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전태일의 생일이다. 그는 1948826일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태어났다. 청계천 7가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과 함께 분신한 그의 최후 때문인지 그를 서울 출신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1954년 대구를 떠나 서울로 올라왔으나 극심한 가난 때문에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지금은 폐교되어 사라진 남대문 초등공민학교(후에 남대문초등학교로 변경, 폐교되었음)에 편입하여 처음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생활은 전태일에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한 노동 현장에 투신해야 했다. 1963년 대구의 청옥 고등공민학교(현재 명덕초등학교) 야간반에 잠시 다녔으나 이 또한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전태일이 남긴 메모 중에 존경하시는 대통령 각하로 시작되는 글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내려다 불발에 그친 탄원서다. 그래도 이 메모는 아주 중요하다. 대통령의 장기 독재집권과 인권탄압보다도 경제성장을 공적으로 더 앞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전태일의 메모는 여공과 미성년자들까지 흘린 피땀 위에 이뤄진 한강의 기적을 알 수 있는 생생한 증언이다.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조금도 못 받으며 더구나 2만 여명을 넘는 종업원의 90% 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입니다.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또한 2만 여 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인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 착하디 착하고 깨끗한 동심들을 좀 더 상하기 전에 보호하십시오. 근로기준법에선 동심들의 보호를 성문화하였지만 왜 지키지를 못합니까?

 

 

전태일의 분신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던 평화시장 여공들의 실상을 지식인과 정치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전태일로 그치지 않았다.

 

 

 

 

 

 

 

 

 

 

 

 

 

 

 

 

 

 

1979년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YH무역 김경숙을 거쳐 박노해 시인이 손무덤이라는 시의 소재로 삼을 정도로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으로 시달리던 경동산업 노동자들의 89년 집단분신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택해야만 했다.

 

전태일의 희생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민주화에 기여한 것으로 뒤늦게나마 인정됐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태일 기념관을 세우자는 얘기가 나오면 그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여기서 말하는 그 사람들은 뉴라이트를 의미한다. 뉴라이트는 역사 교과서가 경제성장기의 노동운동을 조명하는 점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전태일의 분신을 박정희 시대의 폐해로 짚지 않는다. 전태일이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비관해서 자살했다고 주장한다. 전태일의 분신에 숭고가 붙고, 역사적 의미를 찾으려는 현재의 평가를 부정하고 나선다.

 

워마드는 전태일을 비하했다. 그들은 전태일의 분신을 모욕적으로 비하한 태일하라는 혐오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참고] 전태일을 모욕한 워마드의 행위는 전태일을 좌빨로 규정하여 무시한 일베의 행위와 다름없다. 1960년대 여공들은 낮은 연령과 여성, 가난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생활환경이 극히 열악했다. 전태일은 불평등한 노동구조 속에서 크게 고통받는 여공들의 모습에 가슴 아파했던 사람이다. 만약 전태일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여성 노동운동에 앞장섰을 것이다. 그의 여동생 전순옥은 오빠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어받아 평화시장 노동자 자녀들을 돌보는 탁아소와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공동체를 운영했다. 전태일은 당연하고 정당한 주장을 알리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말하지 못했고, 누구도 듣지 않았던 근로자들의 절망과 분노를 대변했다. 지금도 노동권은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전태일이 꿈꾸었던 사람이 일할 만한노동현장은 아직 생기지 않았다. 여전히 죽음의 무게마저도 차별하는 땅에서 전태일의 업적을 외면하는 것은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다운 자유를 갈구한 그의 정신을 무시하는 일이다. 전태일 정신을 깎아내리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편하게 물려받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를.

 

 

 

[참고] <넘지 말아야 선을 넘은 그녀들에게 인간의 도리가 있는가?>

(만화애니비평님의 글, 2016823일 작성,

http://blog.aladin.co.kr/775792147/8715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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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26 1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전태일 같은 사람을 조롱할 수가 있니?
도대체 그 근거가 뭐냐?
남녀를 떠나서 저질이다.ㅠ

cyrus 2016-08-27 14:10   좋아요 0 | URL
생각이 없고, 상대방을 비하해서 관심 받고 싶은 관심종자들입니다. 초딩부터 시작해서 어른까지 다양합니다.

