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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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랜만에 모처럼 알라딘 서재 (변방의 독서 커뮤니티, 특징 : 다 자기 좋을 것을 자기 좋을 대로 읽음ㅋ 아무래도 영향은 나만 받음ㅋㅋㅋ) 지박령이 되어 독력(덕력)을 자랑하는 독림고수들의 페이퍼릉 탐독한 결과!!!

책 고수들은 역시…
표지에 한문 잇는 책을 꼽는다 !

7차 교육과정인 저는 한문 몰라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웜머… 세상에 책 표지에 한문 웬말?!! (괜히 나이 어필하면서 놀리기!!)

그래도 최승자는 사랑합니다!!
이 시대의 사랑이며, 영원한 내 청춘의 트라이 앵글 이심!

“내 청춘의 영원한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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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24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엌 ㅋㅋㅋ 공책에 손으로 필사해야할것같습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4-04-24 20:18   좋아요 1 | URL
요즘 친구들은 아이패드로 공부한다고 합니다!

잠자냥 2024-04-24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엥 알라디너?! ㅋㅋㅋㅋㅋ 자성록 고른 분은 뉘신지?!

공쟝쟝 2024-04-24 20:18   좋아요 1 | URL
대중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목록에 넣지 않으신 이황이랑 케미 리딩하시는 분 있음ㅋㅋㅋ

라파엘 2024-04-24 20:33   좋아요 1 | URL
퇴계의 정말 핵심적인 글들만 모아놓은 역본이네요. 역시 공부하는 눈 밝은 쟝님!! 😃 👍👍

공쟝쟝 2024-04-24 21:02   좋아요 1 | URL
그 말 들으니 안읽어도 사고 싶네요… 안나까레니나 모노 지금 고민중인데 ㅋㅋㅋ

잠자냥 2024-04-24 21:19   좋아요 0 | URL
자성록 좋아 쟝아

공쟝쟝 2024-04-24 21:23   좋아요 0 | URL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잠자냥님! (가짜뉴스) 이러시면 안돼대ㅣ더네ㅣ오디되되되애대왜돼

Falstaff 2024-04-24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의 환>이 나올 줄은 진짜 몰랐네요, ˝환˝장 허네. ㅋㅋㅋ

공쟝쟝 2024-04-24 21:0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발자크 정도는 양에 안차서 소포클레스 가져오신ㅋㅋㅋ 초고수 퐐드문트님ㅋㅋㅋㅋ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건강관리 더 잘하시고요!!

단발머리 2024-04-2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재미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 얼른 자고 내일 또 놀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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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라딘의 인생 네 권ㅋㅋㅋ
최근 ~ 20대. 네 번씩은 읽은 책으로 엄선…
(어쩌면 인생 노선을 바꾼 책들 일지도?)
문학 없어서 삼미 살림! (드래곤 라자 넣을 걸 하고 후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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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24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박민규 이영도 참신합니다!!!

공쟝쟝 2024-04-24 10:34   좋아요 2 | URL
참신이라뇨… 둘다 제 인격 형성 시기에 베셀이었다고요!! ㅋㅋㅋㅋ

라파엘 2024-04-24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빨간 책들이 매력적이네요!! 📕📕📕📕

공쟝쟝 2024-04-24 10:35   좋아요 2 | URL
노동가치설의 아담스미스는 빨갛지 않습니다!!!! ㅋㅋㅋ 뭘 읽든 내가 빨개지는 게 문제… 😔

잠자냥 2024-04-24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와중에 삼미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4-24 10:36   좋아요 1 | URL
외 뭐 왜 왜요 내 삼미!! 나 박민규 거의 다 읽엇다고요 ㅋㅋㅋ 박민규 나와라!!! !!

서곡 2024-04-24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재의 관점에서는 참신합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4-04-24 10:39   좋아요 1 | URL
우리는 모두 베셀로 독서를 시작함돠!!ㅋㅋㅋ 서곡님의 인생 네 권도 궁금합니다!!

공쟝쟝 2024-04-24 1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그러고보니 다 빨갱이 책이네… 누워있자…

라파엘 2024-04-24 10:48   좋아요 1 | URL
쟝님의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기도할게요. 다친 다리의 쾌유를 빕니다~!! 😄

건수하 2024-04-24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권 겹쳐서 뿌듯합니다..!!

공쟝쟝 2024-04-24 17:32   좋아요 1 | URL
이히히히히히 ❤️❤️♥️♥️♥️❤️❤️❤️♥️♥️♥️ 이토록 위험한 제 하트를 받아쥬시렵니까? ㅋㅋㅋㅋ 정희진 처럼 읽기는 진짜 인생책이 되었네요… 수하님과 나를 이어줘버린 💘

새파랑 2024-04-2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는 없나요? 😑 다 어려워서 도저히 따라 읽을 수 없습니다~~!!

공쟝쟝 2024-04-24 20:52   좋아요 1 | URL
푸코ㅋㅋㅋㅋ 그는 인생을 바꾸기엔 제게 이제 막 도착해가지고요? ㅋㅋㅋㅋ
네 권다 어려운 책은 아니고 외국 저자들은 대중 독자 위해 쓴 전세계 베셀인데… 킁킁ㅋㅋㅋ
그런데 새파랑님 박민규 안 읽고 지금 하루키 좋아하시는 겁니까? ㅋㅋㅋㅋㅋ 박민규 읽도 오세요 어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리고 삼미!!

새파랑 2024-04-24 21:01   좋아요 1 | URL
박민규 박민규.....

처음들어보는 작가입니다...

읽고 오겠습니다~!!

공쟝쟝 2024-04-24 21:04   좋아요 1 | URL
삼미… 세상에서 제일 재밌읍니다. 그리움 외로움 기다림 아쉬움 다 있습니다. 그리고 로맨스는 “죽은 왕녀…”가 있습니다. 하루키 감성 못지 않은 감성을 저는 느꼈는 데 이제 와서 다시 읽으면 욕하겠지요? ㅋㅋㅋ 나는 안 읽어야지 ㅋㅋㅋㅋ

새파랑 2024-04-24 21:07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까 평(?)이 안좋은데.... 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ㅋㅋ

공쟝쟝 2024-04-24 21:10   좋아요 1 | URL
오 ㅣ 오 ㅐ 외 뭐 무ㅓ 오 ㅐ ! 다들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응? 표절이라고 이제와서 내치냐!!! 사람들이 뚝심이 잇어야지 ㅋㅋㅋ 다들 읽고 겁나 웃고 울었던 책임 시롱! 그르케 손절 하고 그러면 안되야~ 난 핑퐁도 카스테라도 읽엇다!! (팬 이었군..) 작가는 나빠도 내가 읽으면서 인생관 바뀐건 사실임 ㅋㅋㅋ

