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기분 좋은 메일을 받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P대리로부터.

어제의 과음으로 지치고 힘든 아침이었는데,
P대리의 메일을 읽고 가슴이 "짜~안"했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들뜨기 까지 했다.

"성과장에게 어울리는 글이라 생각 들어 공유합니다.
성과장의 재능이 2부 순서에서 빛나리라 확신합니다.
같은 세대로 인생의 2부 순서를 잘 준비해 나갑시다."

라는 말과 함께 <한겨레 21>에 실렸던 이윤기 선생의 글을 보냈다.

"20대, 30대, 40대, 50대를 살고 있는 연하의 친구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마음에 사무치는 바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쓴다.

사무치는 바가 있다면 내 연하의 친구들이 맞을 40년, 30년, 20년, 10년 뒤의 겨울은 덜 추울 것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대숲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로 시작되는 <대숲의 주인이 되다>는 제목의 칼럼.

※ 칼럼 전문
http://h21.hani.co.kr/section-021125000/2005/12/021125000200512290591071.html

이윤기 선생은 "마음에 사무치는 바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쓴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마음에 사무쳤다. 절.절.하.게.

이 글에서 이윤기 선생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연하의 친구들" 세 명을 소개하셨다.
그 중 두 번째 연하 친구, 한 편집 기자의 얘기를 읽다가 가슴이 쿵쿵 뛰었다.
바로.....내가 "꿈꾸던 미래"가 있었다.
바로.....내가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은 "예감"이 있었다.
내게도.....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주면 좋겠다.

"신문사의 편집기자인 내 연하의 또 한 친구는 2년 전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는 거기에다 부지런히 글을 썼다. 편집기자는 원래 지면에다 글을 쓰지 않는다. 지면(紙面)을 구성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신문의 지면이 아닌, 자신의 사이버 공간에다 삶과 사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지금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그의 글을 읽은 사람은 130만에 가깝다. 그는 그 글을 묶어 올해에만 두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호평 속에 승승장구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나는 그의 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요가 그를 편집기자 자리에 앉혀놓지 않을 것이라는 유쾌한 상상을 한다. 회사가 그를 해고하기 전에 그 자신이 회사를 해고할 것 같다는 통쾌한 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내공을 쌓음으로써 편집기자인 자신을 탁월한 산문가로 진화시킨 것이다. 자신의 대숲을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아..... 너무 이른 바람이겠지만,
나도 내 글에 대한 "수요"가
나를 툭하면 깨지는 영업사원 자리에 그냥 앉혀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탁월한 산문가로 진화하지는 못해지만....^^

누가 나를 떠올리며 이런 "유쾌한 상상"을 하고,
"통쾌한 예감"에 빠졌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나를 달뜨게 해준,
내가 꿈꾸던 가까운 미래를 엿보게 해준
P대리와 이윤기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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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3-2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탁월한 산문가로 책 내는게 수선님의 가까운 미래 희망이구나....
나는 글써서 먹고 살긴 힘들 것 같고...그냥 한량처럼 시서화락이나 즐기면서 (직접 하긴 능력떨어지니깐) 살고 싶은게 가까운 미래의 희망인데... 오늘 퇴근할 때 로또 한 번 더 사야겠어요.지난 주에 우연히 한 번 사봤는데 겨우 두 개 맞는게 뭐람?
난 정말 비생산적인 일 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직접 하면 돈이나 될 텐데..
아무래도 전생에 모시던 양반 주인님이 너무 부러워 하다가 현생에서 이렇게 된 듯..

moonnight 2006-03-2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수선님이 회사를 해고하실 그 날이 오리라는 통쾌한 예감. 저도 가져봅니다. ^^ 수선님의 책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랍니다. (독촉!^^;)

야클 2006-03-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을 떠올리며 이런 "유쾌한 상상"을 하고, "통쾌한 예감"에 빠지고 있슴다. 허우적~허우적~ ^^

비연 2006-03-2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2부 순서라는 말...정말 가슴에 와닿네요...
님이 멋진 2부 순서를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내시길 기도하며..^^

