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호텔 1 - 여름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프리즌 호텔.
어딘지 모르게 미국드라마의 열풍에 한몫을 했던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그런 상투적인 듯한 책 제목이다. 그렇지 않으면 '프리즌 호텔'에 갇혀 만두를 먹는 올드보이가 떠오르기도 하는 그런 낯설지만은 않은 책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 호텔'을 그런 유명세를 타고 가는 이류라고 보면 안되는거 아니겠는가.
역시 그의 소설은 단숨에 다 읽어버리고 하룻만에 바로 가을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 책 프리즌 호텔은 '마이너중의 마이너이다 보니 없는 게 없는 곳'이라고 한다. 마이너 중의 마이너라는 의미는 호텔의 사장이 야쿠자 두목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의미이며 또한 사장의 의향대로 그 어느누구이든 차별없이 모든이를 숙박객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인 것이다. 물론 그곳의 예약 손님 90%이상은 타 조직의 패밀리, 그것도 그들은 패키지 상품으로 2식포함에 손님 패밀리와 호텔 패밀리의 소프트볼 시합까지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은 물론 그 호텔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프리즌 호텔이라 부르며 가까이 가기를 꺼려한다.

이런 호텔에 나카조 사장의 조카인 조폭전문소설가 - 이런 명칭이 있겠는가. 그는 조폭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 기도 고노스케이다. 그가 호텔로 찾아가고, 황혼이혼을 결심한 노부인이 관광협회의 추천을 받아 그 호텔을 찾아가고 근처에서 가족동반자살을 꾀하던 한 일가족까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한여름밤의 꿈처럼 한바탕 소동을 벌일 준비를 한다.
그 소동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프리즌 호텔의 매력이 되는 것이니 이쯤에서 프리즌 호텔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멈춰야 하겠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크라운 호텔에 입사를 하여 전도유망한 호텔지배인이 되었어야 할 하나자와 지배인이 십여년의 좌천생활 끝에 야쿠자 두목 나카조 사장의 마음에 들어 전격 스카웃 된 이유는 괜히 맘 한구석이 짠해지는 감동이 스며있다.
"자네가 일으킨 사건은 전부 알고 있어. 그런 자네를 가차없이 좌천시킨 크라운 쪽이 미친 놈들이지. 자네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 불특정다수가 사용하는 시설은 은행이건 백화점이건 호텔이건 공적인 그릇이어야 한다고 말이야. 맞아, 반드시 그래야 해. 세상은 그렇게 되어야 하는거지. 그릇이 클수록 바닥이 깊어야 사람을 편하게 할 수 있어"(174)

비록 야쿠자와 범죄자가 우글거리는, 그래서 프리즌 호텔이라 불리는 곳이지만 그곳은 오히려 삐딱하게 살아온 인생, 절망만을 안고 좌절해버린 인생,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하지 않고 관계를 끊어버리려고 하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
만화같은 이야기 설정으로 시작해서 우리 인생사의 심각한 문제를 경쾌하게 드러내면서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프리즌 호텔의 이야기는 각자의 삶속에 담겨있는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더 깊이있는 의미를 전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수가 없는 것이다.

프리즌 호텔을 읽는 동안 한여름밤의 한바탕 꿈같은 유쾌한 소동이야기에 마음이 즐겁기도 했고, 그 안에 담겨있는 그릇의 크기와 깊이에 감동을 받아버리기도 했다. 프리즌 호텔에서의 이박삼일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또다시 프리즌 호텔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털짱 2008-01-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이름....

올 한해도 행복하고 건강하시라는 인사드리러 들렀습니다.

추신: 파비아나님께서 애타게 찾고 계십니다.

chika 2008-01-1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털짱님! 님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추신: 헉, 파비아나님은 어디 계신데요? (넘 오랫동안 안보이신거 맞죠? ㅠ.ㅠ)
 
우리와 안녕하려면 - 하이타니 겐지로 단편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츠보야 레이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생님, 스스로 맞서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남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어요? 다들 너무나 순순히 규칙을 따르고 너무나 욕망에 약해요.
사친은 그것도 인간이라고 했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은 결코 우리를 억누르지 않으세요. 그건 선생님께서 이제까지 사람들한테 억눌려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손, 66)

하이타니 겐지로의 '우리와 안녕하려면'은 모두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어느 이야기이든 직접적으로 차별이나 전쟁에 대해 고발하듯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장애우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해, 교육의 현실적인 문제점에 대해 성토하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사실 나는 처음 하이타니 겐지로의 글을 읽을 때, 어딘가 조금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었더랬다.
너무나 참하고 올바르지만 또한 너무나 얌전해서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지만 크게 소리쳐 옳음을 알리지는 않는 작가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얌전하지만 확고하고 굳은 의지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정확히 드러내고, 옳은 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강하게 관철시켜나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이야기'는 수영부의 해체이야기에서 시작을 하여 단순히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이야기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 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물론 '차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재일한국인'에만 한정되어 있는 이야기는 아닌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일본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한 감동으로 읽을 수 있는 단편이라고 생각한다.