새파랑 2024-04-24 21:17   좋아요 0 | URL
고민끝~! 인생관을 바꾸신 책이라고 하니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공쟝쟝 2024-04-24 21:21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래서 저도 김연수 책을 빼놓긴 했는 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겠다 ㅋㅋㅋㅋ 술파랑님의 감송은 높이 사겠습니다!!! 삼미 읽고 공쟝쟝을 느끼신다에 100원 겁니다 ㅋㅋㅋㅋㅋ 제 문체의 5%는 박민규쳌ㅋㅋㅋㅋ
 

깁스는 일주일 더 해야 한다. 약 하루에 0.15킬로그램씩 증량 중이다ㅋㅋ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병상 일지 페이퍼를 쓰라는 권고를 들었는데, 듣는 둥 마는 둥… 쓰라는 건 안 쓰고. 어제는 쇼파에 최대한 편한 자세로 안착하여 밀린 <눈물의 여왕>시청으로 감정 낭비를… 하느라 그만 지치고 말았다. 


[독서 중독자는 이 책이 뭔 책일지가 궁금하다]


용두리의 엄마 사투리가 넘나 고향 집이 생각나서(워매. 으째야쓰까잉. 엄마……) 즐겁게 보다가 막화에 드라마 속도가 너무 질질… 주인공이 “내 기억이 바로 나”라고 하는 장면들에서 정말 그럴까? 그렇긴 하겠지만. 그것만이 정말 너야? 따지고 들고 싶었다. “나로 살았으니 나로 죽겠다”라는 말. 그 완고한 [‘나’ 임 = 일종의 자긍심]에 대해 인정, 킹정 드리고 싶었지만.


논리적으로… 너에 대한 기억은 네 해마 말고도(몸도 있고). 모두가 나눠서 가지고 있잖아. 그 사람들의 기억들 역시 너라고. 즉 그들과 함께라면 너 자신을 잃어도 아주 다 잃은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살아. (드라마 넘 늘어지쟈냐) 얼렁 뇌종양 수술해. (참고로 여자 주인공 평소에 논리왕 임) 새로 태어나서, 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다 흡수해서 또 너를 만들어 가!


어쩌면 이것은 나의 사춘기 이후 (나름의 심각한 숙고를 거친 관계론적) 세계관이었다. 다만 이런 종류의 세계관이 얼마나 나 자신을 무책임하게 방치하게 되는 논리로 수월하게 작용했던지에 대해서 적고 싶진 않다. 즉, 해인은 옳기도 하다. 나는 죽도록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만겠는 사람들에 대해 차츰 차츰 이해하고 싶어져왔다.


다, 다르잖아. 누군가는 영혼을 질식시키느니 가스 오븐에 머리통을 스스로 넣어 질식사한다. (실비아 플라스의 예)


다리 다치고 난 뒤 느닷없는 불안이 우주 통째로 밀려와서 밤에 잠들기 전에 엉엉 울었던 날, 딱 하루 있다. 불안한 건 너무 당연하지. 실컷 울고 나니까 개운해서 푹잤다. 몇 년 전에는 그걸 느끼지 않으려고 술을 잔뜩 마셨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오늘의 나는 그렇지 않다. 아마, 다쳐서 술을 마실 수도 없었겠지만. 그때에 비해 상황이 딱히 좋아진 것도 아니지만. 나는 나의 ‘실체 있는’ 불안을 셈할 수 있을 만큼 가볍다. 가볍다. 가볍다니. 역시 지금이 좋아. 가벼운데다 한가하기 까지 한 나는 드라마 속 무언가가 너무도 중요한 해인의 괴로움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았다. 절대 잊지 않아야 할 것(남편 이름)을 외우면서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나는 누구의 이름을 부를까. 나는 무엇을 잃을 때, 가장 아까우려나.

불러야 할 것 같은 사람 말고 정말로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을까.

머리가 아닌 입술로 외워야 하는 이름이?

.

.

.

.

없다.

.

.

없네.

.

.

내 가벼움의 증거이며. 관계론 인생관 어쩌고로 살다가 제대로 큰코다친 자의 고독한 최후이다. (😭크흡)

.

.

.

나는 눈을 감기 전에 다시 태어날 내게 당부할 것으로 인간의 이름이 아닌 단어를 하나 정해두기로 한다. 체력, 체력, 체력 … 새로 태어난 쟝쟝아 너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야. (*나여, 온 몸에 새겨진 운동 못함 기억*을 상실해 줘.) 다시 태어나면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다른 시냅스들은 연결 안돼도 되니까… 근육 좀… 운동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난 운동을 이렇게 못하는가. 왜 신은 내게 몸치, 박치, 음치, 런치를 주셨는 가.



서론이 길었네. 드라마 리뷰 아닙니다. 독후감 맞고요.

매일 쓰는 병상 일지는 좀 무리고 몰아 쓰는


#병상읽기 1.

“(55)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예상치 못한 다리 부상으로 정형외과에서 읽기 좋은 책에 #카프카 의 #변신 만한 것이 있겠는가.>


나는 출근을 안 해도 되고, 부모님은 내가 아직 그레고르가 된 것을 모르시며(영원히 모르게 할 계획), 살뜰히 들어둔 보험이 있는 데다, 각자의 *불행 앞에서만* 강해지는 자매애를 지닌 여동생이 둘이나 있다(그녀들은 마치 그레고르의 여동생처럼 청소기를 돌려주고 갔다). 그렇지만 고양이 털들과 먼지는 매일 쌓이는 법이다. 매 끼니는 내가 나에게 해서 먹여야 하는 것이다. 처음엔 확실히 거동이 힘들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힘든 것은.


“(60) 마침내 그 다리로 그가 원하는 동작에 성공했어도, 그 사이에 다른 다리들이 모조리 해방이나 된 듯이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버둥거렸다. “쓸데없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 안 돼.” 그레고르가 혼잣말을 했다.”


ㅋㅋㅋㅋㅋㅋ 아.... ‘쓸데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것이 나의 궁극의 수련 목적인 거시지만. 나는 타고 나기를 <눈물의 여왕> 속 홍해인이 아니라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에 이입하기가 더 수월한 종류의 인간인 것이다. (여기서 한 번 불러보는 그 이름 잠자,냥) 드라마 속 홍해인은 재벌 3세라서 수술 만 받으면 살겠지만… 평범한 가족의 평범한 사람들은 가족 성원에게 닥친 불행을 인식하는 순간 부턴 잠자 씨네처럼 계산 촤륵촤륵 머리 굴리겠지.


- 꼭 살아. 살기만 해.

