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기에
"뭐야?" 하며 옆에 앉았다가 너무....놀랐다.

부시시한, 헝클어진 파마 머리에
주운 것 같은 허접한 티쪼까리를 입고
동생을 버린 남자를 쓰레파를 벗어 들고 마구 때리며
고래 고래 악을 쓰는 아줌마....

그 아줌마는...최진실이었다.

연기... 정말 잘했다.
그런데...."연기 참 잘한다" 이 생각 보다는
"어쩌다 저런 역까지 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92년...
서울의 모든 길거리의 리어카에서
"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 앞에 서있는데..."
하는 유승범의 노래가 하루 종일 울러 퍼졌다.

그 때....최진실은 요정이었다.

오늘 잠시 본 <장미빛 인생>에서의 최진실과
92년의 <질투>에서의 요정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믿기는....쉽지 않았다.

92년...
아직까지 내용이 기억날 만큼 <질투>는 인기가 많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태풍을 일으키며 나타났고,
노래방에 가서 만원을 내면
빨간색 소쿠리에 오백원 짜리 동전 스무개를 담아 줬고,
지금은 중견 탈렌트가 된 염정아랑 홍학표 등등이
<우리들의 천국>의 주연을 하고 있었다.

아....그러고 보니....최진실만 변한게 아니구나....

그 때....
우리들은 대학 1학년이었다.

그 때....

맨날 하는 일이 술먹고,당구치고, 여자한테 차이는게 전부였던
동기 P는 OO대학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고( 정말.....상상도 못한 일이다.),

어떻게 남자랑 키스를 할 수 있냐며 수줍어 하던 친구 OO는
애 둘을 낳고 자~알 살고 있으며(공공장소에서 수유를 하기도 한다),

학사경고를 내리 받았던,
수업 시간에 칠판 보다는 주로 창문을 바라보던,
늘 조금은 우울해 보이던, 제도권과는 멀어 보이던 A는
OO법원의 검사가 되었고,

찢어진 미키마우스 청바지에 형광색 티셔츠를 입고 돌아 다니던 나는
멀쑥한 정장차림의 회사원이 되었다.

정말.....그 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1992년의 질투...최진실....그리고 우리.

더 이상 노래방에 오백원 짜리 동전을 담아주는 소쿠리가 없듯이
그렇게 많은 것들이 변했다.

최진실도....
나도....
우리 모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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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29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질투 안보고 그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유승범의 그 노래는 기억하고 있죠. 어떤 시기, 특정 장소에서 그 노래를 불렀는데요, 그 노래를 부르면 그 장소와 시간이 떠올려집니다.

엔리꼬 2005-09-29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질투를 우리 학교에서 찍은 적이 있어서 그 때 우리 모두는 난리가 났었죠.. 저도 결국엔 최진실, 김혜리 얼굴을 바로 옆에서 볼 수가 있었다는... 아~ 추억은 방울방울

kleinsusun 2005-09-29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 특정한 장소가 어디예요? 궁금^^ 노래방은 아니죠? ㅋㅋ

서림님, 안녕하세요. 정말 추억은 방울방울이네요......방울방울 맺히는...^^
그 때 서림님이 바로 옆에서 본 최진실과 지금의 최진실...정말 많이...변했죠?

BRINY 2005-09-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15년전, 입시위주의 교육에 불만투성이였고, 교사들이 보기에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가끔 돌발행동을 하던 학생이, 지금은 그때 아기였던 학생들을 상대로 교단에 서있네요. 아이러니.

로드무비 2005-09-29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生은 알 수 없어!
딱 이 한마디.^^
그런데 인기절정 요정(그것도 연기지만)일 때가 인생의 황금기고
추레한 아줌마(그것도 연기지만)로 변신한 지금이 추락한 건 아닐 거예요.
남편과의 문제로 온갖 추문이 쏟아져 나왔을 때 저 수치를 어떻게 견디나,
염려스러웠는데 잘 극복한 것처럼 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글샘 2005-09-2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의 방황하던 우리가, 2000년대의 곰팡내나는 우리로 변화한 모습을 두눈 시퍼렇게 뜨고 쳐다본 이가 있습니다. 김규항의 나는 왜 불온한가를 읽고 있습니다.
거기에 답이 있을겁니다.

로즈마리 2005-09-2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미빛 인생>의 최진실 보고, 제 2의 고두심이 되려는가 보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었죠. 근데, 참, 요정처럼 나왔으면 호응을 못 얻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근데, 정말 인생이란 알 수가 없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제가 이짓하고 있을 줄 몰랐으니까. 그러면서도 왠지 끄덕끄덕하게 되는 거 있죠. 누가 뭐 한다고 하면, 의왼데도, 역시, 왠지 어울려..하는..^^

kleinsusun 2005-09-2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정말...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죠?
저도 제가 회사원이 될지는 몰랐어요. 또....회사를 이렇게 오래 다닐지도 몰랐답니다.ㅋㅋ Briny님의 학생들은 92년엔 이유식 광고 모델들? ^^

kleinsusun 2005-09-2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 시련 속에서 다시 일어난 최진실.홧팅입니다!!!
글쿠...신한인지 신안건설인지 아파트 분양 부진이 최진실의 이혼에 있다고 소송한 그 회사.... 그 회사의 손을 들어준 판사....정말 기가 막혀요. 만약 그 아파트가 잘 팔렸다면 그건 다 최진실 덕분인가요?