'손'은 전쟁의 참혹함과 그 결과에 대해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하는 반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눈'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느낀 그들의 아름다움, 문화유적지에서 만난 한 소년의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는 진실한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소리'는 정신지체아들의 학교생활을 그려내면서 그 아이들이 유별나게 달라 보이는 것은 그들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라는 장애물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감동어린 신발 이야기는 왠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현실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씁쓸한 맘으로 느껴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구'는 말 그대로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방적으로 교사의 강압적인 권위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육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지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간략한 내 느낌을 적었지만, 다섯편이 이야기는 모두 감동적이다. 그리고 평화와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깊은 성찰과 생각을 하게 된다. 단지 전쟁을 반대한다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진정 어떠한 삶의 모습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강하게 외치는 것인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게 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하이타니 겐지로는 참말로 의지가 곧고 올바르며, 정의와 평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부드러우면서도 타협없는 강한 실천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나는 강한 것이나 너무 풍요로운 것에서는 무엇 하나 배운 것이 없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약한 것, 가난한 것에서 생명의 빛을 발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소중히 여겨야 할 '인간의 눈'이라고 확신합니다."(저자서문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말 워쇼 사진, 이진 옮김 / 이레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있어라'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은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택한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복한 삶'이라니. 어쩐지 모순덩어리의 말을 내뱉고 만 것 같아 마음 한켠이 묵직해진다.

나는 언제나 '죽음'이라는 것이 두려웠다. 지금도 역시 그렇고.
그런데 몇년 전 스코트 니어링의 글을 읽었을 때, 죽음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남들이 보기에 신앙인이라는 내가 삶을 향유하며 죽음을 외면하고 두려워하고 있는데, 그가 육신의 죽음을 느끼고 스스로 곡기를 끊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글은 내게 깊이 새겨졌었나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였다. 하지만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스콧 니어링과는 또 전혀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 실려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병으로 인해 육체의 죽음을 통보받은 이들이 얼마 남지않은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고 단지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약물치료를 온전히 거부하는 것의 의미가 아니다. 또한 얼마남지 않은 삶에 대한 체념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오히려 남아있는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온힘을 다해 삶을 끌어안고 행복을 느끼고, 남아있는 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려는 사랑이 담겨있는 감동넘치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살아있음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내 삶이 하느님의 선물이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되는 거겠죠?'라는 물음은 되는대로 즐기고 유희하며 남은 생을 한바탕 축제처럼 보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나는... 나는 사실 이 책을 읽은 느낌에 대해 감히 뭐라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삶이 있고, 죽음은 언제 어떻게 내게 다가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지만, 나처럼 대부분은 그저 그렇구나 라는 느낌으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겠지. 그래서 나는 그들의 삶에 더 깊은 존경을 표한다.

"두 팔로 나를 감싸고 힘주어 나를 끌어안으며 당신은 말합니다. '당신이 살날이 많지 않다면, 매 순간을 나와 함께 있어 줘.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과 함께 나이 들고 싶지만 당신이 꼭 떠나야만 한다면 짧은 시간이나마 나와 함께 했던 특별한 사람으로 당신을 기억하고 싶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속을 혼자 걸어가는걸 두려워 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걸. - 삶은 여행, 이상은 The third place

이지상이 이야기하는 '삶은 여행'이라는 이야기와 이상은이 노래하는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하나의 의미로 통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길에서 보낸 시간들, 보헤미안적 삶을 체험하고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삶이 되었든, 삶이 여행이 되었든 그 의미는 '삶' 하나로 통하고 있다.
그러니 그의 이야기는 여행이야기이면서 또한 삶의 이야기이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이라는 책의 제목은 여러 상념을 떠올리게 했다.
처음 여행을 떠나던 그때, 낯선 길에서 만나게 될 모든것에 대한 두려움 섞인 기대감, 호기심, 설레임이 떠오르고 여행을 거듭하면서 익숙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슴을 비워야 한다. 그건 여행의 태도이기 이전에 일상의 중요한 태도이기도 하다. 결국 여행과 일상은 동전의 앞뒤처럼 둘이 아닌 하나. 여행과 삶을 행복하게 하려면 어깨에 힘 빼고 소박해야 한다.(233)

