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키노 > 세계적인 거장 '빔 벤더스 특별전' 개최

세계적인 거장 '빔 벤더스 특별전' 개최

2007.02.20 / 온라인 편집부

뉴저먼시네마의 기수이자 세계적인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대표작 10편을 상영하는 '빔 벤더스 특별전'이 열린다. 빔 벤더스는 지난 1987년 <파리 텍사스>가 국내 개봉된 이래, 1993년 <베를린 천사의 시>, 2001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2006년 개봉한 <돈 컴 노킹>에 이르기까지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특별전에는 빔 벤더스의 초기작 <도시의 앨리스> <시간의 흐름 속으로> <미국인 친구>를 비롯, 1984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파리 텍사스>, 오즈 야스지로에 바치는 다큐멘터리 <도쿄-가>, 1987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베를린 천사의 시>, 빔 벤더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물씬 풍기는 음악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 그리고 최근작인 <랜드 오브 플렌티> <돈 컴 노킹> 등이 상영된다.

30년여 년 동안 선보여 온 빔 벤더스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오는 3월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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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K의 <꽃 피는 봄이 오면>
좋아하는 노래다.
필 꽂히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지난주에는 회사 선후배들과 얼큰하게 한잔하고 노래방에 갔다가
노래를 정말정말 잘하는 여자 후배에게(MBC 어린이 합창단 출신.
가수를 해도 될 것 같다!) 귓속말로 말했다.

" 너 <꽃 피는 봄이 오면> 알아? "
" 네. 저도 좋아하는 노래예요. 함 불러 볼까요?"

후배는 <꽃 피는 봄이 오면>을 열창했다.
후배의 노래를 들으면서....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아직 좀 쌀쌀하긴 하지만 햇살도 좋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12월에는 여러가지로 지치고 힘들었다.
그 때... 생각했다.
빨리 지겹고 생산성 없는, 몸만 망가지는 송년회로 가득 찬 12월이 가고
새해가 되었으면!

숫자에 불과한 것이 달력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가 되면
새로운 희망,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날 것 같았다.

실제로...새해가 시작되면서 좋아진 점들이 많다.
불거졌던 갈등도 흉터가 희미해지듯이 꼬리를 내렸고
"소문만복래"라는 신념(?) 으로 매일 히죽히죽 웃고 있다.

어쩔 땐 아침부터 기분이 "up"되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들이대는 바이어들의 다다다다 하는 전화를 받아도
너무도 유쾌하게 대답한다.
" No worries! No problem!"

며칠 전에는 옆사업부 C상무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즘 성과장 전화 소리를 들으면 신바람이 나.
뭐 좋은 일 있어?"

꽃 피는 봄이 오면.... 더 행복해질 것 같다.

하늘하늘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산책도 하고 싶고,
잔디에 누워서 하늘도 보고 싶고,
봄날의 동물원도 걸어보고 싶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또 있다.
실컷 꽃단장을 하고 일요일 아침 도서관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빨리 꽃 피는 봄이 오면......좋겠다.

Day by day, in everyway, I'm getting better &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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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2-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 누워도 보고싶어요.

kleinsusun 2007-02-2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금발소녀 제니가 생각나네요.^^

다락방 2007-02-2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이었던것 같아요. 저도 [꽃피는 봄이오면]을 계속해서 들었더랬어요.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그리고 수선님의 이 페이퍼를 읽고 나니, 저도 어서빨리 꽃피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꽃피는 봄이 온다고 제가 뭐 달라질게 있겠습니까만은, 어쨌든 하늘을 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니까요.


kleinsusun 2007-02-2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어서 빨리 꽃 피는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하늘을 날아 Boa요!^^

글샘 2007-02-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찰나같아 찬란했던 그 봄날은... 좀 잔인하면서도 꽃피는 봄이라는 주제와 딱, 어울리는 말이지요. ^^ 맞습니다. 새해보다, 꽃피는 봄이 오면 그만큼 행복해 질것 같아요...

2007-02-20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7-02-2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제가 찍은것이랍니다..

미리 감상하셔요...^^

이제 곧 봄이 오는게 멀지 않았어요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 지음, 장동숙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써 있다.
"당신은 아내, 남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까?"

이 책을 1월 핀란드 출장 때,
Helsinki에서 Frankfurt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는데
같이 출장 갔던 Y과장이 이렇게 말했다.

"성과장, 준비는 참 많이 하네요.
중요한 건.....실전인 거 아시죠?"

