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진실을 향한 가학적 욕구의 화신

양자오를 잊어버린 단발머리님께 찾아가는 서비스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의 페이퍼(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463886)에 엮인 글 쓰려고 나 굳이 책장에서 이 책 다 빼오는 수고와 노동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나한테도 프로이트 있다. 여기서 추천하는 책이 굳이 있다면? 정도언 아저씨의 책(프로이트의 의자)정도 인 것 같고, 여기서 퀴즈. 여기서 제가 가장 뽑아오기 싫었던 책은? ㅋㅋㅋ


향후 맞이(?)하게 될 수많은 정신 분석 지식, 무의식, 상징계 등을 다루는 페미니스트들의 이론을 더듬더듬 읽어보기 위해 양자오 선생님의 프로이트 설명을 한번 더 가져와서 가까운 전의식에 담아 두는 게 좋겠습니다.  


한 문장 요약 : 프로이트는 인간이 자신과 맺는 관계를 변화 시켰다. 

(참고로 마르크스는 인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변화시켰다고 함ㅋㅋㅋ)  


"(26~27) 그렇다면 프로이트는? *프로이트는 인간과 인간 자신의 관계를 변화시켰다.*프로이트 이후 인간은 하릴없이 겸손해졌다. 우리는 더 이상 스스로를 잘 안다고 당연하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프로이트 이전과 프로이트 이후, 인간의 자아 인식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이전에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자아는 모든 것의 근원이자 하나의 주체로서 일체의 대상을 탐구하는 필연의 원점이었다. 데카르트의 논증에 따르면, 모든 것을 회의하더라도 최후까지 결코 회의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지금 회의 한다‘라는 바로 그 사실이다. 이것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지닌 본래 의미다. 여기서 ‘생각‘은 ‘Cogito’(코기토)의 번역어로 강력한 회의를 의미한다. ˝나는 회의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회의하는 주체인 자신을 부정하거나 의심하면, 세상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프로이트에 이르면 무엇을 회의하는 행위는 더 이상 하나의 원점이 아니다. *회의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이면의 동기를 내포한다. 우리는 뒤에서 이 동기를 조작하는 무의식과 잠재의식을 자각하지 못하며, 우리가 이 사실을 잘 모를수록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중요하기에 비로소 억압 된다.*

인간과 자아 사이에는 이처럼 기괴하고 기묘한 관계가 설정된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모든 것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스스로를 매우 감정적인 사람으로 여길 수 있지만, 그런 성향은 실제로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을 순정파라고 여긴다면, 그에게 그런 인식이 생기는 순간, 그 판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된다. 프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이 자신을 순정파로 의식하는 것은 대부분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감히‘ 바람둥이가 될 수는 없기에 차라리 순정파가 된다. 

참으로 가혹하지만 자아에 대한 어떤 이해도 우리가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아님을 증명할 뿐이다. 우리가 이런 분석을 당한 뒤에도, 예전처럼 자기 자신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프로이트 이후 인간의 자아는 무시무시한 전쟁터가 되었다."

그렇습니다. 저의 무의식을 알고 저 역시 삶이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양자오의 책에는 매우 중요한 문장들이 많이 있으나, 생활에서는 이걸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47) 그러므로 사람이 미치는 것은 실연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 아니라, 실연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지나치게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충격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미칠 위험에서는 도리어 멀어질 수 있다."


제 용어로는 미치기 싫으면 너무 노력하지 말자 되시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뭐랄까 그래서 제가 지금 일하다 말고 떠들고 있.... 양자오 책 다시 읽어야 겠다. 



자 그리고 단발님의 최애 필리스 체슬러 가져올게요. 

"(46) 나는 프로이트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그는 옳았다. 무의식적 동기는 존재하고, 증상과 꿈은 해석될 수 있으며 ‘대화 치료(talking cure)‘는 유효하다(말하고 듣는 치료법은 프로이트의 환자였던 안나 오(Anna 0.)가 제안한 것이었다. 베르타 파펜하임이라는 본명을 가진 그녀는 부유한 정통 유대인으로, 후에 페미니스트이자 반나치 운동가가 되었다).

하지만 여성의 마조히즘과 남근선망에 대해서는 틀렸다.또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잘못 이해했다. 유대계 그리스도교나 이슬람 문화에서 실제로나 심리적으로나 죽임을 당하는 쪽은 아들이지 아버지가 아니다. 프로이트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도 이해하지 못했다. 천재 프로이트도 자기 시대의 가부장제를 초월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군들 자기 시대를 초월할 수 있겠는가!" 

<여성과 광기>


마지막으로 정희진은 프로이트에 대한 존경심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79)무의식은 인격의 핵심이다."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무의식이 건강한 사람 1%를 지향하는 공쟝쟝 되겠습니다. 


