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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평점 :
오늘이 지나면 다 까먹을게 분명해서 산책하며 폰으로 또 막 쓴다 ㅋㅋㅋ (하지만 난 폰으로 더 잘 씀ㅋㅋㅋ) 스타일 적으로는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간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이 더 좋았지만, 마리 루티라는 지식인이 공부해서 얻은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어려운 해답 없음이 아닌 어렵지만 답이 있음!을 조근조근 단정한 어투로 해설 받은 것 같아 좋았다. 나는 답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루티가 한 공부의 결론이 무기력이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 전체이다!!!* 그러나 다 까먹고 기억에 남는 것을 토대로 요약하면ㅋㅋㅋ 우리에겐 사회에 완벽히 포섭 되기 힘든 각자의 상처에서 비롯된 혹은 생존전략에 가까운 고유의 기질이라는 게 있는 데, 그걸 잘 살려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그게 이 엉망인 세상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은 채 자신을 ‘살아있게’하고 또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일케 쓰니 또 겁나 뻔한 이야기 같다 ㅋㅋㅋ
여튼 라캉 라캉이 포인트다! 루티의 무의식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좋았다 나는. 그 부분을 또 기억을 더듬어 쓰면… 상처 입은 개인들이 삶에서 취하게 되는 반복 강박을 인정하되, 기억하고 의식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것이 지닌 병적인 갈망을 일상에서 변용하여 활력으로 삼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 관계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알지 못해 혹은 의도와 무관하게 저질러진 행동에 그것이 무의식(인간 혹은 삶 자체의 불투명, 불가해 함)이란 걸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행동’이었다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는 보통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한계 안에서도 엄연히 자유가 있다고. 무지는 죄가 아니지만 알 기회가 있는 데도 회피하는 건 비겁한 거 맞다고. 감정은 어쩔 수 없지만 행동은 다른 영역이라고.
30대 중반 이후의 나는 어떤 쪽이냐면 피곤할 정도로 잊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기록에 대한 집착도 나 자신의 무의식까지 헤집어 보는 것도. 기질이 있다면 그게 나의 기질이다. 그래서 일정 정도 사회화를 포기했고, 고독에 중독되다시피했다. 그러나 그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싫다는 강박적 집착은 아니라고 스스로 여긴다. 왜냐면 나는 나를 정말로 좋아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듯 일기를 쓰고, 나를 구성하고 있는 관계들을 내 방식대로 이해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건 하나도 생산적이지 않은 데다 혼자 있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ㅋㅋㅋ) 그 과정이 쌓여야만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에는 자신과 타인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적 시선으로 보면 나 자신은 그닥 좋아할 만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 맞춰서 살려고 하면 결국에는 어딘가가 비고 결국엔 그것 땜에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내게 없는 것을 가진 타인에게 집착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데다 독서도 안 했던 나는 내면에서 생겨나는 물음표를 지워버린 채로 살았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일을 그만둔 대가로 자주 악몽을 꾸고 몸이 아팠다.
세상이 love your self 라고 했을 때, 그래 나를 사랑해야지~ 일케 되는 게 아니라 사랑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묻는 거부터 시작해야 했다. 쌩초딩 같다고 비난해도 안 묻다가 물으려니 그게 뭔지 알겠는가. 답이 나올 리 없다. 일기를 쓰면서 이게 나를 사랑하는 건가?? 또 한 번 물어보아야 묻고 있는 나를 인식하고 흡족해졌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나를 좋아하는 법은 세상이 쉽게 말하는 얄팍한 자존감과는 결이 좀 다를지도 모른다. 나를 좋아하는 법. 생존을 도모하면서도 실존적 고민을 하는 나를 비난하지 않는 법. 나는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
루티의 이 책은 이 모냥의 내가 취하고 있는 삶에 대응하는 어떤 전략(?)이 맞다고 힘껏 응원해 주는 듯했다. 음하하! 이걸 쓰면서 도달한 길의 끝에는 서브웨이 에그 마요 할인 중이네! 사 가야겠다. 내일 아점이다 ㅋㅋㅋ 가치 있는 산책이었다!! 🤗
* 관련해서 찍어둔 구절 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정반대다. 과거가 현재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재에 당면한 문제와 과거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것이다. 🙂 과거의 나를 잊지 않고 끌어안고 살고 싶다! - P191
결국, (겉보기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아무 생각 없이받아들이는 것보다, 모호해 보이는 의미를 받아들이고 감당해 내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며, 그러므로 훨씬 더 용감한 일이다. 🙂용감하게 살고 싶다! - P50
나는 인종 차별에 비해 성차별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이 있으며, 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나와 의견을 같이하지만이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 동료 학자들도 있다. 가치란 주관적이라는 생각은 모든 가치는 모두 동등하게 바람직하다는(옹호 가능하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으로 쉽게 이어진다. 또한 사람들은 가치는 소위 중립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가치의 바람직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있다고 생각한다.(중략) 전 세계의 여성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 차별의 노골적인 정도는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이상을 지지한다. 이것이 내게는 지지할 가치가 있는 이상으로 보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상을 지지하기로 한 내 선택이 객관적인지 아닌지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 P78
이 모든 것은 경험이 자아를 형성하며 우리가 어떻게 욕망할지를 가르쳐 준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가 세상에 첫발을 내디딜 때, 우리는 이렇다 할 심리적·정서적 깊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우리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체적충동은 세세히 분화되어 있지 않아서 모든 것을 뭉뚱그려한 가지 방식으로만 해내려고 해, 결국 그 어떤 것도 특별히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충동은 분화되고 개개의 충동에 맞는길이 트이면서 더욱 조직화되어, 비로써 "욕망"이라고 부를수 있게 된다. 우리 내면의 기반은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 🙂이 책에서 격하게 동의하는 부분. 상처를 통해 만들어진 우리의 욕망이 고유하다는 것. 피상적인 욕망이라기 보다는 사회가 입힌 그러나 자신이 책임지기로 한 고유한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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