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초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일본의 홈즈와 왓슨 이야기, 라고 하면 뭔가 다른 기대를 하게 될까?
스포일러같은 느낌이 들까봐 다른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 싶지만 마지막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다른 문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신'은 모든 문제거리를 해결해주기 때문에 '신'이라 불리는 미즈타니와 늘 함께 다니는 나, 사토하라가 겪는 일상에서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초등학생들의 시선으로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귀여운 거짓말과 속임수가 목숨을 위협하는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으며 왕따와 친구에 대한 배려, 가정폭력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4개의 계절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 일본 소설답게 봄의 이야기는 벚꽃절임차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초등학생들의 등장으로 미스터리 자체는 복잡하거나 깊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오히려 가볍게 읽을수도 있는데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가 슬그머니 무게를 잡아주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할아버지를 속이게 되는 상황의 연출이나 친구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방관하는 것 같은 상황, 별다른 뜻 없이 체육대회의 승리만을 위한 계획인 줄 알았던 것 등의 이야기들은 속임수와 거짓말과 어린이 같지 않은 냉혹한 범죄의 느낌을 갖게 되기도 했는데 역시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문제해결을 향해 갈수록 온갖 부정적인 생각만을 떠올린 나 자신이 좀 부끄러워지는 엔딩들이다.
"누군가의 수수께끼에 도전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짊어진다는 뜻임을. 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 비판도, 후회도, 갈등도, 전부 받아들인다."(262)
재미있는 건 홈즈 역시 왓슨의 문제를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책에서도 '신'적인 존재처럼 미즈타니를 부각시키지만 두사람 사이의 묘한 갈등상황이 연출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이 순조롭게 문제해결을 향해가는 이야기에 조금씩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이것이 또한 이야기의 끝이 아님을 알려주는 에피소드로 이어져 두 소년이 등장하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또 기대하게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