프로이트는 인간과 인간 자신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프로이트 이후 인간은 하릴없이 겸손해졌다. 우리는 더 이상 스스로를 잘 안다고 당연하게 말할 수없게 되었다. - P26

그러므로 사람이 미치는 것은 실연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 아니라, 실연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지나치게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충격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미칠 위험에서는 도리어 멀어질 수 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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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자오 대신 애덤, 무의식 대신 섹스 : 주도권이라는 측면에서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3-30 22:15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는데 참 좋았다. 여러 번 읽었고 오디오북으로도 여러 번 들었는데, 이번에 번역본으로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띄엄띄엄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다시 보니 좋은 상황이 아니라 슬픈 상황이다). 새로운 이야기처럼 읽혀서 좋았다. 사건의 주도권이 올리브에게 있어서 좋았다. 로맨스의 기본 규칙, fake-relationship이 이루어질 때, 관계를 시작한 사람(다짜고짜 키스)이 올리브였고, 그 관계를 끝낸 사람이 올리브여서 좋았다.
 
 
난티나무 2023-03-30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트노이의 불평? ㅋㅋㅋㅋ

공쟝쟝 2023-03-30 15:18   좋아요 0 | URL
딩.동.댕!
이유까지 맞춰주세요@!

난티나무 2023-03-30 15:26   좋아요 1 | URL
아니 제가 저기 있는 책들 하나도 읽은 게 없는데 이유를 대라고요?@@ 음음 그게 뭘까나… 찍어보자…. 일단 소설이고! 필립 로스라는 인간에 대한 애증???? 얘를 여기 끼워야 하나???@@ 아님 프로이트가 놓친(연구 안 한?) 여성에 대한 프로이트식 탐구?가 맘에 안 들어서????
모르겠다, 포기한다…..
누군가 이유를 알려주시겠죠????

공쟝쟝 2023-03-30 15:28   좋아요 1 | URL
맞추셨어요. 포트노이의 불평을 재밌게 읽다가 읽다 만 기억을 무의식에 억압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안읽은 책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 목록 하나 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3-30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에 천재가 늠 많으셔서 따라가기 벅차지만 천재 좋아요!!!!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모든 것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공쟝쟝 2023-03-30 15:20   좋아요 2 | URL
난티님은 내 퀴즈 천재다...

난티나무 2023-03-30 15:27   좋아요 1 | URL
찍기 천재!!! ㅠㅠ

잠자냥 2023-03-30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트노이


벌써
맞힌 사람이….

공쟝쟝 2023-03-30 15:39   좋아요 2 | URL
네… 늦었…
좀 쓰잘데기 없이 디테일한 말이 많더라고요 포트노이자식ㅋㅋㅋㅋ 니 x의 무으식을내가왜들어야하냨ㅋㅋㅋㅋ

우끼 2023-03-30 15: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트노이.. 재미는 있나요..?

공쟝쟝 2023-03-30 15:55   좋아요 2 | URL
재미가 없겠습니까? x의 불평인데... 안그래도 남혐이 극에 달했는 데 더 혐오하다간 현생불가라서 읽다 만 것으로... 봄이 되어 기분이 좋으니 천천히 다시 읽....... 아... 그래요....

우끼 2023-03-30 15:56   좋아요 1 | URL
읔….. ㅠㅠ 전 아직 감당안되는걸로..

단발머리 2023-03-30 1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사진을 보고나서 ㅋㅋㅋㅋ 내가 <프로이트 콤플렉스>를 무려 사서 읽었다는 걸 기억해 냈으며 ㅋㅋㅋㅋㅋㅋ근데 읽은 거 까먹었ㅋㅋㅋㅋㅋ 글은 아직 안 읽었어요. 이따 다시 오겠으요

난티나무 2023-03-30 16:02   좋아요 3 | URL
악 이제 보니 저도 그거 읽었잖아요! 저는 심지어 하나도 읽은 책 없다고 위에 썼…@@ 울자. 단발머리님 댓글 보고 아 나도 읽었지 하는 나야.

공쟝쟝 2023-03-30 16:02   좋아요 3 | URL
ㅋㅋㅋ 덕분에 한동안 잊었던 프로이트 되살렸으요. 내 안에 프로이트 있다.

건수하 2023-03-30 16: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포트노이 나도 맞출 수 있었는데...
(퀴즈 맞추는 거 좋아함)

다락방님은 필립 로스 좋아하시지만 저는 별로...


아,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럭저럭 살고 있구나... ㅋㅋㅋ

공쟝쟝 2023-03-30 16:1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저는 드럽게 잘쓰는 미국남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신자유주의 페미인 저는 착한 가부장(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에 대한 향수를 아직 버리지 못했기엨ㅋㅋ 필립로스를ㅋㅋㅋ 으읔ㅋㅋㅋㅋ 암튼 잘쓰면 욕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지점에서... 잘쓰고 싶다..... 매문하고 싶다... (유행어로 밀어볼까?ㅋㅋㅋ)

건수하 2023-03-30 16:21   좋아요 2 | URL
사실 <에브리맨> 좋았는데요… 잘 쓰지만, 그냥 더 알고 싶지 않아요.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드아…

