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몇년전 처음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간 어디에서 무슨 강연이 열리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왔고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가, 아 사람들은 끊임없이 관심가는 주제에 대해 강연을 들으러 다녔구나 처음 실감했다. 그렇게 이름있는 여성학 저자들의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큰 가르침이 되었다. 내가 혼자 책을 읽어서 알게 되는 것, 깨닫게 되는 것과 강연을 듣는 것은 달랐다.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훨씬 큰 효과를 가져왔다. 내가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더 넓고 더 깊은 세계로 나를 더 빠르게 데리고 갔다. 나보다 오래 공부를 해오고 또 나보다 깊이 공부를 해온 분들이 앞에서 설명을 해주면, 그걸 들으면서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아 사고의 확장이란 이런 것이구나 짜릿한 기쁨이 찾아왔다. 수업을 듣고 나올 때면 흥분이 온몸을 감쌌다. 이런 기쁨, 이런 순수한 앎에 대한 기쁨이 정말 행복했다. 수업을 듣기 전의 나와 수업을 들은 후의 나는 달랐다. 그렇게 강연을 들으면서 만나게 된 친구들도 있었다. 그게 너무 좋아서 나는 정말이지 열심히도 들으러 다녔다. 여섯시간의 내리 강연을 듣기 위해 토요일 하루를 몽땅 쓰기도 했고, 어떤 날은 강연을 듣기 위해 케이티엑스를 타고 창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두어달은 회사가 끝나면 퇴근길 만원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에 가 작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고 그렇게 나는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면서 많은 여성학 저자들을 만났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열심히 들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목말랐다. 혼자 책 읽는 것보다 이런 강연을 듣는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렇다면 이런 교양에 그치는게 아니라 전공으로 수업을 듣는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얼마만큼의 가르침을 받고 얼마만큼의 사고가 열린 사람이 될까 하는 생각을 수차례 해보게 되었다. 대학원 등록금은 얼마나 하지? 대학원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면서 이렇게는 못하겠다 쉽게 포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유독 좋아한 선생님이 있다. 그 분의 책으로 여성학을 처음 접하고 그리고 그분의 강연이라면 무조건 들으면서, 역시 여성학 강연은 뭐니뭐니해도 이 분이 최고다! 하고 동경의 눈으로 그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내가 읽는 책이 더 많아지고, 세상에 존재하는 페미사이드를 내 눈으로 목격하고, 현실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선생님과 어느 순간 결이 달라져버린걸 깨달았다. 좋아하고 동경해서 마구 좇아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아 이제는 갈라서야 할 것 같아요, 하고 나는 다른 길로 가버렸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거다. 그렇다고 그 분을 좋아하는 마음을 접었다거나 그 분이 대단하지 않게 느껴졌다거나 하는 건 결코 아니다. 나는 여전히 다른 많은 여성들이(그리고 남성들도)그분의 강연을 듣고 사고가 확장되는 걸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기회가 꼭 한번 이상씩은 찾아오길 바란다. 앞으로도 그 분의 책이라면 닥치고 읽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는 나랑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세대차이일 수도 있고 살아온 환경의 탓일수도 있고 성격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온전히 같아질 수 없으니까. 같아지길 바라지도 않으니까.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리에서 그리고 나는 나의 자리에서 각자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가르침과 배움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어는 수줍은 학생이었다. 대학에 입학해 성추행을 당하고 이 일의 부당함에 대해 알리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바로 그 때 대학에 너무나 유명한 페미니스트 페이스 프랭크가 강의를 온다. 강의를 들으면서 흥분하고 또 질문과 답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어는 이제 페이스 프랭크를 존경하게 되고 그분처럼 다른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분이 만드는 잡지, 그분이 운영하는 재단에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드디어 꿈이 이루어진 그리어는 열심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채식주의자지만 페이스 프랭크에게는 입도 뻥긋 않고 페이스 프랭크가 구워주는 스테이크를 억지로 씹고 삼키려고 한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로 믿었다. 


코리는 그리어의 학창시절 부터 이어진 남자친구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부유한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던 그때,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한 일이 닥쳐온다. 코리는 자신이 하던 일을 접고 이제 살아가는 의미와 의욕을 잃은 엄마 곁에 돌아와 엄마를 돌보고 집안일을 챙긴다. 엄마가 자리에 눕기 전에 해왔던 이웃집 청소일도 제가 한다. 그동안 한 번도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해본 적이 없다가 이십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 이런 일들을 내가 전혀 모르는 채로 살았구나, 하면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늘 엄마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연애도 삐끗한다.



그리어의 친구 '지'는 어릴 때부터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언제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 여러가지 직업을 옮겨가면서 드디어 바로 이것이다 하는 일을 찾게 되었고 거기서부터 보람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믿었던 여성들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해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그녀와 함께 일을 하는 것도 여성이다.


이 책, 《여성의 설득》의 주요인물들은 이십대 초반이다. 막 대학생이 된 친구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는 이십대 중반을 지나고 이십대 후반으로 들어서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릴 때부터 알아온 친구도 있고 또 살면서 깨닫게 된 친구들도 있지만, 그러나 그들 모두 아직, 여전히 이십대다. 나는 어릴때부터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어린 아이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는 수없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고, 피아노를 배웠을 때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내가 보는 직업이라고는 교사가 전부여서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동시통역사가 너무 근사해서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이영애의 마몽드 화장품 광고를 보고는 뭔진 몰라도 이십대 후반쯤이면 엄청난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거라고 막연히 상상해보기도 했다. 호텔리어도 내가 생각했던 일 중에 하나였다. 호텔에서 일하다니 멋지지 않니? 교수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누가 교수님 교수님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그렇지만 그런 모든 것들은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로망 같은 것이었고, 내가 진심으로 계속 말해왔던 것, 그러니까 누가 물어도 변함없이 한결같이 오래 대답해왔던 것 한가지는 어느 순간부터 '글 써서 타임지 표지모델 되는 것' 이었다. 타임지 표지모델이 되어보진 못했지만 글은 쓰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물론 버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다른 무엇을 해야할까에 대해 생각하며 산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을 꾼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찾아가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이들을 보는게 부러웠다. 이렇게나 젊은데 맞는 걸 찾아가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들의 삶은 얼마나 충만할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시행착오는 서른이 되어도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겪는 것들이다. 배신을 겪었고 죄책감도 겪었다. 존경하던 선생님의 모습에서 어느 순간 '그건 아니지 않나'를 느끼고 뒤돌아서게도 되었고, '내가 그 때 그러는 건 아니었는데'를 되돌아볼 수도 있게 되었다. 부모님은 늘 한결 같았지만 예전에는 나를 방치하던 모습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그게 부모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구나, 라고 다른 눈으로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취해 나름의 삶을 소중하게  꾸려오는 사람을 이룬 것 없다 무시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아 내가 잘못했구나를 깨닫게 되는 그 과정들은 모두 성장일 터였다. 그리어도, 코리도 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고 있다. 



그리어가, 코리가, 지가 겪었던 일들이 그리고 페이스 프랭크가 경험했던 일들과 그 일들 사이의 감정들이-죄책감, 연대, 사랑, 기쁨, 흥분- 다 내것과 같았다. 나 역시 누군가를 동경하다가 이제는 아닌 것 같다고 뒤돌아서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내 길은 이것인것 같아 라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무엇보다 같은 상황을 다른 눈으로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장의 증거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살아온 삶이, 내가 살면서 경험했던 감정들이 다 여기있다. 나 역시도 살면서 기쁨과 흥분을 느끼고 연대하면서 울기도 하고 사랑을 하기도 하고 삶의 축이 그리움에 지배당하고 있기도 하지만, 틈틈이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미움을 겪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고통스러워 한다. 이십대에 겪는 감정들은 이십대 고유의 것이기도 하지만, 더 나이 먹으면 또 그 나이대 고유의 고통이란 것이 찾아든다. 후회와 죄책감 자책 모두 서른이 되어서도 마흔이 되어서도 찾아드는 것들이다. 여전히 배울 것은 많고 그리고 또 여전히, 내가 그걸 잘못했구나,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를 가지고 살아간다. 



책장을 넘길수록, 뒤로 갈수록 더 좋은 책이다. 그들의 성장이 눈에 보여서 좋다. 필리스 체슬러가 본인의 에세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에서 매꼭지마다 말했던 모순된 감정들-배신하고 연대하는 여성들-의 소설 버전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좀 순해서 아쉽긴 하지만, 여성도 인간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를 말해준다. 그걸 굳이 소설로 말해줘야만 아는 걸까 싶지만, 읽으면서 비로소 다시 깨닫게 되는 부분들이 있지 않은가. 


지는 여전히 충격을 받고 머리가 멍한 상태였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여들고 편협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아니야, 그리어, 넌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넌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야. 여자들도 가끔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또 남자들과 여자들이 서로에게 그러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나쁜 짓을 한다. -p.476



이 책은 니콜 키드먼이 영화화 하기로 했다는데 또 나 혼자 캐스팅해 본다. '페이스 프랭크'는 줄리언 무어, '지'는 클로이 모레츠, '코리'는 노아 센티네오, '그리어'는 조이 킹. 그런데 내가 캐스팅하지 못하는 하나, 광고주.. 그 남자... 내 감정 너무 실려 누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아무때나 재이슨 스태덤 갖다 붙일 순 없으니까.... 그 남자, 누구로 하지. 페이스 프랭크 평생 못잊는 그 남자, 누구로 하지. 차차 생각해보기로 하자.


톰 하디? 

괜찮은데?


죽은 사람이 더 이상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건 어떤 걸까? 코리는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했다. 온 세상을 다 뒤져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다. 육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시트에 덮인 채 실려 가는 것은 그렇다 해도, 그 사람이 증발해버린 것 같은 기분은 다른 문제이다.
강력하지만 기체처럼 특정하기 어려운, 조직적이고 부인할 수 없는 감각. 코리는 동생의 공책 하나를 펴고 깨끗한 페이지를 찾은 다음 적기 시작했다. - P272

곧 그들은 전부 탄원을 하고, 워싱턴으로 가서 거칠게 논의하고떠들썩한 행사에 참석했으며 깡통을 두드리면서 시끄럽게 소리를 질렀다. 브래지어 불태우기.’ 기자들은 여성 운동에 대해서 그렇게 적었다. 실제로는 브래지어를 불태우는 행사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페이스는 이 시기를 회상하며 그때 벌인 일들이 다소 요란했다고 생각했으나 더 나이 많은 운동가들의 선봉이 극단적으로 행동해야 더 온건한 사람들이 목표를 이어받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 P374

싱글이 된 후로 그리어는 애써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훌륭하게 다듬었다. 그녀가 만난 모든 남자가 "웨슬리교파에서 빠져나온 지 몇 년 되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그들의 침대에 들 때 보면 침구가 정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절대로 없거나 정리가 되어 있어도 형편없었다. 아무도 자기 앞가림을 할 만한 시간이나 의욕이 없는 것 같았고, 언제쯤 그렇게할 건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 P427

그리어가 다음 날 이른 오후에 오헤어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와서초인종을 눌렀을 때 지는 언제나 일하러 갈 준비를 다 해두는 것처럼그녀를 맞을 준비를 다 한 상태였다.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라는 긴급상황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어를 소파에 앉히고 아주 차가운 물한 잔을 들려주었다. 수분 공급은 놀랄 만큼 도움이 된다고 그녀의 강사가 말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물은 공짜고, 어디에나 있었다. 누군가의 불을 꺼줄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에게 자신이 진짜 세상의 일부이고 컵을 들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런 능력은 잃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었다. 가끔 지는 상대가 컵을 들고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서 손이 움직이고, 목의 일부가 움직이고, 육체가 거기 참여하는 방식을 보며 안도하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P471

