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4일 째.
원고 세 꼭지를 더 썼다. 60% 달성!

모처럼 조조영화를 봤다. 그 말 많은 <디 워>를.
하도 시끌시끌하기에 궁금해서 봤다.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그렇게 인터넷이 <디 워> 얘기로 화끈거리겠지?

조조라 인당 4,000원에 카드 할인까지 받아 둘이서 5,000원에 봤다.
휴...다행이다! 제 값 내고 받으면 돈 아까워서 쓰러질 뻔 했다.

" <디 워>는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는 점이다.
'헐리우드적 CG의 발전', '미국 대규모 개봉' 등 영화 개봉 전부터
<디 워>를 옹호하는 근거의 핵심축으로 등장한 이런 담론들과
박정희 시대에 수출 역군에 관한 자화자찬식 뉴스들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논란이 된 이송희일 감독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좀 심하다 싶었다.
뭐 이렇게까지야! 하며.

영화를 본 지금 이송희일 감독한테 술이라도 한 잔 사고 싶다.
(농담 아님. 이송희일 감독의 연락처를 아시는 분은 제보를 부탁 드려요!^^)
그 보다 <디 워>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디 워>는 영화라기 보다는
중소업체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밤새 공장을 돌려 만든
수출을 위한 "제품" 같다.

심형래는 감독이라기 보다는 사장 같다.
영화 끝나고 사진과 함께 자막으로 보여 주는 심형래의 제작 후기에는
"우리 직원들"이라는 말이 반복된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말도 나오는데
제조업체 공장들에 펄럭거리는 현수막에서 보던 말을
극장에서 보니 기분이 묘하다.

도대체 "세계 최고"의 뭐란 말인가?
CG? 매출액? 극장 점유율?

"세계 최고"의 영화란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아카데미상을 타도, 칸 그랑프리를 타도
"수상작"일 뿐이지 "세계 최고"는 아니다.
예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품이면 몰라도.

심형래는 충무로가 자기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항의할 필요가 없다.
충무로 대신 무역업계에서 인정과 지지를 받으면 된다.
요즘 수출 업체들은 쉬지 않고 오르는 해상운임 때문에 난리다.
물류비도 안 들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화, 제발 많이 수출하시라!
수출이 생업인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심형래 사장님을 존경하고 지지한다.

허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모두 결말이 뻔한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물들의 "갈등"과 "감정"이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디 워>도 여의주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이무기한테 바쳐야 하는
남자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면
그토록 영화가 밋밋하지는 않았을 거다.

사랑하는 연인이 이무기한테 쫓겨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500년 후 환생해서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 놈의 여의주 때문에
여자가 죽는다면 슬퍼야 되는 게 정상 아닌가?
충분히 감정을 우려낼 수 있는 스토리를 살려 내지 못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디 워>는 CG만 보라고! 정말 볼만한 CG라고!
그런데...영화를 보면서 영화 음악만 떼어 내서 들을 수 없는 것처럼
어떻게 CG만 보나?

어렸을 때부터 심형래를 좋아했는데,
고3때 심형래가 칙칙이로 나오는 <내일은 챔피언>을 보면서
넘 웃겨서 울기도 했는데(녹화 해 놓고 봤다),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 같은 심형래가 돈키호테처럼 멋져 보였는데
아....넘 실망이 크다.

다른 건 몰라도 수출, 세계최고 이런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감독으로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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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7-08-10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분한 관객으로서 영화 이야기를 하셨네요. 요즘 디워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과열돼서 숨돌리며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디워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서 오늘은 100분 토론까지 하더군요. '심사장님' 표현이 재밌고 적절한 것 같아요. 심형래 씨가 '우리 스탭'이라고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저는 논쟁이 좀더 지속되기를 바래요. 뜨거워지고 격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중요한 것은 디워 논쟁이 지금 핵심에 있다는 거죠. 그런데 주위에서는 자꾸 앓는 소리를 한다거나 덮어놓으려고 하는 것이 속상하네요. 심형래 씨가 '여의주'를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스파피필름 2007-08-10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대체 어느정도길래.. 하는 생각에 영화가 더 보고 싶어져요 -_-;
휴가 재미나게 보내세요.. 수선님 ^^

kleinsusun 2007-08-10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오늘 100분 토론을 했어요? 정말 최고의 광고네요.100분 동안! ㅋㅋ
영화도 영화지만 심형래의 제작 후기에서 심한 심리적 저항을 느꼈어요. 그건 제작 후기라기 보다 대기업들 견학가면 보여주는, 불굴의 의지로 신화를 이룩했다는 홍보물 같았어요. 스스로를 감독으로 인식한다면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ㅠㅠ