를 부르짖는 변호사 남편 김수현? 드라마는 판타지다. 로맨스는 판타지여. 즉 바쁜 현대인의 감정을 몰아서 쓰게 끔 잘 설계되어 있단 말. 나는 끊임없이 철철 눈물을 흘리는 두 배우의 절절함에 자동으로 함께 울고 웃는 것에 걸끄러운 나 자신을 의식하며 찔끔 흐르는 눈물을 재빨리 닦아내고 현실로 돌아온다. 왜냐, 우리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찬찬히 느끼면서 곱씹기엔 할 일도 많고 걱정도 많고 사야 할 물건들이 너무 많으시다.


바퀴벌레가 된 *평사원* 그레고르는 일단 출근부터 생각한다. 빚이란 무엇인가. 대출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부장제란 무엇인… 사랑의 공동체인가. 기능의 공동체인가. 카프카는 알고 있다. 가족이 사실은 서로에 대한 명분의 공......읍읍🫢


아들 그레고르는 출근을 해야 했지만. 2024년 출근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들들이. 일자리가 없어요. 아, 그럼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맞추어 자기 계발을 해야죠. 살뜰히 남는 시간에는 투자를. 주식을. 코인을. 돈 벌기 참 쉬운 시절입니다. 부의 파이프라인을 2개 만드세요. 부업으로 자동 수익화를. 여러분 가난은 지능 순이며, 수저 타령은 루저들이나.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모든 것은 여자들이 살만하니까 눈이 높아져서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재벌3세는 나를 잃는 게 싫고, 소설 속 그레고르는 출근 못하는 걸 걱정하고, 현실의 청년 그레고르들은 출근을 하.고.싶.어.서. 걱정일 것이다. 


뭐 그건 이제 여남 상관 없다. *취업 당사자*가 되려면 이미 변신된 그레고르 취급을 받으면서 스펙을 쌓거나, 시험 공부를 하며. 집이 그 처지도 안된다면 똥 값인 저임금의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경력은 쌓이지 않는다. 숙련이 필요없는 플랫폼의 시절이니까. 키오스크가 대체해서 알바 마저 쉽지 않다. 누구나 투자자가 돼버린 현대사회는 누구나 녹아내린 돈을 복구하기 위해 엔잡을 뛰어야 하는 상황. 나랏님은 대파 값도 모르시니 알아서 각자도생 모두가 경쟁하는 한국은 빨리 빨리. 그런데 정이 많은 한민족 우리에겐 걱정도 참 많고 이 걱정 저 걱정 남눈치 보며 방어하기 위해 사야할 물건들이 특별히 더 많으시다. 바쁜 우리 쉴 때 도 가성비 넷플릭스. 눈물의 여왕. 다 보면 안된다. 유튜브로 한번에 몰아보기. 


지난 주 수업 마지막 날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 뭔 책을. 왜 (일반인이) 푸코 강좌를? 이렇게 열심히?

대략 이런 대답을 했다.

- 선생님. 저 역시 이런 걸 읽고 싶어 하는 제가 괴짜라고. 뻘짓이라고. 현실 도피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걸 하고 있으면. *적어도 다른 걸 덜 해요.* 어려워서… 읽으면 지치거든요. 집중하지 않으면 못 읽고요. 유튜브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만 뒤처진 것 같고, 인스타 보고 있으면 뭔가 사야 할 것 같고, 내가 엄청 못나 보이고. 어차피 느낄 자괴감이면 차라리 어려운 책 읽으면서 느끼자 싶더라고요. 다들 각자가 욕망하는 것을 선망/책망하는 구조라면 난 책으로 하겠다. 물론 그것도 책 읽어서 알게 된 거지만. 어쨌든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지금은 좋아요. 읽다보니 남들한테 중요한 것이 나한테는 안 중요해졌어요. 그게 주는 해방감이 있다. 그러니 샘, 더 열심히 공부하셔서. 공부 많이 나눠주셔야 해요. 저는 알 것 같아요. 인문학? 철학? 그러니까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이 평범한 사람일 수록 더 필요해진 세상 같아요.


#병상읽기 2.


어쩌다 보니 #나카마사마사키 의 책들을 좀 훑어봤는데. 이 사람 문체가 재수 없다. 사람이 뭣도 없이 저렇게 시건방을 떨면 내가 동질감이…읍읍🫢🫢 아니다. 뭐시 있으니까 건방진 것이다. (나는 없지롱 ㅋㅋㅋㅋㅋ 무지의 지가 아니라 무지의 건방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캉. 푸코. 아마추어. 푸하하. 미리미리 나대지 말자고 일러두길 다행. 안 그랬으면 이거 읽고 수치스러워서 냅다 던졌음. 나대는 스스로를 나댄다 알고 있기를 다행인데.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치고는 행동이 교정이 안된다. 나.는.내.가.기.특.하.단.말.이.다. 옆에 김수현도 없는 데 누가 나를 기특해하나. 나나 나를 기특해... 


또 얼마 전에 주워듣게 된 풍문이 있는 데. 철학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프랑스 현대 철학은 너무 쉬워서 쳐주지 않는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 (웅. 헤겔 레스토랑 읽다가 알 것 같아지긴 했다ㅋㅋㅋ너무 쉬운 것도 어려운 나 자신을 인정합니다.) 근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것이. 내가 아무리 서백남 통째로 재수 없다 씹어도 걔네가 그냥 세계 제패했겠냐고 뭐가 있응께 했겄제. 인정한다니까? 근데 남들이 쳐준다고, 나도 쳐줘야 하는 거냐?? 


제대로 읽은 사람들의 고상함이야 내 알 바 아니고, 각자는 각자의 읽기가 있지. 나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서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그걸 이해를 못하더라) 나의 아마추어임은 겸허하게 인정하는 바지만... 그렇다고 겸손해지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러니 프랑스 철학 쉽게 읽는 사람들은 좀 쉽게 써달라. 나는 내 기량에 맞게 조금씩 더 어려운 것을 긴장하며 읽을 준비가 되어있다. 아, 나는 못 읽어. 보단 이 태도가 낫지 않나? 그럼 마저 자뻑을 하면서 일본에서 건너온 입문서들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철학 꼰대 냄시 철철 나는 나카마사의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을 읽다가 점점 감탄하게 되어버려서 사람이 궁금해. 마지막 부분 저자 후기 먼저 읽다가 깨닫고 말았다. 나 *이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을 함께 싫어*한다. …… (역시 좋지는 않은 데. 싫지도 않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동질감을 느끼며.