"페이스가 화장실에서 너한테 더 많은 관심을 보였을 때 난 약간마음이 아팠어. 정말로! 왜냐하면 대학에 가기 전부터 나는 어린 사회운동가였고 넌 사실상 집에서 책을 읽고 남자친구와 섹스만 했으니까. 하지만 괜찮았어. 그건 그냥 서로 다른 거니까. 난 널 도와주고 싶었어. 넌 기숙사 파티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었지. 수줍음도 많았고, 하지만 유순한 사람들이 지구를 물려받지, 안 그래? 모든 일에 수줍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걸 요구하지 못했던 사람치고 넌 사실 너에게 필요한 모든 걸 요구하며 살아왔어. 그야말로 나가서 네가 원하는 걸 차지했고, 너 자신을 알렸지. 그날 밤 라일랜드 교회에서 넌 손을 들었어. 나보다 빨리 들었고, 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지. 그 뒤에 넌 페이스에게 전화를 걸었고, 마침내 그녀와 함께 일하게 됐어. 심지어 그녀에게 프라이팬도 줬지. 그건 대담한 행동이었어." - P478

"그리고 물론 내 편지도 그녀에게 주지 않았고, 내가 장담하는데, 이런 것들은 전형적인 수줍음 많은 사람의 행동이 아니야, 그리어. 이건 달라. 교활한 걸지도 모르지." - P478

"넌 권력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아. 전에는 그걸 다합쳐서 보지 못했지만, 사실은 그래."
그녀는 말을 멈추고 그리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있지, 난 너희 재단에서 일해야 할 필요가 없었어.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어. 넌 페이스 프랭크, 롤모델, 페미니스트를 위해 일하러 갔고, 난 그러지 못했지. 하지만 그거 알아? 난 두 종류의 페미니스트가 있다고 생각해, 유명한 사람들, 그리고 그 나머지. 그 나머지는, 조용히 가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하지만 별로 인정은 못 받고,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매일같이 말해주는 사람을 갖지 못한 그런 사람들이야. 나한테는 멘토가 없어, 그리어. 가져본 적도 없지. - P479

하지만 내 인생에는 내 주위에 계속 두고 싶고, 날 좋아하는 것 같은 다른 종류의 여자들이 있어. 난 그들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아. 그들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아. 어쩌면 내가 그런 걸 좀 더 받았어야 했는지도 몰라.
그게 도움이 됐을지도.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고, 뭐, 괜찮아, 좋아. 네가 옳아. 난 거기 있는 걸 분명히 싫어했을 거고, 그렇게 오래 머물지도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걸 알아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았겠지." - P479

매번 집에 올 때마다 그를 보면 그리어는 언제나 깜짝 놀라고 마음이 조금씩 부서졌다. 그가 바로 거기 있지만 더 이상 자신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제 20대 중반, 오래 가지 않을 이 희망의 정점에서 서로 따로따로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는 육체적으로도 점차 변하고 있었다. - P487

그에게 말을 하는 것은, 그녀에게서 그에게로 정보가 넘어가고 그의 뇌에 자리를 잡아 그도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은 굉장히 마음이 놓이는 일이다. - P489

20대는 아직 젊게 느껴지는 때이지만, 표면 아래로 확고하게 십자 형태로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시기이다. 자고 있을 때도 그 기반은 다져진다. 당신이 한 일, 당신이 사는 곳,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이 한밤중에 숨은 일꾼들에 의해 놓이는 보도블록 조각들 같은 것이다. 며칠 전까지 그리어는 믿고, 또 좌절하는 바쁜 삶을 살았다. 20대의 코리는 망가진 어머니를 구출하러 와서 쭉 머무는 사람이었다. - P490

"페미니스트 재단에서 일한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내 지식 범위밖에 있는 거긴 하다만, 그 애는 가족이 무너졌을 때 자기 계획을 포기한 사람이야. 어머니와 함께 있기 위해서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지. 아, 그리고 자기 집을 청소하고, 어머니가 청소하던 집들까지 도맡아 일하고 있어. 난 잘 모르겠다만, 코리가 일종의 대단한페미니스트 같은데. 안 그러니?" - P492

오랫동안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남은 평생 그 사람을 찾아다니지만 아무리 많은 후미진 곳을 돌아다녀도, 아무리 많은 동굴에 들어가거나 커튼을 젖히거나 집에 들어가도 그 사람을 결코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주기적으로 사로잡혔다. 죽은 사람은 정말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과학의 측면에서 이 사실은 굉장히 단순한 것 같지만 상대가 당신이 사랑한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법이다. - P528

그는 이제 그녀의 마음을 얻을 방법이 없었고, 그녀도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 상대방과 함께 있지 않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서로의 삶은 점점 더 멀어진다. - P532

그리어가 시트 위에 이불을 펼치고 있을 때 코리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편한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온 그에게서 낯선 스킨 혹은 비누 냄새가 났다. 그의 습관이 바뀌었다고 그녀는 약간 우울하게 생각했다.
마치 그녀가 그 변화를 미리 알았어야 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가 쓰는 다양한 제품을 본 지는 이제 아주 오래 되었다. 사적인 것과 일상적인 것들, 그게 합쳐져서 친밀함이 된다. - P562

한때 그보다 세 등급 아래 독서 그룹에 있었던 여자에게 그가 대담하게 말했다. 성인기의 아름다움은 독서 그룹이 전혀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최소한 그것은 어떤 것도 보장하지 않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 중에서 제일 위의 독서 그룹, 퓨마 중의 제왕 퓨마 팀에 있었다 해도 여전히 동생이 죽는 거나 아버지가 떠나는 것,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당신의 삶에 있지 않은 것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 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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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2-21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연을 많이 다니셨구나! 확실히 오프라인에서 눈을 마주대하며 듣고 보는 강연은 책에서 받는 느낌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죠. 강연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당연히 더할테구요. 저도 페미니즘 강연은 아니지만 30대 이후 강연을 좀 다녔었어요. 혼자 하는 공부가 함께 하는 공부가 되니 더 배울 수 있는 폭이 커지더라구요.
20대, 30대, 40대 나이가 거듭할수록 경험은 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이 없는 건 아닌것 같아요. 또 나름의 아픔과 고통이 찾아오더라구요. 부딪치고 깨지면서 성장하는 거겠지만...

다락방 2022-02-21 14:41   좋아요 1 | URL
제가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 더 빨리 더 깊이 더 넓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어요, 거리의화가 님. 그걸 진작 알았다면 저도 공부잘하는 학생이 되어서 지금쯤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그걸 삼십대 중반에 알아서 ㅠㅠ 너무 늦었죠 ㅠㅠ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군가 가르쳐주면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왜 늦게 안걸까요. 역시 제 인생에 공부는 없는걸까요. 공부로 성공할 인생이 아닌걸까요.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저는 이쯤 되면 그러니까 어른이 되면 될수록 아픔에 더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웬만한 아픔은 넘길 수 잇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직도 어떤 아픔들은 늘 새롭게 느껴지고 크게 타격을 입히더라고요.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겠죠. 성장은 계속 해야 하는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님.

유부만두 2022-02-2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설득’ 페미니즘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이군요?!

단발머리 2022-02-21 11:13   좋아요 0 | URL
저도 이미 준비해두었습니다. 소설이라고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1 14:38   좋아요 0 | URL
제목도 표지도 전혀 소설같지 않아서 저도 선물받고 미뤄둔 책이었는데, 아니 글쎄 소설인 것입니다!! ㅎㅎ

- 2022-02-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로 톰하디에 감기셨군요? 나도.. 톰하디 좋아...... (왜? 왜!!! 좋은 거지? 왉봙한 서양 백인남 싫은데.. 난 티모시 샬라메 같은 느낌이 좋은데.. 왜 갑자기 이 아저씨... 내 마음에 들어온걸까?)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조지클루니 섹쉬하다고 느꼈을 때보다 좀더 거친 섹쉬함을 느꼈어요.......... ㅋㅋㅋㅋㅋ 어쨌든 캐스팅 어쩐지 완벽해보여서 저 이 조합찬성이고, 여성의 설득 보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2-02-21 11:00   좋아요 0 | URL
톰 하디는 기럭지 부분에서는 정말 최고인데... 나는 티모시 살라메 좋아요. 티모시가 정답이지. 인생의 정답은 티모시.
티모시 너무 약해보이는 단점이 있지. 홍삼을 먹이자. 그럼 괜찮아!!

- 2022-02-21 11:08   좋아요 0 | URL
기럭지는 톰하디보다 샬라메가 더 길걸요? 꺅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아직도 티모시샬라메랑 손잡고 길을 걷던 꿈이 기억이 나...... (오래전의 꿈인데...) 우리 티모시 홍삼맥이자...(정신차려!)
아무튼 톰하디.. 더티섹시... 역시 다락방님 타입이랄까.. 이마에 주름도 너무 많고... 근데... 나도 톰하디 좋아... 왜지? 너란 남자.. 무슨 매력이냐...

잠자냥 2022-02-21 14:03   좋아요 0 | URL
역시 다부장은 더러운 걸 the love….

단발머리 2022-02-21 14:09   좋아요 0 | URL
푸핫! 🤣🤣🤣🤣🤣

다락방 2022-02-21 14:38   좋아요 2 | URL
더러운 걸 the love... 이 뭐예요 대체. 아 완전 뿜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일단,

1. 티모시 살라메를 한 순간도 좋아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미래는 예측불허라지만 그는 전혀 제 타입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 뭐여, 이탈리아 영화.. 복숭아 그 영화, 그것도 별로였어요. 으.. 저는 티모시 살라메 진짜 넘나 노노...

2. 네, 톰 하디.. 쟝님 말씀처럼 왉봙한 서양 백인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 너무 치인 것.. 미쳤나봐요. 톰 하디 멀쩡한 영화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땜에 베놈 보고 홀랑 반했어. 저 나름 괴물 타입인걸까요. 베놈 에서의 톰하디 넘나 좋아요. 미쳤나봐 ㅠㅠ 역시 더러운 걸 the love.....

단발머리 2022-02-21 14:39   좋아요 3 | URL
톰 하지 ㅋㅋㅋㅋㅋㅋ 형은 톰 동지 ㅋㅋㅋㅋㅋ 고치지 마요 ㅋㅋㅋ 톰 하지

다락방 2022-02-21 14:41   좋아요 2 | URL
앗. 봤어요,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등록하고 나서 하지 보고 뭐여 하고 후다닥 지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2-21 19:47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취향 존중해요! 더뤼섹싀 ㅋㅋㅋ 저는 초식남 ㅋㅋㅋ

다락방 2022-02-21 19:49   좋아요 1 | URL
무슨 말이에요 대체. 내가 무슨 더뤼섹스 취향이라는 거야. 아니야. 저는 욕망 없는 백지같은 여자에요. 저 막 더뤼섹스라고 오해하면서 확정짓지 마요. 무슨말이야 대체. 아니야. 저는 섹스 이런거 진짜 노관심이에요 노관심. 네버. 노노노노노.