루쉰P 2016-08-26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얼마나 주먹을 불끈 쥐었는지 모릅니다 시루스님의 글처럼 그는 여공들을 위해 일어서서 싸웠습니다
배고픈 여공들에게 자기 차비로 떡을 사준 후 걸어오기도 여러번 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저렇게 말하는 자들은 용서할 수가 없네요

cyrus 2016-08-27 14:16   좋아요 0 | URL
학교 역사 수업에 전태일을 가르치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겁니다.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이 전태일을 비중 있게 가르치겠지만, 거의 소수에 불과하죠. 그런데도 뉴라이트는 역사 교과서에 전태일을 빼고 이병철, 정주영을 넣으려고 합니다. 기업인들은 <전태일 평전>을 금서로 취급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 젊은 세대는 전태일이 누군지 모릅니다.

우끼 2016-08-2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태일 ㅠㅠ 아름다운 사람인데요..

cyrus 2016-08-27 14:17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yureka01 2016-08-27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진적일수록 아동과 여성, 노인들이 학대당하다 시피 저임금에 시달리는데,
전태일열사는 어린 여공의 처지와 저임금 장시간의 노동에 울분을 토로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린 여공들을 위해 죽어간 열사를,
˝셀프**˝이라는 표현을 보고 기절하는줄 알았습니다.

결국, 이는 뭔가 서로가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고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왜곡몰이작전에 빠진거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 안중근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정신마져 왜곡시키는 것을 보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은 뭔가에 휘둘리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ㅠ.ㅠ

cyrus 2016-08-27 14:21   좋아요 0 | URL
워마드가 만든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베가 했을 법한 그릇된 행동을 버젓이 하고 있었어요. 몇 년 전부터 일베의 혐오발언, 상대방을 비하하는 행위 등 문제점이 부각되었을 때 제재를 했어야 했습니다. 일베 문제를 방관하는 바람에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ㅠㅠ

yamoo 2016-08-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마드가 뭔가요? 그리고 뉴라이트들이 전태일을 비하하다니...
아, 진짜 짱나는 넘들입니다..게썅 소리가 절로 나는 넘들..

cyrus 2016-08-27 17:40   좋아요 0 | URL
워마드가 메갈리아에서 분리되어 나온 회원들이 조직한 여성우월주의 단체입니다. 남성혐오가 심한 곳입니다.

잠자냥 2016-08-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유... 링크 타고 건너가서 문제의 글 대충 훑어만 봐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네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떠오릅니다. 메갈이니 워마드니(오늘 여기서 처음 알았습니다만) 페미니즘 운동에 찬물 끼얹는 행동 좀 고만했음 좋겠네요.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임을 모르는 사람들(전태일은 공돌이 그러니까 난 달라하는 사람들), 자신이 여자이면서도 메갈이나 워마드에서 저러고 있는 여자들 다 무뇌충들 같습니다.

cyrus 2016-08-29 12:57   좋아요 0 | URL
페미니스트마저 피곤하게 만드는 세력입니다. 워마드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빌려 써서 타자를 비하하고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3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금의 편가르기 사태는 또 하나의 분열책동이 아닌가 의심합니다. 진보-보수-수구, 나이, 계층, 지역, 학벌 등등의 경로에 하나가 더 추구되어 이젠 남-녀로 분열되는 것이죠. 얼마나 좋겠습니까, 90%가 갈라져 싸우는 형국이...진짜 페미니즘이라면, 다른 인권운동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귀한 만큼 남 귀한 줄 알아야죠. 언제부터 페미니즘이 혐오주의로 바뀐 건지 모르겠네요.

극단적인 편가르기는 결국 `편`만 중요하고, 그 사람이나 단체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은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솔직히 김종인 같은 사람이 뭐라고 민주당에 들어와서 실권을 잡고 좌지우지 할 수 있나요? 책사라는 점에서는 필요한 사람이란 생각도 하지만, 사실 이것도 적의 적은 나의 편이라는 논리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무식하면 용감하거니와, 이런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참 힘든 일이네요..

cyrus 2016-08-30 11:26   좋아요 0 | URL
편 가르기가 너무 편해서 문제입니다. 일단 먼저 적과 동지를 구분하면 되거든요. 동지들과 어울려서 동질감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아무 불편함 없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죠. 늘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동지 이외의 타자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합니다. 편 가르기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마저 피해를 주는 양상입니다.
 

