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수르채그>에 가면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이 소리는 책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귀가 아닌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예요.소리 나는 책이 바로 희곡(戲曲)’입니다. <수르채그>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희곡도 있는 책방입니다.

 

세계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세 번째 선정 도서는 희곡입니다. 세 번째 선정 도서를 쓴 이 작가는 소설, 특히 단편소설을 많이 썼어요. 대부분 독자는 이 작가단편소설의 대가라고 칭송합니다. ‘이 작가는 희곡도 썼는데, 본인 스스로 극작가라고 생각했어요.


올해는 이 작가를 기리는 해입니다. 715일은 이 작가의 손에 쥔 펜이 관 속에 영원히 잠든 날입니다. 그날은 이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20주년이 되는 날이었죠. 715일에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을 펴낸 출판사들이 작가를 기렸습니다. 당연히 자신들이 펴낸 책도 겸사겸사 홍보했죠. 그런데 이 작가가 쓴 희곡을 소개한 출판사는 많지 않았어요.


이 작가의 단편소설은 분량이 짧고, 쉽게 읽히는 글입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은 독서 모임 도서로 많이 선정되는 편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 중 두 권은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독서 모임 선정 도서였어요. 그래서 저는 이 작가가 친숙해요.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저는 맥주(Hof)’가 생각나요.

















각설하고, 책을 좋아하는 여러분에게 이 작가의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장막극 갈매기입니다갈매기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한 편입니다. 장막극이란 2막 이상으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긴 희곡을 뜻해요. 4막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눈으로 읽는희곡, 즉 대본의 분량은 얇아요. 하지만 눈으로 보는연극 갈매기는 생각보다 길어요. 공연 시간이 두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아무튼 연극갈매기는 정말‥… 재미있어요, 따봉! 최고예요!







1갈매기눈으로, 입으로 읽기 : 823일 금요일 저녁 8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8월 모임은 특별히 ‘1‘2으로 나누어서 진행됩니다. 1막에 갈매기를 눈으로 읽고, 입으로도 읽어 봅니다. 희곡을 읽고 느낀 점을 감상하고, 인상 깊은 극 중 대사를 골라서 연극 배우가 된 것처럼 읽어 봅시다. 부끄럽다고요? 희곡 속 인물의 감정에 이입되어 대사를 직접 낭독하면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2갈매기눈으로 보기: 831일 토요일 낮 1


비록 영상이지만,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느낌이 나도록 2막이 진행되는 시간에 <수르채그> 전체를 대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막에 오시는 분들은 대관비 10,000을 내야 합니다. 대관비는 책 구매비와 음료 구매비와 별개입니다두 시간 조금 넘은 공연을 보고 난 후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연극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2막 진행 시간은 넉넉히 잡아서 3시간입니다. 1막에 참석하지 않은 분들도 2막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2막은 연극 갈매기<수르채그>에서 함께 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갈매기는 장막극이라 공연 시간이 길어요. 그래서 2막은 토요일에 진행됩니다. 유튜브에 갈매기공연 실황 영상이 있어요. <수르채그>비장의 무기(?)’ 빔 프로젝터로 연극 갈매기를 함께 봐요. 연극 준비 볼 완료됐어요.

 

사모바르로 끊인 홍차 같은 소설가체호프의 맛에 익숙한 애서가라면 8월 모임을 놓치지 마세요. 오래 숙성된 1860년산 보드카 맛이 나는 극작가체호프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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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24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유, 추워~~~
고맙다. 더워 죽는 줄 알았는데...ㅋㅋㅋㅋ

cyrus 2024-07-29 06:37   좋아요 1 | URL
MZ 세대가 알만한 밈(유행어)을 섞어서 써봤는데, 정작 독서 모임에 오질 않네요... ^^;;
 



나는 무신론자다. ()종교인이다. 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 어린 시절, 내게 불쑥 다가와서 교회에 다녀보라면서 전도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신이 어쩌고저쩌고 말하는 그들이 이상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위인전을 읽고 나서 적은 독후감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한 글이었다당시에 썼던 감상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교회가 싫어요!” 


