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수르채그>에 가면 ‘곡’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이 소리는 책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귀가 아닌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예요. ‘곡’ 소리 나는 책이 바로 ‘희곡(戲曲)’입니다. <수르채그>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희곡도 있는 책방입니다.
세계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세 번째 선정 도서는 희곡입니다. 세 번째 선정 도서를 쓴 ‘이 작가’는 소설, 특히 단편소설을 많이 썼어요. 대부분 독자는 ‘이 작가’를 ‘단편소설의 대가’라고 칭송합니다. ‘이 작가’는 희곡도 썼는데, 본인 스스로 ‘극작가’라고 생각했어요.
올해는 ‘이 작가’를 기리는 해입니다. 7월 15일은 ‘이 작가’의 손에 쥔 펜이 관 속에 영원히 잠든 날입니다. 그날은 ‘이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20주년이 되는 날이었죠. 7월 15일에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을 펴낸 출판사들이 작가를 기렸습니다. 당연히 자신들이 펴낸 책도 겸사겸사 홍보했죠. 그런데 ‘이 작가’가 쓴 희곡을 소개한 출판사는 많지 않았어요.
‘이 작가’의 단편소설은 분량이 짧고, 쉽게 읽히는 글입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은 독서 모임 도서로 많이 선정되는 편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 중 두 권은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독서 모임 선정 도서였어요. 그래서 저는 ‘이 작가’가 친숙해요.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저는 ‘맥주(Hof)’가 생각나요.
각설하고, 책을 좋아하는 여러분에게 ‘이 작가의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장막극 《갈매기》입니다. 《갈매기》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한 편입니다. 장막극이란 2막 이상으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긴 희곡’을 뜻해요. 총 4막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눈으로 ‘읽는’ 희곡, 즉 대본의 분량은 얇아요. 하지만 눈으로 ‘보는’ 연극 《갈매기》는 생각보다 길어요. 공연 시간이 두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아무튼 연극《갈매기》는 정말‥… 재미있어요, 따봉! 최고예요!
1막 《갈매기》 눈으로, 입으로 읽기 : 8월 23일 금요일 저녁 8시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8월 모임은 특별히 ‘1막’과 ‘2막’으로 나누어서 진행됩니다. 1막에 《갈매기》를 눈으로 읽고, 입으로도 읽어 봅니다. 희곡을 읽고 느낀 점을 감상하고, 인상 깊은 극 중 대사를 골라서 ‘연극 배우’가 된 것처럼 읽어 봅시다. 부끄럽다고요? 희곡 속 인물의 감정에 이입되어 대사를 직접 낭독하면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2막 《갈매기》 눈으로 보기: 8월 31일 토요일 낮 1시
비록 영상이지만,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느낌이 나도록 2막이 진행되는 시간에 <수르채그> 전체를 대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막에 오시는 분들은 대관비 10,000원을 내야 합니다. 대관비는 책 구매비와 음료 구매비와 별개입니다. 두 시간 조금 넘은 공연을 보고 난 후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연극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2막 진행 시간은 넉넉히 잡아서 3시간입니다. 1막에 참석하지 않은 분들도 2막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2막은 연극 《갈매기》를 <수르채그>에서 함께 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갈매기》는 장막극이라 공연 시간이 길어요. 그래서 2막은 토요일에 진행됩니다. 유튜브에 《갈매기》 공연 실황 영상이 있어요. <수르채그>의 ‘비장의 무기(?)’ 빔 프로젝터로 연극 《갈매기》를 함께 봐요. 연극 준비 볼 완료됐어요.
사모바르로 끊인 홍차 같은 ‘소설가’ 체호프의 맛에 익숙한 애서가라면 8월 모임을 놓치지 마세요. 오래 숙성된 1860년산 보드카 맛이 나는 ‘극작가’ 체호프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