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도곡동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시험감독을 갔었다.
내가 담당했던 고사실은 5층이었는데 창문으로 웅대한(?) 타워 펠리스가 아주 가까이 보였다.

타워 펠리스 내부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인테리어며 내부 설계가 얼마나 으리으리한지는 모르겠지만,
창문 너머로 보니 여느 아파트와 같이 유리창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것이
답.답.해 보였다.

마침 박범준.장길연 부부의 무주 산골생활을 쓴 책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읽고 쓴
로드무비님의 리뷰를 읽은 다음 날이었다.

참.....드물긴 하지만.....
그렇게 서울생활을 과감히 접고
마당에 직접 재래식 화장실을 만들고, 직접 기른 채소로 밥상을 차리며 사는 사람도 있고,
평범한 월급쟁이의 전업주부 아내가 재테크를 잘해서
타워 펠리스에 "입주"도 아니고 "입성"을 했다고 쓴
<나의 타워 펠리스 입성기>도 있으니.....

참....웃기는 세상이다.

충분히 가질 수 있는데 다 버리고 떠나는 사람도 있고,
무슨 개선장군처럼 "나 타워 펠리스에 입성하였노라" 떠들고,
또 그 책을 읽으며 재테크 우수사례를 따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언젠가....(아마도 올해 초였던 것 같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합니다"라는
놀라운 광고 카피를 보고 멍~했던 적이 있다.

광고 심의 위원회에서는 도대체 뭘 하는 것인지....
이 보다 더 천박할 수 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92~93년.
오렌지, 낑깡 이런 게 한참 유행했었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 앞 주점 대신,
조잡하게 꾸며 놓은 차를 몇 명이서 나눠 타고
"집 앞에 가서 놀자!" 외치며 강남으로 우~몰려가는 애들이 있었다.

걔네가 가장 즐겨하는 질문이 있었다.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

아무래도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합니다"라는 대단한 카피는,
선정적이며 천재적인 특정 카피라이터에 의해서 어느 날 불쑥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유.구.하.게 명맥을 유지해 왔던 것 같다.

좀 썰렁한 질문이긴 하지만.....
난 사람들한테 "꿈이 뭐예요?" 라고 물어 보는걸 좋아한다.
이유는? 정말로 궁금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 가는지...

한 번은 한 젊은 남자에게서 이런 대답을 듣고 실망한 적이 있다.
" 전 마흔 살에는 오피러스를 타고 싶어요."

뭐....자신의 은밀한 꿈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기 싫어서 그런 대답을 했겠지...
하지만...그게 정말이라면....좀....허무하다.
마흔 살에 오피러스를 타는 것?
그 때는 더 좋은 차를 타고 싶겠지....

"타워 펠리스에 사는 것"
"빌딩을 하나 사는 것"
"벤츠나 BMW를 사는 것"
이런 "to have"가 수많은 개인들의 꿈이다.

나도....동참해야 하나?

쥐뿔도 없는 주제에,
이런 꿈은 너무 쉬운 것 같은 건방지고 무모한 생각을 하는 나도 참....대책 없다.

그래도 나는....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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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2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오피러스라... 좀 그러네요... 전 책 많이 읽고 가늘고 오래 사는 건데^^;;;

이리스 2005-11-2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꿈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깍두기 2005-11-29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꿈은....죽을 때까지 인생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수선님,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눴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하고 갑니다^^)

mannerist 2005-11-30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뭐에요?"

대외용 공식 반응: 무사안일 쾌락만땅이요. ^^;;

대내용 다짐: XXX XXXX(뭘까~~ 요? ㅎㅎ)

-_-v

드팀전 2005-11-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고가 다 그렇지요...치졸하다니깐...
나이 마흔에 오피러스 중고차나 타라 그러셈.10여년 후일테니 중고가격 많이 떨어지겠네.꿈은 이루어질 수 있겠다고 그 친구에게 전해주셈....


