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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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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정치적이라면 증언 역시 정치적이다.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가, 어떤 목소리를 들을 것인가. 아니, 나는 어떤 목소리에 저절로 귀 기울이게 되는 가. 다시 읽은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목소리들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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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ㅠㅠ 나 ㅠㅠㅠ 진짜 회개합니다. 
잠깐 처음에 교양인에서 이 시리즈 나오기 시작할 때 정희진한테 시큰둥해질 무렵이라 걍 전자책으로만 갖고 있으려고 했는데 ㅠㅠㅠㅠㅠ 
표지 표지 뭡니까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3권 부터 진짜 너무 다시 좋아져가지고... 걍 이럴바에 첨부터 살 것을....) 



아무튼 제가 여행 다녀오면 집앞에 도착해있을 수 있도록 알차게 구매를 하여야겠습니다📦📦 
(근데 그 사이에 책값 2천원 올랐네요.. 미친 인플레여... 어쩔 수 없지... ㅠㅠ 인플레여도 안 살 순 없어)
그냥 이 시리즈 소장용으로 쭉 모으기로 맘을 먹고...  안 산 나머지 남은 책들도 중고라도 사야 하겠습니다. 


인생 최초 각본집 구매도 해보겟고요. 아니다. 벌새가 있었다(근데 이것도 전자 책으로 있는 걸?) 
아무튼 이들의 대사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생애 두번 째(실물 첫번 째) 각본집을 구매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몸의 구매를 감사히 여겨 박찬욱은 앞으로도 피가 많이 터지고 반전도 막 터지고 고추를 막 자르고 섹스도 막막하고 사람도 많이 죽이고 이런 것도 많이 찍지만 이런 순한 거(?)도 많이 찍도록.


그런데 이 책은 왜 때문에...? 

내 추천마법사에 뜨는가?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다시??!?!' ㄷ ㅏ.. ㅅ ㅣ....? 난 덥고.. 섹스 관심 없습니다.. 


라고 말하기엔 다락빵님 서재 댓글에서 매일 매일 힘겨운 사(상)투(쟁)를 벌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렇게 책 제목으로 장난도 칠 줄 알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내일의 섹스를 위해 자본주의 당연하지 않고 사회주의 시급합니다.> 

아무튼 추천 도서로 뜬 <내일의 섹스...>는 성해방론, 욕망에 솔직해라~가 아닌
좋다/싫다 사이의 취약성과 모호함을 탐구한다는 데... 오, 읽어보자. 섹스 중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랑.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이 책은 선물받았다. 크흐흐흐, 아렌트의 첫 논문 영문 개정판. 한나 아렌트의 시발점. 

"(23) 아렌트는 '나는 나 자신에게 문젯거리가 되었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문제의식을 신의 현전을 전제하지 않는 탈기독교적, 정치철학적 방식으로 해명하고자 했다" 

시발점이며 종결점. 사랑. 사랑개념과 아우구스티누스래.

서문만 읽었는 데 좋다. 아렌트 짱임. 아, 진짜 어떡하지? ㅜㅜ 

아렌트 내게 사랑임...


아. 사랑... .. 여행 다녀오면 사랑을 탐구 하여 보겟습니다. (응?) 또 나의 사랑, 에바 일루즈 집중 읽기.




세상엔 지적인 여자들이 왤케 많은 것이며, 나는 왜 이 시대에 한국의 여자로 태어나 이런 호사를 다 누린단 말이냐.

캬 진짜. 내 평균 한녀 평균 한녀 수준 너무 높고.


책표지 하니까... 얼마전 친애하는 유OO두님이 나한테 이 사진 공유해 주신 거..



뭐냐고, 책 표지... 푸코 안티냐고 ㅋㅋㅋ 금니 너무 tmiㅋㅋㅋㅋㅋㅋㅋ 구 사회주의 러시아인들의 푸코에 대한 적개심이 느껴짐 ㅋㅋ 근데 어쩐지 갖고 싶고요? ㅋㅋㅋㅋㅋㅋ 아렌트 책 표지랑 푸코 책 표지 사이의 간극 만큼이 바로 내 미학의 스펙트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휴머니스트.... 이거 세계문학 시리즈 시즌제 이거 뭐야.... 정말... 장난합니까? 이런 장난 완전 찬성일세.





이러면 모으고 싶잖아, 내가 내가 내가!!!!!!!!!  진짜 책 표지....

쫌 너무 심하다..... 분명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책 표지, 책 무게, 책 판형 되게 천편 일률적이었는 데....

전 세계 북디자이너들 다 이 쪼끄만 땅에 모였나 봄...  


아... 돈 많이 벌어야겠다. 책도 사고 산 책 큐레이션 하게 책장도 좀 짜고 ㅋㅋㅋ 그러려면 큰 집도 사야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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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29 12: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래서, 샀습니까, 책들을?

공쟝쟝 2022-07-29 12:39   좋아요 2 | URL
전 잉크처럼 번지는 욕망이 아니라 파도처럼 덮치는 책구매 욕망을 가진 사람이라... 곧 살겁니다....

공쟝쟝 2022-07-29 14:04   좋아요 1 | URL
후…. 샀다… <섹스…>는 빼고 샀어요 ㅋㅋㅋ 팔자에 없다니 ㅋㅋㅋ걱정할 것도 말것도 아닌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

미미 2022-07-29 1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어올라가며 재밌다 키득키득 (특히 제목 장난)웃다가 맙소사 정희진님이라뇨!!!
조르주 상드는 표지보고 낚였다가 잘 읽어지지않아 어디 버려두었으니 참고하세욧(찡끗)

공쟝쟝 2022-07-29 12:4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약간 책 붙여넣기 구성 엉망이라ㅋㅋㅋㅋ 방금 막ㅋㅋㅋ 컴터로 수정했어여 ㅋㅋㅋㅋ 제목으로 장난치기 ㅋㅋㅋ
조르주 상드..... 그렇군요.... 아 저 책들 실물 큐레이션 봤는데 그냥 고급 그림들예요 다 ㅜㅜ 이제 민음사 세계문학은 살수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휴머니스트 나 기다린다 ㅋㅋㅋㅋㅋㅋㅋ (책표지에 진심인편)

단발머리 2022-07-29 1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렌트님 저 책표지 하나로 이 세상 평정하실 듯한데, 오늘은 안 되겠네요 ㅋㅋㅋㅋㅋ 정희진쌤 책 두 권이나 나왔으 ㅋㅋㅋㅋㅋ
와우!!!!!!!!!!!!!!!!!!!!!!!!!!!!!!!

공쟝쟝 2022-07-29 13: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진짜 젊은 아렌트님이 나 표지로 나 막 쳐다보는 데... 아... 안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만요.... 댓글 달다 말고 (페이퍼 수정중)

공쟝쟝 2022-07-29 13:2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 ... 유부만두님이 보내준 푸코 성의 역사 책 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첨부해서 페이퍼 수정해씀....희진 샘 책 계속 내줘요ㅜㅜ 으히히히. 교양인 돈쭐내주자.