- 2022-02-21 21:11   좋아요 0 | URL
색스 말고 섹시!요!!! 섹스 말고 섹시!!! 더티섹시!!! 백지같은 욕망없는 다욕방님아ㅋㅋㅋㅋ 톰 하디랑 뭘 하지? 앜ㅋㅋㅋㅋ 톰 하지? 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1 21:13   좋아요 0 | URL
나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진짜 짐승남 취향인가봐.. 😩

- 2022-02-21 21:16   좋아요 0 | URL
그걸 왜 본인만 몰라요… 모두가 다락방님이 얼굴을 안보고 배경도 안보지만 전완근을 비롯한 짐승으르렁 에 끌려한다는 걸 알아요.. 뱀파이어보다 늑대인간이라며…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1 21:27   좋아요 1 | URL
아니 왜 베놈이냐고, 왜, 왜.. 😭

단발머리 2022-02-21 21:29   좋아요 2 | URL
내가 이 동네 쫌 있어보니까… 그렇더라구요. 여기는 무슨 심층수 탐험대도 아니면서 맘 속 깊은 곳까지 알아챈다니까요. 인정해요, 락방님 ㅋㅋㅋㅋ 그것이 편한 것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2-21 21:37   좋아요 0 | URL
나도 베놈 ㅠㅠㅠㅠㅠ 흙컭퀴규ㅠ

단발머리 2022-02-21 21:39   좋아요 0 | URL
그럼 티모시는 내 꺼인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 티모시! 아~~~해!! 정관장 에브리타임 먹을 시간이야!! 아~~~~
 

어쩌면 나는 내 생각보다 더, 훨씬 더 주중에 열심히 사는건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에는 너무 바빠서 쓰고 싶은 많은 글들을 쓰지 못한채 주말로 미뤄두었고, 그래서 계획대로라면 주말에 리뷰 하나 페이퍼 두 개가 등록됐어야 하는데, 내내 알라딘 들어오지도 않다가 일요일이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서야 맥북을 연다. 주말 내내 책도 읽지 않았고 그저 먹고 자고 마시고의 연속이었다. 아, 걷고. 주말에 완전히 풀어져버리는 게 너무 싫은데 그런데 주말이 아니면 내가 또 언제 풀어지란 말인가 싶어서 그냥 내버려두다가도 그런데 주말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사기만 했다는 사실에(응?) 후회가 밀려온다. 오늘도 저녁 먹고 교보문고 가있는데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도대체 누나는 왜 집에서 가만 쉬지 않고 늘 어딘가를 가있는거냐고, 뭔가를 하는거냐고 한다. 흐음. 나는 아무것도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나는 쉬지 않는 사람인것 같고, 그러고보면 나는 쉬면서 마음이 편한 사람은 아니고.. 풀어진다고 생각하지만 풀어지지 못하는건가?

각설하고, 마음 먹은 페이퍼 중에 하나라도 써보자. 커피도 마셨으니.


















로리는 오스카와 결혼했고 오스카는 직장에서 승진했다. 일주일에 사흘은 브뤼셀에 가 있어야 해서(나흘이었나) 주중 며칠만 영국에서 로리와 함께 지낼 뿐이다. 로리는 아직 신혼이라 떨어져있고 싶지 않지만 승진이라고 하니 축하는 해야겠고 뭐 그렇다. 

로리의 조카가 한살이 되어 생일파티에 참석했다 오스카는 다시 브뤼셀에 가고 로리는 부모님의 집에서 오빠네 가족과 조카 그리고 부모님과 하루 더 있기로 한다. 그런데 그 날,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원서 읽기를 친구들과 같이 하면서 일주일에 정해진 분량을 다 읽기 위해서는 내가 주중에 부지런해야 한다. 그러다 찾은 방법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는 것이다. 출근길에는 여성주의 같이읽기 책을 읽고(집중이 제일 잘되는 시간이다) 퇴근길에는 원서 읽기를 하고, 자기 전에는 잭 리처를 한꼭지씩 읽는게 요즘 내가 가장 맞춤하다 생각하며 정해둔 루틴인데 술이라도 하루 먹으면 이 모든게 다 망가져서 평일 술을 가급적 먹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러다 직장에서 또 일을 하다보면 퇴근 무렵 술 생각이 간절해지곤 한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로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읽는데 왜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나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야 했다. 


로리의 가족은 다섯식구였다. 엄마, 아빠, 오빠, 로리, 여동생. 그런데 로리의 여동생은 어릴 때 죽어 네 식구로 살고 있었고 이제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세 식구가 되었다. 


We fall back into silince in the immaculate, quite room. This is the house where we greu up, and this si the room where we always ate dinner together, alwyas in our same places round the table. Our family fo five barely survived becoming a family of four after Ginny died; always an empty chair. I look towards my dad's empty chair now, crying again. I can't fathom how we can go on as a family fo three. It's too few. -p.311


우리는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고 조용한 방에서 다시금 침묵에 빠져든다. 여기는 우리가 자란 집이고, 우리가 늘 둘러앉아 저녁을 먹던 방이다. 각자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았던 우리 다섯 식구는 지니가 죽고 네 식구가 된 것에 영영 익숙해지지 못했다. 항상 빈 의지가 있었다. 나는 텅 비어버린 아빠의 의자를 쳐다보다가 다시 울음이 터진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세 식구로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건 너무 적다. -책속에서


나이가 들면서 죽음이 찾아오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고 여기에 예외는 없다. 나는 내가 예외이길 바라지만 그러나 내가 무슨 수로 예외가 된단 말인가. 나의 부모님도 그리고 나의 형제들도 늙고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우리는 다섯 식구였지만 그 식구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줄어드는것일까?


토마스가 있다. 오빠의 아이, 이제 막 한 살이 된 아이 토마스. 나는 이것이 인류의 연속성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자란다는 것. 로리의 가족은 로리의 엄마 아빠, 오빠, 여동생 그리고 로리 이렇게 다섯이었다. 그러나 이 다섯이 시간이 지나면서 한 명씩 죽고 사라진다 해도 토마스가 있다. 토마스라는 새로운 존재가 숨을 쉬면서 자라날 것이고 그 아이는 어른이 될것이고 그렇게 또 가족 구성원을 늘려갈 것이다. 토마스에게도 토마스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토마스라는 세 명의 가족 구성원이 있고, 토마스의 엄마 아빠는 젊으니 어쩌면 동생이 앞으로 한명이나 두명쯤 더 태어날지도 모른다. 네 식구가, 다섯 식구가 될 수도 있다. 로리의 가족은 세식구로 줄어가지만 토마스의 가족은 늘어갈 것이다. 그리고 토마스의 가족이 먼 훗날 다시 또 그 수가 줄기 시작한다면, 토마스와 관련된 누군가의 가족이 또 새로이 구성원을 늘려가며 가족을 이룰 것이다. 인류의 연속성. 지금 당장은 내 눈앞에 나의 친밀한 가족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아도, 저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와 연관된 누군가가 새로이 그 존재를 굳건히 하며 숨을 쉬고 있다. 인류의 연속성을 나는 바라본다. 이것은 내가 내 조카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늙어가시고 점점 더 죽음에 가까워지고 나 역시 마찬가지. 나는 매일매일 나의 노화를 실감한다. 나는 늙어가고 언젠가는 죽겠지, 그렇다면 모든게 사라지겠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나의 어린 조카들이 웃고 뛰어다니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걸 보노라면 인류는 사라지지 않는다, 연속된다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나의 아빠 엄마 그리고 심지어 나까지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해도, 나와 연관된 누군가가 새롭게 이 땅에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세컨드 베스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오래 함께 살아온 엄마는 슬픔에 잠겨있다. 엄마는 엄마대로 오빠는 오빠대로 로리는 로리대로 슬픔에 잠긴다. 각자에게 공통된 슬픔과 또 개인적인 슬픔이 있다. 이 시간들을 서로 의지하면서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 장례식도 치러야 하고 엄마의 건강도 회복해야 한다. 로리는 생각한다. 나는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무얼 해야 하지. 그런 로리가 잭에게 전화를 건다. 심야 방송으로 오전에 잠을 자는 잭은 오전에 여자친구인 아만다와 자고 있다가 로리로 부터 전화가 오는걸 알게 된다. 무시하려고 했다. 여자친구의 벗은 몸이 옆에 있기도 했고 아직 자고 있기도 하니까. 여자친구를 안고 전화는 무시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로리는 그간 자주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었는데, 우리의 대화는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이었는데, 그런데 메세지를 남겼네. 그렇다면 그건 뭔가 특별한 걸거야. 잭은 그 메세지를 듣기를 택한다. 안녕 잭, 나 로리야. 너가 지금쯤 자고 있을테지만, 너에게 말하고 싶었어. 어제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라는 음성메세지에 잭은 당장 로리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의 벗은 몸을 덮쳐오는 아만다를 밀쳐내고 로리에게 전화를 건다. 자기와 한 침대에 자고 있던 아만다가 거기 있지만 잭은 로리에게 당장 전화를 건다. 그리고 로리를 위로한다. 진심으로 위로한다.



She doesn't get beyond my name before she's sobbing too hard to get her words out, so I do the talking instead. 'Hey, het, hey.' I speak as softly as I can. 'I know, sweetie, I know.' I wish with all of my heart that I could hold her. 'It's okay, Laurie, it's all right, sweetheart.' I close my eyes, because her grief is so raw it hurts me to hear it. 'I wish I was where you are,' I whisper. 'I'm wrapping my arms tight round you. Can you feel me, Lu?' The sound of Laurie crying is the worst thing in the world. 'I'm stroking your hair and I'm holding you, and I'm telling you everything's going to be okay,' I say, quiet words as her sobs slow. 'I'm telling you that I've got you, and I'm here.'

'I wish you were,' she says after a while, ragged words. 

'i could be. I'll get the next train.'

She sighs, her voice steadier at last. 'No, I'm okay, honestly I am. Daryl's here, and Mum, of course, and Oscar should be here tomorrow night.'

Oscar should be there right now, I think but don't say. 'I don't know what I'me supposed to do,' she says. 'I don't know what to de Jack.'

'Lu, there isn't anything you can do. Believe me, I know.' 

'I know you do,' she says softly.

'You don't nedd to rush or do anything at all today.' I tell her, because I remember those dark, difficult days all too well. 'It's going to be confusing, just do whatever you feel is right-don't beat yourself up for crying too much for for not crying when you think you should for for not knowing how to help your mum. Just be, Laurie. It's all you cna do right now. Hani int there, oaky? Wait for Oscar to come to do the officail things, let him get in touch with the right people for you. Trust me, he'll be glad of a pracrtial way to help.'

'Okay.' She sound relieved, as if she just needs someone to walk through this with her. How I wish it could be me. -p.313-314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고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흐느낌이 너무 심해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대신 말한다. "로리, 로리." 내가 최대한 부드럽게 부른다. "알아, 나도 알아." 정말이지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 "괜찮아 로리. 괜찮아." 나는 눈을 감는다. 그녀의 애통함이 너무나 날것이라서 듣는 내가 다 아플 정도다. "나도 네가 있는 곳에 있으면 좋겠다." 내가 속삭인다. "내가 지금 너를 두 팔로 꼭 끌어안고 있어, 느껴져, 루?" 로리의 울음소리가 세상 무엇보다 나를 괴롭게 한다. "네 머리를 토닥이고 있어. 내가 너를 안고 있어. 나아질 거야. 내 말 듣고 있지." 내가 나직이 말한다. 그녀의 흐느낌이 잦아드다. "내 말 듣고 있지, 내가 너를 잡고 있어. 내가 여기 있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잠시 후 그녀가 말한다. 흐느낌에 깨진 말들.

"그럴게. 다음 기차로 갈게."

그녀가 한숨을 내쉰다. 그녀의 목소리가 마침내 진정된다. "아냐, 나 괜찮아. 정말이야. 오빠도 있고, 엄마도 있어. 그리고 내일 밤이면 오스카도 도착해."

그럼 오스카가 지금 거기 없다는 거야?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말로 하지는 않는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잭."

"루,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내 말을 믿어, 내가 알아."

"믿어, 알아." 그녀가 나직이 말한다.

"서두를 것 없어.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 내가 말한다. 나도 그때의 어둡고 힘들었던 날들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거야. 뭐든 네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걸 해. 너무 운다고, 또는 울어야 할 때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또는 엄마를 어떻게 도울지 모르겠다고 자책하지마. 그냥 있어, 로리.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야. 그저 버텨, 알았지? 공식적인 일은 오스카가 와서 처리하게 해. 사람들한테 연락하는 것도 오스카한테 맏겨. 날 믿어, 자기가 도움이 될 수 있어야 오스카도 좋을 거야."

