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Queen)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에 대한 국내 반응이 식을 줄 모른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유명 가수의 삶을 재조명하는 구태의연한 영화일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전기 영화가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음악 모두에 초점을 맞춘 풍성한 영화였다.
* 『보헤미안 랩소디 O.S.T』 (Universal)
퀸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면 둘 중 하나다. 외국 공연장을 직접 찾는 엄청난 행운을 누렸거나, 텔레비전 또는 유튜브 화면 속 머큐리를 보며 소박한 행복을 느꼈다거나. 나도 그렇고, 대다수가 후자에 속한다. 이런 아쉬움을 <보헤미안 랩소디>가 어느 정도 달래줄 수 있다. 눈보다는 귀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연은 열창하는 라미 말렉(Rami Malek)이 아니라 영화에 울려 퍼지는 퀸의 명곡들이다.
* 정유석 《Queen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 (북피엔스, 2018)
* 미야시타 기쿠로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 (재승출판, 2018)
영화를 보기 전에 ‘퀸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한 《Queen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 (북피엔스)를 읽으면 좋다. 퀸 1집부터 머큐리의 유작 앨범까지 소개하고 전곡을 해설했다. 그뿐만 아니라 퀸의 이름으로 발표한 라이브 앨범,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상 등에 대한 설명도 있다. 책 속에는 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 코드가 있다.
퀸의 전성기 시절은 공교롭게도 금지곡 시비가 많았던 군사정권 시기와 겹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1989년까지 금지곡이었다. “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어머니, 난 사람을 죽였어요. 그 사람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등 직접적으로 살인을 묘사하는 노랫말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다. 1985년 퀸은 영국 웸블리 스타티움에서 펼쳐진 역사적인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에 등장하여 20여분동안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그해에 MBC에서 이 공연 영상 일부를 녹화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르는 장면이 통째로 편집되었다. 퀸의 대표곡이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1984년 내한 공연이 무산되기도 했다.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 (재승출판)라는 책에 퀸을 언급한 내용이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본인인데, 퀸은 일본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영국의 록밴드 퀸의 노래 중에는 후렴 부분이 일본어로 된 ‘손을 맞잡고(Let Us Cling Together)’라는 노래가 있다. (108쪽)
우리나라에 금지된 퀸의 노래가 ‘보헤미안 랩소디’만 있는 게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엔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퀸의 노래를 국내에 유통하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다. ‘손을 맞잡고’는 1976년에 발매된 퀸의 정규 5집 『A Day at the Races』 마지막에 수록된 곡이다.
* 『A Day At The Races』 (2011 Remastered, Island)
브라이언 메이(Brian May)가 만든 곡으로, 일본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 감동하여 만든 곡이다. 이 곡은 5집의 첫 곡 ‘Tie Your Mother Down’의 전주와 이어지면서 끝난다. 그런데 5집 음반이 우리나라에 발매되었을 때 음반에 수록된 첫 곡과 마지막 곡은 삭제되었다. ‘손을 맞잡고’ 노랫말에 일본어가 있어서 왜색 노래로 분류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이 노래와 연결된 ‘Tie Your Mother Down’도 삭제되어야 했다. 사실 ‘Tie Your Mother Down’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순간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금지곡이 될 운명이었다. ‘Tie Your Mother Down’에 자신과 함께 밤새도록 놀려면 어머니는 묶어버리고, 아버지는 집에 가둬버리라는(…) 노랫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노랫말을 건전하게(?) 풀이하자면, 부모의 간섭을 무시하고 실컷 놀자는 의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랫말 중에 친구의 부모를 모욕하는 패륜 드립(Your mammy and your daddy gonna Plague me till I die: 네 부모는 내가 죽을 때까지 페스트에 걸릴 거야)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