스파피필름님, 네...보세요, 조조로!^^
요즘 <디 워> 안보면 대화가 안된다니깐요. ㅋㅋ

Mephistopheles 2007-08-10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살짝 비꼬아서 생각을 해봤는데요..이송희일감독의 노골적인 악평의 진실유무를 떠나서 그 감독이 분명 엄청난 악플과 비방을 받을 것을 과연 모르고 저러한 영화평을 올렸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어찌 되었던 단편영화를 만든 아직 메이저의 발판을 밟지 않은 감독이 상당히 짧은 시간에 엄청난 주목을 받아버렸으니까요..^^ (음모론을 너무 많이 접했어.)

kleinsusun 2007-08-10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력도 풍부한 Mephistopheles님^^
막상 <디 워>를 보니 제가 이송희일 감독이라도 화가 날 것 같았어요.
예산이 없어서 만들고 싶은 영화를 포기하는 감독들이 넘쳐나는데,
<디 워>를 만든다고 300억이나 썼다는 생각을 하면! 아..그 분한 마음이 이해가 되요.^^

드팀전 2007-08-10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는 안봤고 앞으로도 안 볼 생각입니다.괴수 영화와 CG가 많이 쓰인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반지의 제왕도 전 그냥 그냥 했어요.
<디워>는 영화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도 영화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유통하는 현상이 재미있는 담론들을 모으고 있는 듯 합니다...

kleinsusun 2007-08-1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오랜만이예요.^^ 근데...영화 자체의 문제이기도 해요. 영화가...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게 하거든요.ㅠㅠ

시비돌이 2007-08-1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송희일 감독 연락처 아는데, 술 살때 저도 끼워주면 연결해 드리죠. ㅋㅋ

깐따삐야 2007-08-1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래저래 할인 받아서 3500원 주고 봤거든요. 하프더즌 도넛 세트나 사먹을 걸 그랬다는. ㅠ.ㅠ

kleinsusun 2007-08-1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비돌이님, 연결해 주세요! 원츄! 오늘 서점가면 책 있어요?^^

깐따삐야님, 전 보기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제 100분 토론 등 그 어떤 논란에도 관심이 없거든요. ㅋㅋ

라로 2007-08-1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다 주고 봤으면 아까와서 쓰러지실 뻔 했다면서요?ㅎㅎㅎ
그 말에 완전 쓰러질뻔 했잖아요11ㅋㅋ
이것도 다 지나가겠죠..

kleinsusun 2007-08-1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님, 돈 다 주고 받으면 진짜 기절했을 꺼예요.ㅋㅋ
네...다른 사건이 생기면 이것도 곧 잊혀지고 지나가겠죠. 늘 그렇듯이...

어머 2007-08-10 19:05   좋아요 0 | URL
저도 조조로 봤는데... 나오면서, 조조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들 똑같군요 ㅎㅎ

프레이야 2007-08-1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보셨군요. 시원하게 잘 쓰셨네요. 전 안 보고 싶은 영화라 쓸 말이
없지만 다들 '현상'들에 대한 생각과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품고 있지요.
휴가는 잘 보내고 계신거죠? ^^

BRINY 2007-08-10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조금전 9시 뉴스에서도 '또' [디워] 뉴스가 나왔어요. 어제 MBC100분 토론 장면과 말이죠. 거의 심형래 옹호 분위기로 나가길래, 별로 관심없었지만 한번 봐 볼까하고 기울어지던 마음에 수선님 글 보고 다시 제자리에 섰습니다.

kleinsusun 2007-08-1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네...조조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ㅋㅋ 근데 제작후기 보면서 울~컥 했다는 사람들도 은근 많더군요.

혜경님, 오늘 휴가 마지막 날이랍니다.^^ 심형래는 정말 대단한 이슈 메이커인 것 같아요. 유명인들이 다들 말하기를... 안티가 많은 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 보다 낫데요.ㅋㅋ

BRINY님, 뭐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보고 나면 떠들썩한 논란들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지거든요. 정말...영화라기 보다는 공산품 같아요. ㅠㅠ

twinpix 2007-08-1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갈등이 입체적이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왜 각본을 딴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는지 의문이에요. 워낙 인터넷에서 난리라 볼 수밖에 없었던 영화. 미국에서는 과연 어떤 평을 받을지 걱정이 들더라고요. 주말 잘 보내세요~!^^

kleinsusun 2007-08-1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winpix님, 저도 영화 같이 본 친구랑 그 얘기했어요. 꼭 각본까지 직접써야 했을까? ㅋㅋ 능력있는 시나리오 작가만 참여했어도 이렇게까지는 안됐을텐데...아쉬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게다예요 2007-08-1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보여주는 제작후기... 좀 촌스럽죠? 세계최고, 대한민국, 아리랑... 뭐 이런 발언들은 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히 국민들의 정서만 자극하는 말 같아서 아... 심감독이 극복해야 할 것이 이런 촌스러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CG 하나로 밀고 가기엔 영화 내적인 문제들이 다소 심각해 보이죠? 오랜만이에요^^

kleinsusun 2007-08-1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예요님, 오랜만이예요^^
네...제작 후기 넘 촌스러워요. 압권은 단연 세계최고!
영화를 만드는 건지 새마을 운동을 하는 건지. 잘 살아 보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