신분으로 집에서 글을 쓰고 있다.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눈치껏 소소한 집안일을 하며 가족과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데 집으로 배달 된 택배가 폭발해버려 유일한 현장의 피해자가 된다. 폭발물은 두아라를 노린 것일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점은 폭발사건을 대하는 이웃집 주민, 지나가던 시민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때, 이 소설이 이야기하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나는 한참을 더 읽어서야 폭탄이 하나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실질적인 폭탄은 택배로 위장되어 배달 된 것 하나지만 평범한 중상위 가정이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마구 터지며 해체되어버리는 모습이 보여지는데 그것이 그저 그들의 모습일뿐만은 아니라는 것 역시.


폭탄이 터진 후 그 사건을 파헤치는데 모두의 시선은 범인이 누구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려 하는 것은 드러난 핑계일 뿐 모두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든 다 자신의 입장이 있다.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이 어느 날 갑자기 터져버린 폭탄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되고 가족에게 숨겨둔 비밀도 밝혀지게 되고 급기야 직장에서 쫓겨나게 되는 위기도 맞게 되는데...


그렇게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가 또 다른 제3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을 읽다보면 순간 멈칫 하게 되는 지점이 생긴다. 세상 사람들을 비난하고 우리 가족은 저 정도는 아니야 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타인의 입장에 대한 비판도 사라지고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도 사라지고 왠지 나도 이 소설속의 등장인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끝에는 그런 씁쓸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반전(!)과 순탄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서로의 모습을 자신의 시선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붉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늘 함께할지, 아니면 가족이라는게 무슨 소용이냐며 돌아서게 될지. 사는 게 버거워서 가족이라면 진절머리를 칠지. 또 다른 폭탄이 날아와 여전히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헤집어 놓을지. 알게 된 사실이 모두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저 그렇다 할 뿐, 어떤 교훈도 없다. 어쩌면 굳이 교훈을 찾아내지 않는게 가족일지도 모르겠다."(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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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쪽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지켜보고, 기억한다. 나의 기억은 몸으로 유전된다. 인간은 이야기나 문자나 그림과 같은 매체를 통해 다음 세대로 지식을 전하지만, 나는, 우리는, 오로지 진화함으로써 기억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억법은 느리지만 온전하다.
라비, 로드킬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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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진화한 여자들의 삶을 상상했다. 고통스러운 월경과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어디로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누구에게 보호받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 제압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자기 몸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나도 다음 생에는 진화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소망했다.
로드킬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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