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토요일은 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출판사에서 주최한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기수제 형식으로 올해 처음으로 1기 독서모임 활동이 시작되는데 바로 그 날이
1기 독서모임 활동의 포문을 활짝 여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무엇보다도 이 날을 역사적인 순간이마냥 말하고 있는 것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모임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스물 몇 자리 인생을 나는 그저 책만 읽었고 살아왔었다.
지금도 알라딘 서재 블로그를 통해 적지 않은 알라디너분들과 소통하고 있는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마당에 ' 책 ' 을 통해서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생전 모르는 사람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은 뒤에 느꼈던 감상은 글로만 썼을뿐,
사람들 앞에서 그 감상을 ' 말 ' 로 표현하는건 처음이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나의 감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의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눈 앞에서 실제로 접할 수 있다는 자체가
무엇보다도 더 기대가 된다.
이번 달부터 총 5개월동안 두 번 정도 서울을 왕래하게 되었다.
서울로 가서 당일치기로 대구로 돌아와아하는, 은근히 교통비가 많이 나가지만 , , , ^^;;
사실 한달 전에 독서모임 OT가 있어서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같은 독서모임조로
편성되어 이제부터 계속 만나게 될 분이 나에게 이런 조언을 했던 기억이 남는다.
젋을 때 여행을 많이 하라고 , , ,
비록 단순하기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 우물 안 개구리 ' 가 되어 청춘을 평범하게 보내고 있는 나에게는 인상 깊은 말이었다.
비록 지금은 멋진 곳으로 여행을 하기 위한 계획도, 재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백지 상태이지만
지금의 활동 역시 나의 정신적인 성장을 위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기고 싶다.
그런데 여행을 가는데도 책이 빠지면 무언가 허전하다.
나는 항상 집을 떠나 먼 곳에 가는 일이 생기면 가방 안에 꼭 책 한 권을 챙긴다.
버스를 타든, 기차를 타든 가져온 책을 꼭 읽었다.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그 때도 책을 읽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여행에 가면 ' 여행 ' 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을 고른 거 같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휴가 시즌만 되면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항상 챙겨서 읽었다고 하던데
여행길에 오르게 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을 꼭 고르기 마련이다.
여름에 시원한 해운대로 가는데 데카르트의 어려운 책을 챙기고 그것을
모래사장 한가운대에서 읽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행 가는데 꼭 재미난 소설을 읽어야한다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해운대에 갈 때 데카르트의 책을 읽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 , , ^^;;
그리고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소수의 몇 몇 이들도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달 독서모임 OT 참석차 새마을호를 타게 되었는데
그 때도 가방 안에는 기차 안에서 읽을 책 한 권이 들어있었다.
새마을호에 타는 손님들 중에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중에 잡지를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거기서 딱 4명은 참 좋은 책을 읽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세 사람의 독서 취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어느 여성 한 분이 창문이 있는 자리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건 분명해 보이며 혼자였다.
이 분이 향하는 목적지는 과연 어디이며 왜 하필 소설 중에
좀 암울하고 어두운 배경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내가 탔던 기차는 소설 속 배경인 무진으로 향하지는 않을텐데 . . . ^^;;
아마도 단순히 인지도가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서 읽고 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장르가 소설이니까 여행을 갈 때나 어디를 가든 읽어도 무난한 책이다.
내 기억에는 여느 중년 아저씨처럼 평범한 캐주얼 복장을 입은 4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 세스 고딘의 책을 읽고 있었으며 또 다른 남자분은
작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오리진이 되라>를 읽고 있었다.
<오리진이 되라>를 읽은 사람의 직업과 독서 성향을 추측하기 어려웠지만
세스 고딘의 책을 읽는 사람은 회사를 다니는 임원으로 추측이 된다.
매년 SERI에서 CEO를 위한 추천도서를 보게 되면 경영뿐만 아니라
역사. 사회, 경제 분야도 소개되곤 하는데 이제는 휴가기간이나 여행 가는데
이런 책 읽는 사람을 보면 어색하지가 않게 느껴진다.
음 , , , 이거는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_-;;
아쉽게도 이 책을 읽는 이가 내가 앉아 있는 곳 앞에 있어서 성별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런 책을 읽는 손님을 기차 안에서 정말로 보게 될 줄이야 , , , ^^;;
저 책을 읽는 손님을 처음 보게 되자마자 느낀 왠지 모를 낯설감이란 , , ,
이 책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인데
책 제목과 내용만 봐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나름 교양이 있고 지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 , , !
글 쓰다보니 그 때 내가 읽었던 책을 소개하는거 깜빡할뻔했다.
생각해보니 <생각의 지도>를 읽고 있는 사람보다 더 생뚱 맞은 책을 고른거 같다.
그 때 새마을호에서 읽었던 책은 , , ,
왜 하필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골랐는지 나 역시 이해가 안 가기만 하다. ^^;;
이 책을 읽는 젋은이를 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보수적인 성향의 할아버지들에게는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봤을지도 . . .
하지만 그 때는 잠이 안 올 정도로 주의 깊게 읽었다.
동대구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책 덕분에 시간은 잘 갔다. ㅎㅎ;;
어쩌면 나는 여행 가는데 읽어야 할 책을 고르는데 센스 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고른 책들에 대해서 지금까지 괜히 가져왔다는 후회감을 든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주 토요일에 서울로 갈 때는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고민중이다.
요새 안 그래도 책의 활자가 눈에 안 들어와서 고르는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 ,
이번 주 토요일 서울 갈 때 읽어볼만한 책 좀 추천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