인간과 유인원은 같은 조상에게서 진화된 종()이라고 주장한 다윈. 종교는 다윈의 진화론을 반기지 않았다성직자들은 만물을 창조한 신이 설 자리가 없어 보이는 진화론을 비난했다. 종교를 미워한 나는 다윈이 무지하고 편협한 종교에 괴롭힘을 당하는 위인이라고 믿었다.


과학과 종교. 이 두 단어를 한자리에 모아놓으면 대부분 사람은 제일 먼저 갈등충돌을 떠올린다. 과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 손에 성경을 들고 다니면서 창조론을 주장하는 종교인들을 비난한다. 종교인들은 기적과 천국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을 싫어한다. 그들 중에는 종교를 비판하는 과학자들이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와 같은 전투적 무신론자에 속한다고 인식한다. 종교인이 과학자들을 싫어하면 과학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학을 외면하는 종교인들을 싫어하면 종교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과학자와 종교인들은 과학과 종교 사이에 커다란 갈등의 벽이 세워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분리의 역사가 아닌 ‘상호보완의 역사였다는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과학책방 담다의 두 번째 큐레이션 주제는 과학과 종교 톺아보기. 국어사전은 톺아 보다의 뜻이 샅샅이 살피다라고 말한다과학과 종교를 톺아보는 일은 과학과 종교에 오랫동안 달라붙은 편견을 씻어내는 일이다. 과학과 종교를 둘러싼 편견의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한 과학과 종교의 갈등 관계이다.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편견이 지속되면 또 다른 편견을 낳는다. 과학의 입지가 줄어든 중세를 암흑시대로 규정하는 관점 역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오해해서 생긴 편견이다.


















* 로널드 L. 넘버스, 코스타스 캄푸러키스 엮음, 김무준 옮김 통념과 상식을 거스르는 과학사: 뉴턴에서 멘델까지, 과학을 둘러싼 역사적 오해들(글항아리사이언스, 2019)

 

* [절판] 로널드 L. 넘버스 엮음, 김정은 옮김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뜨인돌, 2010)




과학이 종교보다 우위에 서 있는 학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종교의 부정적인 면을 바라본다. 이러면 과학과 종교가 서로 만나면서 발전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지 못하게 된다통념과 상식을 거스르는 과학사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라는 두 권의 책의 집필에 참여한 역사가와 과학철학자들은 과학과 종교의 갈등 관계중세는 암흑시대라는 상식이 잘못된 통념이라고 입을 모아 주장한다.

















* 토머드 딕슨, 김명주 옮김 과학과 종교(교유서가, 2017)




과학과 종교는 과학과 종교, 두 분야 모두 생소한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과학과 종교 관계는 갈등또는 조화로 너무나도 쉽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진화론 대 창조론과 같은 과학과 종교가 충돌한 역사적인 사례를 분석한 이 책은 과학과 종교가 만나는 지점에 정치적 이해 관계도 작용하고 있음을 설명한다과학 대 종교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은 과학과 종교가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 바이올렛 몰러, 김승진 옮김 지식의 지도: 일곱 개 도시로 보는 중세 천 년의 과학과 지식 지형도(마농지, 2023)


* 김주연 김주연의 철학사 수업 2: 고중세 그리스도교 철학(사색의숲, 2022)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열린책들, 2009)




중세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어둡지 않았다중세에도 과학이라는 학문이 있었다지식의 지도고대 그리스의 과학 지식을 보존하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연구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지적 풍토를 주목한 책이다. 이 책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유럽 학문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을 보여준다.


중세 영국의 신학자이자 스콜라 철학자인 로저 베이컨(Roger Bacon)실험을 통해 지식이 옳은지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험과학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강조한 학자.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윌리엄은 자신의 스승이 로저 베이컨이라고 언급한다김주연의 철학사 수업 2: 고중세 그리스도교 철학에 로저 베이컨의 철학을 자세하게 소개한 내용이 나온다.
