"알았어." 안심한 목소리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그저 옆에 함께 있어줄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게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 -책속에서



오스카는 일 때문에 지금 당장 로리의 곁에 와줄 수 없다. 잭도 역시 스코틀랜드에 있지만 다음 기차로 로리에게 온다고 한다. 나중에 사라보다 먼저 잭에게 연락한 걸 사라가 알게 됐을 때, 잭은 아마도 자신이 먼저 아버지의 죽음을 겪었었기에 자기에게 로리가 먼저 전화한걸거라고 말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일로 슬픈데 저기 나보다 먼저 겪은 친구가 있어서, 그래서 로리는 잭에게 연락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오스카가 지금 당장 로리 옆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로리는 잭에게 전화한 걸수도 있다. 오스카가 있었다면 로리가 잭에게 전화했을까? 알 수 없다. 결국 잭은 로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어떻게든 알고 장례식에 오게 되었겠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소식을 듣고 위로하게 되는 일은 몇가지의 우연이 작용한 것일테고, 그 우연들은 사실은 가장 깊숙한 진심의 마음이 시킨 일들과 만나서 그들을 연결시켰을 것이다. 왜 하필 그 때 오스카는 없었을까. 그러나 오스카가 있었다고 해도 로리는 잭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가장 무력하고 가장 슬픔에 잠겨있을 때 하소연하게 되는 상대가, 왜 오스카도 아니고 사라도 아니고 잭인 걸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아버지가 돌아가심으로 인해 슬픈 건 친밀한 누군가에게 위로받으면 물론 좋을것이고, 나 역시 같은 일이 닥친다면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고 상대의 위로를 듣고 싶을 것이다. 로리에게 그 상대, 가장 먼저 전화하고 가장 진심을 나눌 상대가, 하필 이 상황에서는 잭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잭의 위로가 너무나 진심이어서 나는 고마웠다. 나에게도 나의 슬픈 일에 이렇게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일거라고 생각했다. 이 순간의 잭의 모든 대사들이 진심으로 훅 닿았다. 나는 이 상황의 로리에게 잭이 있음에 감사했다. 


사람일은 참 묘하게 진행되는 거라 왜 이 아픈 순간에 나를 사랑한다고 수십번 청혼했던 사람이 내 옆에 있지 않은건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는 일이라는 게 다 그렇다. 내 의지가 아무리 충만하다고 해도 24시간 365일 옆에 붙어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옆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스카와 로리의 사이가 단단하다면, 그들이 서로에게 정말로 베스트였다면, 이 순간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위로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것이다. 오늘 내가 위로를 잭에게 받았을지언정, 내일 오게 될 오스카 때문에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고, 오늘 내가 잭에게 위로받았을지언정, 오스카와 앞으로 단단하고 행복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갈까? 



로리 아버지의 장례식에 오스카도, 잭도, 사라도 왔다. 그리고 오스카는 잭과 단둘이 앉아 잭에게 묻는다. 너 혹시 내 아내에게 마음 있니?



'I'll level with you, Jack. I've sometimes wondered if your feelings for Laurie are entirely platonic.'-p,319


"터놓고 말할게요, 잭. 로리에 대한 잭의 감정이 전적으로 플라토닉한 건지 가끔씩 궁금했어요." -책속에서



잭은 지금은 그런 질문을 할 때가 아니지 않냐고 하지만 오스카는 지극히 간단한 질문이다, 너가 내 아내에게 마음이 있는지 묻고 있는거다, 나로서는 충분히 인내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잭이 대답한다. 


As it is, I dignify his simple enough question with a simple eonugh answer.

'Yes.' -p.320


날이 날인지라, 나는 넓은 아량으로 그의 지극히 간단한 질문을 지극히 간단한 대답으로 받아준다.

"있다." -책속에서



아아 이제 오스카와 로리와 잭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한편 사라는 사라대로 루크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지금 하는 일이 잘 되고 있는데, 새로 사귄 남자가 자신과 함께 호주에 가서 살기를 제안한다. 잭은 사라에게 그가 네게 잘해주냐고 묻는다. (is he good to you?) 사라는 그가 자신의 백퍼센트의 남자라고 말한다. (I think he might be my one hundred per cent.) 잭은 사라에게 호주로 가는 건 너무나 큰 결정인데 네 인생 계획을 바꿀 만큼 루크가 너에게 가치있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사라는 그 사람하고 여기중에서 택해야 한다면 그 사람을 택할거라고 말한다.


'If I have to choose between him and here, I'd choose him.' -p.322



사랑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액션이 필요하고 리액션이 필요하다. 루크는 사라를 사랑하고 사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호주로 가서 나랑 살자'고 액션을 취하고 사라는 그 남자가 자신의 백퍼센트 남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인생 계획을 변경해가면서 '그를 선택하는' 리액션을 보여준다. 

로리는 힘든 순간에 네가 필요하다고 잭에게 전화를 거는 '액션'을 취하고 잭은 그런 로리에게 '다음 기차로 너에게 갈게' 라며 리액션을 보여준다. 액션과 리액션이 있어야 그 관계가 이어진다. 액션을 취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다. 상대가 내가 기대하는 리액션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은 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런데 액션을 취한다는 것,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너에게 내가 손을 내미는 액션을 취한다는 것, 그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그런 용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 손을 마주 잡아주는 리액션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거절이 두려워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리액션은 내게 올 수가 없다. 액션이 있어야만 리액션을 만날 수 있다. 루크가 사라와 함께할 수 있는 건 액션을 취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사라의 리액션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용기과 신중함이 필요했을텐데, 그런데 왜 그렇게 결정햇으면서, 때로는 그것이 세컨드 베스트인걸까. 오스카가 로리에게 세컨드 베스트라는 것이 오스카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누가 나를 세컨드 베스트로 생각한다면, 나 역시 언젠가는 알아챌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세컨드 베스트여도 괜찮아'는 길게 가지 못한다. 결국은 나를 베스트로 생각하는 사람을 향해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나. 왜 자신의 마음을 좀 더 깊이 들여보지 못하고 세컨드 베스트를 옆에 둔 채로 살고 있나. 그건 너무나 이기적이다. 지금 자신을 행복하게 하지 못해서 이기적이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을 그저 세컨드 베스트로 만들어서 이기적이다. 



오늘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텔레비전을 틀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개그우먼 김민경이 구본승과 함께 바다 낚시 가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김민경은 어릴때부터 오래 구본승의 팬이었다고 했다. 마침 구본승의 친구였던 박준형이 그 둘을 만나게 해주었고, 영상 속에서 김민경은 구본승과 있는 시간이 너무 설레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수줍어하는 게 다 드러났다. 구본승은 구본승대로 김민경에게 자상하게 대해주었다. 어쩌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걸지도 모르고, 설정일지도 모르고, 나 좋다는 사람이 싫을리 없으니 그랫을지도 모르고, 김민경이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원래 다정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김민경에게 잘해주는걸 보는게 좋았다. 김민경은 구본승하고 전화번호까지 교환하게 되어서 좋아했고, 구본승이 좋아한다는 것들을 잔뜩 사다 선물하기도 한다. 김민경은 구본승하고 있으면서 심장이 쿵쿵거린다고 자주 말했다. 그걸 보는데 와, 저기 내 안에 예전에 있었던 어떤 로맨틱한 감성이 건드려졌다. 움찔움찔 거려서, 이걸 더 보고 싶었다. 검색해보니 바다 낚시 뒤로는 그들이 만나지 않는 것 같았다. 아, 그 다음에 왜 또 안만나? 나는 오만년만에 건드려진 내 로맨스 감성을 폭발시킬라고 책장 앞에 섰다. 연애 소설을 읽자. 이걸 그대로 두지 말고 끄집어내자. 그렇지만 책장에는 연애소설이 없는 것 같았다. 메타버스.. 죽음.. 여성주의.... 아니, 왜 나 연애소설 없지? 하는수없이 저녁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나는 부랴부랴 서점에 나갔다. 연애 소설 딱 한 권만 사가지고 들어와야지. 한 권 사서는 집에 와서 바로 읽는거야! 하고 서점에 나갔는데, 서점에 나가서도 그 많은 책들중에 이거다 싶은 연애 소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 서점을 나오기 전 내가 사기로 결심한 책은 이것이었다.
















그러다가 정신 차려, 연애소설 사러 왔어 하고는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했더니, 너 책장에 연애 소설이 없을리 없다 잘 찾아봐라, 했고, 집에 돌아와 책장 앞에 서니 내가 샀는줄도 몰랐던 책이 수두룩한 가운데 연애 소설 몇 권도 눈에 띄었다. 


내가 오늘 저녁 서점에서 빈 손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책을 안산건 아니다. 자, 내가 지난번 책 구매 이후 어제까지 산 책들의 목록을 보자.




신이시여, 저를 어쩌면 좋습니까...



























































<페미니즘 철학 입문>은 지난주 순댓국에 소주 함께 먹은 친구가 제발 좀 읽어달라고 해서 샀다.


<하버드 스퀘어>는 하버드 열등감으로 샀다. ㅋㅋㅋㅋㅋ 나는 증맬루 '어느 학교 나왔어요?' 라고 누가 물으면 '하버드 법대요'이걸 너무 하고 싶다. 영화 [투 윅스 노티스]에서 길바닥에서 시위하는 산드라 블럭에게 휴 그랜트가 어느 학교 나왔냐고 물어보니 '하버드 법대요' 하는데, 그 장면에서 진짜 와 산드라 블럭한테 홀랑 반함. 나도, 나도 그럴래. 나도 하버드 법대 나왓어요! 이거 할래. 흑흑. 하버드... 나의 로망. 그래서 너무 괴롭다. 이준석의 하버드 때문에 내가 너무 괴로워 진짜 괴롭다 ㅠㅠ


어제 교보문고 광화문에 오만년만에 가서 사전 구경하다가 아니 괜히 외서코는 왜 가가지고 친구가 재미있게 읽었다던 <the love hypothesis> 사려고 들었다 놨다 하다가, 아니 옆에 있는 <in five years>를 보게됐다. 아니 이건 뭐여? 하고 집었는데 표지에 '이것은 사랑이야기다, 그러나 당신이 기대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라고 써있는게 아닌가. 응? 내가 뭘 기대했는데? 내가 뭘 기대했는데 뭐가 아니라는 거야? 넘나 궁금해져버림.. 그래서 사버렷다. 나란 인간. 그러니까 나는 집에 연애 소설 없는게 아니라 원서로 너무 많아.. 그런데 원서는 내가 후루룩 넘길 수가 없으니까 ... 


아무튼 책장에서 연애소설 꺼내갖고 왔는데 하아 벌써 열시반이 넘어버렸고 나는 잘시간이여.. 월요일 오는거 넘나 싫은데 어쩜 좋아. 그리고 김민경하고 구본승이 나 넘나 건드려놨네. 설레임... 뭐여? 나도 그거 경험한 적이 있지. 아주아주 오래전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그래, 지금 설레이는 사람들 모두 즐겨라... 나중엔 피곤해서 안느끼게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왜 나를 건드려놨어 제기랄 ㅠㅠ 나도 그거 아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던 사람하고 갑자기 함께 있게 되어가지고 막 숨이 턱턱 막히고 긴장해가지고 막 쭈삣하고 말도 원래대로 잘 못하고 막 그러는거 나도 뭔지 알아. 그런거 건드리지 마라.. 피곤하다.....



아 일요일 밤인거 넘나 싫고 일요일 밤이면 자기 싫어 몸부림 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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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0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하버드 밥대는 안될까요 ㅋㅋ 먼지 하나 없는 방이란 구절에서 이 소설은 이미 로맨스가 아니라 판타집니다 저에겐 ㅎㅎ 월요일과 출근의 고단함 ㅠㅠ 다락방님 일요일 왕창 길어지길 바라며, 황진이가 굽이굽이 꼼쳐놓은 동짓달 긴긴밤이라도 어디 찾아드리고 싶네요 ㅋㅋ

다락방 2022-02-21 10:38   좋아요 2 | URL
먼지 하나 없는 방이라뇨? 진정 판타지네요. 방정리를 못하는 세계 챔피언으로서 먼지 하나 없는 방은 저에게 상상할 수 없는 방입니다. ㅋㅋ 벌써 월요일이 되었고 저는 출근했고 ㅠㅠ 그리고 이러고 있네요. 아놔. 할 일이 태산인데 나는 왜 회사를 다녀야 하는가, 언제 때려칠 수 있는가... 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ㅠㅠ

얄라알라 2022-02-21 11:11   좋아요 1 | URL
산드라 블록, 길바닥에 앉아서 시위하던 그녀가 뱉는 말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하면서 다락방님 글 읽던 도중
이준석이 튀어나와서...ㅎㅎ하다가 mini74님의 하버드 ˝밥대˝까지 ㅋㅋㅋㅋ

두 분 모두 힘찬(?) 월요일 아치 시작하셨기를~

다락방 2022-02-21 11:33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 님. 이왕 태어난 인생 하버드는 한 번 다녀봐야 할텐데요.. 초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2-20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중에 가장 싫은게 일요일 밤인거 같아요 ㅜㅜ <12월의 어느날> 다락방님 덕에 샀는데 다음주 읽을 책은 무조건 이 책입니다 ㅋ 역시 부장님의 책탑은 남다르네요.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ㅋ 전 두권 겹치네요~! 당연히 아직 안읽었지만 😅

다락방 2022-02-21 10:39   좋아요 3 | URL
그쵸 새파랑 님. 일요일 밤 너무 싫죠. 이건 직장생활을 아무리 오래해도 달라지질 않네요 ㅠㅠ
그리고 이렇게 월요일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으엉 ㅠㅠ 후딱 지나가고 또 금요일 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또 일요일 밤 오겠지만..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새파랑 님?