그렇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아무리 이런 책을 많이 읽어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100번 읽어도
실제에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이 책은 나의 주치의 S선생님이 선물해 주신 책이다.
나의 "연애"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사랑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의 3장 "사랑에 빠진다?" 에서는
Scott Peck의 [The Road Less Travelled](아직도 가야 할 길)를 상당 부분 인용하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고. 왜냐?

첫째,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나 의식이 있는 선택이 아니다.
둘째, 사랑에 빠지는 것은 노력 없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의 개인적인 성장을 촉진시키는 데 진심으로 관심이 없다.

120% 공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식 있는 선택"이 아니다.
외로울 때, 결핍이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이런 상태는 지속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에 의하면 사랑에 빠지는 감정은 평균 2년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스멀스멀 환멸이 다가오고 많은 커플들이 헤어지거나, 결혼을 한 경우에는 이혼을 한다.

그렇지만 사로잡힌 감정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결혼
생활이라는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사로잡힌 감정은 단지
서론에 불과하다. 그 책의 본론은 이성과 결단에 의한 사랑이다.
이 사랑이 바로 현인들이 우리에게 말한 사랑이다. 그것은 의지적인
사랑이다. (p52)

이러한 이유로....저자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5가지 사랑의 언어"를 배우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5가지 사랑의 언어는?

1. 인정하는 말
2. 함께 하는 시간
3. 선물
4. 봉사
5. 육체적인 접촉

사람마다 사랑 받고 싶은 방식이 다르다.
문제는 자신이 사랑 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한다는 데 있다.

배우자의 사랑의 그릇이 늘 가득 차 있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반드시
그의 제 1의 사랑의 언어를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전에 우선
당신 자신의 사랑의 언어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p171)

내게 있어서 제 1의 언어는 뭘까?
인정하는 말, 또....사랑을 표현하는 유치 찬란한 말들.
(난 "말이 전부가 아니다."는 무심한 남자들의 말은
자신의 게으름 또는 무관심에 대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라! 고
저자는 열변을 토한다.
사실...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가네시로 카즈키의 <꽃>이 생각났다.
※ 소설집 <연애소설>에 실려 있는 단편

고전적 드라마의 플롯.
가난한 남자와 부잣집 딸이 결혼을 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
친구차를 빌려 타고 떠난 가난한 신혼여행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묻는다.
결혼생활에서 바라는 게 뭐냐고.
곧잘 넘어지는 여자는 말했다.
걸을 때 항상 손을 잡아 달라고.

사랑하는 여자의 너무도 소박한 대답에 남자는 말했다.
고작 그거야?

결혼 후, 남자는 여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다.
쉬지도 않고, 밤잠을 자지도 않고.
아내에게 피아노도 선물하고, 비싼 보석, 옷, 으리으리한 집도 사 줬다.
아내가 외로워하는 줄도 모르고
남자는 아내에게 더 많은 선물을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다.
그러다가.....그들의 아이가 죽었다.

화장한 아이의 유골을 들고 백사장을 걸을 때,
아내는 넘어졌다.
그 때서야 남자는 깨달았다.
아내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음을.

<꽃>의 남녀를 <5가지 사랑의 언어>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의 언어는 함께 하는 시간.
남자가 표현한 사랑의 언어는 선물.
사랑의 언어의 불일치로 인해 헤어지고만 커플.

유명한 스캇펙 박사가 말하지 않아도,
이 책의 저자가 열변을 토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랑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실천을 안 해서 그렇지!)

사랑도 학습을 필요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공부하고 탐구하고 그리고....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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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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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이며,
내가 읽은 지승호의 첫 번째 책이다.

한 저자가 책을 10권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공병호 아저씨처럼 인용과 편집의 대가로서
다작으로 승부한다면 몰라도,
"인터뷰"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한 길을 파며 10권을 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또한 그의 인터뷰집이 10권이나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지승호라는 개인 브랜드의 상품성(?)을 입증해 줌과 동시에
"인터뷰"라는 영역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말해 주는 인덱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본소설 읽듯이 아무 생각 없이 쇼파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과자를 먹어가며 읽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禁止를 금지하라>에서 지승호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박원순, 조정래, 마광수, 문정현, 정태인, 이상호, 최승호,
지승호(셀프 인터뷰)

이름만 들어도 논쟁의 소재가 되는 사람들이다.
인터뷰하기에 "헐렁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런데...희한하게도 지승호의 인터뷰는 참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인터뷰어, 즉 지승호가 숨어 있다고 할까?

끊임 없이 질문을 하는데도,
엄청난 사전학습을 하고 와서 예리한 질문들을 쏟아 내는데도,
지승호는 자신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성실한 카운셀러처럼 묵묵하게 대답을 이끌어 낸다.