잠자냥 2023-03-30 16:46   좋아요 3 | URL
수하 저 사람 요즘 퀴즈에 맛들였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30 18:08   좋아요 2 | URL
저사람 수하 ㅋㅋㅋ
잠자냥 그 에코에 에은 죄와벌을 보고 난 안나카레니나를 사기로 햇어요 ㅋㅋㅋ 왠지 3권은 안나 카레니나 필이잖음? ㅋㅋㅋㅋ 심지어 나 그 고전 안 읽음 ㅋㅋㅋ

건수하 2023-03-30 19:01   좋아요 3 | URL
쟝님 죄와벌 살 줄 알았는데… 근데 죄와 벌 색이… 죄와 벌과 좀 안 어울리지 않나요;;

안나 카레니나 전 읽고 팔았…

공쟝쟝 2023-03-30 19: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죄와벌은 역시 검빨에 금박이죠 ㅋㅋㅋㅋ (성경이냐 ㅋㅋㅋ)

건수하 2023-03-30 19:49   좋아요 1 | URL
어쨌든 그 애매한 색깔은 영… 😔 저는 안 땡기더라고요 ㅎ

단발머리 2023-03-30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프로이트가 공부하는데 여자 형제가 피아노 쳤더니 프로이트 엄마가 피아노 치워버렸다는 ㅋㅋㅋ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죠, 프로이트가. 엄마가 아빠보다 20살 어리고. 젊고 어린 엄마를 너무 사랑하였고, 그만큼 아빠가 무서웠다. 남근선망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모두 다 자기 이야기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

가끔 택배도 다른 데로 가는데 잊어버린 기억을 찾아주는 ‘찾아오는 서비스‘ ㅋㅋㅋ 쟝쟝님 근사한 엮인 글 덕분에 프로이트에 대해서 1 정도 더 생각했고요. 프로이트가 고발한 섹스의 문제를 진지하게 ㅋㅋㅋㅋ고민해 보았습니다.
겸사겸사 양자오 다른 책들도 읽어볼까 싶어요. 이북 10년 대여했는데, 몇 년 남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31 00:4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프로이트 왈 : 나에게 가장 중요한 환자는 나 자신이었다. ㅋㅋㅋ
전 꿈의 해석을 언젠가 좀 볼까 싶은데….. 여하튼 무의식의 발견은 근대적 주체의 해체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는 게 포인트 인 것 같아여. 이 정도만 체크~! 해두고 실은 마지막 정희진 문장 가지고 오고 싶어서 쓴 글임ㅋㅋㅋㅋㅋㅋ 무의식이 인격이다!!!
프로이트 지못미…

단발머리 2023-03-30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트노이의 불평>에 대해서는, 나는 진짜 그 책이 너무너무 웃겨서 ㅋㅋㅋㅋㅋ 부모님도 더 연구해 보고 싶고요. 부모님의 모습 일부는 부모님이 아닌, 이혼 안 해 주면서 평생 로스를 괴롭혔던(?) 전 부인에게서 온 듯 하다고, 제가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사실들> 읽어보니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 필립 로스도 한 권 더 읽을까? ㅎㅎ

공쟝쟝 2023-03-31 00:44   좋아요 1 | URL
포트노이 불평 ㅋㅋㅋㅋ 외면하고 싶었는 데 읽을 때가 온 것인가 ㅜㅜ 저 요즘 독서의욕 떨어져서 ㅋㅋㅋ 암튼 ㅋㅋㅋ 대화에 끼고 싶으니 읽을 것입니다 ㅋㅋㅋ
 
자기만의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3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공경희 옮김, 정희진 분류와 해설 / 열린책들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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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뽑아온 신간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다. 이 책의 해제를 정희진이 썼다는 것을 알라딘의 빵빵한 광고를 통해 알고 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읽어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울프. <자기만의 방>은 여성과 글쓰기에 관한 일종의 에세이이며, 나에게 (책으로) 좋은 독자가 될 것을 자신만의 ‘언어’와 ‘윤리’로 싸울 것을 당부한 사람은 정희진이다. 나는 그들을 믿고 따른다.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여성주의와 상관없이 그들의 글을 좋아한다. 결론적으로는 그들이 여성이었고 내가 여성이라서 좋아할 수 있게 된 것일 테지만.


어쨌든 그들에게서 글을 잘못 배운 나는(감히)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읽기 수월한 매끄러운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지식적 배움도 짧지만 쓰는 나로서는 나 스스로를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읽는 것보다는 쓰는 것에 더 진지한 쪽에 속한다. 내가 어떤저떤 까닭으로 스스로 뭉개 없앤 내면을 복구하기 시작한 것은 일기를 쓰는 시점부터이고, 쓰고 있을 때에만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었던 어떤 시간들을 통과하고, 그 덕분으로 이제 나는 쓰지 않을 때에도 ‘나’라는 존재를 비교적 자유롭게 의식하며, 오롯한 <자기만의 방>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자기만의 방> 생긴 후로부터 글을 쓰고 싶어진 건지, 글을 쓰고 싶었기에 <자기만의 방>을 욕망하게 된 건지 선후차는 불분명하다. 확실한 건 내가 누군지를 나에게 끈질기게 묻지 않았던 과오로 남들이 규정하는 나에 대해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어쩌면 스스로를 타자화시키던 과거의 나는 내 방을 가져 본 적이 없었으며, 글을 쓰지 않는 혹은 쓰지 못하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188) 나 자신을 포함하여 인간은 자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만 자신의 위치와 상황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정희진은 <자기만의 방> 해제의 첫 페이지에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과 함께 동시대의 조선 여성이었던 나혜석의 문장을 배치했다. 탁월한 선생님은 나를 가끔 놀라게 하지만 이번엔 정말 놀랐다. 그리고 아, 이게 정희진이지! 해버렸다. 언제나 자신의 당파성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라는 것이 선생님의 요구셨지만, 이 해제는 좀. 너무 멋져서… 나는 해제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있는 것이다.