건수하 2022-07-29 1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저 시리즈 두 권이나 더 나왔군요! 왜 몰랐지??
저는 무난무난 좋았어요. 8월의 책 2권은 이미 정해져버림..

이국의 사랑 시리즈는 얼마전 광화문 교보에서 10% 할인하고 있는거 봤는데
저는 1시즌이 더 끌렸어요 ㅎㅎ

내일의 섹스... 오늘 엄청 덥네요. 오늘은 오늘만 생각하겠다..!

공쟝쟝 2022-07-29 13:41   좋아요 2 | URL
저도 시즌1이 좋다고 생각했는 데. 시즌2 큐레이션 되어있는거 표지 보고 대환장 파티 해버림. 이렇게 시즌제로 쭉 나올 예정이라면..... 모으는 것도 좋겠다 싶어졌어요...ㅜㅜ (모아서 어따 쌓아두려고?)
섹스는 덥지요. <헤어질 결심> 때문에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섹스없는 사랑 탐구 해보려 함... (응?)

mini74 2022-07-29 14: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 넘 예쁘고 .....하다가 푸코책 표지!!여름용 납량특집인가요 ㅎㅎㅎ

공쟝쟝 2022-07-29 18:0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 안티가 만든 성의 역사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7-30 00:25   좋아요 2 | URL
세상에! 푸코 표지 보고 깜놀!!!!! 말씀처럼 안티가 만든듯...

공쟝쟝 2022-08-04 16: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세상은 넓고 나 같은 사람은 많다 ㅋㅋㅋㅋ 저처럼 푸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 있나 봅니다. ㅋㅋㅋㅋ 놀리기 좋은 철학대왕 ㅋㅋㅋ

얄라알라 2022-07-30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스팅 읽기도 전에, 제목 보고 이미 ㅋㅋㅋ하고 웃고 있었음입니다 ㅋ

공쟝쟝 2022-08-04 16:1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저 벌써 책이 도착했다고 그래서 한국 가서 이 때 책 시킨거 뜯을 생각에 너무 한국 가고 싶다....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8-03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푸코책 표지에 빵 터졌어요!! 진짜 무슨 생각으로 디자인한 건지 🤣🤣🤣🤣
정희진 시리즈는 정말 아름답네요.. 3권인가 너무 좋다는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 아이고 고민된다.. ㅠㅠ

공쟝쟝 2022-08-04 16:1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니...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를 보며 철학 셀럽의 삶이란 ㅋㅋㅋㅋㅋㅋ을 생각하며.... ㅋㅋㅋ 3권이 진짜 좋고요... 그냥 저 시리즈 다 모을라고요 ㅋㅋㅋㅋ 괭님 중고책으로 사요 ㅋㅋㅋ

잠자냥 2022-08-05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쟝쟝에게 이만큼 좋은 위로의 책이 또 있을까!

공쟝쟝 2022-08-08 22:38   좋아요 1 | URL
다시라뇨. 저는 섹스 해본적이 없습니다...!!!! 마법사여요. 순간 이동 가능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딴거 안해도 잘삽니다 ㅋㅋㅋㅋㅋ 사랑도 가능합니다!!!

잠자냥 2022-08-10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회개함... 정희진쌤 글쓰기 시리즈 1~3까지 다 읽고 팔았는데...;; 후회합니다.... 다시 사모으............(고 싶다... 그러지마,,, 책장을 생각해!!!)

공쟝쟝 2022-08-10 16:05   좋아요 1 | URL
그렇게 해요 ㅋㅋㅋ 이 시리즈는 사서 모아야할지도 ㅋㅋㅋ 정희진 선생님의 사상에 뭔가 특이점이 와버린 느낌예여 ㅋㅋㅋ 내 최애가 드뎌 변신!하는 그런 ㅋㅋㅋㅋ
 
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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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들로만 가득한 하루를 상상한다. 그날 하루가 통째로 신나는 모험이 될 것 같은 소풍 날 아침의 기분. 그런 기분을 언제 느껴봤더라? 막상 다 신나기만 한 적은 없는 것도 같다. 소풍 날에도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떤 재밌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면서 설레 두근거렸던 날은… 국민학교 첫 소풍 정도? 그날도 기대는 했지만 같이 김밥을 먹을 친구를 구해야 하는 걸 조금 걱정했다. (그리고 결국 혼자 먹었던 게 지금 기억나는 데… 당시의 난 내성적이었지만, 그럭저럭 씩씩해서—사람 성격이 이렇게 안 변해— 어쩔 수 없쥐라고 생각하고 나무 그늘에 혼자 앉아 맛있게 먹음)


그러니까, 어제 구글 맵에 —이 책에서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별을 붙이다가 한 생각이다. 왜, 왜, 지금까지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나 본 것은 짧지 않은 인생에 단 두 번 인데 한번은 33살에 제주, 다른 한번은 작년에 광주다. 떠올려보면 두 번 다 좋았는 데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는 명분(?)이 먼저였으므로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큰 틀에서 대충 동선을 짜고 내키는 대로 움직이면서 아주 많이 걸어다녔다. 이 시간 동안은 이 시간에 있자. 돌아가서 할 일들은 돌아가서 걱정하자. 이 시간에 오롯이 머무르자. 여행지에서, 나는, 행복했다. 하루가 길었고, 생생했고, 여전히 기억난다. 그리하여 가고 싶은 구글맵에 별 붙이기. 첫 번째는 반고흐 미술관이었고 곧 가게 될 거다. 두 번째 별은 전북의 마이산, 세 번째 별은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에 찍었다.


아, 🤔 이런 거였나?
요 몇 년 간 꾸준히 인생의 모든 have to(취업, 결혼, 육아를 비롯한 형식적 인간관계와 인생관 및 의미 부여, 의미 찾기 등등)를 삭제하는 데에 매진해 왔던 난, 내 생존 + 고양이 밥을 주는 것과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 말고는 왜 살아야(혹은 돈을 벌어야)하는 지를 도통 모르겠다는 무의미한 무의미가 아주 조금 걱정되더란다. 이렇게 돈을 벌고 돈을 벌고 돈을 벌어서 불안을 해소하고 노후를 걱정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보루인 내 집을 사??!? 그건 그것대로 훌륭한 인생이지만, 기껏 집 샀는 데… 몸이 아파서 병원비를 위해 집 팔아야 하면 어떡해?!? 그렇다면 답은 존엄사!! 존엄사 적금을 들자. (🧠공쟝쟝 뇌 굴러가는 소리ㅋㅋㅋ)

그런데…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여행’이라면 그건 좀 다르잖아?!!!!!!!! 어…?!! (사람이 이래서 세상이 넓다는 걸,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하능가 보다… 😭) 물론 내가 이번에 가게 될 여행의 경험이 죽어도 못잊을 만큼 너무 좋아서 오로지 인생의 목적이 여행과 다음 여행을 위한 신나는 돈벌기(?)의 형태로 전환될 지는 정말로 알 수 없지만(소매치기를 당할 수도 있고, 함께 간 친구와 다투게 될지도 모르고, 기후 위기 이상 기온으로 쪄 죽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여행을 준비하는 요즘은 그냥 신난다. 즐겁다.