새파랑 2022-02-21 11:07   좋아요 2 | URL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의 무한 반복 아니겠습니까? ㅋ 그래도 태양은 다시 뜬다? 😅

다락방 2022-02-21 11:34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점심 혹시 구내식당에서 드시나요? 그러니까 메뉴는 그날 그날 직장에서 정해지는? 저는 매일 제가 정해야 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이 되어야 합니다. (뭐래 ㅋㅋㅋㅋㅋ) 점심 맛있게 드세요, 새파랑 님!

바람돌이 2022-02-21 0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잭의 위로가 가슴뭉클! 저렇게 위로해주는 사람 너무 좋아요. 아 그런데 왜 로리는 세컨드 베스트인 오스카와 결혼햇을까요? ㅠ.ㅠ
책탑의 포스는 항상 강렬합니다. ^^

다락방 2022-02-21 10:41   좋아요 4 | URL
로리가 결혼할 당시에 오스카를 세컨드 베스트다, 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잭을 사랑하는 자신을 자신이 그 순간 잊었다고 생각해요. 세컨드 베스트와 결혼한 건 아니지만 결국 세컨트 베스트로 만들어버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자기 자신을 언제나 잘 들여다보고 파악해야 하는것 같아요. 잘못된 선택은 나에게도 치명적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저 잭의 위로 부분이 진짜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좋은 한편, 마땅히 친구의아픔에 그렇게 하는게 맞지만, 그런데 옆에 있는 아만다는 어떤 기분이었을까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인생은 너무 복잡해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2-21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잭의 위로 저도 무너졌네요ㅠㅠ 로리가 많이 위로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누구든 그 상황에서 손 내밀었을 때 잡아준다면;;; 점점 더 상황이 안타까워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저는 주중에 시간이 너무 모자라서(출퇴근길은 버스를 이용해서 책 읽기가 어려워서 오디오북을 듣거나 온라인으로 한문공부를 보거나 해요. 그마저도 퇴근길은 졸려서 드라마를 봅니다^^;) 거의 책 읽기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한 권 짧게 읽는게 다에요. 주말에야 좀 짬이 나니 그때 많이 읽을 수밖에 없더라구요. 코로나 영향도 있긴 한데... 그래도 간간이 햇볕은 쪼이자 싶어서 어제는 산책 다녀왔어요ㅋㅋ 저도 우크라이나 역사 읽고 싶은 책인데 생각보다 두껍진 않아서 도전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책 주문 예정이라 같이 포함시킬까 계속 갈등때리고 있어요...ㅋㅋ 월요일 힘내세요!

다락방 2022-02-21 10:42   좋아요 1 | URL
저도 저 위로를 영어로 읽는데 모르는단어 툭툭 튀어나와도 막 너무 진실되게 전해져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순간 로리가 되어서 고마워, 고마워 잭 했어요. 위로해줘서, 내 말을 잘 들어주고 감싸안아주려고 해줘서 고마워, 다음 기차로 오겠다고 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해어요. 그 순간 로리에게 잭이 있는게 진짜 너무 감사했어요. 그건 로리의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잭 때문에 아팠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지만요.

우크라이나 저도 사고 싶은데 그래서 2월달에 월급 받으면 사려고 생각중입니다. 껄껄. 아 진짜 왜이렇게 책 사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걸까요. 흑흑 ㅜㅜ

단발머리 2022-02-21 0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스카가 로리에게 세컨드 베스트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ㅎㅎㅎ 같은 책 다른 느낌. 로리가 결혼식에서 걸어가는 장면 있잖아요. 잠깐 잭이랑 눈 마주치고 그리고 오스카랑 맹세하고 그럴 때, 저는 로리가 잭을 완전히 ‘잊어버려서‘ 좋았어요. 오스카한테 최선을 다해서요. 그와는 반대로 잭은 로리의 결혼을 축하하기는 하지만 못내 아쉬워하는게, 전 별로였거든요. 제가 오스카를 좋아하나봐요.
저라면.... 전 그런 상황,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상황에서 잭에게 전화하지 않을 거거든요. 그리고 혹여 전화했더라도 그게 오스카가 로리에게 세컨드 베스트여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때 필요한 사람이 달랐다고 생각해요. 이게 무슨 말인지 아마, 다락방님은 알고 계실거 같은데요. 그 상황에서 필요한 사람이 잭이었던 거지, 내가 제일 힘들 때 있어주는 사람이 특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슬픔과 불행은 각각 제각각이니까요. 저는 그랬어요. 오스카와 로리를 지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탑 다섯권 중에 원서 세 권이 겹치네요. 반갑습니다. 지난주에 순댓국에 소주 마시면서 <페미니즘 철학 입문> 읽어달라던 친구가 저한테도 일단 ‘오드리 로드‘ 읽어달라 했는데 계속 미루고 있네요. 락방님께 양보할께요^^ 먼저 가세요!!!


- 2022-02-21 10:24   좋아요 3 | URL
제가 멋진 유혹의 페이퍼를 쓰겠습니당! (투비컨티뉴 헑헑)

단발머리 2022-02-21 10:25   좋아요 3 | URL
빨리 써요! 당장!! 딴 거 하지 말고요! 다른 거 다 미뤄요!! 얼른! 🏃🏻‍♀️🏃🏻‍♀️🏃🏻‍♀️

- 2022-02-21 10: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좌를 하고 마음을 정갈하게 다듬어야해요..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전하지?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1 10:51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 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안읽으셨죠? 저는 지난번 단발머리님 댓글(잭 근처에서 이사가서 안보려고 하겠다)와 이 댓글까지 읽고 나니, 단발머리 님은 결코 새벽 세시를 재미있게 읽으실 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발머리 님은 일이 잘못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려고 하시는 분이신것 같아요. 새벽 세시 읽고 제가 사랑했던 남자는 이런 일-불륜-이 일어나는 건 리액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한쪽이 액션을 해도 리액션을 하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거죠. 그런데 리액션을 했다? 그건 그 불륜에 자기도 뜻이 있었다는 거라고요. 본인은 애인이나 아내가 있다면 다른 상대의 액션에 리액션을 아예 차단할거라고 말하더라고요. 지금 단발머리 님 댓글 읽으니 그 남자의 그 말들이 생각나요. 제가 그 남자를 그렇게나 사랑했습니다, 단발머리 님...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저는 단발머리님이 그런 분이셔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그런 지점들이 진짜 자지러지게 좋아요. 옳지 않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리겠다, 하는 그런 지점이요. (그렇지만 그 남자친구에 대해서라면 저는 우리 둘중 누군가 바람을 피운다면 그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ㅎㅎ)


그런 한편, 저랑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세컨드 베스트 부분입니다. 저도 로리가 ‘나는 세컨드 베스트랑 결혼한다, 오스카는 세컨드 베스트다‘ 라고 생각한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당시에 최선을 다했고 열중했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오스카가 세컨드 베스트일 수밖에 없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잭을 잊어서 좋았다, 고 하셨는데, 저는 잭을 잊고 살려고 애를 썼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오스카를 보고 오스카랑 사랑하는 그 모든 순간들에 저는 내면 깊은 곳에 잭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본인도 세컨드 베스트랑 결혼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세컨드 베스트랑 결혼했다, 라고 생각하고요. 이건 그렇지만 철저히 제 중심적인 생각이에요. 왜냐하면 제가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보니까 다른 사람의 사랑이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인생의 중심에, 그러니까 이디스 워튼 식으로 말하자면 마음속 성소에 누군가를 두고 살아간다고요. 저는 로리의 마음속 성소에 잭을 두고 오스카를 사랑하고 오스카랑 결혼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당시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세컨드 베스트다, 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단발머리님. 그 때 필요한 사람이 잭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 때 잭이 생각나서 잭에게 전화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변명할 필요는 없는거지만, 그러나 잭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또 거기에 있었죠.
저는 오스카와 로리를 지지한다 지지하지 않는다 어느쪽도 아니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지켜보려던 사람이었는데, 오스카 와 전여친하고 함께 일하는거 말 안했대요? 거기서 아주 제가 차가워져버렸어요. 일주일에 며칠씩 브뤼셀 가있는데 거기에 전여친 있잖아요!!! 으르렁.


저도 오드리 로드 강권당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2-21 11:05   좋아요 1 | URL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었습니다만 다락방님 말씀대로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어요. 그랬다는 걸 명시적으로 밝힐 수 없었구요. 근데 이 책 읽으면서 느닷없이 정체가 탄로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을 통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만천하에 알려졌다는데 잭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읽다보니 웨딩드레스 골랐을 때 로리의 느낌이 기억나기는 하네요. 어쩌면 전, 제가 원하는 모습의 ‘로리‘만을 보았던 것일수도 있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제가 바라는 모습의 로리요. 오스카(현재)를 최선으로 여기고, 잭(과거)을 차선으로 여기는... 그런 제게 세컨드 베스트는 오스카가 아니라 잭인거죠. 아무튼 그러합니다. 같이 읽기 넘 좋아요. 그죠?

단발머리 2022-02-21 11:06   좋아요 1 | URL
쟝쟝님! 정좌하고 마음 정갈하게 하고 샤워하고 책상 정리하고 단정하게 앉으면 졸려요. 얼른 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21 11:21   좋아요 2 | URL
저는 다르게 여겼어요. 잭을 마음에 운명의 상대로 두었으면서 그 느낌을 알면서도 다른 남자_오스카_를 택하고 결혼하잖아요. 그래서 제게 오스카는 세컨드 베스트였어요. 세컨드 베스트가 과연 퍼스트를 이길 수 있을까? 세컨드 베스트와의 사랑은 과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과연. 물론 세컨드 베스트와의 사랑이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지만 잭이 그녀의 우주에 존재하는 한 언젠가 그 사랑은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으리라 여깁니다. 사랑이란 녀석은 참 신기합니다.

다락방 2022-02-21 11:28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제가 아주 좋아했던 제 남사친 중 하나는 새벽 세시를 읽고 ‘그 소설에서 정상적인 인물은 베른하르트(에미 남편) 밖에 없어‘ 라고 말하면서 그 소설을 싫어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칠봉이도 이 소설 별로라고 했고 칠봉이 다음으로 좋아했던 남사친도 새벽 세시 싫어했고 단발님도 재미없게 읽으셨네요? 그들에겐 어떤 매력이 있어서 나는 그들에게 푹 빠졌는가... ㅋㅋㅋㅋㅋ

비타 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스카랑 재미있게 살고 사랑하며 산다고 해도 마음속에 잭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언젠가는 로리의 몸과 마음이 잭을 향하지 않을까, 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언제인지 그 시기가 문제가 될 뿐, 잭을 선택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속 성소에 있는 사람을 죽기 전에라도 찾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죽기 직전에 만나느냐 젊은 시절에 만나러 가느냐, 그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은 베스트로 간다, 잭에게로 간다, 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는 로리와 잭이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알고 있고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하다는 것을요.

