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물어봤다.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거 있어?"

뭐 생각나는게 없었다.
"없는데..."

언제인가...어디에선가...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나 생일, 휴가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뭔가 특별하고 근사하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날 만큼은 꼭 행복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

그 말이 공감이 된다.

03년 생일에는 덴마크에 있었다.
출장중이었다.
"생일날 미역국도 못 먹어서 어떻하니?"
엄마는 걱정을 하셨지만, 난 마음이 훨씬 편했다.
코펜하겐에서 2시간 반 운전을 해야 하는 작은 마을의
방도 몇개 없는 조용한 호텔에서 맞이하는 생일....
가볍고...또 조용하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04년 생일에는 상하이에 있었다.
추석 연휴....남생이를 꼬셔서 탈출을 했다.
상하이 시내를 하루 종일 돌아 다니다가
신천지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05년 생일....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엄마는 몇년 전부터 생일날 마다 말했다.
"이번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다!!!"
즉....시집가라는 말이다.

아침에 기분 좋게 가족들의 노래를 들으며
케이크의 초를 휴우~불고 나면 엄마가 하는 멘트다.
이젠 초가 더 많이 늘어 났으니 엄마의 이 대사는 더 비장해 지지 않을까...

그리고 왜 하필....월요일일까?
뭐 공연이나 하나 볼까...생각했는데
월요일은 공연이 없다.

벌써 몇개의 선물과 카드를 받았다.
첫번째 선물을 준 사람은
나의 지기,사랑하는 소연언니.
일주일간의 한국 출장.워낙 언니의 일정이 바빠서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스시집에서 사시미 소(小)랑 매취순 한병을 마시며
밀린 얘기들을 나누다가 일어서려 하는데
언니가 핸드백을 열며 빨간색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 미안해...포장을 못했어.다음주 니 생일이쟎아."

아....미안했다.
소연이 언니가 스페인으로 떠난지 벌써 4년째.
난 한번도 생일을 챙기지 못했다.
그런데...소연이 언니는 포장을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언니....고마워...그리고 사랑해.
그 자리에서는 말하지 못했다. 뻘쭘해서...

카드회사나 인터넷 쇼핑,백화점...이런데서는 축하 메일이 안왔으면 좋겠다.
그런 이메일 받는다고 기쁘지도 않고,
메일 용량만 잡아 먹는다.삭제하기 귀찮고....

생일선물로 받고 싶은거?

음.....금도끼 은도끼의 산신령처럼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뿅하고 나타나
" 니 소원이 무엇이냐? 생일선물로 받고 싶은것이 있느냐?"
하고 묻는다면...?

쩍 팔리지만....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 한 사람을 오래 오래 오래....사랑하게 해주세요.
화끈한...뭐 열정적인...그런 사랑 또는 연애질 말고
이제 누군가를 오래 오래 오래....변함 없이...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래서....다음 생일, 또 그 다음 생일, 또 또 또 그 다음 생일들을
그 사람이랑 보낼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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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5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9-2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자, 일단 생일 축하해요^^
근데 방년 스물몇살이시더라? 흐흐^^
에휴, 내년에는 어캐 옆댕이에 오래 사랑할 남정네를 델꾸와서 공개하셔야 할텐데
(엄마처럼 나도 압박~~~^^*)

kleinsusun 2005-09-2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산이신님, 감사합니다. 생일이 9월말? 10월초? 저도 미리 축하드릴께요.^^

파란여우님, 미워미워...ㅋㅋ 압박은 울 엄마로 충분하답니다.호홋.

클리오 2005-09-2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마냐님이 미녀는 전부 9월에 태어난다더니, 정말인가보군요. 알라딘에 생일이 넘쳐요... 생일 축하드려요... 그리고 한 사람을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비는 마음도 좀 이해가 되요.. 내 마음 나도 몰라~ ^^ (저랑 다른 차원이실까요...) 그런 분 꼭 만나게 되시길 빌께요...

kleinsusun 2005-09-2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감사합니다. 내일 케익의 초를 휴~불면서 기도할래용.^^

세벌식자판 2005-09-2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 드려요~~~ ^^;

kleinsusun 2005-09-26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안 늦었어요. 생일은...오늘이랍니다.ㅋㅋ 감사합니당.
그나저나...아직 안자요? 저도 월요일 아침을 걱정하면서도 아직 안자고 있네요.

moonnight 2005-09-26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늦기 전에 생일 축하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빈 손인데 이를 어쩌나. 마뜨르슈카 인형이라도 하나 사 올 것을 ㅠㅠ;;) 우리 예쁜 수선님 더더 많이 행복하시길 바래요.그리고 바라시는 소원 분명히 이뤄질 거에요.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잠을 못 자고 있답니다. 좀 있음 출근해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_-;; Happy birthday!!! ^^

드팀전 2005-09-26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합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재미에 결혼할 생각도 안하시구 ^^
까잇거...좀 천천히 해도 전혀 문제될 거 없으니...ENJOY YOUR LIFE!!

kleinsusun 2005-09-26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핀란드 다녀오셨군요.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사진 많이 찍어오셨죠? ^^
저 어제 3시 거의 다 되어서 잤는데 지금 무진장 졸리네요.
통근 버스에서 못일어날 뻔 했어요.
moonnight님 오늘 하루 어떻게 버티실지 걱정되는데요.ㅋㅋ
여행 후유증....생각보다 오래간답니다. 고민, 걱정 이런건 다 유럽에 버리고 오셨죠?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kleinsusun 2005-09-26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호홋.... "안했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리....ㅋㅋ
그럼요, 기왕 늦은거 뭐 천천히 해도 no problem!!!이죠.
감사합니당. Enjoy my life!!!

날개 2005-09-26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한 주의 시작이 생일이라니... 이번주는 온통 축복받는 주가 될거예요..ㅎㅎ






kleinsusun 2005-09-26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날개님, 감사합니다.
꽃이 너....무 이뻐요!!!
기분이 환해지네요. 감사합니당!!!

2005-09-26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9-2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속산이신님, 진정 동질감이 느껴지는군요. 또 님의 기도도 진정 마음에 와닿아요. 근데...모르고 지나가서 죄송해용. 오늘 아침에도 소원을 빌었답니다.잘 되겠죠? ㅋㅋ

코마개 2005-09-2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혀요...저런 꽃 사진은 재주가 없는 관계로 생략.
아직 10대 이신가??? 초에 불켜고 후~~라니.ㅋ
예전에 후배 생일에 학교 근처 술집서 한잔하면서 어린후배에게 케잌 사오라 시켰더니 빵집에서 "초 몇개 드릴까요?" "스물 아홉개요" 그랬더랍니다. 그러니까 빵집 아가씨.."네? 몇개요?" 쪽팔려 죽는줄 알았답니다.
이런 걸로 봐서 수선님은 아직 10대. 10대가 무슨 결혼을 해요.

kleinsusun 2005-09-2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10대가 아니라....좋은 말로 당당하고, 그냥 말로 뻔뻔한거죠.
호홋...오늘 아침에 초에 불켜고 휴~우 불고 왔는데요.ㅋㅋ

2005-09-26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9-2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산이신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2005-09-27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