“(520) (영화 <한나 아렌트>를 보고) 세부 묘사 중에는 이러저러하게 불만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영화 관람이 끝나고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은 누구의 시점에 동화되고 감정을 이입할까? 거칠게 말해서 세 가지 시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아렌트, ② 아이히만, ③ 아렌트를 아이히만의 편이라고 말하면서 비난하는 사람들. 그중 하나가 ‘정답’인 것은 아니다. 다만 무척 확실한 것이 있다. 아무런 의미 없이 ①에 동화하여 ‘감동’해 버리는 사람은 아렌트의 사상과 전혀 무관하다. 아니, 어떤 계기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상가를 만난다면 곧장 ③처럼 행동할 사람들이리라.

이런 질문을 하면 문화연구에 한쪽 발을 들인 바보들 중에 낭패 한 표정으로 이렇게 외치며 뛰쳐나올 사람들이 떠오른다. “아니야, 제4의 선택지가 있어. 그건 이 영화도 표상할 수 없었던 사람들, 즉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들이야. 여기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 나카마사는 수가 얕다고 해야겠지. 역시 심오한 사상을 이야기할 만한 인사가 못돼!” 영화 자체를 보지 않더라도 금방 떠올릴 수 있는 이런 생각을 트위터에 중얼거리며 낄낄거리는 놈들에게는 듣는 약도 없다. ①에 단순히 동화하는 사람들보다 질이 더 나쁘다.”

그러니까. 나는. 푸하하 나카마사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말았다. 제기랄. 팬심보다 강한 건 *안티의 동질감*이다. 정체성의 정치와 혐오의 쾌락이 (그리고 그게 드러나는 선거 결과가…) 그토록 위험하면서 치명적인 이유다.


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마도 ③번의 시점에 이입했을 것이다. 그게 내가 정희진에게 배운 영화를 보는 방식이며. 아렌트와 관련한 책들을 읽을 때 스스로 가장 긁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적 당하는 순간의 부끄러움. 아렌트가 요구하는 끝끝내 사유하기를 중단했던 순간들에 대한. 부끄러움과 어쩔 수 없었음. 핑계대고 싶음. 다 그렇게 살아라는 익명성 속에서 책임을 면피하고 싶은 자기 기만. 그리하여 내가 사유하게 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음.에 머물러 있다. 현실직시의 어려움에 대한 현실직시일까나. 


#병상읽기 3.


아렌트를 좋아한다. 멋있다. 나와 많이 달라서다. 아렌트를 배우고 싶다.

#사만다로즈힐 은 이렇게 <한나 아렌트 평전>을 마무리 짓는다. 거의 98프로에 가깝게 동의한다.

“(309)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한나의 말대로 우리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눈앞에 놓인 것과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한나가 살던 시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한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은, 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이 한계를 설정하며, 다시 배열하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언어로 새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나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다.”


#병상읽기 4.

다시 돌아가서 까먹기 싫어 써두자 싶은 부분이다. (이거 쓰려고 앞의 썰 풀다 보니 엄청 길어짐 🫠)



토요일에는 결국 나카마사의 <현대 철학의 최전선>까지 구매해서 1장을 순.식.간.에 읽고 말았는데. 두둔. 탁월하다. 그래서 더 재섭다. (1장 한정) 롤스의 ‘정의론’으로 뿌리(맥락이랄까) 잡고 논쟁적인 부분들 탁탁 잡아채 정리하는 데. 이해를 명쾌하기가 이를 데가 없네. 와. 정석적으로 공부 잘하는 사람’의 노트다.


이런 책의 장점은 왠지 다 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지만… 그게 저자가 제일 싫어하는 읽기 일 게 뻔하지만… (나카마사 아재여, 당신의 빼어난 필력이 자국 내 트이타 날라리 철학 평론 사태의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랑가요? 아님 말고ᄏᄏᄏ) 하지만 <OOO의 인생 강의>류의 철학 에세이조차 자기계발 시장에 밀리는 한국의 독서 생태계를 생각하면 이런 본격 인문학 입문서의 독자 시장 층이 형성되어 있는 일본 좀 부럽다.


그만 부럽고 <1장. 정의론 - 공정한 사회의 근거를 둘러싸고>을 읽다가 롤스와 하버마스에 동의가 절대로 안 되는 것이… 나의 당파성에 기인한 것임을 눈치 깠다. (아마 이래서 공부를 못했나 보다. 성질 급한 것도 있지만… 대학에서 가르치는 분과 학문의 ‘전제’에 동의가 잘 안됨.) 


이들의 (고상한) 주장에 대한 짜증스러움과는 별개로 그분들이 세우고자 하는 체계의 가치와 방향의 의도… 즉, 모종의 절박한 책임감으로서의 세계에 개입하려는 태도를 인정하게 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언제나 우리의 문제는 [이론+도그마+기득권(옹호 무의식) => 내맞너틀, 내로남불]인 것이다. 그들의 이론을 무전제로 추종(?) 하는 세력들은 내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물음표를 압살한다. 그들이 파악하지 못하는 것인데, 나더러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하므로… 기분이 드러워서 나의 물음표는 결국 ‘권력’으로 가게 되어버린 것도 같아. (여기서 푸코 쉼표, 한번 눌러주기ㅋㅋㅋ)


주체할 수 없는 나이브함과 직관은 내 읽기의 강점이지만. 내가 느끼는 책임감보다는 훨씬 더한 책임감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때, 세상에 책임질 거라고는 나불대는 내 손가락과 나 자신뿐인 안 겸손한 나는 겨우겨우 겸손을 찔끔 배운다. (나에게도 차릴 체면이 있었으면 좋겠...지않다. 없어 다행.) 그러나 겸손을 배운다고 재수 없는 기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스스로는 나의 이 감정이 곧 지성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책의 54페이지를 가져오겠다.


