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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속을 혼자 걸어가는걸 두려워 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걸. - 삶은 여행, 이상은 The third place
이지상이 이야기하는 '삶은 여행'이라는 이야기와 이상은이 노래하는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하나의 의미로 통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길에서 보낸 시간들, 보헤미안적 삶을 체험하고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삶이 되었든, 삶이 여행이 되었든 그 의미는 '삶' 하나로 통하고 있다.
그러니 그의 이야기는 여행이야기이면서 또한 삶의 이야기이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이라는 책의 제목은 여러 상념을 떠올리게 했다.
처음 여행을 떠나던 그때, 낯선 길에서 만나게 될 모든것에 대한 두려움 섞인 기대감, 호기심, 설레임이 떠오르고 여행을 거듭하면서 익숙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슴을 비워야 한다. 그건 여행의 태도이기 이전에 일상의 중요한 태도이기도 하다. 결국 여행과 일상은 동전의 앞뒤처럼 둘이 아닌 하나. 여행과 삶을 행복하게 하려면 어깨에 힘 빼고 소박해야 한다.(233)
책을 읽으며 나는 그리 많은 여행을 떠나지 않았으면서도 자꾸만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의 글이 너무 좋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서글퍼지는 마음이 슬그머니 흘러나오더라.
여행을 떠나는 삶도,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삶도 결국은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라고 묻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인가.
이상은의 '삶은 여행'이라는 노랫말이 자꾸만 맴돈다.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 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
가만히... 다시 그의 글들을 뒤적여본다. '삶은 여행'이라고 하는 그는, 자신의 삶에서 '행복한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를 옭아매는 모든 것을 뿌리치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떠나게 되더라도 내 안에 숨어있는 그 무엇,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 자신의 보석을 찾아낸다면 그것으로 나는 이미 행복하다. 그것이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보물이든 아니면 이미 익숙한 여행길에서 어느 순간 찾게 된 보물이든.
한가지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단지 멋진 풍경 사진이 담겨있고, 여행지 정보가 담겨있고, 낯선 여행길에서 마주친 뜻밖의 에피소드를 원한다면 그의 이야기는 나이먹은 여행자의 고루한 체험담이 될 뿐이니 이 책을 슬며서 외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