지승호는 뛰어난 인터뷰어다.
어떻게 아냐? 읽어 보면 안다.

인터뷰어가 스스로
"평소에 인터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나한테는 술~술 거리낌 없이 자기 얘기를 한다."며
자화자찬을 하지 않아도,
좋은 인터뷰는 독자가 알아 본다.

이 책을 읽으며 김경(본명 김경숙)의 인터뷰집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를 읽으며
왜 그렇게 불편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김경의 DJ DOC와의 인터뷰를 보자.

그래서 인터뷰가 성공적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인터뷰 직후 이하늘이 내게 던졌던 질문을 상기하고 싶다.
"그런데 너는 주로 어디서 놀았어?"
나로서는 제법 놀 줄 아는 날라리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성공이 또 있을까 싶다.

-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page 36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인터뷰는 인터뷰이를 취재하려고 있는 거다.
인터뷰어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있는 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김경을 비롯한 많은 인터뷰어들이
인터뷰이 보다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승호 같은 성실하고 훌륭한 인터뷰어가 있어 기쁘다.
앞으로 그의 20번째, 30번째 인터뷰집이 쭈~욱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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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2-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어그제 책 주문했는데....
이건 2월 되면 주문 넣어야겠네요..
땡스투요!

2007-02-20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자부심을 기르다

올초 출간한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창비, 2007)로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 윤대녕의 인터뷰 기사를 옮겨놓는다. 작가의 근황과 함께 새로 구상중인 작품 얘기도 살짝 엿들을 수 있다. 인터뷰 내용 중 "작가는 독자에게 동정을 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에요.”라는 말에 전폭적으로 동감한다(간혹 껌파는 작가들이 없지 않아서이다). 적어도 작가라면 독자보다는 반걸음쯤 앞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만한 줏대와 고집과 여유, 그런 걸 동시대 작가들에게서 더 많이 보고 싶다. 요컨대, 작가들이여 자부심을 기르라...  

북데일리(07. 02. 15) [인터뷰]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 펴낸 작가 윤대녕

“작가가 독자에게 끌려 다녀서는 안 돼요. 독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쓴 작품을 문학에 포함시키기는 힘들죠. 문학은 항상 뭔가를 견인해야 해요. 좋은 소설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3년 만에 신작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창비. 2007)를 발표한 작가 윤대녕(45). 그가 문학을 하는 작가의 태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최근 일산에 위치한 작업실 근처에서 만난 그는 “문체나 구성 면에서 기본적으로 품격을 유지하는 작품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타인보다는 스스로를 향한 조언이자 격려다. 윤대녕은 데뷔작 <은어낚시통신>(문학동네. 1994)으로 우리 문단에 ‘시원으로의 회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독자의 뇌리에 박힌 강렬한 첫 인상은 이내 그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었다. “나에 대한 강박관념이나 오해가 너무 오래가는 것 같아요. 데뷔작이 나오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처음의 이미지가 아직도 새 소설에 적용되고 있어요. 실제로 중간에 발표한 책들은 이전과 비슷할 거라고 짐작하곤 안 읽은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독자가 많지 않은 건지도 모르죠. (웃음)”

독자의 소리를 무조건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니다. 요즘은 문학계에 불어 닥친 일류열풍과 관련, 일본소설을 정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다. 작가로서의 신념도 독자와의 공감과 소통이 유지되는 선에서 지켜나가야 한단다. <제비를 기르다>는 독자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띄는 작품. 현실감 있는 캐릭터, 구체적인 상황 묘사, 수식어를 배제한 문체로 전작들이 지녀온 모호함을 덜어냈다.

“제가 2003년에 제주도에 가서 2005년에 돌아왔는데, 내려가기 1년 전부터 딜레마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어요. 문학에 대한 요구가 치환되지 않았던 거죠. 기관지 때문에 몸도 안 좋았고요. 삶의 터전이 옮겨지니까 조금씩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세밀하게 인생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생기고, 그 동안 만나왔던 사람들에 대해 사색을 하게 됐어요.”