 

 

여성혐오 셀프테스트 - 혹시 내 안에도 여혐의 씨앗이? (뉴스타파, 2016년 6월 30일)

http://newstapa.org/misogyny

 

 

※ 이 링크는 ‘친구 공개’ 설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도 됩니다. 악플 청정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알라딘/북플에도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은 회원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일은 페미니즘 관련 도서에 별점 테러를 한다든가 악평 같지 않은 악평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 관련 글에 시비조로 남기는 댓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 꼴 보기 싫어서 전체 공개 설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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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8-17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건강씨앗이라네요..ㅎ

cyrus 2016-08-17 12:08   좋아요 0 | URL
제가 친하게 지내는 서재 이웃님들 모두 건강씨앗일 겁니다. ^^

rhkrdudgns12345 2018-08-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혐 떡잎 입니다 하핫
 

 

 

어제 펼쳐진 여자 펜싱 에페 단체전 8강에서 에스토니아에 한 점 차로 아쉽게 졌다. 우리나라는 초반부터 밀리는 모습이었지만 신아람, 최은숙 선수의 활약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인정 선수가 막판에 점수를 허용하면서 경기는 에스토니아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포털사이트의 올림픽 응원 게시판에 최인정 선수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실점을 쉽게 내준 최 선수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비난했다. 그리고 경기 후 최 선수 혼자 웃는 표정이 카메라에 잡힌 것도 비난의 화근이 됐다.  

 

 

 

 

 

그런데 한 선수에게 향한 비난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 상스러운 언어로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하는 수준이다. ‘년’이 들어간 욕설을 퍼붓는 것은 약과다. 성차별적인 내용의 댓글이 많았다. 남자들은 일 못 하는 여자를 보면 자식 뒷바라지나 하라고 말한다. 여성의 무능력함을 조롱하는 발언이다. 자동차 접촉사고가 일어날 때 여성 운전자는 비하의 대상이 된다. 운전 못 하는 여자를 ‘김여사’로 취급한다. 덩치가 있고, 목소리 큰 남자들은 운전하는 여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한다. “여자가 집구석에 들어가서 밥이나 하지, 무슨 운전이야!”

 

남자들은 스포츠 중계방송을 볼 때 여자 선수들이 화장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성형을 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한다. 만약 패색이 짙은 경기가 나오면 옅은 화장을 한 선수들을 비난한다. “이 중요한 경기에 화장하고 나오다니. 이길 의지가 전혀 없어 보여.”, “화장할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해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오랜 시간동안 화장에 공들인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과하지 않을 정도로 연하게 화장을 하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화장하는 시간은 경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화장한 선수를 경기를 망치는 문제 선수로 매도하는 것은 몰상식한 여성비하다.

 

 

 

 

 

올림픽 기간에 언론들은 외모가 특출한 운동 선수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여성 선수들이 카메라에 잡히면 외모를 칭찬하기 시작한다. 4년 동안 묵묵히 운동만 했던 선수가 한순간에 연예인 외모 뺨치는 특별한 선수로 알려진다. 언론은 이런 선수들의 등장을 고대한다. 그리고 대중은 언론이 연예인급으로 포장한 운동 선수에 열광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시드니 올림픽 공기소총 종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다. 그녀는 ‘초롱이’라는 별명으로 하루아침에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 이후로 언론과 방송은 외모가 뛰어난 여성 선수가 등장하면 ‘미녀’, ‘얼짱’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만약 최인정 선수가 8강전 승리의 주역이 되었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극적인 승리에 흥분한 아나운서의 입에 “새로운 미녀 검객이 나타났다!”라는 멘트가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미녀 검객’은 성차별 단어이다. 베이징 올림픽에 은메달을 목에 걸어 주목받은 남현희 선수도 한때 ‘미녀 검객’이라는 별명이 따라왔다. 언론은 운동 선수 별명 짓기에 재미 들렸나 보다. 이제는 남현희 선수를 ‘엄마 검객’으로 소개했다. 여성을 육아와 모성애와 관련된 성(性)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스포츠 경기 중계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중계방송을 보면서 운동장에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응원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하지만 인터넷 생중계도 문제점이 많다. 선수들에게 악의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기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생긴 분노를 표출한다. 더 심각한 것은 표출 대상이 여성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여성 선수들을 비하하는 악성 댓글이 필터링 없이 노출되고 있다. 댓글을 다는 사람이나 그걸 보는 사람들은 여성혐오, 성차별 발언의 심각성을 모른다. 특히 인터넷 중계를 시청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여성혐오, 성차별 발언을 정당한 비판이라고 착각한다. 내가 그들의 발언을 대놓고 비판하면? ‘메갈충’이라고 욕먹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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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2 19:4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2016-08-12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2 19:50   좋아요 0 | URL
저도 대화를 나누다보면 성차별적 발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려주지 못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워요.