“(54) (롤스를 포함한 자유주의자들 전제의 역설을 지적한 아시아인 최초 노벨 경제학 상에 빛나는 아마르티아 센과 그의 공동연구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잠재 능력 측면에서 가장 곤란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되는 (개도국의) 여성을 기준으로 그녀가 어떤 처지에 있든 반드시 있어야만 할 최소한의 잠재 능력을 목록으로 작성하고, 그것을 인간의 보편적 가치 옹호 차원에서 정당화하려 시도한다. 단, 누스바움은 *여성을 종속적인 위치에 처하게 만드는 관습 속에서 태어나 성장한 여성들, 요컨대 자기가 처한 현실을 ‘자연’이라 여기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보편적인 잠재 능력의 목록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것을 제안받아도 갈팡질팡하거나 도리어 성가셔 할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인정하고있다. 이는 노르웨이의 분석적 마르크스 주의 철학자 욘 엘스터(1940~)가 <신포도>1983에서  ‘적응적 선호 형성 adaptive preference formation’이라 칭한 문제로, 페미니즘과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 확대와 급진적 사회 변혁을 동시에 표방하는 사회사상 분야에서는 늘 부딪히게 되는 난제다. 누스바움은 적응적 선호 형성이 건전한 인간성의 발전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이미 그런 식으로 적응되어 버린 사람에게 무리하게 강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적응적 선호 형성’. 나는 내가 가진 잠재적 가능성을 엄청나게 스스로 처박았다.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좀 억울했지만 그 빡침을 이리저리 방사하던 시기도 지났다. 그게 나의 조건과 처지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선 거기까지가 다였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서 ‘자연화’해 버린 나의 자기 기만을 들여다보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성가시고 두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페미니즘을 만나기 이전까지 아니 그것을 포함하여. 나의 ‘스스로’가 있었는가. 있었던가. 있었을까. 질문을 더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면. 실은 모두가 ‘적응적 선호 형성 중’인 것이다. 자기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고 거기서 성가셔서 멈춘다. 멈춘 채로 살다가 더.는.이.렇.게.는.못.살.겠.을.때. 그때. 그때. 다시 질문을 시작한다. (어쩌면 살만해질 때 질문은 끝난다.) 시작한 질문을 언제 어디까지에서 멈추는… 어쩌면… 거기까지가 딱 그 사람이 도달하는 인식이겠지만. 나는 치열하게 질문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는 과정이 정말 너무 좋다. 고작 읽는 것뿐일 테니. 그 정도의 성가심은. 감수하다가 말겠지. 성가셔서 멈출 때 까지. 


아마도 그런 것 아닐까. 그 딜레마란 게. 특별히 제3세계의 여성들뿐만 아니라 인간 모두의 조건 아닌가. 홍해인에게도 잠자에게도 누스바움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모두에게. 모두가. 각자의 적응적 선호 조건이 있다. 기억이. 재화가. 경험이. 문화가. 가까운 인간관계와. 매체들. 우리의 잠재성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 특히 나 자신이 가장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딜레마는 해결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간파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롤스의 정의론이 가진 역설들처럼. 심지어 다소 자명해 보이는 수학도. 물리학도. 아무리 엄밀한 체계를 구축한다고 해도 그것에는 구멍과 역설이 있다. 누스바움의 딜레마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들을 내가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그것들이 화학 작용해서 빚어내는 알 수 없는 결과들을 진보로 애써 해석하지도 않지만. 다만. 이해를 다르게 하는 쾌락은 있다. 그 쾌락이 (이것 만큼은 공리주의적으로다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나도 책을 읽는 기쁨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건 내게는 참 다행이지 않은가. 


그래서 다시. 로즈 힐. “한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은, 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이 한계를 설정하며, 다시 배열하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언어로 새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변하는 현실이 있고. 내 삶이 있고. 계속 배열하는 내가 있다. 내게 이야기가 있다. 내가 누군가가 아닌 나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가진 딜레마를 간파하고 싶은. 다른 딜레마로. 다른. 또 다른. 


*


그날 달리지 않았던 게 좋지 않았겠느냐고?

아니요. 지금도 빨리 나아서 달리러 가고 싶은데요.

왜요?

달리지 않았다면 달릴 줄 몰랐을 테니까. 이제는 달릴 줄 알고(물론 잘 달리지는 못한다), 그 쾌감을 느끼며, 조심히 살살 달리면서, 바닥도 잘 살피면서, 느리게 천천히 달리면 돼요.

그걸 꼭 넘어져서 다리 부러져 봐야 알아요?

꼭 넘어져야만 아는 건 아닌 데, 달려봐야 알아요. 음~~~청~~ 못 달려도요. 달리는 걸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카프카를 생각한다. 일과 글쓰기. 글쓰기와 일. 생존과 실존. 그는 분열 속에 살았다. 딜레마 속에 살았다. 나는 그의 글에 깊게 감동했다. 문학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철학 역시 그런 것들이 계속해서 논쟁되며 열려 있는 채다. 괴델(수학)도 하이젠베르크(양자물리학)도 결국 그걸 말한다. 인간의 인식이 장담할 수 있는 닫힌 완결은 없다는 것. 요즘 들어 자주 낙담하는 동생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인생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겨. 물론 삶을 꼭 길게 살 필요도 없다. 


자, 이제 생존하러 갈 시간이다. 나의 딜레마를 껴안는다. 미래를 설계하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불안해하느라 술을 마시게 될 테니까. 다시는 그렇게 시간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차라리 낮잠을 잘거다. 나는 시간이 많다. 느끼지 않기 위해 취할 시간은 없다. 매일의 절단면을 만들어 둔다. 할 수 있는 걸 한다. 못하는 건 미룬다. 쓸 데 없이 침대에 누워있으면 안돼? 놉. 돼. 침대에 누워있어도 돼. 쓸데 없지 않으니까. (다만 누워 있을 때 폰은 끄자.)


시간이 흐르면 다리는 붙을 거고. 나는 일어날 거고. 충분히 누워있어도 된다. 누워 있는 것이 쓸 데 없다는. 생각.이 바로 현대인의 질병이다.


덧붙임, 참고 참으며 읽다가 병상 읽기4에서 결국 읽기를 포기한 당신. 이 있다면. 미안하다… 4장은. 오로지 미래의 나를 향해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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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4-22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쟝쟝님 다리 왜.. ㅜㅜ

공쟝쟝 2024-04-22 20:05   좋아요 0 | URL
네... 들켰어요... 제가... 너무 행복한 거.... 들켜가지고.... 운명이... 정신차리라고.... 자만하지 말라며... 아... 건방졌던 것입니다...

서곡 2024-04-22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 지금 ott에서 ‘눈물의 여왕‘ 보는 중입니다 잘 완쾌하시길요!!!

공쟝쟝 2024-04-22 23:52   좋아요 1 | URL
ㅇ ㅏㅋㅋㅋㅋ 멜랑꼴리아 부터 서곡님과 저는 드라마 메이트 ㅋㅋㅋㅋ 실은 재가 김수현(귀여움)과 이도현(천재느낌)을 좋아합니다…!!ㅋㅋㅋ

공쟝쟝 2024-04-23 00:03   좋아요 1 | URL
차은우와 임시완은 얼굴만 강하늘은 연기 잘 맞는 역할 맞을 때(좀 순딩한)… 완벽했던 현빈은… 이제 품절남… 끝 입니다! (안물어봤는 데 왜 알려드리냐면 ㅋㅋㅋ 나름 엄선된 목록인데 ㅋㅋㅋㅋ 비슷하거나 새로운 재질의 인력이 수급되면 재빠른 소식을… 배우 기근이다 기근…)

서곡 2024-04-23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김수현 귀엽네요 범자고모의 러브라인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ㅋㅋㅋ차은우 연기는 본적 없지만 임시완 강하늘 저도 연기자로서 호감 있고 현빈 사랑의불시착 정주행했었습니다 ㅎㅎㅎ 안녕히주무세요 ~~~

공쟝쟝 2024-04-24 09:35   좋아요 1 | URL
저… 범자고모가 좋아요… 두 분의 사랑 응원해여….ㅋㅋㅋㅋ 찬실이에 나온 그 배우분 ㅋㅋㅋ 넘 웃김 ㅋㅋㅋ

2024-04-23 0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24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4-04-23 0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다치셨군요.
빨리 완쾌되시길,,,
그 와중에 이런 어려운 책들을!