“(182)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기만의 방>에 대해 쓰는 일은 시공간에 따른 여성들 사이의 같음과 다름에 대해 쓰는 역사적 작업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강조를 마친 후 선생님은 해제로 여성 글쓰기의 <같음>과 <다름>에 대해 쓰셨다. 그러므로 나는 또 믿고 따른다. 여성으로서의 <같음> “변화하지 않은 현실”에 대해. 또 여성들 사이의 다름 - 젠더를 포함한 시공간, 계급, 계층, 지역, 위치, 경험의 <다름>을 쓰겠다고 마음먹는다. 그것은 <달라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다른>것이었단 걸 이제는 안다. <같음>이 필요한 추상이라면, 그 <다름>이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졌다. 그리고 이 사실은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읽기만 했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 이다. 나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았다면 <같음>에만 머무르고 싶었을 것 같다. (나는 그러기 쉬운 특징을 지닌 캐릭터의 여성이다.) 여성의 다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나와 다른 몸들이 점점 재밌다. 분리의 아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나만의 언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해제를 읽다가 이 문장을 만난다.

“(187)모든 작가에게 자아 정의는 자기 주장보다 반드시 선행한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던 친구가 내 댓글에 써주었던 문장이다(뿌듯). 선생님은 <다.미.여>의 이 문장과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을 함께 배치하면서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자아 정의의 어려움이, 윤리적인 글에 더 가까울 수밖에 없는 위치로서의 자원이기도 하다고 격려하신다. 그렇다. 정희진의 말대로 “(189)<여성>의 인생은 여성주의를 만났다고 해방되지도 명확히 정리되지도 않는다. 더 복잡해질 뿐이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종속된 주체로서 <그녀와 그녀 자신 사이에 끼어든 모든 가부장제>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우리는 그 괴로움에 대해 쓰는 것이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를 탐독한 나는 “쓰는 사람과 쓰는 내용이 분리되지 않는 글”이 정희진이 말하는 윤리적인 글이란 걸 안다. 다만 그렇게 쓰고 있는가? 가 문제인데 남의 글이 그런지는 모르겠고, 나는 대체로 그렇다. 글을 업으로 삼지 않은 사람의 장점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건 나의 위치적 장점이다. 억지로 쓰지 않으므로,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지면이므로 내 이야기를 쓰지 않을 바에야 쓸 필요도 쓸 이유도 없는 듯. (매문을 하게 되면 경계해야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매.문.하.고.싶.다ㅋㅋㅋㅋㅋㅋ 그건 내가 바란다고 되는 게 아니다ㅋㅋㅋㅋ 이 위치에서의 윤리를 즐기도록 하자ㅋㅋ 나는 모두를 깔 수 있는 자, 바로 독자다!!!!!!!)


해제의 마지막 부분은 너무 날카로워서 짜릿하기까지 했다.


“(194) 내가 아는 여성주의는 자기 현장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생산하는 것이다. 울프도 이에 동의한다면, 지금 한국은 여성주의를 포함해 미국 이론의 식민지다. 최근의 한국의 여성주의를 설명하는 방식조차 미국의 예전 언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앞 문장에 동의한다. 버지니아 울프를 지금의 현실에서 다시 맥락화하면서 읽어야 하는 이유. 내 맘 속 페미니즘 선생님 정희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뒤 문장은 동의하고 싶은 데, 잘 모르겠어서 느낌 적으로만 동의. 일단 이 혐의에서 좀 자유로운 것 같다고 혼자 추측하며 이야기를 풀면🤔 내 경우 한국의 여성주의를 외국어로 설명하는 세태에 화나서 더 페미니즘 책을 열심히 읽었으며… (내가 혐오자라니!! 하지만 공부를 한다고 뭔가를 더 알게 되는 건 아니었고 몰라서 빡치는 상황만 계속 발생해서 아직도 공부 중. 그러다 페미공부는 평생해야한다는 걸 알게 됨…) 무엇보다 난 cj감송에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능력 밖이랄까요ㅋㅋㅋ 즉, 미국의 예전 언어가 뭔지 모름 ㅋㅋㅋㅋㅋ 그래서 희진 샘이 말하는 세태가 뭔지 잘 모르겠엌ㅋㅋㅋㅋㅋㅋ 백래시????ㅋㅋㅋ