여행지에서 아침에 눈을 딱 떴는 데 ‘해야할 일’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을, 먹고 싶은 것을, 오늘 일어날 예상하지 않은 일들을 떠올려야 한다면… 아침에 빨리 일어나고 싶을 것 같다. 더 자고 싶다면서 투덜대지 않을 것 같아.

“(86) 무언가를 준비하는 데 즐거운 게 있던가? 준비는 닥쳐올 어떤 순간에 대비하여 미리 뭔가를 갖추어 놓는 행위다.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준비를 한다. 시험을 준비하고 출근을 준비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회의를 준비하고 시합을 준비하고 이직을 준비하고 이사를 준비한다. 심지어 준비물도 준비한다. 근데 준비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 (87) 그러나 여행 준비는 다르다. 특히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언젠가 꼭 가리라는 다짐도 없는 채로 느릿느릿하는 여행 준비는 괴로울 까닭이 없다. … 그저 가고 싶은 곳의 곳의 목록을 하나 늘리고,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한두 가지 상상만 하면 된다. 떠날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여행을 준비하는 건 시험 치를 예정이 없는데도 공부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참 책을 읽고 상담을 받고 그러고 있을 때였다. 아마도 오늘과 같은 한 여름이었고, 아스팔트 바닥이 끓었다. 버스에서 내렸는 데… 그걸 삶이 확 끼쳐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어떤 인사이트 모먼트 였을 거다. 그 순간이 너무 강렬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 딱 하루만, 딱 12시간만, 아니 단 세 시간 만이라도. 시간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내게 그 소망이 생겼다는 것 자체에 무척 놀랐는 데… ‘시간은 원래 내껀데???? 왜 내 시간이 내 것이 아니지? 나는 내가 아닌 누구를 살고 있는 거지?… 언제부터 그랬지?…’

일주일에 한 시간 상담 받는 시간 말고는 나 자신을 위해서 쓰고 있는 시간이 전혀 없다는 걸 그 순간 알았다. 일, 그다음 일, 내가 겨우 겨우 일에서, 그 다음 일,로 옮겨가면서 지내는 동안 일주일에 고작 서너 시간도 나에게 할애하지 않았다는 사실. 나의 만성적인 것 처럼도 느껴지는 무기력증은 거기에서 기인했다. 인생을 견디 듯 살고 있었다. 20대 였는 데. 나를 벌주 듯이 살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 알고 있다. … 친구는 내 인생에서 ‘통째로 드러내 버려도 하등 상관이 없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는 데. 나한테는 그 시간이 길었다. 그 시간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는 그 시간 만큼의 시간을 써야만 했다. (사실 다 빠져 나왔는 지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인생이야, 라고 누가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아니, 요즘엔 좀 화난다. 시지프스 신화 같은 거 개나 줘. 나 그 돌 안들어.
 
지난 주에는 두 달 만에 상담 샘을 찾았고, 6년 전 여름의 아스팔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최근에 경험한 조금 다른 인사이트 모먼트도 이야기했다. (인사이트 모먼트… 는 페미니즘 모먼트에서 착안해서 만들어본 용어인 데, 그냥 나만 아는 내 성장 포인트…ㅋㅋㅋ 좀 더 생각이 정리되면 이번 꺼 역시 글로 써 볼까 싶다.) 샘한테 이번 여행이 쟝님에겐 어떤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잘 다녀오세요!라는 응원을 받았다. 아, 안돼. 샘 안돼요. 의미 부여 안돼… 전 의미 부여 경계해야 해요… 그런데… 이번 건 좀 하고 싶다. 하하하. 여행을 가서 너무 좋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거기서 살아본 것처럼 매일 매일을 여행하는 것처럼 살아보는 거를 연구하는 거죠. *Have to의 세계관에서 I love it!💕의 세계관으로* 천천히 몸을 뒤집는 것, 나, 성공?


“(62) 여행준비의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이유는 여행준비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선택이란 포기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더 많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덜 원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언니, 언니, 여행이 얼마나 좋은데요. 감각이 다 열린다니깐요? 이번에 한번 경험해보세요. 앍! 여행 너무 좋아! 언니가 여행가는 거 나 너무 좋아! 삶이 너무 재밌어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친구1은 내 여행에 필 받아서 자기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그는 코로나가 수습되어 공연과 뮤지컬들이 오픈 되자, 걸신들린 사람처럼 보름에 한 번 씩 서울에 와서 내 집을 숙박 업소처럼 애용중인데…;; 당분간의 공연표를 대거 취소하고 그냥 여행을 가겠단다. 러빗!세계관의 실천자. 역시 현명해. 그 날, 나는 여행지에서 돈을 펑펑 쓰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얼마 모으지도 못한 존엄사 적금을 해지했다. 먼 미래의 나 자신과 안전 이별(?)보다는ㅋㅋㅋㅋ 가까운 미래의 유럽 플렉스를 원해!!! ㅋㅋㅋ

그리고 주말에는 여행을 준비를 목적으로 친구2를 만났다. 우리는 현지에서의 기차표 예매로 몇시간을 낑낑댔는 데, 뭔가 생각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가까스로 목표한 바(?)를 끝내고 나니 매우 허기가 졌다. 꽤 노련한 여행자일 것으로 예상했던 친구는 모든 여행은 여행이니까 다 처음인 거고 그러므로 자신도 알 수가 없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방법을 찾으면 되고 우리는 결단하고 그 만큼을 감당하면 되는 거라고 호기롭게 이야기 했다. 그 역시 러빗! 세계관의 실천가. 아직 have to~가 더 익숙한 나는… (투 두 리스트와 미리 알림으로 스스로를 속박하지 않으면 인생을 잘못 사는 것 같아 초조한 나는…) 아, 여행 준비…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지식 습득이 아닌 거 군요. J!!!! J를 지울거야. INTP! 인팁이 되겠어! 인생의 통제 욕망과 계획을 라벨링을 분류법을 없애라고!!!!!!!!!!!!!!!!!!!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에 질서가 있다면 질서가 없다는 것이 질서다 우하하하하!!!!!!!!!!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살짝 타버린 돼지 껍데기를 가위질로 되살려 내면서(?) 나는 아프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새로운 만남은, 새로운 모험은, 새로운 사람은 예측할 수가 없어서, 나는 겁이 나고, 이번에도 또 옛날처럼 아프면 어떡하죠?
친구는 이제는 안 아프고 싶으니까 안 아플 거라고 말해 주었다. 세상에는 아픈 상태에 머물러 있고 싶은 사람도 있어, 라고. 쟝님은 아픈 상태에 머무르고 싶지 않잖아. 그러니까 결국엔 안 아프게 될거야.


