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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다니엘 타멧 지음, 배도희 옮김 / 북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라는 책 제목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책 제목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책의 제목이라는 것은 시선끌기가 조금 더 유효한 것이겠고 실제 중요한 것은 안에 담겨있는 내용일테니까.
브레인맨,이라는 것은 다니엘 타멧의 능력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인맨의 댓구로 사용된 말이기도 하다. 그런 다니엘이 자신의 출생 후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 겪은 여러가지 경험들, 자신의 틀을 깨고 해외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하듯 써내려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평화로움을 느끼고 모든 것 안에 충만함을 느낀 그 순간 그는 천국을 경험한 것이다.
사실, 자폐증을 가진 이들의 보편적인 성향도 모르고, 아스퍼거 증후군 어쩌구 하는 말도 잘 모르는데 다니엘 타멧에 대한 설명을 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천재자폐서번트, 축복과 고통을 한 몸에 갖고 태어난 다니엘 타멧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고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실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책을 무심코 읽어나가다 어느 순간 눈에 마구 띄어버린, 아니 어느 순간 인식하게 되어버린 숫자를 보면서였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나는 이 글이 다니엘 타멧 본인이 쓴 글이라는 것도 재차 저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인식하게 되었고 그만이 갖는 숫자에 대한 경이로운 세계의 체험이라는 것 역시 책을 읽는 중에 88서울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참가자 숫자를 보고나서야 움찔하는 느낌으로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숫자에 대한 감각과 느낌이 특별하고, 언어에 대한 습득 능력이 뛰어나지만 은유와 비유적 표현에는 약한 다니엘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행복으로 채워나가는지,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감동적이지 않을수가 없다.
내 개인적인 느낌인 '13+69'를 느닷없이 적어놓는다면 조금은 웃긴것일지 모르겠지만 다니엘 타멧은 내가 좋아하는 13이라는 숫자와 서로 마주보고 정답게 이야기하는 듯한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69와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자폐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폐쇄성이 그에게서는 69와 같은 가까운 이들과의 더욱 긴밀한 관계성이라는 것으로 달리 느껴진다는 말이다.
나는 잠시 책을 읽으며 조금은 엉뚱한 인물과 사건에도 감동을 받았다. 사춘기시절 다니엘이 처음 사랑을 느낀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 그 용기에 감동을 받았고 그의 고백을 들은 친구의 행동에도 감동을 받았다. 그 친구는 다니엘을 무시할수도 있었고, 다니엘의 마음을 약점삼아 놀려댈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완곡한 거절의 표현을 할 뿐이었다.
그래, 나의 열여섯살 시절과는 비교도 안되는 그들의 생각깊은 배려의 행동이기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다니엘은 레인맨으로 더 많이 알려진 킴 픽을 만난것을 가장 행복한 순간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킴은 '남과 다르다고 해서 해내지 못할 것이라 미리 좌절하지 말아라. 원래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물론 킴의 메시지를 듣기 전부터 다니엘은 자신의 삶에 충실했고 할수있는 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모든 시도를 다 했다. 그것이 지금 그가 천국을 느낄 수있게 된 원동력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