나는 내가 뭘 모르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워당당! 여튼 이런 무식함을 쓰는 용기야말로 나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여성주의는 나에게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도 알려주었다. 다 알고 쓸라면 못 쓴다. 다 알 수도 없고,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을 쓸 뿐. 그러다 아는 거 나오면 아는 척하면 완전 신남! (왜 남자들이 맨스플레인 하는지 샘 이젠 알 것 같아요오~~~)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 나혜석을 붙여 넣는 정희진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이 참에 이 책에 도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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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30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수 2023-03-30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맨스플레인하는지 이젠 알거같아요 빵터짐ㅋㅋㅋㅋ세태 뭔지 알게 되면 글 써주실 거죠.
“문해력의 향상의 첫걸음은 판단정지. (..)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들은 우리를 가르친다.“ 마침 <새로운 언어를 ~> 읽는 중인데 글 잘 보고 갑니다.

공쟝쟝 2023-03-30 13:35   좋아요 1 | URL
그책 진짜 넘 좋죠! 유수님 읽고 쓰자구요. 나의 괴로움을 자원화한다 ㅋㅋㅋㅋ 나는 괴롭기에 글쓰기 자원은 마르지 않는 광맥임 ㅋㅋㅋ

난티나무 2023-03-30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문하면 모두를 깔 수는 없는 거군요… 오늘도 어김없이 글 주제와 관련 없는 단어에 꽂힘. 매문….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30 15:2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매문... 하고 싶다....

책먼지 2023-03-30 20: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우 이 책에 희진 쌤 해제붙이겠다고 기획한 열린책들 선생님들도, 열심히 홍보한 알라딘도, 희진 쌤 해제에 해제달아준 쟝님도 다 격하게 안아주고 싶네요!!! (당하는 입장에선 때아닌 봉변ㅋㅋㅋ)

공쟝쟝 2023-03-30 21:43   좋아요 3 | URL
ㅋㅋㅋ 다른 분은 모르겠고 저는 격하지만 않으면…. 사람 온기 그립다…*

책읽는나무 2023-03-31 06: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나 이 책 작년 겨울에 읽었었는데, 희진샘 서문 읽고 끄덕끄덕 했었는데...분명히 그랬었는데...넘나 새롭다!!!!!!
이건 쟝님의 멋진 해석 때문인 것인가?🤔🤔

공쟝쟝 2023-03-31 12:38   좋아요 1 | URL
>_< 그런걸로해요우리. 쟝님의 멋진.해석! ㅋㅋ
 

심리학 책(일반 독자를 위한 수준의)을 읽으면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 이처럼 부정적인 라벨링을 하고 규정하려는 무의식이다. (나도 그러고 싶을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반대한다. 그렇게 쓰는 지식이야말로 필요 없는 지식임.)



너무도 대중적으로 오용되는 가스라이팅은 입이 아플 정도고, 수동 공격이니 회피형이니 ㅇㅇ형 인격장애니 하는. 그런 용어 사용은 부지불식간에 특정 행동과 연결된 감정에 부정적 인식을 만들고, 타인과 자신의 고유한 역사를 수용하는 것을 외면하거나 겁내게 만들어버리는 측면이 있는 것도 같다.


물론 저 싸패새키 분조장! 환자!! 일케 외치고 싶은 사람 아닌 새끼들 현실에 너무 많지만 현대 정신의학 기준으로 보면 환자 아닌 사람도 없는 데다ㅋㅋㅋ (분류와 정의는 치유와 이해가 목적이지 타자화나 나는 아님! 을 위안 삼는 방식으로 사용… 입 아프다 신자유주의 ㄲㅈ로 갈음한다)


모든 몸, 그리고 몸의 반응인 감정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까닭이 있다. 특정인의 잘못 방향을 찾은 안타까운 감정까지도 (억압된 방어 기제라도, 책의 사례처럼 잘 느끼지 못한 대도, 잘못되거나 나쁜 감정은 없다. 마리 루티의 남근선망…ㅋㅋ이 알려준다. 루티 느님 탁월한 것이 그렇다고 무의식적 행동을 옹호하지도 않음.ㅋㅋ 가치 있는 삶) 몸에 새겨진 경험의 무의식과 역사고, 내 생각엔 사람의 스펙보다 더 그 사람에 가까울 수도 있는 일종의 지표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심리적 건강이야말로 1:99라고. (전 그거라도 꼭 1프로가 되겠어요 ㅋㅋㅋ 🔥🔥) 감정의 작동원리가 궁금해서 난 책을 열심히 읽는 데, 그러다 보면 언제나 내가 비정상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정상/비정상 기준에까지 물음표를 던지는 성실한 자기 직면은 무지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여러분 제가 왜 푸코에 꽂혔겠나요ㅋㅋㅋㅋㅋㅋ?) 내가 쉬운 대중적 심리학 처방이나, 개인의 생산성 회복에 기준을 둔 명상 프로그램들이 한쪽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모자라다 생각하는 이유다. (사회가 우울증 약 먹이고 조증 약 먹이고 이러는 것 같은 기분)