낭자 2016-08-12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가 지나친 여성비하˝가 있다면 ˝적절한 수준의 여성비하˝도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제목이네요.

cyrus 2016-08-12 19:59   좋아요 0 | URL
`적절한 수준의 여성비하`가 있겠습니까? `적절한 김대기`라는 말은 있습니다만...

stella.K 2016-08-1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치 않아도 강초현 드라마에 예전 경기장면이 잠깐 나왔는데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더군. 정말 풋풋했는데 귀엽기도 하고.

그런데 이 나라가 어쩔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평소 땐 관심도 없다가 올림픽에 나간 게 죄냐?
저런 말까지 듣게?
저런 손모가지들은 재봉틀로 드르르 박아줘야 하는데...ㅉ

cyrus 2016-08-12 20:04   좋아요 0 | URL
강초현이 조성모랑 의자매 맺었던 것 기억나요. 그것도 큰 화제였죠. 2000년은 조성모의 해였으니까요. 근황을 알아보니까 결혼했더군요.

도쿄 올림픽 때 최인정 선수가 금메달 따면 욕하던 사람들 태세전환하면서 칭찬했을 거예요. 인터넷 스포츠 생중계 채팅창도 진짜 성희롱, 지역비하, 여혐발언 많이 나옵니다.

yureka01 2016-08-1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디디어 영상시대대라서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앞으로도 심해질듯....

cyrus 2016-08-13 07:48   좋아요 1 | URL
네. 외모차별 비하 표현이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일베의 용어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이상으로 매우 직접적이고 공격적이다. 일베 회원들은 보수적 정치성향을 유머로 표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그들의 발언은 이성과 지성에 대한 혐오와 맞닿는다. 일베 자신들 스스로 병신이라고 부른다. 일베는 그들만의 용어를 만들어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조롱한다.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로 지칭하며 심한 욕설과 성적 폭력이 포함된 게시물들을 소비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표현하며, 호남인들은 홍어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운지라는 표현으로 조롱하고 있다. 일베 용어는 재미로 웃고 넘기기엔 극단적 폭력성과 특정 지역과 진영에 대한 비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프로그램 개발자 이준행 씨가 일베 게시물을 분석한 사이트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일베 내 추천 수가 높은 게시물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욕설이 포함된 게시물이 5천 개 넘었다. 그 밖에도 많이 나온 키워드가 여자(4,321), 노무현(2,339), 종북(1,633), 광주 (1,622),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단어·1,564), 민주화(1,204), 섹스(616) 등이 있었다. [1]

 

문제는 이러한 용어들이 일상생활에 침투했다는 점이다. 일베를 접속하는 이들에게는 일정한 내성이 생긴다. 노골적인 지역감정 조장 발언,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하는 폭력 등을 용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우려가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히 그 말을 직접 듣는 특정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혐오의 대상이 된 속성을 가진 집단 전체에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이렇듯 혐오 표현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폭력 행동, 즉 혐오 범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알라딘 서재도 혐오 발언의 위험성에 쉽게 노출된 곳이다. 일베 회원들은 이곳에서도 자신들의 색채를 여실히 드러낸다. 알라딘 회원이 아니거나 회원 계정 로그인을 하지 않은 사람도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 그래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단원고 학생들을 주제로 한 글에 일베 용어를 사용하면서 조롱하는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비회원계정으로 댓글을 남겼기 때문에 그들이 누군지 알기란 불가능하다. 혐오 발언 댓글을 피하려면 댓글 작성자 권한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면 알라딘 회원이 아닌 사람은 댓글을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안심하기에 이르다. 알라딘 회원 계정으로 혐오 발언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알라딘에 서재명과 서재를 운영하는 회원 닉네임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서재 활동을 하지 않지만, 일베 용어를 서재명과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회원들이 있다. 과연 이들은 일베 회원일까, 아니면 일베 용어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사용한 것일까?