단발머리 2022-02-21 11:34   좋아요 0 | URL
바로 그 지점인 것 같아요. 저는 로리가 잭을 마음에 둔 채로 오스카와 결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이제 보니까 진짜 제가 로리가 되어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소설을 읽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운명의 상대가 정해져 있는 걸까요? 그니까 일테면 ‘내가 영원히 사랑할 사람‘, ‘운명적인 그 사람‘, ‘그 딱 한 사람‘. 전 없다고 보거든요. 그 때 로리가 버스보이에 끌렸던 것만큼 오스카에게 끌렸던 거고, 그리고 무게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결혼이라는 조건 앞에서 오스카를 선택한 거에요. 만약 잭이 마음에 있었다면... 글쎄요. 저라면 오스카랑 결혼 안 하고... (비뚤어진 나라면...) 차라리... 잭이랑 사라 헤어질때까지 기다릴꺼에요.
운명의 상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요. 로리가 잭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로리가 그러고 싶어했다면, 그걸 알고도 오스카와 결혼했다면 전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두는 사람이 있겠죠. 왜 없을까요. 사랑하지는 않지만 좋은 사람이라서 결혼할 수도 있겠구요. 근데 오스카 보다 마음에 더 큰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라면.... 그럼 그 사람은 운명적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오스카랑 결혼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이렇게 저는 소설 하나를 분해해 버리고 ㅋㅋㅋㅋㅋㅋㅋ 두 주인공에게 이별을 명령하며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21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잭이 불완전하고 좀 못난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요. 하지만 이때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그때 잭이 로리에게 달려가면서 아 저는 오스카보다는 잭을 좋아하는구나 느꼈죠. 결국 이 모든 돌고도는 과정이 끝난 후 잭은 로리에게 항상 달려갈 수밖에 없겠구나 싶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궁극의 존재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어떤 생의 무게일까 궁금해요. 누군가가 이거 봐라 했다가 훅 낚여 저거랑 저거랑 저거 샀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다락방 2022-02-21 10:57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단발머리 님과 비타님이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 생각해요. 음 단순하고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단발머리님은 차갑고 비타 님은 뜨겁다고 생각되고요, 그걸 약간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단발머리 님은 잘못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자 는 주의라면 비타 님은 인간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라고 보는 쪽이랄까요. 이 책만 놓고 봐도 단발님은 오스카의 편이고 비타 님은 잭의 편이죠. 너무 좋지 않아요? 저는 두 분이 다른게 너무 좋아요. 뭐랄까.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을 응원한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서 책을 같이 있는 재미가 있는것 같아요. 저는 오스카의 편이라기에도 좀 그렇고 잭의 편이라기에도 좀 거시기한게, 로리가 오스카를 선택한다면 잭을 사랑해놓고 왜 그런 선택을 하는건가 싶고 잭을 선택한다면 야 그러면 오스카는 뭐냐.. 싶고. 인생은 참으로 복잡하지 말입니다. 결국 이 책의 버스보이는 잭이니만큼 잭과 될텐데, 그렇다면 왜 그 과정에서 아만다와 사라와 오스카는 상처를 받아야 했을까요? 결국 인간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걸까요?

진짜루 내가 정말 좋아하는 베스트랑 결혼하는게 나를 위해서도 상대를 위해서도 그리고 주변인들을 위해서도 최선인 것 같아요. 차선은 안돼안돼...

단발머리 2022-02-21 11:12   좋아요 1 | URL
저... 차가운 도시 여자 된거에요? ㅋㅋㅋㅋㅋ 그렇게나 되고 싶었었는데.... 나, 차도녀!! 이번에 된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21 11:14   좋아요 1 | URL
인생의 고비고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선택을 하게 되구요. 그 다른 선택들이 쌓이고 모여서 현재의 내 인생이 있고 내 주변을 에워싸주는 든든한 이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러니 다른 인생들이 있을 테구요. 저도 단발머리님과 친구가 되기 전부터 이 분은 참 나와 다른 분이구나 그 명철함과 다정함에 언제나 이끌리곤 했어요. 그러고보니 아 나라면 아마 다른 결정을 할 텐데 다른 선택을 할 텐데 라는 생각도 해본 적 있어요. 배우고 싶은 면모를 많이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 그리고 이건 딴소린데 얼마 전에 홍진경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까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책을 많이 읽은 이들은 올바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비슷한 주장을 했던 거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긍을 하면서도 일면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선택을 하고 그 길로 나아가요. 하지만 한편 나아가지 못한 길을 바라보기도 하죠.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을때 그 무중력 상태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겠죠.

수이 2022-02-21 11:25   좋아요 2 | URL
단발님 제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요? 제 주변에 제일 명철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시는 분이 그대라는 사실을요. 아니 정녕 그대만 모르셨던 겁니까?! 😳 이 시대의 차도녀 친구인 사람 올림

- 2022-02-21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본승이 잘못한 것 같아서, 구본승을 검색했습니다. (이름은 아는 데 생각이 안나서...) ㅇ ㅏ. 이분, 지현우 닮으셨네요? 곱게 늙으신 것 같습니다. 구본승이 잘못했네요!
그리고, 얼마전에 제가 들은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의 현빈이, 저의 현빈이 다락방님의 현빈이, 우리의 최고 지존 여신 여왕 손예진 언니한테 장가갔습니다. 축하를 전합니다. (왜 여기에?) 여기에서 축하해야지 뭔가 진심이 느껴질 것 같아... 아무튼 두분 백년해로 하시고요...
최근의 로맨스적 경험....... 저는 본가에서 덕임-정조 한테 빠졌다가 나왔어요. 그 커플 키스를 ... 14회에선가? 암튼 엄청 늦게 해서 아주 느린전개 좋았습니다.. (그런데 뽀뽀하고 난뒤 김새서 더 못봄)

다락방 2022-02-21 10:59   좋아요 0 | URL
제 상황극에서 이제 현빈은 물러나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구본승하고 김민경 보는데 왜케 좋은지. 그래그래 흥해라 흥해라 잘돼라 잘돼라 설레이면 친해지고 편해지고 사랑해라 막 이렇게 되더라고요? 김민경 넘나 찐인것 같아서. 연예인 되길 잘했다고 막 그러더라고요. 그렇게나 팬인 사람을 이렇게 만날 수 있다고 말이죠. 구본승이 제발 좋은 사람이기를(잘 모르니까요), 그리고 김민경과 행복한 사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왜 이런거 응원하고 있지, 나란 여자...

저는 어제 연애소설 읽다가 남주 별로 매력 없어서 ㅋㅋㅋ 로맨스는 진짜 남주가 매력있어야 되는데 ㅋㅋ 저한테 너무 매력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그냥 잭 리처 읽으면서 내가 상황극 하는게 제일 짱이다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뽀뽀가 머에염????

수이 2022-02-21 11:00   좋아요 0 | URL
키스는 처음 만난 그날 하는 게 최고 아닙니까?! 느린 전개 겁나 싫어하는 성질 급한 1인 올림

다락방 2022-02-21 11:02   좋아요 0 | URL
무릇 어른의 키스란 처음 만난 그날 하는 것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2-21 11:09   좋아요 0 | URL
안돼요... 처음만난 그날.. 안돼.. 우린 이제... 코로나 검사 하고... 결과 나오면 키스... 응? ㅋㅋㅋ 나 이 댓글 달면서 왜 온몸 배배꼬냐?ㅋㅋㅋ

단발머리 2022-02-21 11:10   좋아요 2 | URL
저 원래 2PM 준호 안 좋아하는데(진심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 덕임-정조는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었더래요. 저, 짤로 몇 개 봤는데, 준호 목소리가 좋더라구요. 덕임이가 실제 인물이고 성은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고 하대요. 정조가 한 번 채이고 15년 기다린거 알아요? 이거, 뭣이야!! 정조 사랑꾼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매는 미리미리, 뽀뽀는 당일에!!

단발머리 2022-02-21 11:12   좋아요 2 | URL
신속 항원 검사는 6,000원 / 1.5 센티미터 면봉을 집어넣은 상태에서 살살 돌려주셔야 함/ 바로 확인 가능 / 음성이라도 결과 보장 못함

- 2022-02-21 11: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언니들 오늘 댓글 미쳤나봐 ㅋㅋㅋ (오전업무 팽개치고 듀얼모니터에서 북플에 과몰입 중인나다...)
정조 ... 저 원래도 정조 진짜 좋아했는데... 준호정조... 못마땅했는데.. 드라마 보자마자 ... 내 머릿속 정조 이제 준호로 자동패치 되버리고요... 덕임아... 와... ㅜㅜㅜ

수이 2022-02-21 11:28   좋아요 1 | URL
눈발 이토록 휘날리는 날 키스하면 좋을 거 같지 않소? 지금 40층짜리 고층 아파트 가득한 동네 지나치는 중인데 저기 몇 명의 커플들이 키스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군요 🤭

다락방 2022-02-21 11:32   좋아요 2 | URL
아니 잠깐만 이게 무슨 얘기야. 드라마 얘기하다가 왜 투피엠 얘기가 나와요? 그러니까.. 투피엠 멤버가 드라마 주인공인거예요? 오.. (투피엠 준호 모르는 사람 ㅋㅋㅋㅋㅋ) 여튼 잘 알겠습니다.

코로나 검사하고 키스하고.. 그런거 이제 귀찮지 않아요? 키스 안하고 살면 돼. 그간 했던거 곱씹으면서 살래요 ㅋㅋ 그러면 돼요,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소박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2-21 11:35   좋아요 1 | URL
신속 항원 키트, 저렴하고 가볍고 검사 방법도 쉬워요.
가지고 다닙시다!! 언제, 어디서 키스하게 될지 몰라요!!!!!!!!!!

수이 2022-02-21 11:40   좋아요 1 | URL
틀니가 뽕 빠져버릴 정도로 뽀뽀 좋아하는 1인이 좋아하는 댓글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키스하게 될지 모른다 설정 좋아요. 하지만 그런 남자들은 서서히 줄어들어만 가고 눈은 머리 꼭대기에 자리하게 되고 틀니 뽕 빠질 때까지 키스하고 싶다는 바람은 그냥 허망하게 저 바람과 날아가버리게 되고………

mini74 2022-03-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추천 도서 저 열심히 읽고 있어요 ㅎㅎ 영화관련이라 다른 책들보다 제겐 나은 듯 합니다 ㅎㅎ 2관왕 축하드려요 *^^*
 
Wordle

요즘 트윗에서 워들이 핫하던데 나는 뭔지도 몰랐고 알 생각도 안했다. 뭔가 도표같은 걸로 표시되길래 그런건 관심 무..인 상태로 지내다가, 엊그제 프시케 님의 페이퍼를 보고야 그것이 어떤 것인줄 알게 됐다. 먼댓글로 연결하였지만, 혹시 모르니 워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긴 프시케 님의 페이퍼를 링크한다.


[알라딘서재]Wordle (aladin.co.kr)



오호라, 이런거구나,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어제 처음 도전했는데 주어지는 여섯번의 기회중에 다섯번만에 정답을 채울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기까지 꽤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고, 나의 어휘력 부족에 절망해야 했다. 단어를 많이 아는 사람이 확실히 유리한 게임일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도전은 와 진짜 너무 어려운 거다. 어쩌면 처음 내가 던진 단어 자체가 아예 너무나 어긋나서 그럴지도. 여튼 그렇게 겁나 오래 시간이 걸려서 여섯번의 기회를 다 썼지만 답을 제출할 수 없었고, 정답을 알려줬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단어였다. 알지 못하는 단어이니 못맞히는 건 넘나 당연. 그 과정에서 나는 영한사전을 사겠다고 굳게 결심하고야 말았다. 집에 아주 오래된, 낡은 영한사전이 있지만, 새롭게 영한사전을 사서 그것을 나만의 my own 사전으로 만들겠다. 사전을 읽겠어! 하는 마음이 되어버린 거다. 사전 매니아인 나는 또 읽진 않아도 사두는 건 좋아하지. 그래서 영한사전을 사고 싶은데, 아니 내가 영어 단어 찾아보는 일.. 사전으로 찾아보는 일과 거리가 너무 멀었고 또 중고등학교 졸업한지도 오천년 되는 바람에 무슨 사전을 사야할지 모르겠는거다. 요즘 학생들은 종이사전 안쓰나? 나 넘나 아날로그적인가? 