“(167) 독서와 여행 준비는 좋은 짝이다. 둘 다 좋은 취미지만, 두 가지를 다 좋아하면 확실한 시너지가 생긴다.”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휙- 던져버린 그 많은 책들. 난 책 읽기로 그런 것들을 연습해 온 것은 아닐까. 사람도. 삶도. 읽기 전에는 예측 할 수가 없고,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다른 더 재밌는 걸로, 더 좋아하는 걸로, 더 괜찮은 걸로. 내키지 않으면 너무 열심히 읽을 필욘 없다고, 완독 할 필요 역시 없다고. 마무리 지어지지 않는다고. 그러다 또 어느 날은 그 책이 나한테 열려서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날이 오기도 한다고. 온통 복잡하고 알아 먹을 수 없는 낯선 용어들이 저절로 읽히는 때가.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머리에 열을 내면서, 신나게 다 읽어내고. 내가 이걸 읽었어! 쾌감에 몸부림 치는 날이. 그렇게 ‘인생 책’이 한 권, 두 권. 그것을 읽기 전의 내가 있고 읽은 후의 내가 있다. 결과값이 단절/비약/도약/반전이면 좀 괴롭지만 재밌어서 좋고 아니어도 그냥 내 언어가 풍부해진다. 지금 시점의 나는 말을 가지고 노는 것이 가장 재밌고 좋으니까.

소주 각 1병 씩을 하면서, 여행지에서는 과음 자제하자 약속을 하면서, 우리는 예측 할 수 없는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인생의 축소판이 될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하기로 한다. 여행, 독서, 그리고 인생, 따위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좋아하는 중이다.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삶을 더 살아봐야 할 이유가 있다고. 여행이 알려준다면. 신나게 신나게 살거다. 소풍 날 아침의 기분처럼, 매일 아침이 뻔하지 않아서 즐거운 삶을. 나 이거 좋아하네? 나 이거 좋아해! 나 이거 좀 싫은 데? 나 이거 싫어해! 이 세계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므로 싫은 것에서는 도망친다고 해도 완전히 도망쳐지진 않는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더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사실은 그날 저녁에 친구가 해준 이 말을 쓰기 위해서 이렇게 긴 글을 썼다.

쟝님, 잘 될거예요. 잘 되기로 마음 먹었잖아요. 그러면 잘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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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26 13: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싫은 것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완전히 도망쳐지진 않는다. 오 명언인데요 그러니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추가하자 명언에 이어 대안까지....여행이라는게 저는 여행보다 여행전의 날들이 더 좋더라고요, 가방을 싸고 기분을 챙기고 ...그러다 옆지기랑 여행을 가면서는 가방을 챙기면서 삐걱거리다가 감정을 챙겨 출발하는 ㅎㅎㅎ 저도 한 마디, 쟝님 잘 될거에요 이미 잘 되고 있죠?

공쟝쟝 2022-07-26 14:35   좋아요 5 | URL
제가 그런 명언을 또 썼네요 ㅋㅋㅋㅋ 나 참 잘써 ㅋㅋㅋㅋㅋ (응?)ㅋㅋㅋ 네, 저는 잘될겁니다. 계속 해서 나 자신이 되고 싶고… 인생 속도도 좋지만 역시 방향!이지 않은가 하는….!!

미미 2022-07-26 13: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쟝님 이 글 너무 좋아요!! 기운 없을때 읽으면 기운 날것같고 막 여행가고싶어지는 글! 존엄사 적금 해지부터 큰 변화로 느껴지구요. 떠나기 전부터 이러면 떠나서, 돌아와서는 또 어떨지 매우 궁금,기대,덩달아 설렘입니다😆

공쟝쟝 2022-07-26 14:37   좋아요 5 | URL
제가 무척 설레보이신다면, 그건 제가 정말로 설레기 때문인 것이라…!!!!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 돌아와서는 여행예찬론자가 되어있을까봐 걱정 ㅋㅋㅋㅋㅋ 세상에 여행 좋아하는 사람 너무 많은데 ㅋㅋㅋ (한 결 같은 비주류 노선인) 나 마저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건가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7-26 13: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극J인 저는 여행할 때 좀 피곤할 때도 있어요. 준비 안하려고 하지만 안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근데 막상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처음이라 그런지 실수 투성이더라고요. 챙겼어야 할 걸 안 챙기고 봐야 할 걸 못 보고 그런 게 허다했던~ 근데 그 또한 여행의 맛입니다. 돌아보면 그런 순간들이 더 기억에 오래 갑니다.
유럽 여행 플렉스!!! 쟝님 여행은 먹고 놀고 멍때리고 그런 겁니다~ 우선 가셔서는 맛난 음식 많이 드세요^^*

공쟝쟝 2022-07-26 14:40   좋아요 3 | URL
먹고 놀고 멍때리는 건 평소에도 충분히 하고 있는 데 ㅋㅋㅋ 제가 네덜란드 좀 가보겠다고 책을 너무 많이 읽느라 바빴어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ㅋㅋㅋ 그럴 필요가 없었곸ㅋㅋㅋㅋ 막상 책은 전혀 여행지에 대한 실질 가이드 보다는 문화 풍토 역사 뭐 이런거여서 ㅋㅋㅋㅋㅋ 제가 바로 그 바보 모범생ㅋㅋㅋ ㅋㅋㅋ 여행을 글로 배운 사람 ㅋㅋㅋㅋ 맛있는 거 맛있게 먹기는 잘 할 수 있습니다!!!!! 실수 투성이 공쟝쟝 감당 하겠습니다!!!

수이 2022-07-26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친구와 같이 여행 준비하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특히 압도적으로 좋군요. 즐겁게 다녀와요. 굳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걱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인간의 가장 크나큰 약점이라고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여행은 계획을 아무리 세워놔도 변수가 항상 생기더라구요. 인생에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여정을 하고 오소서!

공쟝쟝 2022-07-26 14:42   좋아요 3 | URL
우리의 여행은 계획 없는 여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 진짜 ㅋㅋㅋ 제 친구ㅋㅋㅋ 그런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기세 등등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듯 ㅋㅋㅋ 여행과 함께 친구 관찰 좀 해보겠습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2-07-26 14: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돼지껍데기에 소주 마시셨나요? ^^ 공쟝쟝님의 여행이 기대가 됩니다~!! 정말 설레이실거 같아요.여행 잘되실겁니다 ~!!

공쟝쟝 2022-07-26 14:53   좋아요 5 | URL
네 설레요 ㅠㅠ 이번주 거든요? 하루 하루 지날 수록 점점더최고조 심장 폭발 ㅋㅋㅋㅋ 내덜란드에서 심근경색 안오길 빌어주세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6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존엄사 적금 깨서 가는 곳이 네덜란드인가요??
저 지금 네덜란드 출신 에라스무스가 한 말..어쩌고 저쩌고를 읽고 있었어요ㅋㅋㅋ
여행기 기대 됩니다^^
진짜 여행은 여행 가서 길을 잃어버리는 여행이 찐 여행이라고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조심히 잘 다녀와요~~아!! 제가 여행 가기 전의 1인이 된 것 같군요^^

공쟝쟝 2022-07-26 23:11   좋아요 2 | URL
제가 난티님을 설레게 기대하게 하였다!