공쟝쟝 2024-04-24 09:3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유쾌하게 완쾌하겠습니다…. 그 와중이므로 이렇게 되버린 것인 것 같기도 해요 (긁적)

단발머리 2024-04-23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대 철학의 최전선>을 제가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책을 알아둬야겠네요. 그러나 구할 수는 없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사 누스바움 이야기 인상 깊네요. 저는 ‘~~라서 안 돼!‘ 중에 ‘여자라서‘가 아직도 가장 강력한 주문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역시나 ‘젠더는 힘이 쎄다‘이고요.

침대에 누워 있어도 돼....... 라고 쓴다는 건, 그 사이사이, 이러면 안 될텐데... 얼른 일어나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구요.
당신에겐 아직도 베짱이 습성이 부족합니다. 물론 이건 DNA가 중요하지만요. 타고난 베짱이인 제가 알려드립니다. 제 말을 따라하세요.
침대에 누워 있어도 돼.
침대에 누워 있어도 돼.
침대에 누워 있어도 돼.

공쟝쟝 2024-04-24 09:43   좋아요 1 | URL
젠더는 힘이 세죠. 다양한 각본들이 필요합니다.

책 구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 나카마사의 책 중 유일하게 절판 안된 책 입니다!!! ㅋ 이 책의 백미는 사변적 실재론일 듯 합니다. 단발님 좋아하는 마르쿠스 가브리엘 나오고, 항상 눈여거 보시는 데닛 등 ㅋㅋㅋㅋ 마음철학들도 나옵니다…!! 공부잘하는 사람의 정리에 감탄 합니다. 연결 고리를 잘 만들어 두시는 편.

자책 하면서 누워있을 바에야 ㅋㅋ
일어나 앉아있자 ㅋㅋㅋㅋㅋ
서 있지는 못하니까 ㅋㅋㅋㅋ

서곡 2024-04-2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쵸 찬실이에서 김영민 배우가 흰런닝(이라고 쓰고 난닝구라고 읽는다) 입고 돌아댕기자나여 ㅎㅎㅎ

공쟝쟝 2024-04-24 10:25   좋아요 1 | URL
이 번에도 ㅋㅋㅋㅋ 치명적인 척하면서 동네 뛰댕김 ㅋㅋㅋㅋㅋㅋ 장국영 ㅋㅋㅋ 김영민 배우 이름 기억해둘게요!!!ㅋㅋㅋ!! 눈여왕 이렇게 된 김에 마지막화까지 ㅋㅋㅋ

서곡 2024-04-24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여 치명적척 ㅎㅎㅎ 마들렌도 구워주고요 ㅋㅋㅋ 네 어느덧 거의 다 끝났습니당~~~

잠자냥 2024-04-24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불러써? ㅋ
그런데 첫번째 짤... 책을 저렇게 읽으면 둘 다 자세가 너무 불편하고....
읽히냥??

공쟝쟝 2024-04-24 16:58   좋아요 0 | URL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자세라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4 18:1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런 고백을 원한 건 아니었따….

공쟝쟝 2024-04-24 18:14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이 이 자세를 정수리에 서리내기리 전에 도전하고 싶게 하네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4 20:14   좋아요 1 | URL
아…. 쟝 댓글 폭발하는 이유를 알았따…. 거동불편자…. 손가락으로 세상을 만나다🤣🤣🤣

공쟝쟝 2024-04-24 20:17   좋아요 0 | URL
다리 아픈데 일하기 싫고 생리중
 

“(48) 나는 애도가 언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애도가 언제 충분해지는지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 프로이트는 이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기존 생각을 바꿨다. 그는 성공적 애도가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의견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원래 우울증과 관련되어 있는 incorporation이 애도 과제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 하지만 나는 대상의 완전한 대체 가능성을 우리가 지향하기라도 하듯이 다른 사람을 잊는다거나 다른 무엇이 대상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 성공적인 애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도는, *상실로 인해 우리가 어쩌면 영원히 변하게 된다는 점을 받아들일 때* 이루어진다. 아마도 애도는 미리 그 변화의 본격적인 결과를 알 길이 없는데도 그런 변화를 겪겠다고 (어쩌면 변화를 감수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동의하는 것과 상관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 뭔가를 잃는다는 경험이 있는가 하면 또 상실이 초래하는 변화라는 결과가 있다. 후자는 그려질 수도 계획될 수도 없다.”

“(85) 내가 ‘너’에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아내지 않고서는, 너를 알려면 나의 언어가 부서지고 굴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언어로 바꿔 말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내가 ‘우리’를 소환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너는 이 방향감각의 혼란과 상실을 통해서 내가 얻게 되는 결과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존재하게 되는 방식이다. 다시 또다시,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으로서.”

- 주디스 버틀러 <위태로운 삶 -폭력, 애도, 정치>


사랑해서 아픈 거였더라고. 아픈 거 보기 싫다 치우라는 마음이 사랑을 없던거라 밀어내버리는 미운 마음이라 어찌나 분노했던지. 애도할 겨를도 없었고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몰랐어. 그래서 더 미안했어. 10년 전 그때는.

삶이 사랑과 이별과 애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슬픔과 고통을 쉽게 몰아내는 게 아니라 느끼고 인정하고 내 안에서 숨쉬게 살려둘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마워. 나는 많이 변했어. 내 세계는 변했고… 그래도 잃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면서 그렇게 기억하는 중이야. 어쩌면 온전히 의미를 받아들이는 데는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아주 조금 이해할 것 같은 순간에서 또 나는 변하겠지만.

