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한 시간만 읽어야지.
어제 서점에서 사 온 책은 한병철의 #권력이란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꽤 오래 생각했던 것 같다. 제목이 군더더기 없었기에 읽어볼 요량.
내게 요 질문을 조금 비틀면 관계란 무엇인가, 모두에게 깔끔한(?) 이별은 무엇인가.이다. 일상을 휘감고 있는 (생산하는) 권력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온몸을 뒤틀면서 괴로워졌던 이유는 나는 왜 그토록 많은 권력이 나를 지배하도록 스스로를 허락했는가.에 대한 의문였다. 나는 나를 내버려두었다. 때로는 기꺼이 반납했으며, 어쩔 때는 남김없이 쓰이고자 했다. 왜, 왜 그랬을까. (어쩌면 정말의 인식은 그 질문부터가 시작일 테지만) 가까스로를 지나 어느덧 내린 결론은. 거의 딱 하나.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인데. 나를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응, 있다. (어쩌면 자기가 안 그런 줄 아는 사람이 제일 그런 사람인 경우가 인 것 같기도. 그런 억압.)나 자신에 대한 책임 회피. 그걸 스스럼 없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떫은 경멸감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했던 시간들도 이젠 지나갔다(기를 바란다). 어쨌든 자기 PR시대라는 담론 폭격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살아왔음에도 나이 서른이 넘도록 나를 주장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어떤 존재(사람, 개념, 명분, 직위 그리고 가끔은 책의 권위)들의 뒤로 숨고만 싶어했다. 그게 익숙했고 그게 편했고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의 사회화. 시간 없음. 여유 없음. 그리하여 내가 없기를 바라는. 일견 누추하고 비루하고 어쩌면 그래서 더 거대한(없음으로써의 전능에 대한 갈망) 마음들에 대해 옹호하고 싶었다. 여전히 옹호하고 싶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나를 다 내어주지 않는 존재들. 지킬 것이 많은. 자기 자신이 너무도 많아서. 누군가들이 반납하는 것을 기꺼이 취하는. 아니, 그걸 취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때로는 알기에 너무 잘 알기에 어쩌면 그렇게 행동하는 이들의 비굴한 발연기를 경멸하는. 으르렁거림. 실제로 내가 들으면서 가장 할 말을 잃었던 말 중 하나는. 어차피 (네가)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 할 거먼 제대로 하고, 할 거면 똑바로 해. 뭐 이런 종류의 언사였는데. (나의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비슷한 말을 같은 주저함을 지닌 사람들에게 반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에 대해서 이제 나는 궁금하지 않다. 어쩌면 빤해졌다. 빤해서 재미없어. 스스로를 잊어버려도 상관없을 만큼 어쩌면 정말로는 아무런 자원이 없는 조건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권력은 필요한 관계는 필요한 이별은 무엇일까. 얇고 예쁜 이 책을 그런 질문들을 견주며 읽어 볼 생각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이 책이 보여주려 하는 것은 권력이 폭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 P5
권력은 근본적으로 독백적monologisch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권력의 결정적 약점이 있다. (…) 권력에 종속되어 있는 자들만이, 즉 복종하고 있는 자들만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다. - P7
(이 책을 통해서) 적어도 사람들이 도대체 권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서 생겨나는 권력만큼은, 권력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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