책읽는나무 2022-07-26 23:13   좋아요 2 | URL
정신 똑디 차리세요!!!
이러다 여행 가서 진짜루 길 잃어 버리겠군요??
저 책나무에요ㅋㅋㅋ

공쟝쟝 2022-07-26 23:16   좋아요 2 | URL
길을 잃었다 ㅋㅋㅋㅋ 너무 다른 두 나무를 착각해버렸다 ㅋㅋㅋㅋ 😭😭 (제가 와인 한잔 햇습니다 ㅋㅋ 두잔… 아니 세잔…)

책읽는나무 2022-07-26 23:19   좋아요 1 | URL
아니 왜?? 너무 다른 두 나무 일까요?? ㅋㅋㅋ
어떤 면에서??
우린 어떤 면에선 닮았어요!!
쌍둥이 나무에요^^
그 한 뿌리의 쌍가지!!!
와인도 많이 마시면 사람 못알아봅니다!!! 적당껏!!!ㅋㅋㅋ
엄청 기분 좋은 밤인가 보군요??^^

자목련 2022-07-26 16: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맛나고 신나게 보내시고요.
친구1, 2에게 쟝님 도 좋은 친구라는 게 느껴져요.

공쟝쟝 2022-07-26 23:12   좋아요 1 | URL
여행 잘 다녀올게요!! 아잇참 😆😆😆 친구 뽕이 막막 차오르는 것 입니다!!!

잠자냥 2022-07-27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INTP될 거예욤??? 그러지마, 그냥 J로 있어줘여~
(쟝님 아침에 알람 몇 번으로 맞춰져 있어요? 여러 번 아니면 딱 한 번?)

공자쟝 잘 다녀오시게, 나 공자냥은 이번주에 4고냥들과 무사히 이사 마치기 대 미션.......
우리 미치광이 셋째 안정제라도 먹이려고 하는데 쟝쟝도 안정제 먹고 고흐 그림 영접해야 하는 거 아님? 심근경색 주의보! ㅋㅋㅋ

공쟝쟝 2022-07-27 12:48   좋아요 2 | URL
당연히 한 번입니다 ㅋㅋㅋㅋㅋ 밤새도 거의 그 시간에 일어나고요 ㅋㅋㅋㅋㅋㅋ 저 진짜 루틴한 거 좋아하는 데... 제가 생계형 엔잡러라서 ㅜ_ㅜ 이제 포기했습니다. 오죽하면 불안하거나 들쑥날쑥한거 막 너무 못견디겠어서 심리 상담 다시 시작했다니깐요?ㅋㅋㅋㅋㅋㅋ 뭐랄까.... 요즘은 마음이 많이 놓여졌어요. 인생은 예측불허!를 갱장히 외치면서 살아갑니다.....

이번주에 4고냥들과 이사 마치기 대 미션이시군요 ㅜㅜㅜㅜ 어이쿠 ㅜㅜㅜ 삼복 더위에 푹푹 찌시겠지만 무사히 이사 마치시고!!!
저도 우리 냥이 맡겨야 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고요... ㅋㅋㅋ

잠자냥 2022-07-27 20:03   좋아요 3 | URL
저기 E로 시작해서 P로 끝나는 다부장은 뭔 거의 10분마다 한 번씩 열 번은 해놓은 거 같더라고요? ㅋㅋㅋㅋ
암튼 그러니까 당신은 천상 J여.... ㅋ

홉스는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7 19:15   좋아요 1 | URL
아니야.. 우리 홉스 나 외박하면 막 오줌 테러하는 그런 나만 아는 바보!ㅋㅋㅋㅋㅋㅋㅋ 녀석... 어떡하면 좋지?

잠자냥 2022-07-27 20:03   좋아요 2 | URL
헐 유럽 갔다왔더니 온 집안이 오줌인 겁니까…!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8 09: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댓글 때문이었나... 육고잠자냥이 믿음직해서였나... 새벽에 꿈에 잠자냥 님집에 홉스 맡겼어여 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자면서 웃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육고에 대한 믿음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7-28 09:38   좋아요 2 | URL
홉스는 육고 잠자냥 집에서 돌아가기 싫다고 몸부림…. 그리하여 육고는 칠고가 되었고…!

그레이스 2022-07-27 11: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딱 인팁인데...^^
계획 안짜고 책만 읽는... 비행기 안에서도...
여행지에서 보고 듣는걸 직관적으로 하죠!
돌아와서도 영감을 얻는!
여행다녀오면 남는게 많아요^^
제 생각!

공쟝쟝 2022-07-27 12:5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편인데요 ㅋㅋㅋㅋㅋㅋ 인생이 계획대로 된적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계획대로 안되도 계획을 세워야하는 이건 무슨 형이죠? ㅋㅋㅋ 그래서 J와 P가 비슷하게 나오는데 ㅋㅋㅋㅋㅋ 본성은 J인 것 같거든요 ㅋㅋㅋ 되게 뭐든 반복할 때 안녕하다고 느낍니다. 여행 자체는 예측불허를 당하려고 가는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기대되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남는 것 많을 것 같습뒤다! 호호호!!

그레이스 2022-07-27 12:53   좋아요 4 | URL
잘 다녀오시고
후기 기대할께요~~^^
부러워요~!

공쟝쟝 2022-07-27 19:16   좋아요 2 | URL
저도 제가 부럽습니이다. 후기는 투비컨티뉴^^

scott 2022-07-27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장쟝님 드디어 유럽 일주 하시는 건가요?
출발지가 네덜란드 부터!ㅎㅎ
실시간 포스팅 해주삼 =3=3=3=3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돌아와서는
유툽 영상 제작 하귀 ^^

공쟝쟝 2022-07-27 19:16   좋아요 4 | URL
일주는 아니고 관광이요!! ㅋㅋㅋㅋ 사진! 좋습니다. 사진 많이찍겠습니다!!!!

잠자냥 2022-07-28 1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듬온 선생님 서비스 추천합니다…. 저도 아직 이용해보지는 않았으나, 여행 오래 떠날 때 한번 해보려고 기억해둔 곳이에요. 놀아주고 치워주고 밥 주고 하는 거 같은데 후기가 좋더라고요? 보듬온 선생님들 다 츄르 인간인가 싶기도 냥이들이 왜 다 좋아하는지..????

공쟝쟝 2022-07-28 10:18   좋아요 2 | URL
오오 저 기억해 놓을게여. 일단 동생 찬스 쓸 건데 ㅋㅋㅋㅋㅋ 기왕이면 그 서비스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 추르인간 ㅋㅋ 인간추르 ㅋㅋㅋ

건수하 2022-07-31 0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보고도 두 분이 같이 가는 여행인 줄 몰랐어요 ㅋㅋㅋ

가서 즐거운 것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오시기를!