92년...15년이 지났어요.
그 때가 더 좋은 시간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항상 이 순간이 인생의 화양연화라는....^^

kleinsusun 2005-09-2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나는 왜 불온한가> 읽고 계시는군요.
김규항 책을 한번도 읽어 본 적이 없어요.
인터넷에서 글은 몇번 읽었는데 좀 거북했던 기억이....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9-2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2의 고두심....ㅋㅋ
고두심 정말 훌륭한 배우쟎아요, 그죠?
그 영화 제목이 뭐죠? 고두심이랑 전도연,박해일 나오는....
아...<인어공주>.
그 영화 보고 고두심을 더더욱 존경하게 되었다는....

최진실...예전처럼 귀여운, 요정 같은 이미지는 없어졌지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연기력과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코마개 2005-09-2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진실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보란듯이 잘살았으면 하는. 그 이상한 아파트 회사는 최진실 이혼한것 가지고 아파트 이미지 나빠져서 안팔렸다는 말도 안되는 소송하고 판사는 손해배상 판결 내리고. 웃기지도 않죠.
아픔을 많이 겪어서 연기에서 삶이 묻어나는것 같아요.

kleinsusun 2005-09-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아파트 회사는 어떻게든 핑계를 잡아서 조금이라도 적자를 보전할 속셈이라 치고....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판사의 뇌구조는....?
정말 웃기는 세상입니다. 외국 신문 해외토픽란에 제보를 하면 나올 듯...
최진실 홧팅!

마태우스 2005-09-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에 진료봉사를 나갔었어요. 그때 줄기차게 부르던 노래였죠. 엠티를 못가고 그냥 와야 했는데요, 어찌나 아쉽던지. 진료기간 내내 겁나게 재미있었거든요.

클리오 2005-09-2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 저도 '장밋빛 인생'을 보면서, 계속 '질투'를 떠올리고 있었거든요.. 세월이 많이 흘렀어.. 하고 말이죠... 그래서 분명 비슷한 또래일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맞았어요. 저는 92년도에 고3이었거든요.. 고3의 스트레스받는 정체불명의 머리속에 울려퍼지던, 자기만 화창한 것 같은 질투의 주제가.... 저는 그 시절 친구들을 떠올려봤자, 그때 절대 교사 안한다고 말하던 애가 지금은 교사만 잘하고 있다...밖에 할 말이 없군요. (사범대를 나왔거든요... ^^)

kleinsusun 2005-09-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태님, 그런 겁나게 재미있는 추억이 있었군요.
마태님이랑 데이트하는 미녀는 정말 지루할 시간이 없겠어요.
워낙 화제가 많으시니깐....

클리오님, 저랑 비슷한 또래시군요.ㅋㅋ
고 3때 질투 보면 정말 "질투"가 났었겠네요.
컴컴한 독서실, 계속되는 모의고사...스트레스에 살은 찌는데
드라마에서는 그저 깨소금 쏟아지는 연애질들이.....ㅋㅋ

정말....많은 것이 변했어요. 92년과 그리고 지금.

플레져 2005-09-2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경이! 질투에서 최진실 이름이 하경이였어요. 그 둘이 세븐 일레븐에서 컵라면 먹는 바람에 죄다 편의점가서 무조건 먹었다죠. 아마, 새우탕면? ㅎㅎ
마지막회는 녹화해 두고 보고 또 보고 했었죠. 트렌드 드라마의 신호탄이었을테고... 그나저나 우리도 참 많이 변했군요. 최진실 늙는 것만 생각하고 나 늙는 건 생각도 안하고 있었으니~~~ ㅎㅎ

kleinsusun 2005-09-29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맞다.이름이 하경이었어요.직업은 여행사 다녔나...?
세븐 일레븐에서 컵라면 먹던 것도 생각나고,
또 최진실이 최수종을 베란다에서 기다리면서
죠리퐁 한봉지를 다 먹어버린 것도 생각나네요.
나름대로 시간의 흐름을 죠리퐁 빈봉지로 표현한....ㅋㅋ

어제 깨달았어요....최진실만 변한게 아니라 모두가 변했다는 것을...

moonnight 2005-09-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이 드라마 보고 울었어요. ㅠㅠ 최진실 정말 연기 잘 하더군요. 자신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날 듯도 하구요. 야무진 이미지 그대로 시련을 딛고 일어섰음 좋겠어요. 92년에 질투가 방영됐었군요. 그 때 인기 정말 짱이었죠. 그거 하는 날은 과동기남자애들도 술도 안 마시고 집으로 뛰어갔던.. ^^;

kleinsusun 2005-09-3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최진실 연기 정말 잘하죠?
드라마 제목처럼 최진실이 시련을 딛고 다시 "장미빛 인생"을 찾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