책을 읽으며 나는 그리 많은 여행을 떠나지 않았으면서도 자꾸만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의 글이 너무 좋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서글퍼지는 마음이 슬그머니 흘러나오더라.
여행을 떠나는 삶도,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삶도 결국은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라고 묻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인가.
이상은의 '삶은 여행'이라는 노랫말이 자꾸만 맴돈다.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 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

가만히... 다시 그의 글들을 뒤적여본다. '삶은 여행'이라고 하는 그는, 자신의 삶에서 '행복한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를 옭아매는 모든 것을 뿌리치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떠나게 되더라도 내 안에 숨어있는 그 무엇,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 자신의 보석을 찾아낸다면 그것으로 나는 이미 행복하다. 그것이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보물이든 아니면 이미 익숙한 여행길에서 어느 순간 찾게 된 보물이든.

한가지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단지 멋진 풍경 사진이 담겨있고, 여행지 정보가 담겨있고, 낯선 여행길에서 마주친 뜻밖의 에피소드를 원한다면 그의 이야기는 나이먹은 여행자의 고루한 체험담이 될 뿐이니 이 책을 슬며서 외면하기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적오리 2008-01-0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계란인디...
 
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 - 우리가 몰랐던 특별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 개정판
천샤오추에 지음, 양성희 옮김 / 북돋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쿠바는 한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일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 쿠바에 가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열망을 대리만족이라도 하듯이 쿠바에 대한 책은 조금 많이 읽어봤다. 물론 쿠바에 한정되지 않고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에 대한 역사, 문화, 종교를 뭉뚱그려 읽은 것이 많기는 하지만.
쿠바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여행기도 인상 깊게 읽었는데 쿠바의 현대사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내게 몇몇 사람들의 여행기는 쿠바의 현재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어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 책 '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는 고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처음 쿠바의 역사를 읽기 시작할때까지만 해도, 흔히 얘기되어지는 침략당하고 수탈당해 파괴되어버린 남미부족공동체의 이야기라고만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계속 읽어가다보면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비슷한 부류야,라고 넘겨버리기엔 이 책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잔혹하게 침략당하고 파괴된 그들의 역사가 구체적으로 시간과 사건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그들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될 즈음엔 종교와 문화적 배경, 경제적인 구조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쿠바에 대해 조금씩 익혀가게 된다.
토착신앙이 침략자 스페인의 영향으로 가톨릭 신앙과 결합되어 그들의 토착화된 가톨릭 신앙이 생겨나게 되는 배경을 알수있다. 그리고 정착이주민의 후예와 강제로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와 실질적으로 노예계약을 맺고 대체노동력으로 끌려온 중국 쿨리들의 이야기는 쿠바의 노동력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쿠바의 주요노동력인 저층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런 삶의 위안으로 발달한 축제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고.
이렇듯 이 책은 - 비록 쿠바의 원주민 부족에 대한 이야기가 큰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 쿠바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진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주고 있다.

또한 쿠바를 떠올리면 대부분은 아마 카스트로 형제보다 더 유명한 체 게바라를 동시에 떠올릴 것이다. 이 책 역시 그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만 왠지 다른 많은 책들처럼 상품화 되어버린 체 게바라를 이야기하지 않아서 또 다른 느낌으로 쿠바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쿠바의 현재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건 언젠가 쿠바에 가서 내가 직접 느껴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른 책들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표현으로 포장된 쿠바의 느낌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내게 쿠바에 대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쿠바는 수백 년간 제국주의 식민통치, 해적들의 침입, 독립전쟁, 미국의 정치경제 봉쇄조치 등 시련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쿠바인들은 고난의 역사 속에서 '설탕왕국' '음악천국' 그리고 '혁명'을 만들어냈다... 쿠바 문화의 힘은 헤밍웨이의 발자취와 유토피아를 꿈꾸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를 쿠바 역사의 일부로 만들었다. 쿠바의 음악을 듣거나, 쿠바의 역사를 대하거나, 쿠바 땅을 밟아보고, 쿠바인을 만나본다면 누구든 쿠바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저자의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