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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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뉴스에도 10살 아동이 숨졌는데 학대 정황이 보여 조사에 들어갔고 아동을 데리고 있던 이모부부의 일부 학대사실을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소식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 기분은 그렇게 좋지 않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 과연 훌륭하다며 박수치는 것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일까...


좀 더 깊이 이야기속으로 들어가고 천천히 귀 기울이지 않으면 엘리의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냥 겉모습으로 봤을 때, 스스로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으며 허공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며 의사를 전달하고 말대신 몸짓으로 표현을 하는 형과 어린 엘리를 돌보는 베이비시터가 일흔살이나 되는 할아버지에 살인전과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동방임죄가 적용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에 더하여 엘리와 형 오거스트의 엄마는 마약중독에 아빠는 마약판매상... 이런 가정환경에서 아이가 지낸다는 것 자체가 아동학대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처음 책을 읽을 때부터 이미 마음이 삐딱해져있는 상태라 왠지 이 이야기의 시작을 좋게 볼수가 없었다. 아무리 엘리가 슬림 할아버지를 베이비시터로 만난것이 행운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대충 술렁거리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저 그렇게 이런 환경에서 꿋꿋하게.. 라고 생각하다가 어느순간 잠시 멈추게 되었다. 아니, 그 이전에도 조금씩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가기는 하고 있었지만 괜히 이 마음을 알 것 같은 느낌에 잠시 툭,하고 마음을 치는 무언가를 깨닫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난 몹쓸 짓을 많이 했어. 너무 많은 사람한테. .감방에서 썩어서 억울하다는 말은 한 적 없다. 엘리, 그 택시 기사를 안 죽였다고만 했지. 하지만 난 몹쓸 짓을 많이 했고, 그걸 아는 신께서 내가 저지른 다른 일들을 생각할 시간을 주신 거고, 난 그렇게 했다. 꼬마야, 감방에 있는 동안 샅샅이, 전부 다 생각했어. 그러니까 네가 나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다른 사람들 얘기는 그만 떠들고, 이번 한 번만은 네 얘기를 시작해봐"(354)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슬림 할아버지가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엘리는 충분했을 것이다. - 아니, 사실 이렇게 말해야하는 '현실'의 이야기가 슬픈것이며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있는 내가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무력감에 빠져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픔이다.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있는 방관자로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느껴야하는 것인지도.


"난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을 할 거예요. 좋은 사람은 무모하고, 용감하고, 본능적인 선택으로 움직이죠. 이게 내 선택이예요. 쉬운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거죠"(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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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해두자면, 나는 특별하지도 않으며 특별했던 적도 없다. 오거스트 형과 내가 정말 특별하다고 믿었던 적이 잠깐 있었다. 라일 아저씨의 신비한 빨간 전화기에서 정말 그 목소리들이 들린다고 생각했던 적이 잠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버크벡 선생님의 말이 맞았다.
인간의 정신은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든 납득시킨다. 트라우마는 여러 가면을 쓴다. 나도 가면을 썼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테디 칼라스의 말이 옳다. 형과 나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냥 완전히 미쳤을 뿐이다.
- P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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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몹쓸 짓을 많이 했어. 너무 많은 사람한테. 감방에서 썩어서 억울하다는 말은 한 적 없다. 엘리. 그 택시 기사를 안 죽였다고만 했지. 하지만 난 몹쓸 짓을 많이 했고, 그걸 아는 신께서 내가 저지른 다른 일들을 생각할 시간을 주신 거고, 난그렇게 했다. 꼬마야. 감방에 있는 동안 샅샅이, 전부 다 생각했어. 그러니까 네가 나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넌 여자들 생각이나 해, 엘리. 산을 어떻게 오를지나 생각해. 네가 지금 살고 있는 브래큰 리지의 그 거지 같은 집에서 벗어날 방법이나 생각해. 다른 사람들 얘기는 그만 떠들고, 이번 한 번만은 네 얘기를 시작해봐."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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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는 거다. 내가 아는 건 할아버지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거다. 어둠은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경찰은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간수들은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창살도, 독방도, 블랙 피터는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만약 할아버지가 살인자라면 지하 독방에 갇혀 있던 그 암울한 시간에 양심 때문에 죽지 않았을까. 난 늘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양심은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상실감, 잃어버린 인생도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인생의 거의 절반을 감방에서 보내놓고, 살인범이냐는 내 질문에도 픽 웃을수 있는 사람이다. 후디니는 36년 동안 상자 속에 갇혀 있다가살아서 나왔다. 참 오래 걸리기도 했다. 토끼가 모자 밖으로고개를 쑥 내미는 그런 마술 묘기에 36년이 걸렸다. 평생에 걸친 기나긴 마술,
"내 생각에 할아버지는 착한 사람 같아요." 내가 말한다.
"할아버지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 P111

인간은 네가 생각지도 못한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잊지마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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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10 - 팥알짱이랑 콩알짱이랑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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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콩알이네 집은 우렁찬 마당이의 꼬끼오닭 알람으로... 시작이 된다면 좋았겠지만 유황앵무새가 온 이후로 정말 꼭두새벽부터 유황이의 닭흉내내기 알람으로 시작되어 가족 모두가 아침부터 비몽사몽 헤매고 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잠이 모자란 콩알이와 팥알이의 잠자리 확보를 위한 몸부림이 귀엽다고 느끼는 것도 잠시, 일상으로 이어지는 두식이의 이야기는 뭔가 짠해지기도 하고 별 것 아닌듯한 몇 컷의 그림에서도 그 마음들이 전해지는 듯 해서, 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마구 넘기다가도 다시 되돌아가 가족들의 마음과 행동을 다시 보게 된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가족처럼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잃어버린다면 밤새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부지가 아픈 날, 복슬마담이 두식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들뜬 두식이를 놓쳐버리고 찾지 못하는데 두식이는 유황이의 기지로 찾을 수 있게 된다. 유황이의 기지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책을 펼쳐들어보시기를.


아무튼 그렇게 찾은 두식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식이를 찾는 전단지 붙여놓은 것을 떼어내면서 생각보다 더 많은 전단지에 "떼어도 떼어도... 열정이 끓어 넘쳤나봐" 한마디에, 두식이를 잃었다는 얘기에 아픈 몸을 바로 일으켜 찾으러 나서는 아부지와 퇴근 후 두식이를 찾는 안경남과 집사에 이르기까지 가족 모두의 사랑넘치는 애정이 너무도 좋아보였다. 

집을 잃은 두식이를 보호해주는 애견까페 사장님과 한번 본 인연으로 두식이를 돌봐주는 이웃의 이야기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왠지 복작복작한 가족을 키우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직은 그런 책임을 질만큼이 안되어 귀여운 콩알들과 두식이, 마당이, 유황이, 거북이들과 참새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아, 그런데 한가지 만족할 수 없는 것. 새로 생긴 빵집의 신 메뉴인 고양이 얼굴 빵은 네가지 맛을 다 맛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잠시 나가 아쉬운대로 슈크림빵이라도 사와야할 것 같다. 

분명 두식이라면 "참을 수 없는 맛이지 말입니다"라며 침을 흘렸을 것 같은데 문득 두식이가 좋아하던 강아지케이크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지고 있다. 사랑스러운 이들 가족의 일상은 또 어떤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만들어낼지 기대되는 것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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