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년의 마지막 날, 이은미 콘서트에 갔었다.
생각해 보니 05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 콘서트였다.

힐튼 컨벤션 센터.
공연시간 6:30 보다 30분 정도 먼저 가서 일찍 공연장에 들어갔다.
앉아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50~60대 어르신들이 상당히 많이 오셔서 놀랐다.

송년 디너쇼로 착각하신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초대권이 생겨서 의무적으로 오신 분들도 더러 있는 것 같았다.

공연명은 " MA NON TANTO ".
6집 앨범 제목과 같다.
앨범을 사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은미 언니의 친절한 설명으로 알게 되었다.

이태리어로 "....,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

예를 들면,
" Allegretto ma non tanto" 하면,
" 조금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Ma Non Tanto.
어감도 마음에 든다.

6시 30분.
불이 꺼지고,
지각쟁이 입장객들이 허리를 숙이고 들어오고,
밴드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은미 언니는 언제 나오나....하고 있는데
이은미가 <사랑이 지나가면>을 부르며 나왔다.

아....정말 언제나 느끼지만,
정말....감동적일 만큼 노래를 잘한다.
아니 단지 "잘한다"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이은미는 트로트를 불러도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해 낸다.
리메이크한 모든 노래가 명품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머리를 짧게 자른 이은미는 많이 달라 보였다.
2년만에 처음하는 콘서트.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정말 설레였고, 많이 힘들기도 했다고 한다.

몇곡의 노래가 끝나고,
공연장 화면에 "해인사" 가 나왔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이은미가 말했다.

" 제가...2년 동안 자주 갔던 곳이예요.
해인사에서 머물면서 산도 오르고, 혼자 있는 시간도 가지고,
스님들과 차도 나눠 마시면서 좋은 말씀도 듣고 그랬어요.

이 곳이 없었다면 이렇게 다시 무대에 서지 못했을 꺼예요."

아....이은미가 많이 힘들었구나.
아름다운 해인사 전경을 보면서
가수가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외로움 같은게 느껴졌다.

해인사 얘기를 들려준 다음
이은미는 <애인...있어요>를 불렀다.

그런데...노래를 부르다가
"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사람 그대라는걸 "
이 부분에서 흐느껴서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눈물이 북받힌 이은미는 뒤를 돌아 크게 흐느끼며 울었다.
간주 후에 이은미는 애써 노래를 계속했다.

<애인...있어요>가 끝나고 이은미가 말했다.

" 죄송합니다. 2년 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생각나서...
이렇게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기뻐요."

이은미가 노래를 부르며 흐느낄 때, 나도 같이 울었다.
울먹이는 이은미를 보면서 나도 눈물이 났다.
노래 가사까지....슬펐다.

00년인가 01년에 아주대 체육관에서 한 이은미 콘서트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이은미는 아주 발랄했다.
락커 같은 긴 웨이브 머리에 캐쥬얼한 차림이었고,
무대를 사방으로 뛰어 다니며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무차별적으로 뿜어 냈다.

2년만의 콘서트.
이은미는 많이 차분해져 있었고,
"MA NON TANTO" 라는 공연 제목 처럼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노래에 감정을 뿜어 내고,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공연 분위기를 끌고 나갔다.

9시쯤 공연이 끝났는데,
이은미가 어떻게 10시에 또 공연을 할지 걱정스러웠다.
정말 열정적으로 노래를 했고, 또 펑펑 울었고,
땀을 비오듯이 흘렸고, 게다가 2년만의 콘서트라 긴장도 좀 한 것 같았다.
정말...대단한 체력이다.
공연 뒷풀이에선 술도 많이 마시겠지? ㅎㅎ

05년의 마지막 날을 잊지 않게 해줄 기억에 남을 콘서트였다.
은미 언니,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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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1-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있어요, 들을 때 마다 눈물나요. 라이브로 보고 들었으니 정말 절로 눈물이 날 법하네요. 수선님은 섣달 그믐을 그렇게 보냈군요 ^^
판타스틱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야클 2006-01-0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 그런 노래가 있어요? 함 들어봐야겠네. ^^

mong 2006-01-05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범 제목도 그렇고 놀랄만큼 절제된 모습이
좋기도 하고 궁금했는데...그런 고통끝에 달라진 거군요
저도 가고 싶던 공연이었는데 후기로 만족을~~ ^^

마늘빵 2006-01-0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은미를 보셨군요. 진정한 라이브 가수. 이은미, 도원경 이런 사람들 공연을 봐야돼요. 부럽습니다. 전 19일에 드림씨어터 보러가요. 드림씨어터 아시나....?

천리향 2006-01-0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좋으셨겠어요...저도 들어보고 싶군요.

저도 05년 마지막 날 밤 12시 넘어가는 순간에 막 울었었어요.
'너는 내 운명' 비됴 빌려보면서 새해를 맞이했는데 넘 슬퍼더라고요.

kleinsusun 2006-01-0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님도 <애인....있어요>를 듣고 눈물을 흘리시는군요.
콘서트에서 직접 들으니, 그것도 이은미가 실제로 흐느끼니까 저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플레져님도 판타스틱하게 한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셨죠?

야클님, <애인...있어요>는 제 핸펀 벨소리이자, 칼라링이랍니다.호홋.

mong님, 아....mong님도 "절제"를 느끼셨군요. mong님도 콘서트 보셨으면 좋았을텐데.... 서울 공연은 끝났고 의정부 공연은 어떠세요? 집에서 너무 뭐나요?^^

아프락사스님,우째..."드림씨어터"를 몰라요. 19일에 멋진 콘서트 즐기세요!

지노님, <너는 내 운명> 보면서 많이 우셨군요. 전...안 울었는데...ㅎㅎ
그런데...그런데....이 세상에 그렇게 최악의 상황에서도 한 여자를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가 있을까요? 궁금...

moonnight 2006-01-0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은미씨 공연 한 번도 못 봤네요. ㅜㅜ 입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수선님도 무척 공감하신 공연이었나봐요. 함께 눈물을 흘리실만큼. 전 섣달그믐날 술과함께 보냈는데 ^^; 아, 공연 가고파요. ;;

천리향 2006-01-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원체 감정이입이 심한 인간이여요.
왠만한 드라마만 봐도 막 울어제끼니 원...
글고
이 세상에 그렇게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는 있겠지만
"끝까지", 그러니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은하씨가 죽지 않고 기적적으로 에이즈가 치료되서
석중씨랑 알콩달콩 살다보면 강물같은 시간이 흘러 자식새끼도 생기고,
이런 저런 문제로 지지고 볶고, 이전의 "너 없인 못 살아" 도 잊어버리게 될 테고...


깍두기 2006-01-0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
콘서트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kleinsusun 2006-01-0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Ma Non Tanto 공연 대구에서도 한답니다.^^ 강추!

지노님, 저도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자주 울어요. 근데 <너는 내 운명>은 AIDS를 그저 신파를 위한 소재로 사용한 거 같아서 쪼끔....거부감이 느껴졌어요.^^

깍두기님, 공연 가세용, 가세용, 가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