공쟝쟝 2022-07-31 17: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공공연한 여행ㅋㅋㅋㅋ 부장님 모시고 딸랑대며 쫓아다니는 중 ㅋㅋ

서니데이 2022-08-10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공쟝쟝 2022-08-13 16:2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8-10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감축드리옵니다 *^^*

공쟝쟝 2022-08-13 16:24   좋아요 0 | URL
감축이라니 황송하옵니다 ㅋㅋ

그레이스 2022-08-10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여독은 푸셨는지요?
축하드려요~~

공쟝쟝 2022-08-13 16:24   좋아요 0 | URL
이제 좀 풀립니다.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1 1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공쟝쟝 2022-08-13 16:24   좋아요 0 | URL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8-12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축하드려요~!
저 이제야 이글을 읽었는데, 괜히 여행가고 싶어지네요.. 가족여행 말고 혼자나 친구랑 가고 싶다 ㅜㅜ
저도 J거든요? 근데 쟝쟝님 보니까 저는 찐J는 아닌 것 같아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2-08-13 16:25   좋아요 1 | URL
저 J 아닌 거 같아욬ㅋㅋ 일할 때만 J ㅋㅋㅋ 주변의 찐 제이들 보면 워 저는 명함 못 내밀거 같아요 ㅋㅋㅋㅋ
가족 여행 말고 혼자가는 여행! 저도 이제 종종 떠나보려합니다 헤헷!

러블리땡 2022-08-12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우와 여행 다녀오셨나보네요 ㅎㅎ 후기 궁금해서 읽고 왔어요 ㅎㅎ

공쟝쟝 2022-08-13 16:25   좋아요 0 | URL
네 생애 최초 해외여행 다녀왔습니다 ^^ 너무 좋은 곳 다녀와서 눈 높아져서 큰일예요! 럽땡님 축하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4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1.


삶은 잔인해서 마침내 우리를 붕괴 시키고, 

앎은 자명해서 단일한 설명을 미결의 불확정성 원리로 만들어 버리는,

곤란한 21세기.



“(217) 보어는 이것이 진정으로 새로운 물리학의 주춧돌이라고 생각했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결정론의 종말*이라고 하이젠 베르크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뉴턴의 물리학이 약속한 시계장치 우주를 믿는 모든 사람의 희망을 갈기갈기 찢었다. 결정론자들은 만일 물질을 지배하는 법칙을 밝혀낼 수만 있다면 가장 태곳적 과거로 돌아가 가장 머나먼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어난 모든 일이 이전 상태의 직접적 결과라면 현재를 들여다보고 방정식을 풀기만 해도 우주에 대해 신과 같은 지식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이 희망은 하이젠베르크의 발견으로 산산조각 났다.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미래도 아니요 과거도 아니요, 현재 자체다. 한낱 입자 한 개의 상태조차 완벽히 파악할 수 없으니 말이다. 기본 입자를 아무리 꼼꼼히 조사하더라도, 모호하고 미확정적이고 불확실한 것은 언제나 남기 마련이다.”


“(225) 이 한계들은 결코 이론상의 한계가 아니다. 모형의 결함이나 실험의 한계, 기술적 제약이 아니다. 과학이 연구할 수 있는 범위 바깥의 ‘현실 세계’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하이젠베르크가 설명했다. “우리 시대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초연한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벌어지는 게임 행위자로서의 우리가 자연과 맺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과학은 이제 실재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면할 수 없습니다. 세계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분류하는 방법은 스스로의 한계*를 맞닥뜨렸습니다. 이것은 개입이 탐구 대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에서 비롯합니다. 과학이 세상에 비추는 빛은 우리가 바라보는 실재의 모습을 바꿀 뿐 아니라 그 기본적 구성 요소의 행동까지도 바꿉니다.” 과학적 방법과 과학의 대상은 더는 분리될 수 없다.”  



2.


현대 물리학만 불안정한 것이 아니지. 투자 없이 노동 소득 만으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는 우리의 삶도 불안정하긴 마찬가지지. 생각해봤는 데, 코인이랑 주식 같은 거 말야. 인간은 이제 일기 예보로 날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서 자연 재해가 없어지니까 스스로 자연 재해 같은 걸 만들어 낸거 아닐까. 삶에는 일정 정도의 충격과 유실이 필요한 거지. 지랄 총량의 법칙이랑 비슷한 재난 총량의 법칙이랄까. 자신들이 자초한 재난. 



“(400) 하지만 쉽게 꺾이지않는 물가 상승세를 보면서 2022년 4월 23일 지금은 2022년 내에 3.0%를 넘는 수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던 70년대의 연준이 지금의 연준에게는 중요한 반면교사가 되었겠죠. 물론 공급망 이슈 등의 변수는 존재하겠지만, 그리고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70년대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40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인 만큼 한동안 고물가 환경을 고민해보지 않았던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의 난이도를 크게높이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겠습니다. 변해버린 연준은 그동안 저성장·저물가 국면에서 항상 시장을 구해주었던 든든한 해결사가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이 역시 투자 난이도를 높이는 부담스러운 요인이고요.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가 워낙 빠르게 나타나기에이럴 때일수록 특정 자산으로의 집중보다는 *다양한 분산투자 전략*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3.


샘, 두 눈을 뜨고 세상을 살기 시작하니까. 너무 너무 불안해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게. 그런데 기대거나 의존할 수 없다는 것도. 내가 믿을 건 나 자신일 뿐인 데, 나 자체도 너무나 자명하지가 않아. 저만 이렇게 유별나서 저 자신이 문제가 되는 걸까요? 모르겠는데? 하나도? 그렇다고 예전처럼 도피하고 싶지는 않아요. 가끔 궁금해요. 사람들 다 이러고 사는 건지. 나만 조금이라도 덜 아파보려고 꼿발 딛고 사는 거야? 그게 너무 피곤해서 죽겠는거고?


그래서 뭐가 신념이 되었는지 아세요? “(250)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어쩔 수 없어요. 내 오류성에 대해서 틀렸네 또 틀렸어 하면서 아 맞다 틀리는 게 상수지? 나 자신이 별로 안 소중해져야 돼요. 쪽팔리는 거에 쪽팔려하지 않아야하고, 펑펑 잘 울고, 눈물 닦고, 잘 일어서야 하고. 친구가 저한테 씩씩하대요. 근데 안 아픈 건 아닌데. 안 쪽팔린 것도 아니고요. 틀리는 거에, 아픈 거에, 쪽팔린 거에, 불안한 거에 익숙해진 것일 뿐인데. 



“(286) 헤더는 하고많은 사람 중에 코페르니쿠스를 예로 들었다. 그 시대 사람들이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움직이고 있는 게 별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에 관해 생각하고, 별들이 매일 밤 그들 머리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천구의 천장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서서히 놓아버릴 수 있도록 수고스럽게 복잡한 사고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니까*”라고 헤더는 말했다.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물고기의 반대편에 다른 뭔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물고기를 놓아주는 일은 그 결과로 또 다른 어떤 실존적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사람에 따라 다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들의 경우에 꼭 그랬던 것처럼.” 


