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ㅣ 패닉룸
H. P. 러브크래프트 외 지음, 정진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5월
평점 :
평점
2.5점 ★★☆ B-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첫 번째》는 2004년에 나온 《세계 호러 걸작선 1》의 개정판이다. 《세계 호러 걸작선 1》은 서양 작가들의 단편 공포소설 선집이다. 구판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총 열네 편이다. 이 중에서 네 편의 단편은 개정판에 실려 있지 않다. 개정판에 빠진 작품은 다음과 같다.
*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 숨 막힘(Loss of Breath)
* 아서 매첸(Arthur Machen) - 악마의 뇌(The Immost Light)
* 로버트 체임버스(Robert Chambers) – 옐로 사인(The Yellow Sigh)
* 사키(Saki) - 스레드니 바쉬타르(Sredni Vashtar)
그뿐만 아니라 (출처를 알 수 없는) 삽화와 작가를 간략하게 소개한 글도 삭제되었다. 그런데 작가 소개 글이 삭제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장르문학,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서양 작가들의 공포 문학 작품을 주로 번역한 정진영 씨의 해설에 작가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과 윌리엄 W. 체임버스(William W. Jacobs)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구판에 있는 오탈자나 문장의 오역을 고치지 않고, 책값을 올려서 개정판이라고 펴내는 비양심적인 출판사들이 종종 있다. 개정판인 척하는 구판은 ‘잘못 만든 책’이다. 이런 책도 절대로 독자들에게 팔면 안 되는 파본이다. 출판사는 독자들을 속인 책을 펴낸 것에 사과해야 하며 그 책을 구매한 독자들에게 책값을 돌려줘야 한다.
6년 전에 나는 구판 《세계 호러 걸작선 1》에서 발견된 문장의 오역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주] 문제의 구절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의 『사냥개』에 있다.
* 《세계 호러 걸작선 1》 228쪽
그 무슨 사악한 숙명이었기에, 우리는 그 오싹한 폴란드의 교회 묘지로 이끌렸던가? 그것은 오백 년 전 그 자신이 구울로서 권력자의 무덤에서 중요한 물건을 훔쳤다는 어느 인물의 이야기와 관련된 음산한 풍문이며 전설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원문]
By what malign fatality were we lured to that terrible Holland churchyard? I think it was the dark rumor and legendry, the tales of one buried for five centuries, who had himself been a ghoul in his time and had stolen a potent thing from a mighty sepulchre.
‘Holland’는 네덜란드의 영어식 표기다. 그런데 역자는 ‘폴란드’라고 썼다. 개정판에서는 네덜란드로 고쳐졌다.
*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287~288쪽
무슨 사악한 숙명이었기에, 우리는 그 오싹한 네덜란드의 교회 묘지로 이끌렸던가? 그것은 오백 년 전 그 자신이 구울로서 권력자의 무덤에서 중요한 물건을 훔쳤다는 어느 인물의 이야기와 관련된 음산한 풍문이며 전설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 《세계 호러 걸작선 1》 종이책은 절판되었지만, 전자책은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절판되지 않은 《세계 호러 걸작선 2》다.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첫 번째》 책날개에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두 번째》 출간을 예고하는 글이 없다. 하지만 《세계 호러 걸작선 2》도 언젠가는 절판될 수 있다. 구판의 형태가 남아 있는 2권이 절판되기 전까지는 새 옷을 갈아입으면서 판형이 줄어든 1권과의 어색하고 ‘기묘한’ 동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주] <네덜란드 구울> 2017년 1월 15일에 썼음.
https://blog.aladin.co.kr/haesung/9055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