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그러니까 9월 26일은 내 생일이었다.

셀수 없이 많은 문자 메세지를 받았다.
내가 그렇게 많은 카드회사, 은행, 보험회사, 백화점, 통신회사...
하다 못해 디카 인화 사이트의 회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생일이 뭐 별거냐?
이렇게 쿨한 또는 심드렁한 태도를 가지면 좋겠는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연말에는
자꾸...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뭔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행복해야 한다는, 뭔가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마저 살짝 느낀다.

작년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년 생일은 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꼬박 35년을 살았으니 뭔가 새로운 지평이 열릴 거라고...

20대 후반에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두려워하기도 했고,
쓸데 없이 폭음을 하기도 했고(핑계 삼아 술을 마셨던 것 같다.) ,
감상에 젖어 속도를 내다가 속도 위반 딱지를 떼기도 했다.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왜 그렇게 난리를 쳤을까?....허무했다.

이번 생일도 역시...마찬 가지였다.
그냥 하루 신나게 놀면 그만일 것을!

내게 필요한 건... 좀....
가볍게, 편하게, 룰루랄라 신나게 사는 연습을 하는 게 아닐까?

맨날 뭘 판단하고, 평가하고, 분석하고,
섣부른 결정을 하고, 그리고 또...후회하고...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서 추임새까지 넣고 있다.
아...나는 만능 엔터네이너!

작년에 심심풀이로 사주 카페에 간 적이 있는데
벙거지 모자를 쓰고 개량 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물이 가득 찬 물컵 같다고...
그러니 좀 비워야 한다고!

그땐 뭔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나...
결혼 언제하는지, 어떤 남자를 만나는지 그런거나 말해주지...
했었는데 그 말이 요즘 자꾸 생각난다.

별 도움 안되는, 넘쳐나는 생각들을 비우고
가볍게, 편하게, 룰루랄라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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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8-09-2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수선화 님 페이퍼를 보네요. 즐찾을 해둬서 찾아왔다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는 사적으로 받을 때가 기분이 좋죠.
네이트나 카드회사, 은행같은 데서 오는 기계음들보다 정겹고 조용하게 축하드리고 갑니다^^

다락방 2008-09-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수선님. 맨 마지막에 적으신 것 처럼,
가볍게, 편하게, 룰루랄라 신나게!
그렇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라요.

늦었지만 저도 조용히 생일 축하드리고 가요!
:)

마늘빵 2008-09-2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페이퍼 자주 올려주세요. 너무 뜸하잖아욧. 생일축하해요!

웽스북스 2008-09-29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수선님 저와 같은 날 태어나셨군요. 반가워요 ^_^
저도 생일에 제가 모 안경점에서 렌즈를 한번 샀었지, 라는 걸 새삼깨달았답니다.
ㅋㅋㅋ

2008-09-29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8-09-2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정말 요즘은 자기 생일도 곳곳 업체들에서 문자 보내줘서 기억한다니까요? ㅎㅎ 조금씩만 비우시고 가볍게 편하게 행복하세요. 그리고 좀 자주 좀 들어오시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