벌써 n 년째 ㅋㅋㅋ 서구 중산층 귀한 집 딸내미처럼 심리 상담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감정을 지지 받는 중인 나는 자기 이해와 자기 수용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는걸, 비용도 아주 많이 든다는걸, 그 과정이란 책에서 이야기하는 압축적인 지식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튼 이 책의 저자가 쓴 요 문장에서 성숙한 심리 치료사의 어떤 면모를 느낀다. 하지만 다 못 읽고 지금 반납하러 가야 함ㅋㅋㅋ 다시 빌리기를 기약하며… 갑자기 우리 상담 쌤 보고 싶네.. 쌤 ㅠㅜ 우리 근데 언제 헤어지나여…






아버지는 크고 작은 문제에 있어서 종종 일을 책임감 있게 제대로처리하는 걸 깜빡하곤 했다. 그의 행동에 대해 ‘수동-공격적passive-aggressive‘이라거나 ‘조작적manipulative‘이라는 용어를 적용할 수 있긴하지만, 이런 경멸적인 표현으로는 인간 행위의 동기를 공정하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 자신의 의지나 분노를 정확히 표현해 낼 능력이있다면 이러한 수동-공격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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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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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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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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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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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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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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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27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아무데나 가스라이팅 쓰는 게 너무 싫어요 ㅜㅜ

공쟝쟝 2023-03-27 21:12   좋아요 2 | URL
네 저도요! 저는 개념을 잘못쓰는 게 싫은 건가? 했는 데 곰곰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라 어떤 맥락이 있는 거 같았고, 이부분 읽다보니 아! 그거였네, 이러면서 후다닥 적었습니다. 경멸적 언어사용으로 상황의 맥락을 지워버리고 쉽게 좋을대로 이해해버리는… 심리학 용어는 특히 그렇게 쓰면 안될 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3-03-27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데 쟝님 리뷰 읽고 나니 한 권은 읽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심리적 건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구요. 나도 1% 되고 싶은데... 이너피스~~ 이런 걸로 안 된다는 거죠?

질문: 사진 어쩜 글씨 이렇게 잘 보이게 .... 깨끗하게 잘 찍었나요?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7 22:11   좋아요 1 | URL
단발님 1%인 거 같은데 ㅋㅋㅋ 1%는 계급 계층 지위 직업 젠더 상관없이 사회도처에 퍼져 암약하며 바닷물이 썩지 않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그들의 특징은 심리학 책이 필요없다… (는 뻥!)
일자 샌드의 <서툰감정>정도는 읽어보세용ㅋㅋㅋ 저는 자계서 보는 것 처럼 읽습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3-03-27 22:11   좋아요 2 | URL
대답 : ㅋㅋㅋ 언제나 정갈한 책상 연출을 보여주시는 분께 송구스럽지만 전 보통 대충 찍고 사후 보정입니다 ㅋㅋㅋ

난티나무 2023-03-27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수치’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무겁게 쓰여야 할 단어들이 일상에서 가볍게 사용되고 우스개소리로 치부되는 경향들. 이렇게 모든 것이 가볍게 가볍게 공중으로 휘발하는구나…

저도 제가 ‘비정상’ 같아요 ㅋㅋㅋ

공쟝쟝 2023-03-27 23:06   좋아요 1 | URL
모든 상담가들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제가 이별을 그토록 원하는 저의 선생님은 사회가 건강하지 않은 걸 알아보고 어떤 부분은 사회의 시선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것 까지 …! 도 심리적 건강성의 징표라고 하셨어요. 즉 자기 확신과 저 나름의 세계관인건데, 제 감정 해소와 지지는 도와쥬셔도 ㅋㅋ 세계관은 샘이 대신 세워주는 거 아니니깐요 ㅋㅋㅋ 저와 같이 급진적 세계관 만드는 중이신 난티님은 제 세계안에서는 참정상인ㅋㅋㅋ

persona 2023-03-28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분조장도 심리학 공부할 땐 한번도 본 적 없는 단어예요. 대체 어느 장애 분류에 있는 건지…? ;;; 뭐, 엠비티아이도 비슷한 현상같습니다. 제대로된 성격검사가 아닌데 그걸 기반으로 많은 이야기와 현상을 만들어내잖아요. 저한텐 명리가 더 자세하고 과학적이에요. ㅋㅋㅋ
사람들이 심리학 책으로 알고 있는 대중서들에서 오히려 이미 기존에 있는 말 이상하게 바꿔놓고 없는 말도 심리학에선 이렇게 부른다고 적어놔서 대중들이 그렇게 퉁치기 시작한 것도 꽤 많은 거 같아요.
솔직히 퉁치고 후려치면 편한게 많아서 싫진 않은데 날 퉁치고 후려쳐서 함부로 평가한다고 하면 참지 못하는 1인 입니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8 00:44   좋아요 2 | URL
저야 말로 퉁과 후림의 대명사이자 인류 고유의 이분법인 여남이분법을 충실하게 따르며 남자를 다 후려치는 선진적 인간이지만, 분류하고 이름 붙여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자기 이해가 아니라 남을 비난하기 위해 딱걸렸네 너! 이런 식으로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 많고. 나도 그렇고 ㅋㅋ 그런데 감정이나 심리학 용어는 좀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무의식적인 부분이 많고(거기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님) 자기 상처를 유형화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요. 진단과 처방혹은 치료를 위한 유형화가 이해에는 도움을 주더라도 개별 인간에겐 무한 할 만큼 다르다는 생각이요. 저는 읽기만 해서는, 살아보지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잠자냥 2023-03-28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 죄와 벌 교보 에디션 좀 보소….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360913