 

 

* 슨상 : 16

* 노알라 : 12

* 응딩, 응딩이 : 7

* 노운지 : 4

* 야기분좋다 : 4

* 노무노무 : 3

* 노시개, 노시계 : 3

* 놈현 : 3

* 김치남 : 3

* 보슬아치 : 2

* 핵펭귄 : 1

* 홍어친구코알라 : 1

* 홍어민주화운동 : 1

* 전라디언 : 1

* MC무현 : 1

* 전땅크각하 : 1

* 빨통녀 : 1

 

 

혐오 발언 규제에 찬성하는 찰스 로렌스는 혐오 발언을 언어에 의한 뺨치기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무방비 상태에 언어 뺨치기에 당하기 쉽다. 예전에 나도 당한 적이 있다. 지역 차별의 심각성을 주제로 한 글에 어떤 사람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댓글을 남겼고, 작년에는 세상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을 비하하는 댓글도 봤다. 두 개의 댓글 모두 비회원 계정으로 작성된 것이다. 일베는 자신의 성향과 다른 세력과의 대립을 유도하여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내면화하고 세를 확장한다. 그들의 어이없는 발언에 반박하거나 욕지거리를 퍼부어도 소용이 없다. 게릴라성 테러를 연상시키는 언어 뺨치기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특히 정체를 숨기는 비회원은 막을 방법이 없다. 인간적인 예의가 눈곱만큼 없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는 수밖에.

    

 

 

[1] <‘일베분석한 일베리포트 등장언어폭력 위험수위”> 매일경제, 20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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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5 18:33   좋아요 0 | URL
반대 세력에 향한 반감을 부추길 수 있다면 일베를 동원하는 일은 어렵지만 않을 겁니다. 언젠가는 일베도 일당 받으면서 집회 시위를 한 어버이연합처럼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감은빛 2016-08-0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선 아직 댓글테러를 당한 적이 없지만, 예전에 쓰던 블로그에선 개발반대 관련 글에 자주 욕설이 난무하곤 했죠. 그런 댓글이 달리면 전투력이 막 올라가죠. ㅎㅎ

cyrus 2016-08-06 20:09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정말 악플 청정지역이죠. 네이버, 페이스북은 전쟁터입니다. ㅎㅎㅎ

페이스북 한참 빠졌을 때 논쟁하는 것을 지켜만 봐도 지쳤습니다. ^^;;
 
복지의 배신
송제숙 지음, 추선영 옮김 / 이후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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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사랑하는 이웃님, 제 블로그에 우연히 들어오신 분들, 멀리 계신 재외교포 여러분. 추억의 가요 두 곡 듣고 가셔요.

 

 

 

 

 

               

 

* 한스밴드 - 오락실 (1998년)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 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아빠

 

장난이 아닌 걸 또 최고기록을 깼어
처음이란 아빠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용돈을 주셨어 단 조건이 붙었어
엄마에게 말하지 말랬어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 시험성적 아신 건 아닐까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데
혀끝을 쯧쯧 내차시는 엄마와
내 눈치를 살피는 우리아빠

 

늦은 밤중에 아빠의 한숨소리
옆엔 신나게 코골며 잠꼬대 하는 엄마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일도 회사에 가기 싫으실까

 

(생략)

 

 

※ 요즘 아이들은 이 노래가 수지가 부른 CM송(비타500 광고)으로 알고 있더라...

 

 

 


                

 

 

* god - 어머님께 (1998년)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끓여먹었던 라면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한스밴드는 발랄한 10대의 성격을 그대로 투영한 노래들을 발표하며 인기를 얻은 밴드 그룹이다. 한스밴드의 첫 앨범에 수록된 노래 ‘오락실’은 IMF로 인해 실직한 ‘고개 숙인 아빠’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내 기성세대들로부터도 인기를 얻기도 했다. 1999년을 앞두고 있는 무렵, god가 첫 앨범 ‘어머님께’를 들고 혜성처럼 등장했다. IMF 시절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어머님께’는 생활고에 시달렸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 미안함을 노랫말로 표현했다.