거친아이 2006-03-2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글 참 좋아요...덕분에 좋은글 읽고가요^^

마중물- 2006-03-3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생 2부를 꿈꾸고 계획하러 갑니다- 좋은 글 감사 ^^

kleinsusun 2006-03-3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전 로또는 안사요. 왜냐.....뭐 당첨되는 거에 정말 운이 안따르기 때문이죠.
500원짜리 동전으로 긁는 복권 사도 500원도 잘 안되더라구요.
지난번에 "신발 끈을 묶고"란 글 읽으니깐 아주 치열하게 사시는 것 같던데요.
생산적인 일, 비생산적인 일 구분하기도 어렵쟎아요. 그냥.....즐겁게 사는게 쵝~오! 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욤!^^

달밤님,정말....기다리시는 거예요?ㅎㅎㅎ
항상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야클님, 건저드릴깝쇼? ㅎㅎㅎ

비연님, 아....감사합니다. 비연님도 멋지고 행복한 2부 순서를!

거친아이님,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애플망고님, 네....멋진 2부 순서를 계획하시길....
참, 망고님 서재 즐찾에 등록했어요. 투자 관련 서적 리뷰가 많네요. 앞으로 자주 갈께욤.^^

드팀전 2006-04-01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열하게 사는게 아니라...잘 싸우겟다는 거죠....
와이프가 며칠 전에 그러데요.
"어차피 자기 성격이나 스타일 상 이 바닥에서 성공 내지는 크게 승진하긴 글러보여.그러니까 그냥 소신껏 할 소리하고 속 시원하게 해.그래야 윗 사람들도 만만하게 보지 않을거고.. 뒤에 사람들이나 후배들 한테 인정이나 받지.."
''' .... 전 치열하게 살기 싫어요.성공 같은건 개가 물어가도 아깝지 않구요.사회의 성공이란 척도에 따라 윗자리에 올라가 관리자 하기 싫어요.
치열하게 사는 것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랍니다.조만간 짤릴 수도 있다구요.(심각하게.)안 짤려도 인사 고과는 최악이겠지.ㅎㅎ
오늘 9시 반에 '역모의 주역'들이 경영진 독대를 한 답니다.노조에서도 배후에서 지금 날을 세우고 있구..회사 다른 팀들도 요즘 저희의 동향에 귀를 쫑끗 세우고 있지요. 경영진이 무식하고 단호하게 나오면 이 일이 기폭제가 되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요.
당장 밥줄 떨어지면 로또에 기대야지..뭐 별수 있남요?.... 님도 한번 개겨보세요.
ㅎㅎ 잘 개겨봐야 좋은 글도 쓴데요.ㅎㅎ 개기는 자들이 회사에서 겪는 음해와 루머,그리고 외로움...
오호... 외로와... 경영진이 막나오길 바라며 구두를 닦음..... 막나오면 다음은 퇴진운동..그 다음은 파업...(에이...이 넘 회사는 노조원들의 정치교육이 덜돼서 파업동력이 떨어지는데 ..믿음직 하지가 않아..지난번에 대의원회의에서 정치교육 좀 하라고 그랫는데 말을 해도 관심이 없어..뭔 조합원이 노조가 임금투쟁이나 하는덴 질 알아..)
로또 사야지... (로또 마니아 아니에요..그래봐야 손꼽을 정도로 사봤음.)
요즘 오주석 선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보고 있는데...거기 나오는 옛 한량들처럼 사는게 내 꿈인데...ㅜㅜ

kleinsusun 2006-04-0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은 정말 현명하고 또 드팀전님을 사랑해 주는 든든한 빽이 있네요.
그런 든든한 옆지기가 있는 드팀전님, 참 행복하시겠어요.
세상 아내들이 다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건 아니랍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둔 K대리의 아내는 회사를 그만두려던 K대리에게 이렇게 말했다더군요. "아무리 한심한 일을 해도, 인정 받지 못해도 좋으니까 그냥 대기업에 남아 있어." 라고..... 넘넘 다르죠? ㅎㅎ
드팀전님은 참 행복한 사람이예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