혹시 정보 있으신 분, 저는 어떤 영한사전을 택하는 게 좋을까요? 롱맨 살까요? 아시는 분 추천.. 안그러면 롱맨산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건 그렇고 오늘의 워들을 풀기 위해 내가 얼마나 아날로그 대환장했는지 증거 사진.






나는 넘나 아날로그인 사람이여... 핸드폰 2g로 바꿀까.. 삐삐를 살까...


아무튼 내가 쓸 페이퍼가 넘나 많은데, 그러니까 여성의 설득 리뷰, 나오미 울프 페이퍼(바니걸에 대해 쓸것이다), 로리와 잭의 이야기(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읽다 울었다 ㅠㅠ) 이렇게 세개가 머릿속에 있는데 넘나 겁나 바빠버려 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영한사전에 대한 추천요청 페이퍼만 쓰게 되니,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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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8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8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2-02-1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사전보다 네이버 사전 웹스터 사전 추천해요. 발음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다락방 2022-02-18 09:27   좋아요 1 | URL
네이버 사전은 이미 쓰고 있고요 저는 종이 사전을 갖고 싶어서요. 종이 넘겨가면서 보고 싶어서요. ㅜㅜ

유부만두 2022-02-18 10:51   좋아요 0 | URL
전 사전은 만지고 넘겨보며 종이질로 골라요. 종이 사전은 손으로 읽는 기분이니까요.

다락방 2022-02-18 11:37   좋아요 0 | URL
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유부만두 님.
유부만두님은 워들 푸실 때 머릿속으로만 단어 떠올리시나요? 저는 그게 안돼서 저렇게 굳이 꼭 써야 되거든요. 어제 처음 해본건데 그때도 쓰면서 했어요.

유부만두 2022-02-18 17:12   좋아요 0 | URL
전 그냥 머릿속으로 짜맞춰요. 첫 두 시도엔 모음 많은 단어로 던지고 4차에 맞추는 목표로 플레이 해요.

라파엘 2022-02-18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이나 휴대폰 어플로 네이버 사전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네이버 사전이 보통의 종이사전보다 잘 만들어져 있기도 하거든요. 만약 종이사전을 원한다면, 영한사전은 권하지 않고, 영영사전이나 영영한사전이 더 낫습니다. 롱맨 영한사전을 살 바에는 롱맨 영영한사전을 사는 게 훨씬 좋다는 거죠 ㅎㅎ

다락방 2022-02-18 09:28   좋아요 4 | URL
아오 라파엘 님, 제가 바라는 댓글이 바로 이런 댓글이었습니다!! 스맛폰으로 언제든 영어 단어 찾을 수 있지만 저는 종이 사전이 절실했거든요. 종이 사전 넘겨가면서 읽고 싶어서, 그러니까 단어를 찾는게 아니라 단어를 읽고 싶어서 부러 이런 페이퍼를 쓴거였어요. 그런데 라파엘 님이 제가 그 존재도 모르는 ‘영영한사전‘이라는 걸 알려주시네요. 역시 페이퍼를 쓴 보람이 있었어요. 당장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담으러 갑니다. 알라딘 진짜 넘나 좋아요 ㅠㅠ 감사해요 라파엘님. 영영한사전이 뭣이여? 했습니다. 흑 감사해요 ㅠㅠ

PersonaSchatten 2022-02-1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셋다 반가운데요! 민중 소사전 예문암기로 문법공부 시작했고 가운데 사전으로 레몬쌤 공부법 따라하면서 무식하게 단어 칠하기로 단어암기 하고 세번째는 일한 사전을 갖고 있어서 편집이 셋 다 익숙해요. 근데 영한사전은 이거 통암기 할 거 아니면 딱히… ^^;; 영한 사전은 1:1대응어 나열한 식으로 대체로 만들어져서요. 제대로 그 단어를 정의한 영한 사전이란 없습니다. 저도 네이버 사전 추천합니다!
그래도 굳이굳이, 굳이 추천하자면 가운데 것이 제일 최근에(?) 나온 것이라 보기가 편할 것 같습니다. 롱맨 라이선스 따서 만든 거라 좀 기대가 됐는데 그 기대는 접어도 괜찮을 것 같고요. 그냥 편집이 덜 옛날 사전 같아서 보기 편했어요. ㅋㅋㅋ
라파엘님 말씀대로 종이사전은 영영사전이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초심자면 Learners’ 가 붙은 걸로 콜린스 코빌드든 롱맨이든 메리엄 웹스터든 괜찮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2-18 09:31   좋아요 1 | URL
저 대학 졸업하고 나서 직장에 들어가 처음 받은 월급으로 산게 영영사전이었어요. 제 기억엔 그것도 아마 롱맨이었던 것 같은데, 영영사전이 너무 갖고 싶어서 샀는데 지금도 여전히 새것처럼 있어요. 껄껄. 근데 저 영한사전 너무 갖고 싶게 생기지 않았나요? 특히 롱맨 영한사전 넘나 갖고싶게 생겼네요. 저는 왜이렇게 사전을 갖고 싶을까요. 에휴.. 사전 비싼데.. 저는 라파엘 님이 말씀하신 영영한사전 사려고요. 아 사고싶고 갖고싶어요. 전 사전이 너무 좋아요. 사전 성애자.. 라고 해야할까요? ㅜㅜ

2022-02-18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2-18 11:38   좋아요 2 | URL
사전 막 열심히 읽어서 페이퍼백 낡듯이 낡은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요. 낡을수록 제 머릿속에 단어 들어가는거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얼른 뛰쳐나가서 사전 사고 싶어요 ㅠㅠ

PersonaSchatten 2022-02-18 11:4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칼퇴근을 기원하며.

https://m.blog.naver.com/lemonstory73/20188126777

이분처럼 무한 필사까지 할 건 아니어도 아는 단어 형광펜 칠해버리기는 희열이 있어요. ㅋㅋㅋㅋ 응원합니다!

120권의 사전

https://m.blog.naver.com/lemonstory73/20186964397

다락방 2022-02-18 11:47   좋아요 2 | URL
아니.. 저 블로그 분 뭐죠? 73개 언어에 도전중이시래요! >.< 대박..
빨리 사전 사고 싶어요! >.<

아니.. 120권 사전.. 사전 고작 다섯권 정도인 제가 겁도 없이 사전 성애자.. 운운했네요. 애송이 주제에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네이버 블로그 하니까 저 분 즐찾해야겠어요. 후훗.

2022-02-18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2-02-18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엣센스하고 프라임, 두 사전을 사용했었는데요, 엣센스 강추입니다. 전 영어가 약해서 실감이 덜 했는데, 영어 잘 하던 애들은 프라임 샀다가 다 버리고 엣센스 쓰더군요. 전 프라임 버리는 거, 새꺄, 버릴려면 나 줘, 해서 보다가 결국 계속 보던 엣셋스만 봤습니다.
종이사전, 두권짜리 우리말 대사전, 하도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서 버렸더니 후회가 막급입니다. 종이 사전은 암만해도 추억입니다. 종이 사전 쓰시겠다는 다락방님, 지지합니다!!!!

다락방 2022-02-18 09:38   좋아요 1 | URL
아이고 눈물나요 진짜. 감사합니다 ㅠㅠ 종이사전 사용 지지라니. 너무 감사해요. 저는 사실 이 페이퍼 올리면서도 다들 요즘 앱으로 씉텐데, 했거든요. 그런데 그 사전 특유의 얇은 종이 넘기면서 사전을 ‘읽고‘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그래서 전 굳이 꼭 종이사전을 사고 싶어요. 엣센스 추천이라니. 알겠습니다. 저도 엣센스로 영한사전 사고 롱맨으로 영영한 사전을 사는... 아 판이 너무 커져버리네요. 내일 아무래도 큰 서점 나가서 한 번씩 들춰봐야겠어요. 뭐 들춰본다고 뭘 알겠느냐마는 그래도 보고싶네요? 껄껄. 지지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의 큰 힘입니다. 훗. 점심 맛있는 거 먹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2-18 09:48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때 엣센스 쓰던 1인은 골드문트님 댓글에 왜 이렇게 반가운거죠? 저, 사전은 제대로 골랐단 말입니다 ㅎㅎㅎ

Falstaff 2022-02-18 09:5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은 공부도 잘 하셨을 거 같은 걸요!! ^^

단발머리 2022-02-18 09:58   좋아요 1 | URL
에궁 ㅋㅋㅋㅋㅋ 설마요 ㅋㅋㅋ 그러나 저는 골드문트님의 추측에 한껏 웃고 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8 10:13   좋아요 1 | URL
제가 공부를 못한건 동아 프라임 영한사전을 사용했었기 때문이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사전을 탓한다 ㅋㅋ)

2022-02-18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2-18 10:53   좋아요 1 | URL
아? 제목 바꿔야겠네요 하핫

수이 2022-02-18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이사전 넘 좋아요. 라파엘님이 말씀하신 롱맨영영한사전 저도 구입하고 싶지만 락방님 리뷰 올리신 거 보고 구입 여부 결정할까보아요.

다락방 2022-02-18 11:37   좋아요 1 | URL
네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별 일 없으면 내일 큰 서점 가서 한 번 주루룩 훑어보고 주문 넣으면 아마 다음주에는 오지 않을까 합니다. 후훗.

망고 2022-02-18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영한사전 추천이었네요 영영인줄알고 댓글 달았다가 삭제했어요ㅋㅋㅋㅋㅋ저도 엣센스 추천해요🤗

다락방 2022-02-18 16:12   좋아요 1 | URL
내일 서점에 나가보겠습니다. 엣센스냐 롱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ㅎㅎ

하이드 2022-02-18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s://blog.naver.com/practical_core/221730615946
능률 롱맨 영한 사전 사시면 됩니다.

다락방 2022-02-18 16:11   좋아요 2 | URL
오와 이 블로그 링크를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저 블로거에게는 저런 정보를 적어주어서 감사하네요. 대단하다..
새삼 느끼는 바지만 영어 공부에 진심인 사람 진짜 많네요. 우와..

하이드 2022-02-18 17:35   좋아요 1 | URL
영어공부 방법도 다 제각각이고 정답은 없으니깐, 좋아 보이는 것, 내 목적에 맞는 것으로 하면 쇽쇽 골라서 하면 됩니다. 저는 2년 전에 한 번 해볼까 했던 토플 공부를 시작해볼까 해요. 아카데믹 영어 기본이기도 하고, 인생 긴데, 언제 뭘 공부할지도 모르니깐요. 그러고 오늘 리딩 책을 폈다가 오랜만에 ㅎㅎ 모르는 단어 잔뜩 만나고 책을 덮었다고 합니다. 여튼, 영한 사전은 능률롱맨영한사전. 프코님께 잔뜩 영업 당해서 저도 늘 영업하는 능률롱맨영한사전. 영영 감각 익히고 싶으면 사전보다 wordly wise 나 vocabulary workshop 워밍업겸, 하루에 한유닛씩 하면 재미있습니다. 영영 보카 볼 때는 수준보다 쉬운 것부터 시작.

하이드 2022-02-18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영 온라인은 이거 https://www.oxfordlearnersdictionaries.com/

다락방 2022-02-18 16:12   좋아요 1 | URL
즐찾 추가합니다. 감사해요!

han22598 2022-02-19 05: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https://www.merriam-webster.com/

저는 이것 추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용하는거에요
요거 좋은 건, 예문이 최근 기사나 아티클에서 가져와서..전 좋더라고요. (실시간(?) 업데이트 된 예문은 종이사전이 가질 수 없는 기능아닐까 싶습니다.....) 단어는 무조건 예문이랑 같이 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면...(아...영업하고 있다 ㅋ)
마이 워드도 저장해놓을 실 수 있고...

