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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르곤의 머리 ㅣ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 17
거트루드 베이컨 / 올푸리 / 2020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평점
2.5점 ★★☆ B-
메두사(Medus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르곤(Gorgon) 세 자매 중 한 명이다. 세 자매는 멧돼지의 어금니 같은 커다란 이빨과 뱀으로 된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다. 세 자매의 막내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고 한다. 말의 모습으로 변신한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은 아테나(Athena, 지성의 신) 신전 안에서 메두사와 사랑을 나누었다. 이 사실을 안 아테나는 메두사에게 저주를 내려 그녀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었고, 메두사를 직접 본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하게 했다.
거트루드 베이컨(Gertrude Bacon, 1874~1949)이 쓴 《고르곤의 머리》(The Gorgon’s Head)는 잘린 메두사의 머리를 소재로 한 괴담 형식의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 1899년 12월호에 실렸다. <스트랜드 매거진>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의 대표작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가 연재된 월간지다. 베이컨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열기구 조종사(balloonist) 중 한 사람이다. 하늘과 탐험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최초의 영국 여성, 비행선을 탄 최초의 여성, 최초의 수상 비행기 탑승객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화자는 여객선에 탑승한 여성이다. 그녀의 이름은 베이커(Baker)다. 여객선 항해를 지휘하는 브랜더 선장(Captain Brander)은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선원들은 그가 회사 내에서 가장 입담이 좋은 이야기꾼이라고 칭송한다. 베이커는 선장이 30년 전에 겪은 기이한 일을 듣게 된다. 30년 전의 브랜더는 삼등 항해사였다. 그가 탄 여객선은 선장의 실수로 그리스의 자킨토스(Zante, Zacynthus) 섬 근처에 좌초되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선원들은 여객선이 완전히 고칠 때까지 섬에 정박한다.
브랜더는 일등 항해사로부터 이 섬에 마귀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동료 선원인 트래버스(Travers)와 함께 마귀굴에 가보기로 한다. 섬 주민은 두 사람에게 마귀굴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마귀굴에 들어갔다가 살아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기가 넘친 두 사람은 섬 주민의 말을 무시하고, 마귀굴로 향한다. 브랜더는 겁에 질린 상태에서 기암으로 가득한 마귀굴의 통로를 걷다가 무언가를 보고 놀라서 외친 트래버스의 목소리를 듣는다. 브랜더는 트래버스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트래버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그가 서 있었던 자리에 따뜻한 온기가 있는 돌덩이가 있었다.
브랜더가 살아서 마귀굴을 탈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이와 관련된 힌트는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우스(Perseus) 이야기’ 속에 있다. 《고르곤의 머리》가 중편소설 분량으로 만들어졌으면, 공포에 질린 브랜더가 동굴 속에서 고생하는 장면이 좀 더 나왔을텐데. 브랜더는 운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