“(263)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 틀리고, 다 포기하고, 하나도 모르겠는 채로, 아프면 앓으면서 그렇게 사나봐요.

생각해보니까 또 그런데 아프다고 죽는 건 아니니깐요. 그래도 기왕이면 안 아프고 싶은 데. 아픈 거에 무뎌지는 것도 싫고.



4.


모든 것이 쪼개져 버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상태로 모호해졌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불안하기 때문에… 전체를 파악하고 싶어서 철학 책과 사회학 책을 본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잘 가고 있는 건지 알고 싶어서. 조망하고 싶어서. 그런데 총체성과 전체론을 포기하라고 한다. 그런 시선으로는 똑바로 볼 수가 없대. 신체를 초월하는 시야 자체가 문제래. 그걸로 보는 것은 진짜를 볼 수 없게 한다는 것.  

 


“반면 스트래선은 로고스(음성이나 남근)를 탈구축한다 해도 *유럽 형이상학의 초월성(탈신체성)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위계적 질서를 해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러나 스트래선이 보기에는 로고스가 아니라 *신체를 초월해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야 자체가 문제*다. 그래서 *스트래선은 신체의 부분적 감각을 계속 주입함으로써 전체론적 사고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세계에 대한 앎을 완결적으로 닫아 놓는 것이 아니라 닫힌 전체를 절개하여 앎을 무한히 생성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전체일 수 없으며 전체와 부분의 관계는 부분들 사이의 상호 관계로 대체된다.”


그래서 소설 읽는 데, 아인슈타인의 깊은 빡침에 동일시가 되었다.  

“(143) 그는 하이젠베르크가 요구하는 제약을 받아들이기가 꺼림칙했다. 더 멀리 보겠다고 둔 눈알을 후벼낸 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게. 두 눈알을 후벼내더라도 보이기 시작한 것들에 대해서 보게 되면 보지 않던/못하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게다가 불안에서 도피하기위한 ‘초월적 시야’보다 유한한 내 몸으로 보고 겪는 세상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압도적이란 말이지. 그러므로 나는 스트래선에 하이젠베르크에 한 표.



5.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아주 조그만 부분 뿐이고, 신 조차도 자신이 만든 우주를 통제하지 못하며,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의도를 이루지 못하고, 작고 작은 미시의 세계에서 마저도 대상을 인식하고자 하면 그 대상은 인식하는 순간 변해버려. 좌초된 총체성. “(69)총체성이 있을 때만 잘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까지도 그것이 자칫 재생산-유기체적 전체론 혹은 총체성을 향한다면, 쓸모가 없어지는 거라고 해러웨이느님은 말씀하셨지.

 


“(79) 이런 기계/유기체 관계(이분법)는 진부하며 불필요하다. 기계는 우리에게 상상과 실천 모두에서 보철 장치, 친근한 구성요소, 다정한 나 자신들이 될 수 있다. *침투 불가능한 총체성, 완전한 여성 및 그 페미니즘적 변이(돌연변이?)를 내놓는 유기체적 전체론은 우리에게 쓸모가 없다*.”

“(85) 유기체와 유기체적인 것, 전체론적 정치는 부활의 은유에 의존하며 재생산을 위한 성이라는 자원을 반드시 소환하다. 나는 사이보그가 재생과 관계가 더 깊고, 출산과 재생산의 기반 대부분을 의심한다고 말하고 싶다. … *우리는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우리는 부활이 아닌 재생을 요구하며,* 우리를 재구성하는 가능성에는 젠더 없는 괴물 같은 세계를 바라는 유토피아적 꿈이 포함된다.  이 글에서 사이보그 이미지는 두 개의 핵심 주장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보편적이고 총체화하는 이론을 고안하면, 아마도 언제나, 지금은 확실히, 현실 전반을 놓치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6.


내가 알던 세계와 내가 사랑했던 세계가 발밑 부터 붕괴되는 느낌은 꼭 대단한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아니더라도 겪는 것이며, 호되게 깨지고도 살기 위해 배우기로 결단한 사람들은 과거의 토대와 믿음들을 다 무너 뜨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무언가를 발견해야 하는 것일 텐데… 두 눈 똑 바로 뜨고도 부족하면 두 눈을 파내서라도 봐야하는 진실이라는 게 … 결정론 파기… 불확정성의 원리… 물고기는 없다… 전체론 붕괴… 총체성이 아닌 “상황적 지식”여야 한다는 건 … 때론 너무 버겁고… 그런 불안에 나를 다 내던져도 내가 녹아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해야한다는 것은 알지만, 잘 알지만.


혼술도 끊었더니 진짜로 공황 올 뻔 했다. 

도피 아니면 도취. 그거 말고 잘 사는 방법이 있긴 해?  

앎을 초과해서 알아버린 현생 인류에겐 역시 멸망 밖에 답이 없는 것인가 했다가. 

불안해서 죽을 것 같은 데, 불안해서 죽지 않았다. 다 알면 안 불안할 것 같았는 데, 다 알 수 없다는 것만을 알았고.

그러니까 불안한 채로 안죽고 잘 견디면서 살 수 밖에 없으므로 

총체성 포기 오케 전체론적 사고 포기 오케 결정론 포기 포기 포기 다 포기 오케오케! 

근데 생각해보면 포기할 게 없는 게, 원래 내 것도 아니었고 원래 추구한 적도 없었다? 

(제 3세계 / 노동계급 / 비혼 여성의 안도)ㅋㅋㅋㅋㅋㅋ 그러므로 붕괴될 게 없어 혼란할 게 없어ㅋㅋㅋㅋㅋ

내게 필요한 건 인내심. 조급하고 불안해질 때 마다 세상이라는 스위치를 꺼버리고 나 혼자가 되는 것. 

미래는 걱정하지 말자 지금 당장 행복하자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닦고 잠이나 자야지. 
 
근데 책사고 싶다. 책 사려면 돈 벌어야 한다. 돈 벌면 책 읽을 시간 없다. 아. 



질주하는 파도가 수평선에서 사라지는 광경을 보면 멘토인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보어는 바다의 미칠 것 같은 넓이를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은 채 응시할 수 있는 사람은 영원의 한 조각이 놓여있는 곳에 가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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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1 0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1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7-21 07: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런 거 엄청 좋아하잖아요. 불확정성의 원리 ㅋㅋㅋㅋ 뭔지 모르는데 넘나 좋아요. 지금 외출해야 해서 좋아요, 누르고요. 다시 돌아올게요.
부분과 전체, 마지막 책. 우리집에 있다요. 이 바쁜 와중에 깨알자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1 09:41   좋아요 3 | URL
내가 이러려고 회사다닐때 김상욱를 좀 읽어뒀나봐요 ㅋㅋㅋ 벵하민라바투트 보다 전 김상욱! 김상욱 보다는 단발머리!

다락방 2022-07-21 09:42   좋아요 5 | URL
아니, 이 분은 어려운 책 다 갖고 계시네..

