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오후 2시쯤.
우체국 택배로 책이 한아름 도착했다.

"보내는 사람" 란엔 또박또박하고 이쁜 글씨로
"최종규"라고 써 있었다.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최종규님이 보내준 소포였다.
순간...감동했다.
시골 우체국에 직접 가서 소포를 보냈을 종규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소포를 받으면,
(그 소포가 내가 주문한 알라딘 택배라도)
상자를 뜯으며 살짝꿍 가슴이 뛴다.

소포를 뜯고 짧은 환호성을 질렀다.
최종규님이 갈무리한 이오덕 선생님 책들이 가득 있었다.

신나서 책들을 넘겨 보다가 쪽지를 발견했다.
과장 승진을 축하하며 책을 몇권 보낸다는 짧은 편지.

아.....까잇 과장됐다고 너무 떠들었나?
부끄럽기도 했고, 동시에 넘넘 고마웠다.
일년 넘게 서로 연락이 없었는데,
잊지 않고 선물까지 보내준 정성에 짜~안했다.

짧은 편지에는 이번에 두번째 책을 냈고,
토요일 5시에 숨책에서 작은 기념 파티가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리하여...
어제 신촌으로 나들이를 갔다.

출판 기념 파티.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터라
뭘 사가야 하나...? 혼자 생각했다.
꽃을 사가는 것도 이상하고,
맨손으로 가는 것도 뭔가 뻘쭘하고...
생각하다가 답이 안나와서 그냥 갔다.

신촌에 늦게 도착한 난(그것도 한시간 반이나...ㅠㅠ)
어디로 가야 하냐고 전화를 했다.
장소가 애매해서인지,
종규님이 현대백화점 앞으로 데릴러 왔다.

같이 걸으며 얘기했다.
" (머쓱하게) 저...제가 이런데 와보는게 처음이라서요.
뭘 사와야 하는건지 몰라 그냥 왔어요."

종규님이 웃으며 말했다.
" 아무것도 사오는거 아니예요.
출판 기념회 때 제일 좋은 건 책을 사주는 거죠."

난 기분 좋게 대답했다.
" 그래요? 그럼 제가 다섯권 살께요."

이어지는 종규님의 대답.
" 다섯권요? 못들고 가실텐데...."

난 뭔 말인가 했다.
시끄러운 대로변을 벗어나
연대 지하도 옆 모퉁이에 있는 주점에 도착했을 때,
종규님의 책을 보고서야....무슨 말인지 알았다.

책이...사전 같이 두꺼웠다.

요즘...이렇게 두꺼운 책을 오랜만에 봤다.
자그만치.... 895page. 우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기분이 좋아서 5권을 산다고 큰 소리를 쳤던 난,
슬그머니 책값이 걱정되었다.

슬~쩍 책을 뒤로 돌려 책 가격을 보니...29,000원.
헉.... 어쩌지?
책값도 책값이지만 들고 가기도 힘들 것 같았다.

난 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 저... 세권 싸인해 주세요! ㅎㅎ"

내꺼 한권, 그리고 선물하고 싶은 사람 두명의 이름을 말하고
싸인을 부탁했다.

주점에는 cy "함께살기" 회원들, 출판사 그물코 사장님, 또 대양서점 젊은 사장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이미 빈 소주병들이 꽤 보이고,
분위기가 얼큰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종규님 한명 밖에 없었던 난,
싸인 받은 두꺼운 책 세권을 안고 먼저 나왔다.
종규님에게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하고서....

자신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지인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
잠깐 있다 나왔지만, 흐뭇함이 느껴졌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돌잔치 보다 100배 기분이 좋았다.
난 왜 돌잔치를 부페며 호텔에서 떠들썩하게 하고,
왜 회사 사람들까지 다 부르는지(그것도 일요일 오후에) 이해를 못하겠다.

두번째 책을 낸 종규님의 소박한 파티에 다녀 오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이런 소박한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했으면 좋겠다....고.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6-03-2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책 괜히 보고 싶어지는데요. 흠. 거의 <젠틀 매드니스>에 맞먹는 두께일 듯. 이 책이 1111쪽이니, 대량 얼핏 보면 비슷하겟어요. 와우. 세권을 어캐 들고가셨대요.

물만두 2006-03-2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럽습니다. 너무 두꺼워서 저는 못읽겠네요^^;;;

stella.K 2006-03-2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좋으셨겠습니다. 부러워라! 과장 승진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6-03-2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진도 축하드려요. 좋은 만남이 책으로 내내 이어지시길...

2006-03-26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03-2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멋지게 살고 계시는군요!
수선님도, 수선님의 지인분들도!

kleinsusun 2006-03-2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책이 너무 무거워서....택시를 탔어요. 그날 출혈이 컸죠.ㅎㅎㅎ

물만두님, 그죠...디따 두껍죠? 저도 깜짝 놀랐어요.^^

stella님, 감사합니당^^

혜경님, 감사합니당.^^

속삭이신님, 격려 감사합니다. 출판 기념 파티를 하게되면 꼭 초대할께욤^^

다락방님, 멋지게 산다....고 자신있게 말할 순 없는디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