* 도널드 R. 프로세로, 류운 옮김 화석은 말한다: 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바다출판사, 2024)




화석은 말한다화석과 같은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잔뜩 널려 있는데도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창조론자들을 반박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을 이해하는 종교의 긍정적인 사례들도 언급한다. 진화론을 이해한 종교가 있었기에 진화론 연구가 발전되었다. 현재 활동 중인 고생물학자들 대다수는 기독교인이다. 이들은 교적 교리와 별개로 반복된 실험을 거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연구한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내가 고른 책들에 담긴 모든 지식은 오류 가능성이 있다. 정설에 반하는 증거가 나오면 정설을 의심해 보고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실행하는 학문이 바로 과학이다.








[과학책방 담다]

2021421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5476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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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7-20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다˝ ˝담다˝^^

cyrus 2024-07-21 20:43   좋아요 2 | URL
‘갈다’보다 ‘담다’라는 표현이 더 좋지 않나요? ^^
 
란포와 도쿄 - 1920년 도시의 얼굴
마쓰야마 이와오 지음, 김지선 외 옮김 / 케포이북스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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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천국의 도서관으로 떠난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별명은 ()의 거인이다. 눈만 뜨면 뇌가 고픈 거인은 엄청난 양의 책을 사 먹으면서 글을 썼다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고루 먹는 삶을 살아온 그가 절대로 눈과 뇌에 대지 않는 이 있었다. 거인이 먹지 않은 책은 바로 소설이었다지식욕이 왕성했던 젊은 시절의 거인은 소설을 즐겨 먹었다. 이랬던 그가 왜 소설을 먹지 않게 되었을까?


거인은 현 시대의 문학 속에서 현실’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책을 먹으면서 무럭무럭 성장했던 젊은 거인은 기자가 되었고, 본격적으로 책 밖에 펼쳐진 거대한 현실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다카시가 바라본 당시 일본은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다카시는 경제 성장에 눈이 멀어 정의와 도덕을 짓밟는 사회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책과 펜을 무기로 만들어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다카시는 화려한 금빛으로 물든 현실에 가려진 추악한 인간 군상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사회 문제에 민감한 다카시는 소설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거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문학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다카시는 현실을 외면한 문학에 실망감을 느꼈다. 그는 현실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논픽션을 읽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다독가는 무지와 편견을 경계하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하지만 다독가의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뇌는 게으르다. 어려운 문제를 오랫동안 생각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뇌가 느슨해지면 인간의 정신 상태도 느슨해진다. 다독가도 예외가 아니다. 다독가는 스스로 못 느끼겠지만, 느슨해진 뇌의 명령을 순순히 따른다. 여기서 편견이 생긴다. 뇌는 너무나도 얇고 투명한 편견 콘택트렌즈를 만든다. 눈동자에 편견 콘택트렌즈를 낀 다독가는 왜곡된 상태로 책과 세상을 바라본다. 책과 세상은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다. 그러나 게으른 뇌에 속은 다독가의 눈에는 검은색과 흰색만 보인다다카시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눈동자에 달라붙은 편견 렌즈를 떼어내지 못했다. 그는 소설은 검은 책’, 논픽션 서적을 하얀 책이라고 믿었다.


다카시는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의 소설을 읽어봤을까? 그가 란포의 소설을 읽었다면 이야기에 ‘음침하고 불쾌한 검은색이 칠해져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은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 생전에 란포가 사인하면서 자주 썼던 문장이다란포는 이 말을 신조로 삼아 글을 썼다. 그매혹적이면서도 기이한 환상적인 세계를 묘사했다. 란포가 묘사한 인물들은 평범하지 않다. 종이로 만든 인형을 사랑하는 남자(압화와 여행하는 남자), 신이 되고 싶어서 무인도에 지상 낙원을 만든 몽상가(파노라마 섬 기담)는 현실 도피적인 인물이다. 란포 소설에 반사회적인 인물도 등장한다. 그들은 상식을 넘어선 망상을 실현하거나 비뚤어진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란포가 소설을 쓸 때 자주 다룬 소재를 네 가지 단어로 요약하면 환상’, ‘범죄’, ‘몽상가’, 변태. 그래서 독자들은 란포의 소설을 자극적인 이야기로 취급한다. 하지만 란포의 소설은 환상이라는 가면을 쓴 현실적인이야기. 지금까지 독자들은 란포의 글에 씌워진 가면만 보고 있었다. 란포와 도쿄: 1920년 도시의 얼굴은 란포 소설의 환상’ 가면에 가려진 현실을 주목한 책이다.


