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신현림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결혼했다.....고
신현림은 고백한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쓸쓸함, 그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결혼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그래서....외로움의 극단에서
확신도 없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랑,
누구나 따지는 비슷한 집안환경,경제력,사회성도 살피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결혼했다고...

아......어쩌자고 이런 결혼을 했을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을 저지르기는 쉽고, 수습하기는 어렵다.
사고를 치기는 쉬워도, 해결하기는 어렵다.

하물며 혼자하는 것도 아닌 결혼이야....
잘못된 선택은 하루하루를 눈물과 후회와 고통으로 가득 차게 한다.

차라리 꿈속이었다면,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둡고 습습한 지난 결혼생활을 돌아보기가 괴롭다. 어떤 괴로움도 와인처럼 장기 숙성되면 무심해진다.하지만 괴로움은 와인이 아니므로,푹 익기 전에 세상 밖으로 내어놓음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무심의 세계를 만들어갈지도 모른다.

여기서 먼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혼은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것.
왜 이혼이 실패인가,나는 선택의 실수를 했을 뿐이다.
(p18)

그렇다.
이혼은 분명 실패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 삶을 전환하는 하나의 결정일 뿐이다.

하지만 외로워서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한게,
자신의 삶을 걸고 그렇게 무책임한 결정을 한게,
선택의 실수일까?

선택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자.
" 둘 이상의 것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뽑음."

외로움의 극단에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쓸쓸함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그 당시에 나타난 싫지는 않은 남자랑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결혼한건,

둘 이상의 것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뽑는 선택이 아니라,
절망 속의 타협이 아닐까?

내 주위에도 이혼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슴이 아프다.

" 외로워서 결혼했어. 그런데....결혼하니까 더 외롭더라."
" 나를 좋아해주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아니더라."
" 양쪽 집에서 워낙 재촉을 하는데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편하게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보다 "상황"에 몰려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만하면 됐다는 이상한 절충,
부모님이 좋아하시니까....하는 평소에 안하던 효도.

문장 하나하나에 절절한 외로움이 넘쳐나는 신현림의 에세이 <싱글맘 스토리>를 읽으며,
주위 사람들의 "외로워서 결혼했어."란 말을 들으며 느끼고 또 배운다.
결혼한다고 외로움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신현림의 글은 참 솔직하다.
이혼 후 "싱글맘"으로서의 치열한 삶, 행복하기도,고단하고 벅차기도 한 일상을 담담하게 말한다.

아이가 아침에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고 애를 먹일 때, 신현림이 한 말.
" 엄마가 일해서 돈 벌어야 먹고 살지, 엄마도 힘들단 말야."(p93)
싱글맘의 고단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여자 혼자, 그것도 글을 써서 생계를 꾸리고 애를 키운다는 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닐꺼다.

매일 도서관에 가서 열심히도 글을 쓰는 신현림은
"시인"이라는 멋진 이름 보다는
"글 쓰는 노동자" 로 느껴진다.

결혼하면 참 많은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현실은 전혀 달랐다. (p54)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결혼하면 안된다는
절절한 교훈을 주는 책이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파피필름 2006-05-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시인의 외로움이 하도 절절하게 다가와서 제가 느끼는 외로움은 외로움 축에도 못 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마늘빵 2006-05-0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 신현림씨 남편이 너무 불쌍해지잖아요. ㅠ-ㅠ

stella.K 2006-05-0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kleinsusun 2006-05-0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네...문장 하나하나에 외로움이 너무도 절절하게 배어 있어요. 스파피필름님 서재 다녀왔어요. 글들이 참 단아하네요. 앞으로 자주 갈께요.^^

아프락사스님, 사실....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이 책에는 전남편이 친구도 한명 없고, 무능하고, 거칠고, 자기 성격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어요.
또...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했다는 고백을 그 사람이 읽는다면....ㅠㅠ

kleinsusun 2006-05-0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오늘처럼 날씨 좋은 날은 말구요.^^ 저한텐 참 도움이 된 책이었어요.

nada 2006-05-0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그래요.. 특히 가족 이야기 쓸 때는 많이 찔릴 듯... 저는 별로 오는 사람 없는 한갓진 곳인데도 개인적인 얘기는 망설여지던데, 수선님 오픈해 놓으신 거 보고 놀랬어요.^^ (팀장님은 안 보시나봐요?ㅋㅋ) 이혼하고 나서 전 파트너 이야기하는 거, 좋아보이진 않지만.. 근데 또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면 할 얘기가 뭐가 있나 싶기도 하구요.

BRINY 2006-05-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릴 거 없이 저보고 하는 얘기가 바로 그거죠. 그런데, 전 진짜로 외로움 느낄 새도 없거든요. 아침 7시반부터 밤 10시까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사는데, 집에서나마 좀 혼자 있고 싶은데.

kleinsusun 2006-05-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저희 팀장님은.......안 보세요.ㅎㅎㅎㅎㅎ (그렇게 믿어요.^^)
이혼하고 나서 전부인이나 전남편 얘기하는거....어느 한쪽이 유명인이라 한명만 상대방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주어지고,다른 한 쪽에게는 말할 기회가 없다는게(물론 사적인 얘기들로 공방전을 벌이는 것도 웃기지만) 뭔가 공평하지 않죠. 모든 것은 상호작용인데, 이런 경우는 일방적인 얘기쟎아요. 상대방의 입장은 또 어떨지 모르죠....

Briny님, 저는 몸은 하루 종일 바빠도 그 와중에 마음이 허~하고 눈이 퀭~하며 외로울 때가 있어요. Briny님은 그럴 때 없으세요?
전 요즘...자주 혼자 있답니다.ㅎㅎ

BRINY 2006-05-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더 지나면 그런 기분이 자주 들까요? 가끔 아이들과 언제까지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들어요,

kleinsusun 2006-05-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Briny님은 지금 바쁘고 피곤하긴 하시겠지만,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인 것 같아요. 부러부러^^

moonnight 2006-05-2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읽었는데.. 좀 불편했어요. 작가에게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남편에 대한 얘기나, 성적인 부분을 얘기할 때는 헉겁 -_-; 스스로를 너무나 여리고 눈물많고 겁많은 여자라고 표현하는 부분에서 우웅. 싶더라구요. 쩝. 제가 편견을 많이 갖고 있었나봐요. 그래서 끙끙거리다 리뷰도 못 썼던 책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