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은 책입니다. 거기에 사랑에 관한 설화가 있어 올려 봅니다.

옛날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자상하고 건실했지만 이상하게도 수만 먹고 들어오면 막대기를 찾아서 죄 없는 아내를 때렸다. 그러고는 술이 깨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내에게 잘못을 빌고 잘해 주었다는 것이다.

아내로서는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다가 다음 날이면 착한 사람으로 돌아오는 남편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탁발을 온 스님에게 시주를 한 아내는 그 스님에게서 남편의 나쁜 버릇을 고칠 묘책을 들었다.

갈대 백개를 묶어서 두었다가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오면 그 갈대다발로 맞으라는 것이었다. 며칠 뒤 술을 먹고 들어온 남편은 어김없이 아내를 때리려고 막대기를 찾더니, 아내가 준비해놓은 갈대 다발을 찾아서는 아내를 때리기 시작했다. 별로 아프지도 않은 갈대 다발로 밤새도록 아내를 때리던 남편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남편의 술버릇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술을 먹어도 아내를 때리지 않는 것이었다. 얼마 후 탁발을 나온 스님에게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자 스님은 그 부부의 전생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동안 남편이 아내를 때린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전생에 농부였던 아내가 전생에 소였던 남편을 수십만 대나 때렸기 때문이다. 전생의 업을 갚기 위해 남편은 아내를 때려야 하는데 평소에는 못하다가 술만 먹으면 아내를 때려 그 숫자를 채워갔던 것이다. 그러다가 갈대 다발로 밤새 맞은 덕분에 남은 몇 십 만대를 채운 남편은 더 이상 아내를 때릴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내는 스님의 지혜 덕분에 남은 평생 술주정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전생에서 매질을 한 아내도, 술을 먹고 아내를 때린 남편도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173~176쪽)

이 이야기는 글쓴이가 아내와 다른 성격차, 이를테면 본인은 성격이 급한데 아내는 마냥 느긋한 성격인 것에 관해 통찰을 준 글을 옮긴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래. 내가 전생에 너무 오랫동안 아내를 기다리게 했던 모양이다. 이번 생에는 아내를 맘껏 기다려 주자"고 마음 먹었다죠.

우린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죠. 이런 이야기에 이런 통찰을 얻는다면 성격차라는 거 문제도 아니겠죠?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답니다.

"제가 어느 커다란 사찰에 가 있었어요. 사랑하던 사람이 출가를 해서 중요한 관문을 통과하는 날이었는데 너무나도 궁금한 마음에 찾아갔던 거예요. 그 중요한 관문이란 것은 통과하면 출가자로 인정을 받게 되지만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위험한 시험이어서, 어느 쪽이든 제 입장에서는 그 사랑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안위가 염려되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곳을 찾아갔는데, 잠시 기다리니 한 스님이 제게 다가와서는 '그 분은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는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이제는 그이를 영원히 볼 수 없겠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저는 그 스님께 '여원히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라는 말을 남기며 돌아서는데, 그 알 수 없는 영원이라는 시간의 아득함과 감히 '영원히'라고 말 할 수 있을만큼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듯한 절절한 감정이 뒤범벅되어 너무나도 애틋하고 슬픈 마음이었어요.

이렇게 전생을 보고 나니 그 동안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나의 여러가지 상황들이 많이 설명이 되더군요. 그 중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포기할 수 잇는 사람'에 대한 괜한 두려움 같은 것도 있었어요. 아마 전생에 그런 사람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그랬던가 봐요."(177~

글쓴이는 아내와 연애시절 이 말을 듣고 높은 전압의 전류에 감전된 듯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포기할 수 있는 사람! 이것이 철들고 나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본인을 규정했던 말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말을 자신이 결혼할 사람에게서 들었다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것이 때로 상대를 힘들에 만들 수 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지요. 그래서 많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더군요.

이런 얘기들으면 정말 이 세상에 자기 인연은 꼭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떤 사랑에 관한 설화로 생에 통찰을 얻고 나의 이야기로 인해 전압의 전류를 느껴줄 사람이.

님도 어느 때가 됐든 꼭 그런 좋은 사람 만나시길 빕니다. 아 그렇다고 너무 운명적인 것에 목매달 필요는 없겠죠. 인연은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니까요. 이 가을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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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

stella.K 2005-10-1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

울보 2005-10-1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좋은 사람과 인연들이 있으시기를 알라딘의 솔로들은요,,

stella.K 2005-10-1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작 우리의 쥔장께서는 아직도 안 보셨나 봅니다.흐흐.

mong 2005-10-1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인연이라는 것이 참~

stella.K 2005-10-1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kleinsusun 2005-10-18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아....인연....인연이 있겠죠?
어젯밤에 인터넷이 안되는 바람에 지금에야 봤어요.
네...이 가을 좋은 인연을....부끄부끄....
제가 너무 "사랑을 주세요!" 조르는 애 같아서 살짝꿍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stella님, 감사합니다. 좋은 인연 만들어갈께용! stella님과도....^^

stella.K 2005-10-1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제야 보셨군요. 부끄럽기는요, 이쁘기만한데...! 이벤트 끝나시면 정말 수선님께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야클 2005-10-1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배부르다~~~~ 꺼억. 난 전생에 뭐 였을꼬???

stella.K 2005-10-1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드셨구만요. 뭐 드셨습니까?^^

야클 2005-10-1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집 모듬볶음밥요. 굉장히 맛있던데요? ^^

stella.K 2005-10-1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이시군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