란포의 소설 속에는 다카시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이야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란포가 작가로 등단한 해는 1922년이다란포와 도쿄란포의 소설들을 모아서 ‘1920년대 일본 도쿄의 얼굴을 복원한다. 1920년대 일본 도쿄는 서구식 근대화가 진행 중인 거대한 도시였다. 근대 도쿄의 얼굴은 유럽풍 문화로 분칠한 모습이었다. 도쿄로 삶의 터전을 옮긴 시골 사람들은 서구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도시인이 되어 갔다. 도시인들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고, 유흥가로 알려진 아사쿠사(浅草)를 산책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타지인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했다. 그들은 빈곤에 시달렸고, 외로웠다. 고독한 도시인들은 지루한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유흥가와 사창가로 향했다. 쾌락에 절인 도시인들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했다. 란포는 독자들이 흥분할 만한 자극적인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그는 ‘환락의 도시’ 도쿄에서 위태위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사실대로 썼다


란포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커지기만 하는 근대 도쿄 중심부에 살았다. 그가 관찰한 것은 도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괴로운 현실의 무게감에 짓눌린 채 살아온 도시 부적응자들은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쾌락만 쫓아다닌다. 중독성이 강한 쾌락 올가미에 걸린 사람들의 정신은 흐리멍덩하다. 그들은 망상에 가까운 헛된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망상에 빠지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한다이 상태가 지속되면 삶이 피폐해진다. 란포의 소설에 환상만 있는 건 아니다. 그의 이야기에 우리 눈앞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불편한 현실이 있다불편한 현실이란 인간성이 매몰된 자리에 비뚤어진 욕망으로 채운 건물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란포의 소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도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도시 속 카나리아.






<정오표>



* 65

 






보이이지만 보이지만






* 109

 





 영국의 마가렛 샌거 부인이 다이쇼 11(1922) 일본으로 건너와 1개월 정도 머무르며 산아제한강연을 전국 각지에서 개최하여 관심을 모았다.



마가렛 샌거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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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15 1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 아저씨 예리하긴한데 그 생각에도 뭔가 함정이 있지 않나 싶기도하네. 어차피 소설이 현실을 그린다해도 몇년 아니 몇달 후에 읽으면 어제의 산물 아닌가? 난 역사를 못 읽겠으면 소설이라도 읽어야 하잖나 싶기도 해. 글구 현실만을 그리는 게 소설의 전부는 아니거든. 그냥 그 양반은 소설과는 인연이 없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ㅋ
란포 뭔가 중요한 사람 같은데 일케 짚어주니까 좋다. 잘 썼네!^^

cyrus 2024-07-17 16:45   좋아요 1 | URL
란포가 살았던 1920년 일본의 사회 분위기와 현재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가 서로 비슷한 점이 있어요. 그때 당시에도 젊은 백수들이 많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고 해요. 흥미로운 사실은 1920년대 일본에서도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으로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있었어요.

얄라알라 2024-07-20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이이지만....
이런 실수 저도 자주 하는지라 순간 뜨끔...

cyrus 2024-07-21 20:43   좋아요 1 | URL
저도 어쩌다가 ‘보이이지만’으로 쓸 때가 있어요. ^^;;
 





나는 10년 넘게 대구와 서울을 넘나들면서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독서 모임을 통해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그윽하면 국어사전이 알려주는 취향의 뜻을 바라본다. 취향이라는 단어가 평소와 다르게 보인다. 그 순간 반드시 해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취향(趣向):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연극인들이 활동하는 대명 공연 거리가 있는 대구 남구 대명동<일글책>이라는 책방이 있다. 토요일 아침에, 이곳에서 고전 읽기 독서 모임이 진행된다
















*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옮김 니코마코스 윤리학(도서출판 숲, 2013)




올해 두 살이 된 독서 모임이다. 나는 이 모임이 처음 시작된 작년에 참석했다. 지금은 독서 모임 정회원이 아니다. <일글책> 독서 모임 회원들이 읽고 있는 책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


고전 읽기 모임 회원 중에 향기라는 분이 있다. 향기 님은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다. 향기 님의 자택 지하실은 본인이 구매한 추리소설들이 가득 꽂혀 있는 서재다. 고전 읽기 회원들은 향기 님의 서재를 향기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향기 님은 추리소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본인은 대구에 추리소설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싶어도 자신의 취향과 같은 사람들을 모이기 어렵다고 했다.
