코마개 2005-11-3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내꿈은 뭐지??
죽도록 인생을 즐겁게 살아서 세상에 복수하기.
동남아시아 저 구석에 가서 게스트 하우스 하면서 하루 3만원 벌어 생활하기.
말하고 보니 별거 없네.

moonnight 2005-11-3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 책을 놓지 않고 나름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싶어요. ^^ 이런 꿈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간 그게 무슨 꿈이냐 라는 반응을 듣게 마련이지요. -_- 늘 꿈꾸는 수선님이 알흠다워요. ^^

글샘 2005-11-3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박한 나라에서 가장 천박한 빌딩이 저거 같더군요.
하긴 저것들은 거기 못사는 사람들보고 천박하다 하겠지요.ㅋㅋㅋ
제 꿈은 더이상 책을 못 읽을 나이가 되면, 조용히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읽었던 책 생각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리뷰를 쓰는 건지도 모르지요. 내가 책을 못 읽게 되면, 손자더러 제가 만든 리뷰를 읽어 달라고 하면 더 재미날는지도 모르겠네요.ㅎㅎㅎ

깍두기 2005-11-3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들어왔다가.....
드팀전님의 댓글에 뒤집어지게 웃고 감^^

천리향 2005-11-3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꿈은 참고서 없는 동네 서점 차려놓고 놀맨놀맨 소설책 읽는 건데요.
요즘은 동네 서점들이 죄다 망하는 추세라서 꿈을 몬 이룰 꺼 같아 걱정이예요.
글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해보지 못한 경험이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나봐요. 저는 시골태생이라 그런지 재래식 화장실 만들어놓고 야채 키우면서 사는 거보다는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 있는 아파트에서 손질해 논 야채 사다 먹으면서 사는 것이 더 좋아요. 헤헤



kleinsusun 2005-11-3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책을 사랑하는 님의 면모가 느껴집니다. 우리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책을 읽어 보아~요.^^ 저는 빨리 저만의 서재겸 작업실을 가지고 싶어요.

낡은 구두님, 그럼...이미 꿈을 이룬 것 아닌가요?^^ 날마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는거군요. 박수!!!

깍두기님, 정말 멋진 목표네요. 오늘도 인생이 재미있으셨죠? 내일은 더 재미있기를 바래요. 저는요...요즘 참 재미있어요.ㅎㅎ (깍두기님, 전 깍두기님을 넘 자주 봤는디요....인사를 안 나눴었나요? ^^ 앞으로 자주 만나용.)

kleinsusun 2005-11-30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무사안일 쾌락만땅...이거 맘에 든다. 써 먹어야쥐! ㅎㅎ
대내용 다짐은 모냐? 술 먹이고 알아내야쥐.음하하.

드팀전님, 역시 짱이야..넘 웃겨, 넘 웃겨...ㅎㅎㅎㅎ
"꿈은 이루어진다"고 그 친구에게 메신저를 날리지요.^^

강쥐님, 죽도록 인생을 즐겁게 살기....이거 정말 대단한건데!!!!
음....숨겨진 야심가였군요.ㅎㅎ 요즘 수영 진도 많이 나갔나염?

moonnight님, 예쁜 꿈인데요. "나름" 행복하다고 느끼는게 사실...가장 중요한거쟎아요. 남들이 아무리 부러워한들 뭘 하겠어요?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그죠?

kleinsusun 2005-11-3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오...멋져요! 손자가 글샘 선생님의 리뷰를 읽어주는 모습...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군요. 그런 멋진 상상을 하시는 글샘님, 참으로 멋지세요!!!

깍두기님, 그죠? 드팀전님 넘 재미있죠? 전...드팀전님의 광팬이랍니다.호홋

지노님, 저는 시골 태생 아닌데도요....수세식 화장실이 좋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푸세식 화장실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솔직한 지노님이 좋아용.^^

천리향 2005-12-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꽥! 사모하는 수선화님한테 제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벌렁거리는군요. 히히
출근길에 하늘이 찌부두둥해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수선화님의 한마디에 영 기분이 좋아져서 점심을 맛나게 먹을랍니다.
수선화님도 점심 마이 잡수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