서울로 돌아온 후 변화는 더욱 구체화됐다. 소설에 있어 서사적 구조, 타인의 내면에 대한 묘사에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는 곧 작품으로 형상화됐다.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윤대녕의 이번 소설집에는 시간의 경과를 알려주는 표현이 도처에 보인다”며 “세월의 나이테를 천천히 펼쳐 보이는 이러한 서사적 조망 속에서 짧은 시간의 단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인간 운명의 유장함과 곡진함이 드러난다. 동시에 그것은 인간사의 진실을 좀더 긴 호흡으로 살피게 만든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윤대녕은 “그동안 써왔던 것들에 대한 회의나 부정은 아니”라며 “다만 삶을 살아가고 세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방법론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윤대녕은 자부심이 대단한 작가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꼿꼿함과 자존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명심해 왔다. 문인은 가난하고 술을 많이 마시고 사생활이 불안정하다는 선입견은 그야말로 개탄할 노릇. 그는 얼마 전 보도된 신춘문예 당선자의 생활이 어렵다는 기사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어려움을 토로하는 일은 도리어 부작용을 가져오기 쉽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쓴 글을 독자가 좋아하지 않는 시대가 왔어요. 그리고 어떤 분야든 데뷔만 했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매년 신춘문예로 2.30명이 등단하는데 그 중에 살아남는다고 할까, 계속 작품을 쓰는 작가는 1.2명에 불과해요. 늘 그래왔죠.” 가난과 고통에 대한 각오 없이 무작정 뛰어든 작가에게 가하는 따끔한 충고인 셈이다. 1988년 단편 ‘원’으로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지만, 당장의 밥벌이를 위해 7년간 각종 직장을 전전한 그이기에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저는 글을 잃지 않으려고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을 이어왔다. 그 때의 습관이 여전히 남아 지금도 하루에 8시간은 자료조사, 독서 등 집필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글을 쓰며 보낸다고. 2.3일 정도 일을 못하면 우울증이 온다는 이야기에서 그의 열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저에 대한 오해가 굉장히 많아요. 문단이나 언론까지 제가 독자가 많고 책이 잘 팔리는 걸로 생각하죠.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전업 작가로 생계를 꾸려가기가 힘들지만 누추한 이야기는 절대로 안 해요. 혼자 견뎌낼 몫이잖아요. 작가는 독자에게 동정을 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에요.”

전업 작가로 들어선 후에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윤대녕의 고정 독자 수는 1만 명 안팎. 작가는 그의 독자가 곧 문학 독자라고 여기고 있었다.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가 문예지 팔리는 숫자가 문학 독자 수가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1만 부가 안 되거든요. 제 독자가 대략 1만 여명인데 주로 문학 공부하는 학생들, 문창과 학생들에 집중돼 있어요. 문학 독자가 바로 제 독자인 것 같아요.”

작가가 지녀야할 품위를 중시하는 그이지만 그렇다고 권위만 내세우는 건 아니다. 윤대녕은 발로 뛰는 작가로 유명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는 일일이 답사한다. 표제작 ‘제비를 기르다’는 바람을 쐬러 간 강화에서 우연히 작부집을 발견하고 떠올린 이야기. 구체적인 내용 구상을 위해 작품엔 잠깐 등장하는 태국 취재까지 감행했다. ‘마루 밑 이야기’에 나오는 대관령 휴게소 역시 직접 방문해서 현장을 살폈다. “여행 정보를 보고 쓰는 건 표시가 나요. 저 같은 경우엔 직접 가보지 않으면 문장 자체가 안 나오더라고요. 소설의 구조나 생생한 표현을 위해서는 취재를 다녀오는 게 좋죠. 작가한테는 의무라고 생각해요.”

직접 체험이 중요하다는 말. 그래서 작가는 인터넷 자료도 신뢰하지 않는다. 표피적인 정보만 얻기에 글을 쓰는데도 별 도움이 안 된단다. 작업실에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다. “인터넷만 사용 안하지 집필은 노트북으로 해요. 원고가 완성되면 프린트해서 퇴고를 하죠. 요즘도 등단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3.4번은 고쳐 써요. 그래서 단편 하나만 쓰더라도 굉장히 지쳐요. 편집자는 좋아하더라고요. 손 볼 데가 별로 없다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다. 기껏해야 한 달에 1.2번 정도 아주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어울린단다. “사소한 흐트러짐 때문에 생활 패턴이 바뀌거나 시스템에 에러가 나는 걸 경계합니다. 재미없게 사는 거죠. 매일 매일 운동, 독서, 집필만 반복하고 있어요.” 작가의 삶이 재미없을수록 독자는 신이 난다. ‘자발적 유배’ 속에 깊어진 상념을 선사받기 때문이다.

윤대녕은 차기작으로 “근력이 있을 때 한 번 타 넘어가고 싶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자신의 공력으로 가능한 작품인가를 엄밀히 계산하고 있다. “아마 독자에게 굉장히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가의 말에 신작을 내놓을 때 까지 만이라도 단조로운 삶이 계속됐으면, 그래서 작품이 빛을 볼 수 있으면, 이란 ‘불순한’ 바람을 품은 이가 기자 하나만은 아니지 싶다.(고아라 기자) 

07.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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