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안 먹는 게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다. 별난 음식 재료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개미다. 특히 불개미가 중국에서는 정력제로 알려져 있다. MBN <천기누설>에서 건조 상태의 불개미가 정력제로 소개된 적이 있다.[1] 하지만 불개미가 성욕 증진에 효과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오랜 옛날부터 중국인들은 개미를 정력 강장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여겼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연걸 주연의 영화 <영웅>(1995년 작)에 불개미탕이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연걸의 부인은 불치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픈 엄마를 위해 아들(얘도 아버지를 닮아서 무술 실력이 뛰어나다)이 불개미탕을 만들어주는 장면이었다. 아주 잠깐 지나갔지만, 탕이 담긴 그릇에 죽은 불개미 떼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지극 정성으로 간호했지만 끝내 그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의 병세가 심각해서 회복이 불가능한 것도 있었지만, 불개미에 들어있는 산성 성분의 물질이 그녀의 죽음을 이르게 한 원인일 수도 있다. 불개미의 산성 물질은 위나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는 해롭기 때문이다.
* 최재천 《개미제국의 발견》 (사이언스북스, 1999)
* 로랑 켈러, 엘리자베스 고르동 《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 (작은책방, 2009)
*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베르트 휠도블러 《개미세계여행》 (범양사, 2015)
몇 주 전 붉은 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2]의 등장에 사람들이 한동안 불안에 떨었다. 지금은 소강 국면에 들어섰지만, 여왕개미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가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최재천 교수를 비롯한 개미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섣부른 추정’이라고 비판했다. 여왕개미는 하루 천 개 이상의 알을 낳으며 환경 적응력이 높은 여왕개미는 수명이 비교적 길다. 일반적으로 여왕개미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다.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어디선가 숨어서 새로운 일개미들로 구성된 군락(colony)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붉은 불개미가 도시에 살게 되면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도 난다. 미국은 불개미를 ‘테러리스트’로 비유한다. 불개미가 전자제품 단전 또는 화재를 일으킨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개미는 가장 대표적인 초개체(super-individual) 생물이다. 개미 떼는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집단이다. 자기가 맡은 역할이 있는 일개미들은 집단 전체의 생존을 위해(좀 더 정확히 말하면 번식 능력이 있는 여왕개미를 보호하기 위해) 이타적으로 자기 몸을 던져 희생한다.

개미 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동’이라는 전략을 선택한다. 불개미 떼는 홍수를 만나면 서로 다리와 입을 무는 방식으로 거대한 뗏목을 만든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동남부 지역에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불개미 뗏목’이 발견되기도 했다.[3]
사실 붉은 불개미보다 더 무서운 녀석이 있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군대개미다. 《개미제국의 발견》, 《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에 군대개미의 위력을 설명한 내용이 나온다. 군대개미는 붉은 불개미보다 호전적이며 일반 개미보다 크고 튼튼한 턱을 가지고 있다. 군대개미가 좋아하는 먹이는 바퀴벌레다. 심지어 군대개미 떼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전갈도 공격한다. 군대개미는 유목민처럼 이곳저곳 이동하면서 생활한다. 그래서 개미집을 만들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전술도 사용할 줄 안다. 종대로 진군하는 군대개미 떼는 일사불란하게 부채꼴 형태로 진군하여 먹잇감을 공격한다. 군대개미 떼가 마을 근처에 오면 주민들은 집 주변에 석유를 뿌리고 난 뒤 서둘러 임시 피난처로 이동한다. 군대개미 떼의 이동을 피할 때 반려동물, 가축도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한다. 줄에 묶여서 이동할 수 없는 동물도 군대개미 떼의 습격을 받으면 뼈를 못 추린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열린책들, 200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제3인류》 (열린책들, 2013~2016)
군대개미의 호전성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는 적절한 소재가 된다. 영화에서 군대개미는 무차별로 사람을 공격하는 ‘식인 개미’로 등장한다. 영화 <인다아나 존스 :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에 나오는 군대개미 떼는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개미의 느린 걸음속도를 생각하면 영화 속 군대개미의 모습은 과장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시리즈와 《제3인류》에 나오는 ‘마냥개미’는 군대개미의 또 다른 명칭이다. 그런데 소설에 나오는 마냥개미는 산성 물질도 사용할 줄 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의 정체는 ‘붉은 군대 불개미’인가?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민음사, 2000)
*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 편》 (황금가지, 2003)
* 이탈로 칼비노 《힘겨운 사랑》 (민음사, 2016)
그밖에도 군대개미가 등장하는 소설은 칼 스티븐슨의 단편소설 『라이닝겐 대 개미 떼』(《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 편》 수록), 이탈로 칼비노의 단편소설 『아르헨티나 개미』(《힘겨운 사랑》 수록) 그리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다. 칼 스티븐슨의 단편소설은 찰턴 해스턴 주연의 영화 <벌거벗은 정글(The Naked Jungle, 1954년 작)>의 원작이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군대개미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다가오고 있는 군대개미 떼를 발견하면 최대한 멀리 달아나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군대개미의 걸음속도는 빠르지 않다. 군대개미는 좀비가 아니다. 동물이나 인간에게 달려들어 공격하지 않는다. 군대개미는 포식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먹잇감이 있을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이동한다.
[1] [‘천기누설’ 불개미가 최고의 정력제라고?] (매일경제, 2012년 8월 16일)
[2] 최재천 교수는 언론이 보도하면서 사용한 ‘붉은 불개미’라는 명칭이 와전됐으며 분류상 정확한 명칭이 ‘붉은 열다미개미’라고 했다.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붉은 불개미’… “‘살인 개미’는 과장… 최대 골칫덩이”] 국민일보, 2017년 10월 9일)
[3] [美불개미떼의 하비 생존전략은 '뗏목'같은 부유체 만들기] (연합뉴스, 2017년 8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