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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안녕하려면 - 하이타니 겐지로 단편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츠보야 레이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평점 :
선생님, 스스로 맞서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남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어요? 다들 너무나 순순히 규칙을 따르고 너무나 욕망에 약해요.
사친은 그것도 인간이라고 했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은 결코 우리를 억누르지 않으세요. 그건 선생님께서 이제까지 사람들한테 억눌려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손, 66)
하이타니 겐지로의 '우리와 안녕하려면'은 모두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어느 이야기이든 직접적으로 차별이나 전쟁에 대해 고발하듯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장애우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해, 교육의 현실적인 문제점에 대해 성토하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사실 나는 처음 하이타니 겐지로의 글을 읽을 때, 어딘가 조금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었더랬다.
너무나 참하고 올바르지만 또한 너무나 얌전해서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지만 크게 소리쳐 옳음을 알리지는 않는 작가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얌전하지만 확고하고 굳은 의지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정확히 드러내고, 옳은 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강하게 관철시켜나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이야기'는 수영부의 해체이야기에서 시작을 하여 단순히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이야기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 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물론 '차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재일한국인'에만 한정되어 있는 이야기는 아닌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일본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한 감동으로 읽을 수 있는 단편이라고 생각한다.
'손'은 전쟁의 참혹함과 그 결과에 대해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하는 반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눈'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느낀 그들의 아름다움, 문화유적지에서 만난 한 소년의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는 진실한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소리'는 정신지체아들의 학교생활을 그려내면서 그 아이들이 유별나게 달라 보이는 것은 그들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라는 장애물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감동어린 신발 이야기는 왠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현실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씁쓸한 맘으로 느껴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구'는 말 그대로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방적으로 교사의 강압적인 권위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육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지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간략한 내 느낌을 적었지만, 다섯편이 이야기는 모두 감동적이다. 그리고 평화와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깊은 성찰과 생각을 하게 된다. 단지 전쟁을 반대한다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진정 어떠한 삶의 모습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강하게 외치는 것인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게 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하이타니 겐지로는 참말로 의지가 곧고 올바르며, 정의와 평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부드러우면서도 타협없는 강한 실천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나는 강한 것이나 너무 풍요로운 것에서는 무엇 하나 배운 것이 없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약한 것, 가난한 것에서 생명의 빛을 발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소중히 여겨야 할 '인간의 눈'이라고 확신합니다."(저자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