* [일시 품절] 에드거 앨런 포, 황소연 옮김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윌북, 2022)




 

추리소설 읽는 취미를 혼자 즐겼던 향기 님이 이번 달에 드디어 자신의 취향을 듬뿍 담은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독서 모임 이름은 <토요 미스터리 극장>이다. 모임 장소는 <일글책>이다. 독서 모임 선정 도서는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윌북)이다. 어제가 첫 번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이 모임은 이렇게 진행된다. 책에 실린 포의 단편소설을 두 편씩 읽는다. <일글책>에 모여서 넷플릭스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을 시청한다드라마 어셔가의 몰락은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향기 님은 드라마 속 배경과 드라마에 패러디된 포의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 알기 쉽게 정리한 노트를 직접 만들었다. 향기 님은 이 노트를 만들기 위해서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을 두 번 이상 봤다고 했다어제 모임은 드라마 1, 2회를 봤다. 1화 제목은 어셔가의 몰락이고, 2화 제목은 붉은 죽음의 가면극이다. 드라마 회차 제목은 포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 에도가와 란포, 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손안의책, 2017)




향기 님의 독서 모임 덕분에 나는 이번 달 중순에 진행하게 될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선정 도서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의 소설 선집으로 정했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에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을 소개한 작가다. 포를 좋아해서 그의 이름을 딴 필명 에도가와 란포로 지어서 문필 활동을 했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을 만나면 힘이 난다. 그분들을 만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생긴다. 이런 분들은 내겐 소중한 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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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독서 모임을 꾸린다면 과연 몇 명을 모을 수 있을까? 나를 제외한 두 명이 모인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독서 모임 이름은 책세상 출판사의 책 제목에서 가져왔다. 최근에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모임 이름을 줄이고 싶어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summer(여름)’를 합친 포썸으로 정하면 4명만 모여서(foursome) 골프를 치는 모임으로 착각할 수 있다. ‘포썸 말하기가 망설일 정도로 위험천만한 단어. 왜냐하면 ‘4인 난교를 뜻하는 성적인 은어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포 읽기 모임꾸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모임을 만드는 사람이 제일 먼저 부닥치는 문제가 독서 모임 선정 도서. 수많은 번역본 중에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 에드거 앨런 포, 권진아 옮김 모르그 가의 살인: 추리. 공포 단편선(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권진아 옮김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 요법: 추리. 공포 단편선(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권진아 옮김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 환상. 비행 단편선(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권진아 옮김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장편소설(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손나리 옮김 글쓰기의 철학: 작법 에세이(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손나리 옮김 글쓰기의 철학: 시 전집(시공사, 2018)




단편소설, 장편소설, , 에세이 등 포의 모든 작품을 수록한 전집을 함께 읽으면 좋겠지만, 모임 진행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그리고 포의 모든 글에 관심 있는 독자 한 명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소설보다 난해한 시, 단편소설들보다 인지도가 낮은 미완성 장편소설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 포의 글 쓰는 방식을 알 수 있는 에세이를 읽어보겠다는 특이한 독자가 나타난다면 기인으로 볼 게 아니라 귀인으로 대해야 한다. 음울하고 음산한 묘사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포의 추리소설과 고딕 소설(Gothic novel, 공포 소설) 읽기가 거북할 수 있다. 공포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잔뜩 기대한 독자들은 포의 고딕 소설이 시시하게 느낄 것이다.