작년에는 <너와 나>를 봤어. 영화 보고 나서 그냥 그 말 해주고 싶더라고. 나도. 나도 사랑해🎗️


마지막으로, 무엇이 애도할 만한 삶이 되게 해주는가? 우리의 위치와 역사가 다르다 해도, 내 생각에는 "우리"라는 말에 호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잃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상실은 우리 모두를 어설프게나마 "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상실을 경험했다면 그것은 뭔가 소유했다는 것, 욕망하고 사랑했다는 것, 욕망을 위한 조건을 찾기 위해 분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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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4-16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버틀러 책, 참 좋네요. 저는 오늘 처음 봤어요. 그러고 다시 봤더니 맨 마지막 페이지는 마리 루티 문장인가보다 ㅋㅋㅋㅋㅋㅋ맞나요? 고통에의 직면, 정면승부는 어려운 일이죠. 제대로 해내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난, 생각합니다.
단지 그 과정을 지나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의 곁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겠죠. 다시 쓰지만....
그런 사람은 흔하지 않습니다. 쉽게 만나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공쟝쟝 2024-04-16 22:49   좋아요 2 | URL
고릿적 ‘우울증적 이성애‘ 때 부터 버틀러의 애도와 기입(incorporation, 합체라는 번역을 참을 수 없다)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 데... 그걸 이렇게 정치철학적 비평으로 풀어내니... 버틀러... 넘...🥹🥹😩😩
짚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의 재난이란 911이란 말이죠. 911이후의 미국의 왜곡된 애국주의가 어떤 식으로 엇나갔는 지 어렴풋한 기억이 있고... 당시 ‘느닷없이 공격 받았다는‘ 미국 내의 정서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직면하기 힘든 미국의 어떤 징후(피해자의 오만..이라고 정희진의 워딩가져와봅니다)를 드러내는 버틀러의 정치 비평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온전해지자.‘ 가 아니라. ‘우리 모두 상처 입었으므로 취약함을 살피자‘고 하는. 것은. 사실 고차원 적이죠. 아름답다와 별개로.

맞습니다. 마지막 검은 캡처는 루티(ㅜㅜ 그를 애도중인 나)입니다. 마리 루티나 제가 고통에 정면 승부 하자는 아니고요. 저는 10년 전의 ‘세월호‘를 떠올리면 일베와 장례 자체를 유난 떤다고 하던 어떤 사람들의 신경질적임이 생각 나거든요. 애도할 겨를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 조차 참을 수 없어라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문장이라 가져왔어요.

고통 혹은 고통의 곁의 곁까지는 사실. 엄두 안나고. 다만 저는 애도요.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과 충분히 헤어지면서 혹은 간직하면서 다른 내가 되는 것요. 소중한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애도하는 일에 가혹해지지 않고 싶습니다. 음. 헤어짐의 고통은 소중합니다. 몸에 기입된 사랑의 흔적이니까요. 그건 재난이나 참사가 아니라도 언제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이기에. 거기서 ‘어설픈 우리‘를 도모해보자고 하는 버틀러의 제안을 찬찬히 따라 읽어가도록 해보겠스읍니다.
 
아구아 비바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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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써둔 문장을 읽었다. 

생존과 실존. 두 가지 장르에서라고 적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 둘 모두의 적정한 익숙함이라고. 그게 목표라고.

두 가지를 다 갖겠다는 건가. 그때는 좀 간절했는데, 지금 보니 꽤 오만하다. 둘 중 하나를 택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적정함의 기준이 애매했거나 높았던 건 아닐까.  


나는 삶을 관계를 통해 적절히 외주화하는 것에 능하지 못하고. 그래서 꾸역꾸역. 그러다 오바하고. 어쩌면 거기에 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사실은 고작 1인분의 일상이지만 종종 너무 버겁고. 내 간신함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희로애락이 더 무섭고 무겁고. 그렇다 하더라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으니, 적절한 온기들을 나누어준다면 정성들여 취하며 지적 호기심은 억압하지는 않는 채로. 


넘어졌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기다시피 해서 집에 왔고, 다음 날 인대 파열 및 약간의 골절까지 진단받아… 목발을 짚고 네 다리가 되어서 집에 겨우 돌아왔으니. 꽤 아픈 것이 맞고 막 땅바닥과 인사했을 때는 번쩍할 만큼였는데. 나는 다친 직후부터 뭔가 웃겨서 계속 웃었다. 왜 아픈데 웃어요, 왜 힘든데 웃어요, 괴로운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네요, 그런 목소리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음. 어쩔 수 없다. 나는 좀 웃기다. 당황했을 때도 웃었고, 너무 싫었을 때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웃기게 만들지 않으면 웃어버리지 않으면 로코나 시트콤이 신파되는 상황. 심각하거나 비참하거나 철학하는 건 예술 영화에서나. 그런가 하면 언제부턴가 나는 너무도 자주 우는데. 말도 안 되는 부분에서 시도 때도 없이 펑펑 아주 눈물의 여왕이다. 상황에 맞는 감정 표현. 상황에 맞는 감정 반응. 아니, 나를 느끼는 것. 그냥 내가 느껴야 할 것을 느끼는 것. 나에게 주입하는데… 이젠 반쯤 포기다. 무얼 느낄지를 누가 정해? 내가. 이젠 내가. 그래서 사실 이건 부조리극이다.


병원에서도 로보캅처럼 움직이면서 샐샐 웃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사람들 모두가 표정이 굳어있었는데 하지만 정말로 별로 짜증 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웃겼으니까. 이참에 누워서 책 읽어야지. 중증이다 중증 이러면서. 그리고 오래전의 이제는 많이 잊은 듯도 한 비참한 상황들 속웃음들에 비하면 좀 건강한 웃음,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누굴 탓할 것도 없이 오늘의 부상은 스스로 자초한 것. (음치 박치 몸치 런치… 달리기하면서 정형외과만 몇 번째냐. 난 또 나를 몰랐니.) 


사소한 불운에 친구들이 음식을 동생은 책을 보내주었고… 맘 편하게 누워서 한가로이 책이나 읽었다. 읽다 목이 아프면 도파민 걱정 안 하고 모로 누워 그동안 참아왔던 인스타 중독자가 되어 세상 돌아가는 소식과 책 사진 잘 찍는 사람들도 실컷 팔로잉 하면서 밤이 늦도록 훔쳐보았다. 이제 나도 사진 대충대충 안 찍고 잘…찍으려고 하면 결국 안 찍을 테니 대충 예쁘게 찍어야지. 앱도 받았다. 