공쟝쟝 2023-03-28 21:57   좋아요 0 | URL
넘 례뽀다🥺😫하앍 ㅋㅋㅋ 그러나 죄와벌 못읽는 병이 있는 나는 패스 ㅋㅋㅋㅋ
 
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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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면 다 까먹을게 분명해서 산책하며 폰으로 또 막 쓴다 ㅋㅋㅋ (하지만 난 폰으로 더 잘 씀ㅋㅋㅋ) 스타일 적으로는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간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이 더 좋았지만, 마리 루티라는 지식인이 공부해서 얻은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어려운 해답 없음이 아닌 어렵지만 답이 있음!을 조근조근 단정한 어투로 해설 받은 것 같아 좋았다. 나는 답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루티가 한 공부의 결론이 무기력이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 전체이다!!!* 그러나 다 까먹고 기억에 남는 것을 토대로 요약하면ㅋㅋㅋ 우리에겐 사회에 완벽히 포섭 되기 힘든 각자의 상처에서 비롯된 혹은 생존전략에 가까운 고유의 기질이라는 게 있는 데, 그걸 잘 살려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그게 이 엉망인 세상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은 채 자신을 ‘살아있게’하고 또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일케 쓰니 또 겁나 뻔한 이야기 같다 ㅋㅋㅋ


여튼 라캉 라캉이 포인트다! 루티의 무의식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좋았다 나는. 그 부분을 또 기억을 더듬어 쓰면… 상처 입은 개인들이 삶에서 취하게 되는 반복 강박을 인정하되, 기억하고 의식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것이 지닌 병적인 갈망을 일상에서 변용하여 활력으로 삼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 관계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알지 못해 혹은 의도와 무관하게 저질러진 행동에 그것이 무의식(인간 혹은 삶 자체의 불투명, 불가해 함)이란 걸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행동’이었다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는 보통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한계 안에서도 엄연히 자유가 있다고. 무지는 죄가 아니지만 알 기회가 있는 데도 회피하는 건 비겁한 거 맞다고. 감정은 어쩔 수 없지만 행동은 다른 영역이라고.


30대 중반 이후의 나는 어떤 쪽이냐면 피곤할 정도로 잊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기록에 대한 집착도 나 자신의 무의식까지 헤집어 보는 것도. 기질이 있다면 그게 나의 기질이다. 그래서 일정 정도 사회화를 포기했고, 고독에 중독되다시피했다. 그러나 그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싫다는 강박적 집착은 아니라고 스스로 여긴다. 왜냐면 나는 나를 정말로 좋아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듯 일기를 쓰고, 나를 구성하고 있는 관계들을 내 방식대로 이해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건 하나도 생산적이지 않은 데다 혼자 있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ㅋㅋㅋ) 그 과정이 쌓여야만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에는 자신과 타인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적 시선으로 보면 나 자신은 그닥 좋아할 만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 맞춰서 살려고 하면 결국에는 어딘가가 비고 결국엔 그것 땜에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내게 없는 것을 가진 타인에게 집착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데다 독서도 안 했던 나는 내면에서 생겨나는 물음표를 지워버린 채로 살았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일을 그만둔 대가로 자주 악몽을 꾸고 몸이 아팠다.

세상이 love your self 라고 했을 때, 그래 나를 사랑해야지~ 일케 되는 게 아니라 사랑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묻는 거부터 시작해야 했다. 쌩초딩 같다고 비난해도 안 묻다가 물으려니 그게 뭔지 알겠는가. 답이 나올 리 없다. 일기를 쓰면서 이게 나를 사랑하는 건가?? 또 한 번 물어보아야 묻고 있는 나를 인식하고 흡족해졌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나를 좋아하는 법은 세상이 쉽게 말하는 얄팍한 자존감과는 결이 좀 다를지도 모른다. 나를 좋아하는 법. 생존을 도모하면서도 실존적 고민을 하는 나를 비난하지 않는 법. 나는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

루티의 이 책은 이 모냥의 내가 취하고 있는 삶에 대응하는 어떤 전략(?)이 맞다고 힘껏 응원해 주는 듯했다. 음하하! 이걸 쓰면서 도달한 길의 끝에는 서브웨이 에그 마요 할인 중이네! 사 가야겠다. 내일 아점이다 ㅋㅋㅋ 가치 있는 산책이었다!! 🤗