포 전집 함께 읽기모임 꾸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포의 대표작들만 읽는 독서 모임을 꾸려야 한다포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의 관심을 높이려면 독서 모임 선정 도서는 포의 추리소설과 고딕 소설 위주로 수록된 포 단편 선집이 좋다


잘 만든 포 단편 선집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첫 번째, 추리소설과 고딕 소설이 골고루 수록되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번역자의 주석이 많을수록 좋다. 포의 소설은 현학적이다. 그의 글에 국내 독자들이 모르는 저자 이름, 책 제목, 인용문이 나온다. 세 번째, 포의 생애와 포 문학의 위상을 알려주는 해설문이 있어야 한다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포 단편 선집은 총 세 권이다.



















* 에드거 앨런 포, 김석희 옮김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열린책들, 2021)

 

* 에드거 앨런 포, 전승희 옮김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민음사, 2013)

 

* 에드거 앨런 포, 마이클 코널리 엮음, 조영학 옮김 더 레이븐: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RHK, 2012)




열린책들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민음사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더 레이븐: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는 포의 대표작이 수록되어 있다. 검은 고양이, 모르그 가의 살인, 도둑맞은 편지, 어셔가의 몰락(어셔가의 붕괴)은 포 단편 선집에 반드시 있어야 할 작품들이다. 그러나 민음사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 유일하게 실린 추리소설은 도둑맞은 편지.


더 레이븐: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는 단편 선집이지만, 포의 시 두 편(<까마귀>, <종소리>)과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에서 발췌한 내용, 그리고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에 소속된 추리 소설가들의 작품 해설이 실려 있다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가 만든 상이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에게 주는 에드가 상이다이 단편 선집의 해설문을 쓴 열다섯 명의 소설가는 에드가 상 수상자다. 이중에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는 스티븐 킹(Stephen King)이다. 킹이 추천한 포의 소설은 고발하는 심장(일러바치는 심장)이다. 소설가들이 쓴 글은 해설문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글이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다. 작가들은 자신이 포의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와 포 이야기의 매력을 알려준다모든 작가가 포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사라 패러츠키(Sara Paretsky)라는 작가는 포의 암호소설 황금 벌레에 흑인을 비하하는 묘사를 지적한다.


더 레이븐: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아쉬운 점이 있다. 포의 초기 단편 소설 병 속에 든 편지(병 안의 수기) 끝부분에 포의 주석이 달려 있는데, 이 책에 원주가 빠져 있다(민음사’ 판본에도 원주가 없다)실제로 포는 고양이 집사였다. 88쪽에 포의 반려묘 이름이 나온다. 카타리나로 되어 있는데, 정확한 표기는 캐터리나(Catterina)422쪽에 오자(‘<종소리>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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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7-12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포섬 possum이라는 귀여운 동물이 있는데… 철자는 다르지만 그걸로 우겨보면 어떨까요? :)

cyrus 2024-07-14 11:36   좋아요 1 | URL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포섬’으로 입력하니까 건수하님이 말한 동물이 나오네요. ^^

transient-guest 2024-07-13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르그 가의 살인에서 그려지는 밤의 정경과 도취를 좋아합니다. 뭔가 살짝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뒤팽과 화자의 관계설정도 그렇구요.ㅎㅎ 저는 근처에 있으면 모임에 참석하고 싶네요.

cyrus 2024-07-14 11:36   좋아요 3 | URL
저도요. 어렸을 때 <모르그가의 살인>을 읽으면서 도입부가 너무 좋아서 몇 번 반복해서 읽었을 정도예요. ^^

stella.K 2024-07-13 0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고 싶으면 일단 온라인에세 해 봐. 그믐이라는 곳이 그렇게 하더라. 대신 진행자가 질문지도 만들고 그러나 봐. 첨부터 오프에서 하면 부담스러울수도 있으니까. 또 누가 아니 나도 참여하게될지. ㅋ
근데 책이 저렇게 새 단장을 하고 있으니까 웬지 갖고 싶다는 생각이드네.

cyrus 2024-07-14 11:38   좋아요 1 | URL
사람 만나는 일이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오프라인 모임으로 진행해 보고 싶어요. ^^

청아 2024-07-13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울하고 음산한 묘사 좋아합니다. 서울서도 진행하시면 저는 갑니다ㅎㅎ

cyrus 2024-07-14 11:39   좋아요 2 | URL
‘모임 하면 참석할 수 있다’라고 말하신 분들, 제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