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제목에 대한 주석 : 일본 애니메이션 '도쿄 구울'을 패러디했음

 

 

 

 

 

 

 

 

 

 

 

 

 

 

 

 

 

 

 

《러브크래프트 전집 4》는 전집 중 유일한 공동 번역본이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1, 2, 3, 5, 6권은 정진영(필명 정탄) 씨가 단독으로 번역했고, 정진영 씨와 함께 전집 4권을 번역한 분은 러브크래프트 관련 웹사이트인 ‘위어드 테일스(Weird Tales)’ 공동 운영자인 류지선 씨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출간의 서막을 알린 1권은 2009년에 첫 선을 보였다. 이미 5년 전에 정진영 씨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한 편 번역한 적이 있다. 그 작품이 바로 『사냥개(The Hound)』다. 이 작품은 《세계 호러 걸작선》(책세상)에 수록되었고, 정진영 씨의 번역이 있는 《러브크래프트 전집 4》에 수록되었다.

 

그런데 두 권의 책에 있는 『사냥개』를 같이 읽어보면, 문체가 확연히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원문 1

By what malign fatality were we lured to that terrible Holland churchyard? I think it was the dark rumor and legendry, the tales of one buried for five centuries, who had himself been a ghoul in his time and had stolen a potent thing from a mighty sepulchre.

 

* 《러브크래프트 전집 4》 282쪽

대체 어떤 사특한 운명이 우리를 그 소름끼치는 네덜란드 교회 묘지로 꾀어냈을까? 그 시작은 음산하게 떠돌던 풍문과 전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평생을 도굴꾼으로 살면서 한 거대한 분묘에서 중요한 물건을 훔쳐냈다는, 5세기경에 매장된 어느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 《세계 호러 걸작선》 228쪽

그 무슨 사악한 숙명이었기에, 우리는 그 오싹한 폴란드의 교회 묘지로 이끌렸던가? 그것은 오백 년 전 그 자신이 구울로서 권력자의 무덤에서 중요한 물건을 훔쳤다는 어느 인물의 이야기와 관련된 음산한 풍문이며 전설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 원문 2

I remember how we delved in the ghoul's grave with our spades, and how we thrilled at the picture of ourselves, the grave, the pale watching moon, the horrible shadows, the grotesque trees, the titanic bats, the antique church, the dancing death-fires, the sickening odors, the gently moaning night-wind, and the strange, half-heard directionless baying of whose objective existence we could scarcely be sure.

 

* 《러브크래프트 전집 4》 283쪽

삽으로 그 도굴꾼의 묘지를 팠던 모습과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우리가 얼마나 전율적인 흥분을 느꼈는지 나는 기억한다. 그 무덤, 창백한 목격자인 달, 으스스한 그림자, 괴상망측한 나무들, 거대한 박쥐 떼, 고색창연한 교회당, 춤추는 도깨비불, 그 병적인 악취, 길게 울음 울던 밤바람, 그리고 어디선가에서 들려오곤 있으나 존재한다고 객관적으로 확신할 수도 없었던 음산한 개 짖는 소리.

 

* 《세계 호러 걸작선》 229쪽

우리가 어떻게 그 구울의 무덤을 삽으로 파들어 갔는지, 우리 자신과 무덤의 형체에, 창백히 지켜보는 달과 섬뜩한 그림자들에, 괴괴한 나무와 거대한 박쥐 떼에, 낡은 교회와 춤추는 도깨비불에, 메스꺼운 악취와 나지막이 탄식하는 밤바람에, 그리고 어딘지 모를 곳에서 들려오는 기이하고 아득한 정체불명의 짖음에 우리가 얼마나 전율했는지, 나는 기억한다.

 

 

 

‘Holland’는 네덜란드의 미국식 표기다. 《세계 호러 걸작선》를 번역한 정진영 씨는 ‘폴란드’로 잘못 썼다. 구울(ghoul)은 묘지를 파내어 시체를 먹는 괴물이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4》의 『사냥개』를 정진영 씨가 번역한 건지, 아니면 류지선 씨가 번역했는지 알 수 없다. 누가 했든 간에 ‘ghoul’은 정식 명칭이기 때문에 ‘도굴꾼’으로 번역한 것은 오역이다.

 

 

 

 

 

 

 

 

 

 

 

 

 

 

 

 

 

 

 

고딕 소설에 관심 많고, 오래전부터 러브크래프트 전집 번역 작업에 착수한 정진영 씨가 구울을 모를 리가 없다. 특히 구울은 『사냥개』 이외에도 러브크래프트의 다른 작품에서도 언급되는데, 『픽맨의 모델』에서는 비중 있게 등장한다. 『픽맨의 모델』은 《러브크래프트 전집 1》에 수록되었으며 물론 이 책의 역자는 정진영 씨다. 그는 러브크래프트 전집보다 먼저 나온 《세계 호러 걸작선》에서 ‘구울’이라고 썼다. 자신이 이미 번역한 적이 있는 작품을 새로운 문체로 재번역한다고 해도 기억력이 좋지 않는 이상 ‘구울’을 ‘도굴꾼’으로 쓰지 않는다. 그래서 《러브크래프트 전집 4》의 『사냥개』를 번역한 사람은 류지선 씨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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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15 22:02   좋아요 0 | URL
네. 리뷰 작성 부담 갖지 마시고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

yureka01 2017-01-15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게임에 보면 구울,, 몹으로 나오죠..

cyrus 2017-01-15 22:0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도 게임을 하면서 구울을 처음 알았어요. ^^

transient-guest 2017-01-2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놈의 번역문제는 정말 짜증나네요 편집간계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을텐데 말이죠

cyrus 2017-01-20 15:32   좋아요 0 | URL
번역가들도 가끔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제일 나쁜 건 독자나 다른 번역가들이 오역을 지적했는데도 이를 수정하지 않는 뻔뻔한 출판사들의 태도입니다.

hskim890 2021-02-0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1판 1쇄 3권 읽는데198쪽 윗문단에서 가스트의 얼굴은 코와 입 따위가 없음에도라고 나옵니다. 근데 가스트 이미지로 볼라고 위키 보니까 입이 나올 부분이 forehead고 따위는 important particular더군요. 이걸 그냥 따위라고 번역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1, 2권도 검색해보니까 아닌 부분도 몇번 봤고요.

hskim890 2021-02-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아식 건축이라고 자주 나오는데 검색하니까 그루지야하곤 무관하게 영국왕 조지 양식인데 왜 조지아로 되는지도 모르겠고 Arcturus를 아루크투루스라고 할 때는 일본어판 중역본인가 의심도 들었고요. 첫판 나올때 사서 이제야 읽을 엄두를 내서 보는 데 도대체 얼마나 왜곡이 있을지 생각하니 진짜 짜증납니다.

hskim890 2021-02-0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ose face is so curiously human despite the absence of a nose, a forehead, and other important particulars

hskim890 2021-02-0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크래프트 원전을 전집으로 읽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안의 크리처에 대한 묘사를 읽고자 하는 것도 있는데 최소한 그 부분만은 신경써서 번역해 주었으면 합니다. 위에 한 문장만 보더라도 번역자가 원문을 얼마나 뭉개서 번역했을까 싶어 불안하네요.

cyrus 2021-02-12 12:01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오역이 많군요. 필로소픽 출판사에서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이 쓴 러브크래프트 평전이 나온다고 해요. 그래서 오랜만에 러브르래프트 전집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hskim890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순탄치 않은 독서가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