* 관련해서 찍어둔 구절 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정반대다. 과거가 현재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재에 당면한 문제와 과거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것이다.
🙂 과거의 나를 잊지 않고 끌어안고 살고 싶다! - P191

결국, (겉보기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아무 생각 없이받아들이는 것보다, 모호해 보이는 의미를 받아들이고 감당해 내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며, 그러므로 훨씬 더 용감한 일이다.
🙂용감하게 살고 싶다! - P50

나는 인종 차별에 비해 성차별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이 있으며, 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나와 의견을 같이하지만이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 동료 학자들도 있다. 가치란 주관적이라는 생각은 모든 가치는 모두 동등하게 바람직하다는(옹호 가능하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으로 쉽게 이어진다. 또한 사람들은 가치는 소위 중립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가치의 바람직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있다고 생각한다.(중략) 전 세계의 여성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 차별의 노골적인 정도는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이상을 지지한다. 이것이 내게는 지지할 가치가 있는 이상으로 보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상을 지지하기로 한 내 선택이 객관적인지 아닌지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 P78

이 모든 것은 경험이 자아를 형성하며 우리가 어떻게 욕망할지를 가르쳐 준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가 세상에 첫발을 내디딜 때, 우리는 이렇다 할 심리적·정서적 깊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우리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체적충동은 세세히 분화되어 있지 않아서 모든 것을 뭉뚱그려한 가지 방식으로만 해내려고 해, 결국 그 어떤 것도 특별히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충동은 분화되고 개개의 충동에 맞는길이 트이면서 더욱 조직화되어, 비로써 "욕망"이라고 부를수 있게 된다. 우리 내면의 기반은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
🙂이 책에서 격하게 동의하는 부분. 상처를 통해 만들어진 우리의 욕망이 고유하다는 것. 피상적인 욕망이라기 보다는 사회가 입힌 그러나 자신이 책임지기로 한 고유한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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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3-26 2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에그… 에그마요가 없으므로 무효….

그래서 내가 나를 좋아하는 거라니까. ㅋㅋㅋㅋㅋ 인류 구원을 위해.

공쟝쟝 2023-03-27 09:35   좋아요 2 | URL
에그… 그런 깊은 뜻ㅇ…ㅣㅋ 세젤페 내젤페 세젤가 나좋냥!! ㅋㅋㅋ 어후 못말려~~~

단발머리 2023-03-26 2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그마요 사수하자. 서브웨이 일주일 안에 영수증 갖고 가서 재구매하면 1,500원 쿠키 줌 ㅋㅋ쿠키도 사수하자.
쿠키 좋아하는 나를 사수하자!

공쟝쟝 2023-03-27 09:35   좋아요 1 | URL
영수증! 안ㅋ버ㅋ렸!! 슝!!! 😤 꿀팁 감사해요 😍

단발머리 2023-03-27 22:11   좋아요 2 | URL
아.... 가지고 가기 전에 매장 설문 조사 해야함요. 어디에 들어가서 ㅋㅋㅋ 인증번호 적어야하고요. 질문 많고 귀찮은데 1,500원이니까ㅋㅋㅋㅋㅋ땡투가 130원, 180원인데 이거 1,500원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7 22:48   좋아요 0 | URL
앍ㅋㅋㅋㅋㅋ 가성비왕 ㅋㅋㅋㅋㅋ 좀 멀어서 또 갈랑가 모루갯는데 영수증은 일단 챙겨놓음 ㅋㅋ 애그마요 할인 못참지!

책먼지 2023-03-27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산책하면서 휴대폰으로 휘리릭 쓰셨단 말씀입니까? 쟝님 진짜 천재아녜요??? 맞아..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지 하며 되새기게 되어 너무 좋네요!! 기질대로 삽시다!!!

공쟝쟝 2023-03-27 17:40   좋아요 2 | URL
천재 맞는 거 같아요 ㅋㅋㅋ 방금도 도서관 책 반납하면서 폰으로 썼는데 잘써지네ㅋㅋㅋ 그러므로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버린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01 1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읽었는데 댓글을 못 달았어요~
저는 이정도 분량의 글 폰으로 못 쓰겠던데 신기방기 ㅎㅎ
이책은 되게 좋은데 요약해놓으면 뻔한 소리같은 ㅋㅋ 그런 책인 듯 합니다. 역시 직접 읽어야!!

공쟝쟝 2024-05-26 13:59   좋아요 1 | URL
저는 걸으면서 폰으로 쓰는 게 젤루 편하더라고요 ㅋㅋㅋ
이 책 진짜 저의 인생 책 !

잠자냥 2024-05-24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다 읽고 와서 다시 읽는 페이퍼. 또 ˝좋아요˝

공쟝쟝 2024-05-26 13:59   좋아요 0 | URL
룰루룰루~ 책 좋죠? 마리 루티는 나의 친구...ㅜㅜ
 
관계를 읽는 시간 - 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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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할 때 미분화 유형으로 변하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염두해 두지만 삶에서 취약해지지 않는 순간이 오지 않을리 없으니, 스스로 잘 돌아보면서 과거의 내가 편하자고 없애버린 내면과 자기 세계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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