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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ㅣ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제목부터가 시선을 잡아끌게 하는데 특히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부제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더구나 이 책은 흔히 말하는 믿고 읽는 서가명강 시리즈여서 부담없이 덥석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는 않는 책이다. 그 이유는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독일문학의 고전 작품을 최근에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작품들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하지만 - 사실 호프만스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는 이 책에서 처음 들어봤는데 번역서를 찾아보니 이 강의가 있을즈음에 번역된 책이 출판된 것 같았다. 아무튼 - 처음 들어본 작가와 작품이고 다른 작품들은 분명 오래전에 한번쯤은 읽었었지만 서정적인 감상 외에는 남아있는 것이 없어서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그냥 읽어보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읽고 감동해도 좋다! 고전을 즐기는 가장 특별한 방법"이라는 문구에 제대로 홀려서 무작정 전진을 했던 것인데 사실 문학작품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어도 별 차이는 없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데미안부터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또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을 함께 동원하여 작품을 해석해보고, 처음 읽을 때 해독할 수 없었던 내용을 하나씩 알게 되어갈 때 느끼는 즐거움은 무척 크다. 최종적으로 작품 전체의 의미가 보이고, 작가의 의도를 깨닫게 될때 느끼는 기쁨은 정서적 감동과는 전혀 다른, 지적인 울림이 큰 즐거움이다"(162)
정서적 혹은 감정적 경험으로 읽는 고전을 언급하며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가 언급되고 있는데 나 역시 이 시에 담겨있는 의미를 모르면서 감성적인 시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2차세계대전 나치의 집권기에 쓰여졌고 나치에 저항하던 동료들은 목숨을 잃었지만 혼자 살아남은 그 감정을 표현해낸 것이라는 설명을 읽으니 그의 시가 처음의 느낌과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을 읽는다면 알 수 있는 정서를 그 시를 처음접하는 외국인들은 잘 모를 것이라는 걸 떠올린다면 딱 이해가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사실 문학작품에서 제주의 4.3이나 광주 5.18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더라도 나는 그 시대와 정치적인 배경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학속에 담겨있는 은유를 알고 이해하며 문장속에 담겨있는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조카는 명확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 역시 청소년시절에 읽었던 데미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한탄할 필요는 없지않을까. 대신 아는만큼 더 깊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새롭게 데미안, 젊은 베르터의 고통, 변신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나마 카프카의 작품은 성인이 되고 읽어 그 간극이 크지 않지만 성장소설로, 사랑소설로만 알고 있었던 작품들에 대해서는 다시 읽어보면 그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글은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새로운 읽기, 여러 의미에서의 새로운 읽기와 더불어 고전읽기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카프카는 특별하다. 그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동감할 수밖에 없는 삶의 이미지를 기괴한 이야기로 형상화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하나의 해석, 하나의 이해로 고정시킬 수 없다. 카프카는 있는 그대로, 기이하고 이해가 불가능한 방식 그대로 읽고 즐겨야 한다. 이 경우, 해석은 즐거움을 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카프카는 우리에게 새로운 읽기의 방식을 요구한다"(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