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개정판으로 나온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뒤표지에 보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모파상, 러브크래프트, 스토커 등 대작가 10인의 숨은 명작,
국내 최초 공개
‘국내 최초 공개’라는 표현을 누가 썼는지 궁금하다.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처음 소개한 것처럼 뻔뻔스레 쓰다니.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외, 정진영 옮김,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책세상, 2023)
* [구판 절판] 정진영 옮김, 《세계 호러 걸작선 1》 (책세상, 2004)
윌리엄 W. 제이콥스(William W. Jacobs)의 『부적』, 몬터규 로즈 제임스(Montague Rhodes James)의 『부르시면 갈게요』,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오를라』, 이 세 편의 단편소설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편의 단편소설은 2004년에 출간된 구판 《세계 호러 걸작선 1》에 수록되어 국내 최초로 공개된 것은 맞다. 하지만 2004년 이전에 한 번 번역된 사실이 확인되면 내 견해는 틀리게 된다.
* [절판, No Image] 정태원 엮음 《공포특급 5 : 세계 편》 (한뜻, 1996년)
『부적』의 원제는 <The Monkey’s Paw>다. 가장 많이 알려진 소설 제목이 ‘원숭이 손’ 또는 ‘원숭이 발’이다. 말라비틀어진 원숭이 손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부적이다. 『부적』은 1996년에 출간된 《공포특급 5 : 세계 편》에 수록된 적이 있다. 제목은 ‘원숭이 손’이다. 1990년대에 장르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 정태원(1954~2011)이 이 책의 엮은이로 참여했다. 그 이후로 『부적』은 1997년과 1998년에 나온 단편소설 선집에 수록되었다.
모파상은 매독으로 인해 생긴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다가 정신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그를 죽을 때까지 괴롭힌 정신 착란증(섬망증)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을 쓰게 만든 원인일지도 모른다. 『오를라』(The Horla)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두려워한다. 그는 ‘오를라’라는 이름의 괴이한 존재에 필사적으로 저항해보지만 끝내 미쳐버리고 만다. 모파상은 정신이 점점 피폐해지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실감 나게 묘사했다.
* [절판] 기 드 모파상, 한용택 옮김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 (장원, 1996)
1996년에 출간된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에 『오를라』가 수록되었다. 이 책에 총 25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여기에 모파상이 쓴 최초의 단편소설과 죽기 전에 발표된 단편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모파상은 『오를라』를 두 가지 버전으로 썼다. 1886년에 발표된 『오를라』 1판의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환각 증세를 설명한다. 이듬해에 나온 『오를라』 2판은 주인공 자신이 겪은 기이한 체험을 일기에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전개된다.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은 두 가지 버전의 『오를라』가 실린 단편 선집이다.
* 기 드 모파상, 한용택 옮김 《박제된 손: 기 드 모파상의 판타스틱 스토리》 (우물이있는집, 2007)
2007년에 출간된 모파상 단편 선집 《박제된 손》은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의 역자가 번역한 책이라서 어떻게 보면 1996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 할 수 있다. 《박제된 손》도 두 가지 버전의 『오를라』를 만날 수 있는 책이지만,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에 소개된 25편의 작품 모두 수록된 건 아니다. 《박제된 손》에 수록된 모파상의 단편소설은 총 19편이다.
* 몬터규 로즈 제임스, 조호근 옮김 《몬터규 로즈 제임스: 호각을 불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대여 외 32편》 (현대문학, 2014)
* 안길환 옮김 《영국의 괴담》 (명문당, 2000)
몬터규 로즈 제임스의 『부르시면 갈게요』(Oh, Whistle, and I’ll Come to You, My Lad)는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고대에 만들어진 청동 호각(호루라기)을 불면 유령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2000년에 출간된 《영국의 괴담》에 처음 소개되었다. 제목은 <피리를 불면 내가 가지>다. 《영국의 괴담》의 ‘괴담’은 익명의 작가가 만든 도시 괴담이 아니다. 영국 출신 작가들이 쓴 단편 공포소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영국의 괴담》을 펴낸 출판사는 동양 고전을 주로 펴내는 곳이다. 아무래도 한문에 제일 관심이 많은 출판사가 만든 책이라서 그런지 문장에 한문으로 된 단어가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