공쟝쟝 2022-07-21 09:51   좋아요 3 | URL
다락방은 국립도서관 단발머리는 과학도서관 ㅋㅋㅋㅋㅋ 부분과 전체를 사두다니 ㅋㅋㅋㅋ 단발머리님 진짜 과학에 진심이었어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7-21 10:32   좋아요 3 | URL
잠자냥은 동네도서관........(문학만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1 10:36   좋아요 4 | URL
잠자냥은 심한 문학도서관 ㅋㅋ 살아잇는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창비 전집시리즈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7-21 10:40   좋아요 4 | URL
이사 후 책장 정리하면 한번 공개하겠삼=3
온라인... 동네 문학 도서관 투어? 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1 10:42   좋아요 3 | URL
엥간한 도서관보다 심각한 뉘집 의 문학코너 ㅋㅋㅋㅋ 온라인 집들이 책장구경 원해💕💕💕

다락방 2022-07-21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고기는 왜 백자평 안써줘요? 아직 다 안읽었어요?

공쟝쟝 2022-07-21 09:40   좋아요 2 | URL
쪼 밑에 한 보름전에 썼눈데 ㅋㅋㅋㅋ😩

다락방 2022-07-21 09:42   좋아요 1 | URL
헐. 지금 봤네요. 좋아요도 안누른 걸 보니 못보고 지나간 것 같아요. 나는 쟝님이 이거 별 몇 개줬을까 궁금했거든요. 네 개였구먼 ㅎㅎ

공쟝쟝 2022-07-21 09:50   좋아요 1 | URL
아 그리고 안울었어요!! ㅋㅋㅋㅋ 다락방님이 어디서 울었는지 눈치 챘고ㅋㅋㅋ 최고의 현대판 성장소설!!입니다 ㅋㅋㅋ 아 소설 아닌가? ㅋㅋㅋ

다락방 2022-07-21 09:52   좋아요 3 | URL
응. 나는 두 여성의 그 인형 사연 있잖아요. 거기서 울었어요. 미치겠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이 제정신 아니라고 손가락질하기 쉬운 부분에서, 그 사연을 아는 사람만큼은 안아줄 수 있다는게 막 어휴 미치겠더라고요. 인간은 궁극적으로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죠. 이놈의 인간들 진짜 ㅠㅠ

공쟝쟝 2022-07-21 10:00   좋아요 2 | URL
그 지점에서 <우리가..>보다는 <물고기..>가 훨씬 좋았고, 여자 소설가라서 이렇게 썼겠구나 싶었어요. 별 반개가 있었다면 물고기는 4.5!!!
다락빵님은 그 사람들의 사연을 이해하게 된 것이 눈물났군요…. 아이쿠 ㅠㅠㅠㅠ 따뜻한 사람.
저는 별을 포기하면 우주를 가지는 거랑, 질서를 포기하면서 혼란을 아름다워 하는 부분요ㅋㅋㅋㅋ 붕괴… 복구…이렇게 우리가 다르다 ㅋㅋㅋ

미미 2022-07-21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분과 전체 있어요🖐 있기만!ㅋㅋㅋㅋㅋ‘미결의 불확정성‘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저는 대체 왜이런건지....ㅠ.ㅠ
해러웨이는 읽었지만 역시 새롭네요. 뭐든 어떤 책이든 그렇지만 유난히 새로워보여서 신기해요!!

공쟝쟝 2022-07-21 10:28   좋아요 2 | URL
헤어질 결심 ㅠㅠㅠㅠㅠ ㅇ ㅏ 아프다 ㅠㅠㅠㅠ 똑바로 보려는 사람들은 이렇게 또 아프고오 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은 똑바로 보려던 사람을 못보게 만들고 ㅠㅠㅠㅠㅠㅠㅠ 해러웨이가 포기하는 지점이 포기가 아니라는 걸, 반증되지 않은 불확정성 원리 역시 과학을 다 내던지자는 것도 아니라는 걸 … 페미니즘이야 말로 그렇고요…. 붕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이 불안과 모순을 끌어안고 즐기며 살아야 하는 데… 내 대통령 굥이야….. (응?) ㅋㅋㅋㅋ

미미 2022-07-21 10:3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굥은 완전 펀치라인ㅋ

잠자냥 2022-07-21 10:41   좋아요 3 | URL
쟝쟝, 아 뭐야 이런 신성한 공간에 굥 따위................ 언급 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21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런 책이 있었군요. 소설이구나, 이 책은 ㅋㅋㅋㅋ 깜짝 놀랐습니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는 게 불확정성의 원리라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측정하면서 변하다고요? 우리 사는 세계가 그렇다는 거죠? 누가 본다는 거 관찰한다는 거 그게 중요한거 같아요. 그... 그러니까, 관찰자의 시선? 아, 모르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 (263)

그래서, (갑자기 점프) 오래 고민과 관찰, 지난한 사고의 과정 후의 결론이라면 무신론 보다는 불가지론이 더 솔직한 인간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임요. 이 소설도 읽어야겠네요, 근데 어려워 보여서.... 🙄🙄🙄

공쟝쟝 2022-07-21 19:10   좋아요 1 | URL
네 모처럼 이과계의 지적인 소설을 봐버렸습니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참으로 소설로 아주 잘 설명해줘서 교양강좌 들은 기분이었답니다!! ㅋㅋㅋ 근데 아름다웠어요. 저는 이런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ㅋㅋㅋ 우하하하하

yamoo 2022-07-22 12:55   좋아요 1 | URL
네, 이 책 저도 아주 오래 전에 발견했었는데, 하이젠베르크 주저와 동명 타이틀로 소설입니다. 저는 읽지 았습니다만, 첨에 이 책을 봤을 땐, 참으로 신선한 느낌이었고 구매를 했는데, 책이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도통몰룬다는 거에요..

2022-07-21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1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1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1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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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의 심장’을 알게 돼버린 이과천재들은 외로웠겠지만, 그 알 수 없음을 눈이 타도록 응시하는 이들의 의미심장함과 고독은 천상 문과인이 읽기에 심각하게 아름다워서. 난 이게 왜 아름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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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7-20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만자로 서술하시오.

공쟝쟝 2022-07-20 17:27   좋아요 2 | URL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울 뿐…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울 뿐입니다…

미미 2022-07-20 1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름답고 좋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하겠더라구요. 다음에 재독하면 쓸 수 있을지? 문과 천재였군요! 쟝쟝님 이과 천재같아요^^

공쟝쟝 2022-07-20 18:03   좋아요 4 | URL
이과들이 글잘쓰는 거 진짜 반칙인데…. 요즘 이과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당께요 ㅋㅋㅋㅋ

mini74 2022-07-20 1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과들의 활약 ㅎㅎㅎ 그러고보니 글 잘 쓰시는 이과님들 많네요. 김초엽 곽재식 김종욱 올리버색스 작가님 등등..

공쟝쟝 2022-07-20 22:30   좋아요 1 | URL
김초엽만 읽어봤다 호호호 저에겐 김상욱이 있습니다. 이제는 문이과 안나눈다 던데(?) 아닌가? (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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