그러다 내가 작년에 적어둔 문장에 닿았다. 생존과 실존이라. 일 년 전의 나는. 지금 보다 훨씬 더 암담했고. 그때 나는 두 가지 모두에서 성공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냥. 이모냥이니까. 뭔가 조금만 방심하면 넘어져서 어딘가가 깨져버리니까. 익숙함. 적정한 익숙함. 적정함.을 나는 잘 모르지. 그렇다. 암담을 잘 지나왔는데도 나는 잘 모른다. 계속… 계속해서 나를 잘 몰라서, 나를 잘 알아주려고 하지를 않아서. 나를 나 스스로 별로 그다지 많이 엄청 충분하게 좋아하지는 못해서… 울어야 할 때는 웃고 웃어야 할 때는 우는 이상한 발연기를 혼자 하고 있어서. 내가 죽어야 끝나는 이 드라마의 대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지만 내가. 어쩌겠어. 이게 난데. 미련하고 미련 많고 그런 주제에 이상한 자존감. 굽히기는 싫은데 소화는 안되고 착한 척을 하는 건지 모아뒀다 푸는 건지.



아구아 비바를 누워서 여러 번 읽었다. 좋다. 그냥 좋다. 사실 ‘이게 뭐얔ㅋㅋㅋㅋ’ 싶은 데 너무 좋다🤪🤪🤪 승모근 뭉쳐서 침 맞으러 다니는 나 같은 사람은 흉내도 못내는 그런 아주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말초 신경 하나하나 살아있는 춤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걸 ‘글로’ 쓴다… 🫶🏻🫶🏻🫶🏻🫶🏻 (확실히 나의 욕망은 여기에 있나 보다. 글에. 이런 걸 어떻게 쓰지? 이런 걸? 처음에는 감동받고 다시 읽을 때는 ‘어떻게’ 생각을 계속하면서 읽는다.) 추측건대 이건… 몸이 살아있는 사람이 쓰는 글이다!!! 싶은… 그러니까. 


나 같은. 몸이 통제가 잘 안되는. 잠깐 정신을 못 차리면 관념의 성에서 허우적대는. 실은 몸이 너무도 무겁고 귀찮은. 내가 싫어하는 몸을 멸시하는 구 서양 남자 철학자들처럼(언제나 싫어하는 건 나의 일부라는 알기 싫은 진실). 그러고 있는 내게.는 그녀의 문장들이 이계의 문장처럼 느껴져 해방적이다. (아… 남성들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나는 전혀 공감이 안되는 그런 해방감을 느꼈다는 평이 비슷한 맥락일까나…) 


그래서 나와 달라서 좋은 거구나 하게 된다. 나도 닿고 싶다. 생생한 삶에 불가능에 용감하고 싶고 열려있고 싶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삶의 어느 순간에 절묘하게 나를 중단시켜 버리는 주눅이 가시처럼 담석처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약간 어딘가에. 왜일까. 어쩌면 그건 내가 버리고 싶다고 느끼면서도 실은 포기하지 못하는 너무 소중한 무엇인 것일지도 모른다. 두 가지 다에 배팅할 수 있을까. 자유와 부자유. 일상과 초월에. 생존과 실존에. 소중하니까. 둘 다.



매혹되어 읽게 된다. 나도 클라리시 선생님을 따라 감각을 내장까지 열기 위해 당장 지금부터 몸을 단련하고 싶지만… 현실은 극단의 부자유… ㅋㅋㅋㅋㅋㅋㅋ 😮‍💨 (이쯤 되면 달리기하기 싫어서 일부러 다친거냐?ㅋㅋㅋㅋ 하는 합리적 의심ㅋㅋㅋㅋ) 어쨌든 걷지 못하는 몸 상태로 읽기에는 고난도의 작품이었다. 백자평을 어디 끄적여놨는 데. 나중에 한꺼번에.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것과 쓰고 있는 걸 이해하려 노력해 보라. 내가 설명하겠다: 나는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릴 때도 내가 보는 순간을 정확히 보려 한다—과거의 순간에 보았던 기억을 통해 보지 않는다. 그 순간은 여기 이것이다. 숨 막히는 절박함을 지닌 순간. 그 자체로 절박한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살고, 나는 그 순간이 다른 순간으로 넘어가는 과정 속으로 뛰어든다. 이 둘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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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4-14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무의식은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의 몸을 좌지우지 하지요. 일단 말실수를 들 수 있겠구요. 또 넘어지기.............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와중에 실컷 웃으셨다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자리 편 김에 독서 많이 하시고요, 최근에 헤겔 레스토랑 읽은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닌 거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4-14 23:16   좋아요 0 | URL
아… 그 독서 땜에 하늘 위로 둥둥 떠 다녀서 이제 땅으로 내려오라 땅과의 진한 키쑤를…🤣🤣🤣 (탈레스냐며)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4-14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작년 이무렵에 발목인대파열에서 혈전까지 골로 갈 뻔했잖아요… 골절이랑 파열이랑 최소 고정기간 끝나면 불편하더라도 많이 움직이시고 (실금 골절 정도면 뼈 앵간히 붙으면 체중 일부 부하해서 걸어도 되…는데 의사한테 잘 물어보구) 이참에 누워서 책이나 보자, 이러고 너무 오래 안 움직이면 혈전 생길 수도 있습니다(그럼 폐색전증으로 죽어…) 나보다 조금 젊은이니까 건강하겠지만… 귀찮아도 자주 다리랑 몸 움직여주시고…얼른 나으시길…

공쟝쟝 2024-04-14 23:19   좋아요 0 | URL
반님!!! 넘나 경험이 묻어나는 진지하고도 뼈아프고 혈전 온 조언 감사드려요…. 이 참에 누워있….으려던 마음이 호다닥 달아나서 안보인다 쓰윽 미뤄둔 설거지를 호다닥 해치우고 온 참입니다!!! 잘 움직일게요! 고마와요😉

잠자냥 2024-04-14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와중에 고양이 똥 치우기 어렵겠는데…. 싶어지는;;;
얼른 나아~!! (낳아 아님 ㅋㅋㅋㅋ)

공쟝쟝 2024-04-14 23:22   좋아요 2 | URL
흐아앙 잠자먕밈~! 다행스럽게도 아이들 사료를 한놈이 독식하는 사건이 펼쳐진 덕에 얼마전 자동급식기를 들였고!! 아가들 감자는 바로바로 캐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4-04-14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에 매년 한분씩 부상자가 나오는군요 ㅜㅜ 다치신게 안타깝긴 하지만 또 책도 편히 읽으시고 맛있는것도 드시니 그렇게 나쁜건 아닌거 같습니다 ~!!

그래도 빨리 나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공쟝쟝 2024-04-14 23:2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내년엔 새파랑님 예약입니다! 맛난 것도 드시고 책도 편히….. 넝담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쾌유될게요! 이참에 하루키인가? 하루키를 빌려오긴 했는데 아직 잡진 않았습니다 …ㅋㅋㅋ!!

2024-04-14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4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2024-04-15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다리 어서 나으시길…

공쟝쟝 2024-04-16 07:14   좋아요 1 | URL
펄도사님 🥲 고마워요😆

2024-04-15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6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