 

IMF 경제위기는 6.25 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었다. IMF 한파로 인해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와 노숙자들은 정부를 저주의 눈으로 바라봤다. 직장과 삶의 의욕마저 잃은 노숙자들은 서울역과 시내 각 지하철역으로 몰려들었다. 김대중 정부와 사회 및 종교단체들이 실업자들에게 최소한의 급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노숙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서울역은 노숙자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대합실 입구 한쪽을 아예 ‘노숙자 쉼터’로 지정했다. 김대중 정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과 노숙자, 노인에 대한 생계지원 등 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복지서비스 제공의 틀을 수요자 중심으로 정립했다. 정부는 앞장서서 ‘21세기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건설’이란 기치를 걸고 각 부문별 ‘신지식인’을 선정했다. ‘신지식인론’을 등에 업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벤처창업이 그 시대의 으뜸가는 교양교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송제숙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우리가 다시 떠오르고 싶지 않은 그 시절의 한국사회를 재조명한다. 그리고 지금도 뜨거운 ‘복지’라는 이슈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와 민생 안정을 극복하기 위해 최저 생계 기준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으로 ‘복지국가’가 성립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송 교수는 이를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라고 규정한다. 정부는 모든 국민의 생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부가 내세운 복지는 노동인구의 수를 늘려 양질의 노동력을 충당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즉 복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으로 분류했다. 전자는 얼마든지 취업이 가능한 노숙자와 청년 실업자들이며, 후자는 실업 여성에 속했다. 여성 실업자 혹은 여성 노숙인은 복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정부가 규정한 조건에 충족하는 국민이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같은 해에 나온 한스밴드와 god의 노래 속에 신자유주의 사회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한스밴드의 ‘오락실’ 속 아버지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잔뜩 듣는 무능한 가장이지만, 복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실업자다. 반면 아내(또는 어머니)는 삶의 의욕을 잃은 가장들의 심정을 알지 못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은 취업 기회가 극히 제한되었고, 실업자로 전락한 여성 근로자는 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다. 재취업이 어려운 여성 근로자는 집안일을 맡았다. 정부는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 경제위기 이후로 급격히 증가한 ‘가족해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나긴 경제 불황은 복지 혜택을 적게 받은 여성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했고, 가장 없이 간신히 집안일과 육아를 홀로 책임지는 어머니는 복지 사각지대 속에 살아야 했다. 우리 사회가 ‘어머님께’를 들으면서 흘린 눈물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이라기보다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여성의 모성애에 감동한 것이다. 가난 때문에 배고픈 아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을 양보한 어머니의 모습은 숭고한 모성애로 포장되었다.

 

송 교수의 책은 원래 영어로 된 저작물이다. 학술논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딱딱한 문체가 완독을 어렵게 만드는 단점이다. 그러면 저자의 주장이 간략하게 정리된 책의 ‘여는 글’을 참고하면 된다. 이제 복지를 좌파들의 전유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민심을 얻으려는  우파들은 좌클릭을 해서라도 복지 정책 도입을 표방한다. 우파와 복지의 기묘한 만남은 이미 IMF 시절부터 이루어졌다. 좌파 정치인들은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의 통치자가 되었고, 그러면서 신자유주의의 영향력이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침투되었다. 집권 정부의 이념에 상관없이 우리나라는 완벽하지 않은 복지국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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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2 10:16   좋아요 1 | URL
과거에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희망의 의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의지마저 상실되어 무기력해지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린다 2016-08-0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으로서 안타까운 일들이네요..

cyrus 2016-08-02 10:18   좋아요 0 | URL
네. 여성들이 복지 혜택, 취업 기회가 부족했는데도 여성들은 이미 사회적 보장을 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행복하자 2016-08-0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스밴드의 노래를 모르고 수지의 비타500을 알고 있는 저는 요즘 세대?ㅎㅎ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 극단적인 표현을 피하고- 노래중 하나가 지오디의 어머님께 에요 ㅠㅠ

cyrus 2016-08-02 10:20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세대에 끼고 싶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8-03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기력함이 가장 큰 문제같습니다. 조장된 가짜 희망은 나쁘지만, 뭔가 의욕이 있다는 건 중요한데 말이죠.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내년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전 `선생님 사랑해요`가 더 좋았더라능...ㅎㅎㅎㅎ GOD의 경우엔 표절논란이 있어서 좀..글구 사실 가자 듣고 있으면 눈가가 촉촉해지기 때문에 open된 장소에선 듣지 않습니다.

cyrus 2016-08-04 10:37   좋아요 0 | URL
`선생님 사랑해요`가 한스밴드의 대표곡이죠. 정말 아쉬운 그룹이에요. 학생 때 가수로 데뷔한 것이 독이었어요. 소속사가 노예처럼 굴리는 바람에 롱런하지 못하고 너무 빨리 묻히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