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
사진기자가 쉴새 없이 셔터를 누르며 100장은 될 듯한 사진을 찍고, 인터뷰 담당자는 많은 질문을 했다.

그러니까, 오늘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당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모처럼 부지런을 떨어서
내 이름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카드 200장을 제작했다.
아는 업체에 내 사진을 보내서 캐리커쳐가 들어간 엽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큼직한 글씨로
"New Year's Greeting from Susan" 을 넣고
작은 글씨로
" Thank you for everything you did for me.
Wish you a merry Christmas & very happy new year!
New year is full with "Fun"!"
을 넣었다.

파란 빤짝이 배경에 눈이 내리고,
산타 모자를 쓴 나는 활짝 웃고 있다.
옆에 작은 글씨로 홈피 주소랑 핸드폰 번호, 이메일 add를 넣었다.

해외거래선들한테도 보내고,
친구들, 회사 동료들에게 직접 손으로 쓴 카드를 보냈다.
정말 오랜만의 "부지런함"이었다.
몇년만에 손으로 쓴 카드를 받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이 카드를 본 홍보팀의 장주임님, 내 홈피를 방문하고 뜻밖의 제안을 했다.

" 우와....성대리님. 정말 대단한 홈피네요.
회사생활하면서 어떻게 이런 홈피를...정말 대단해요.
삼성월드에 한번 출연하셔야겠어요."

반쯤 농담인지 알았는데, 며칠 후 인터뷰 섭외가 되었다며 제일기획에서 전화가 올꺼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난, 최초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2시 30분에 방문하기로 한 인터뷰 담당자와 사진기자가
2시 15분쯤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침까지 아무 생각 없었는데 살짝꿍 긴장이 되었다.

인사를 나눈 인터뷰 담당자가 말했다.

" 인터뷰 준비를 위해서 성대리님 홈피에 들어갔었거든요.
그러다 재미있어서 에세이에 있는 글들을 몽땅 읽었어요.
저 성대리님 보다 두살 어리거든요. 정말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지 알았는데,
정말 인터뷰 담당자는 그 수많은 글들을 다 읽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글들 얘기까지 했다.
안 그래도 감동 잘 하는 난, 인터뷰 담당자에게 대박으로 감동했다.

인터뷰 담당자와 난,
술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듯이 편하게 얘기를 주고 받았다.
우리는 곧 술한잔 하자고 약속을 했다.
어쩌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맘에 딱 드는 여자였다.

인터뷰의 컨셉은
내 글에서 회사원들이 느끼는 "공감"과 조직생활 속에서 느끼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이란다.

인터뷰를 하고 나서
<삼성월드>에 들어가서 지난 인터뷰들을 보니,
기술명장, 신라호텔 주방장 등 대단한 업적을 쌓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속 인터뷰로 내 기사가 나간다고 생각하니 쑥스럽기도 하고 멋쩍다.

인터뷰 담당자는
오늘의 인터뷰 내용과 내 홈피의 글들을 버무려서,
"이쁜" 브리짓 존스의 일기 형태로 재미나게 글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살짝꿍 기대된다.

약간 걱정되는건,
워낙 글들이 솔직해서 회사 사람들에게 홈피가 알려지는게 좀 부담스럽다. 설마....상무님이 방문하지는 않으시겠지...ㅋㅋ

최초의 인터뷰.
두고 두고 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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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1-28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 인생에서의 멋진 추억 하나... 남기셨네요~! 성댈님 축하햐요~~!!

2005-01-28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1-28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부끄.감사합니다. 2월 셋째주 금요일에 올라온데요.ㅋㅋ

릴케 현상 2005-01-2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축하

kimji 2005-01-2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날 있으면, 해 반짝인 날도 있다고, 맞지요?
좋은 일 있으셨으니, 한동안 활짝활짝 웃으시며 지내세요-
더불어 축하의 인사도요! ^>^

세벌식자판 2005-01-2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가 대박(?) 터트리는거 아닙니까?
사람 일이라는게 모르는거잖아요.
박경림도 한 때는 평범한 고교생이었는데 작은 일이 디딤돌이 되어서 지금까지 왔다고 하던데.... ^^;
아무튼 좋은 일이 계속 생기길 빌겠습니다.

날개 2005-01-2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근데, 홈페이지는 어디세요? 구경 가면 안될까요?

2005-01-29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1-2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그 글 퍼다놓으시면 좋을 듯. ^^ 축하합니다!
수선님, 책 계획 세우신 건 잘 진행되시죠? ^^

nemuko 2005-01-2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이러다 수선님이 책까지 내시면 더 유명한 분이 되실테니^^ 잘 써달라고 하세요........

로드무비 2005-01-2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인터뷰 꼭 보고 싶네요.
수선님께 올 크리스마스엔 카드도 받고 싶고......
(고마워요, 수선님. 뭘? 아시죠?)

kleinsusun 2005-01-2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http://people.samsung.co.kr
삼성 인터넷 가족보 <삼성월드> 2월 3주 사람과 사람들 인터뷰 코너에 업데된답니당. 사진이 잘 나와야 될텐데...두근두근.
날개님, 제 홈피는 www.kleinsusun.com이랍니다.
모두모두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moonnight 2005-02-1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수선님. 이제야 이 글을 봤어요. 지각입네당^^; 우선 무지무지 축하드려요. 2월 3주면 이번주 금요일이네요. 저도 살짝 구경갈께요. 역시 수선님의 솔직한 글은 모든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군요. 물론 님의 예쁜 마음두요. 수선님의 정성이 담뿍 들어간 크리스마스 카드.. 받는 사람들 참 많이 행복했을 거 같아요. 올해, 수선님께도 full with "Fun"일 거 같습니다. ^^

사고뭉치 2005-03-0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답방왔는데 이 글이 눈에 띄어 들어왔다가 적혀진 주소로 찾아가 인터뷰 기사 읽고 왔어요. 치열하게 사는 게 부럽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