하이드님이 올려놓으신 것도 보니까 좋은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모든건 개취 ㅎㅎ

다락방 2022-02-25 07:48   좋아요 0 | URL
링크 주신 사전은 이미 폰에 깔려있답니다. 저도 친구가 좋다고 해서 깔아뒀던 기억이 나요. 잘 찾아보게 되진 않지만요. 아무래도 영한사전을 더 보게 되더라고요. 영영사전도 보고 싶어서 첫직장 월급으로 샀는데 여태 새것처럼 그대로 있어요. 하핫. 앞으로 사전 읽는 삶을 살아봐야겠어요!

psyche 2022-02-19 0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종이에 쓰면서 까지 저렇게 열심히 하시다니!
이게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지만 퍼즐처럼 생각해도 좋아요.
팁을 드리면 모음을 찾으세요. 처음에 모음이 많이 들어간 단어-AUDIO, ADIEU같은 것-을 쓰고 거기에 나온 걸 봐서 모음이 더 필요할 거 같으면 빠진 모음이 있는 단어를 쓰는 거에요. 그러면 두번의 시도에 모음을 다 찾을 수 있죠.
그리고 나면 훨씬 쉬워질 거에요.

다락방 2022-02-25 07:49   좋아요 0 | URL
프시케 님, 아니 글쎄 그러니까 저는 이런걸 즐기는게 아니라 재미로 하는게 아니라 답을 찾는 과정으로 생각하는것 같아요. 어쩜 저렇게 세상 진지하게 풀어야하는지.. 어휴 종이 없어서 쓰지도 못하면 잘 풀지도 못해요. 뭐든 써서 해결해야 하는 고지식한 인간인것 같아요. 아날로그 대환장에 고지식 대마왕. 아마도 제가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게임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아요. 저는 오락실도 안가봤고 게임기도 안했어요. 하하하하하.

감은빛 2022-02-2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밌네요.
저는 첫 문제 4번만에 맞추긴 했는데,
단어를 알고 넣은 건 아니고 그냥 철자보고 무작위로 넣었어요.
정답은 thorn 이네요. 다행히 아는 단어. ^^

가끔씩 심심할 때 해보면 딱이겠어요.

다락방 2022-02-25 07:50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정답을 못맞혔어요. 어떤 때에는 운이 좋아 세 번만에 맞히기도 하는데 오늘은 여섯번 다 써도 스펠링 두 개만 해당한다고 나오네요. 아놔. 이것도 매일 하다 보면 어휘력 좋아질 것 같아요. 후훗.
 
연이와 버들 도령 그림책이 참 좋아 84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무조건 돕고 왜 어떤 사람들은 기어코 타인(의 세상)을 파괴하려고 하는걸까? 인간이란 복잡하군.
아가 조카 주려고 샀고 그래서 주긴 했지만, 이게 해피엔딩인걸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의 마지막 장면이 이 책 위로 겹친다.
나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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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16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판의미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뭔가 느낌이 비슷하네요 정말.

다락방 2022-02-17 09:38   좋아요 1 | URL
판의미로 이상하게 좋죠! 영화 내내 분위기가 음울하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저는 그게 참 좋더라고요.
저는 그 결말이 싫었거든요. 근데 동심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그건 해피엔딩이고 동심을 잃은 어른들에게는 새드엔딩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어요. 저는 백프로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 공주고 여왕이고 왕이고..그게 다 무슨 소용이여? 여기서 죽었는데? 이랬는데, <연이와 버들 도령>도 아름답게 그려놓은 결말이지만 슬프더라고요? 제가 영생파라 그런듯요..

- 2022-02-16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이런 것도 읽는 다락방. 당신이라는 사람. <판의 미로> 봤는데 왜 나 엔딩 한태기도 기억 안나? ㅋㅋ

다락방 2022-02-17 09:38   좋아요 1 | URL
저는 판의 미로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결말이 엄청 기억에 남아요.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디테일은 생각나지 않는데 그 음울한 분위기와 결말만큼은 기억나더라고요. 전 그 결말이 너무 대충격이어서... 아니, 델토로 이사람, 너무하잖아! 막 이랬거든요. 하하핫.

책읽는나무 2022-02-16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판의 미로 저는 그 영화 보진 못했지만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이네요?
이 그림책 읽고 나면 왠지 여운이 남더라구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읽으면 더 깊이 깨닫게 되는 그런 그림책인 것 같아요. 작가님 대단!!
근데 아가 조카가 보면 좀 무섭지 않을까요??
저는 버들도령이 재가 되어 버린 장면 완전 충격이었거든요..울딸도 깜놀하더라구요ㅜㅜ
아..저의 딸은 좀 큽니다ㅋㅋㅋ
아이들은 어른들과 좀 다른 눈으로 책을 보는 것 같긴 합니다만^^

다락방 2022-02-17 09:40   좋아요 2 | URL
저도 주려고 샀고 그래서 주기전에 읽은건데 이걸 줘도 되나.. 엄청 고민했어요. 그림이 예뻐서 주긴했지만, 아마도아이들은 나랑 느끼는게 다를 것이다, 라고 생각해서 주긴 했지만, 그런데 여전히 줘도 되는거였나 싶고.
저도 그 여인이 불지를 때 흐미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여.. 싶어서, 그렇게 타서 재가 되어버린 사람..을 알게 하는게 어린아이에게 괜찮은가? 막 진짜 고민되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너무 어른의 고민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주고나서도 고민입니다 ㅠㅠ

mini74 2022-02-16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판의 미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무섭기도 했지만 ㅠㅠ 결이 같다니 갖고싶네요 이 그림책 ㅠㅠ 조카. 제일 어린 조카가 26살 군바리ㅠㅠㅠ 살포시 읽고 이 책을 보내줄까요. 너에겐 감성이 필요해하면서요 ㅎㅎ

다락방 2022-02-17 09:41   좋아요 2 | URL
미니 님, 살포시 읽고 미니 님이 가지시는데 26살 군바리에게 보내시는 것보다 나을것 같은데요. ㅎㅎ
이거 그림책의 그림이라 해야 하나 그보다는 화면이라는 게 더 맞는 표현 같은데, 그런게 진짜 기막히게 아름답거든요. 아가야, 너는 그림을 보렴, 이라는 마음으로 주긴 했어요.
판의 미로 진짜 결말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영화에요. 델토로 감독 너무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ㅠㅠ 너무해 ㅠㅠ 그런데 그래서 ‘싫다‘는게 아니라 정말 독특한 영화였어요.
 

사실 'second best'란 제목으로는 《12월의 어느날》을 다 읽으면 그 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메그 윌리처'의 《여성의 설득》을 읽으면서 막판에 이 제목이 생각나서 일단 이 제목을 쓰기로 했다. 별 거 아니지만 나는 이걸 기록하고 싶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책을 들고 왔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을 출근하는 동안 들고 다니려고 했는데, 엊그제 자기 전에 읽었던 이 책의 부분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마저 읽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오늘은 가방에서 나오미 울프의 책을 빼고 이 책을 넣었다. 원래 두 권 다 들어있었고 조지 실버의 책도 들어서 총 세 권이었는데, 아 몰라 일단 다 들고 가, 하고 세권 넣었는데, 아니 출근과 퇴근의 독서가 전부인 내가 이 세권을 무슨수로 읽겠다고 넣는단 말인가. 제발 똥구멍까지 찬 욕심을 버려.. 나는 내게 말했고, 그래서 나는 나로부터 설득당해 한 권을 빼놓고 오게 된거다. 크- 아름다운 출근길 스토리 되시겠다. 

이게 그러니까 어젯밤에 이걸 읽고 잤으면 모든게 깔끔해지는데, 내가 어제 소주랑 쭈꾸미볶음을 먹는 바람에 책을 읽을 수가 없었어.. 평일의 술은 모든 계획을 흐트러지게 만든다고 늘 생각해오고 있고 그래서 다시는 평일의 술을 나에게 허락하지 않겠노라 다짐하지만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나에게 술을 허락해버려. 그래, 마셔라. 


아, 쓸데없는 얘기가 길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얘기하기 위해 쓸데없는 나의 얘기를, 지독하게 사적인 얘기를 좀 더 해야겠다. 베리베리 프라이빗한 스토리 되시겠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만났던 남자가, 처음 만난 날에 나랑 자고싶어 했다. 뭐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그 후에 내게 또 일어나기도 했던 일이니, 이 일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처음 만나 자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살아가고 그러잖아요? 학계에선 그걸 원나잇 이라고 하죠. (닥쳐!)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매우 고지식한 사람이었고, 처음 만난 남자와 그 날 바로 잔다는 것은 내게 그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겨졌으며, 나 역시 '그럴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말했던 것은, 나는 정말이지 그 날 그에게 홀랑 반해버렸지만, '자고나면 끝장이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그 날 나의 욕망에 굴복해 그랑 잔다면 그 날은 그와 나의 첫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거라고 나는 생각한거다. 나는 그렇게 한 번 자고 잊혀지는 여자가 되는게 너무 싫었다. 나는 계속 만나고 싶었다. 우리는 그 후에도 몇 번 더 만났고 번번이 그는 나에게 끌림을 이야기했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야' 라고 말하면서도 함께 밤을 보내지 않은 건 나의 그런 마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면 끝장이다, 그게 바로 관계의 끝이다.


그러나 자지 않아도 관계는 끊어졌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도대체 섹스 그게 뭐라고 그냥 잘 걸. 이라는 생각도 더러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나 홀랑 반했었는데 한 번도 자지 않고 헤어졌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오래 그를 그리워하는건가, 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아.. 너무 사적인가? 여튼 썼으니까 계속 써보자. 


그 후에, 그랑 헤어지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내 삶을 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충실히 살았다. 그렇지만 그가 계속 내게 있었다. 가끔은 꿈에 나타나기도 하면서 내게 있었다. 그는 기준이었다. 그는 중심이었다. 내게 있어서 그랬다. 나는 몇 번 연애를 했지만, 그 모든 연애에서 연애 상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시간 내내 그 연애 내내 그들은 내게 best가 아니었다. 우선 순위도 아니었고 최고도, 최선도 아니었다. 그들과 결혼해서 일편단심 민들레로 살아갈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결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결혼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거기에 '충실한 아내'같은건 없었다. 나는 기어코 오래전에 만난 그를 만날거라고, 찾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그를 찾아갈거라고, 그래서 기어코 한 번쯤은 꼭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을 늘 품고 살았다. 늘, 정말, 늘.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어쨌든 내 삶은 언젠가 한 번 그를 만날거라는 것에 맞춰져 있었고,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가 언제든 나는 한번은 꼭 잘거라고 마음 먹었더랬다. 그는 오래전에 나를 볼 때마다 욕망으로 불타올랐으니 언제 다시 만난다해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같이 자는 건 일도 아닐 것이었다. 다만, 그가 결혼했을지도 모르고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변수였다. 그래서 나의 상상 속에서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때가 언제든, 나는 그에게 '너 결혼했냐'고 묻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게 내가 다짐한 것이었다. 묻지 않고 자기. 그가 싱글인지 기혼인지 묻지 않기. 왜냐면, 그가 '결혼했다'는 답을 한다면, 그 말을 듣고서는 차마 같이 잘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그런 일을 하도록 놔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른다면 가능하다. 모르는 채로는 가능하다. 짐작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내가 모르는 채로는 나를 용서할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면. 



자, 내가 이렇게 긴 이야기를, 이렇게나 사적인 이야기를 왜 하고 있을까?



페이스 때문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한 명. 정확히 나랑 같은 마음을 어느 순간 가졌던 이 여성 때문에, 나는 아주 오래전의 나의 상황과 나의 마음이 생각나버렸고(사실 잊은 적이 없지만), 아아, 페이스여... 하고 울 것 같은 마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페이스는 여성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고 광고주를 모집해야 한다. 광고주를 모집하기 위해 이 회사 저 회사 다니면서 설득하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 남자는 이 만남에서 광고 얘기도 할 겸 페이스에 대한 호감도 강하게 어필한다. 


"나랑 자요. 난 정말로 그러고 싶어요." -p.383


아, 페이스도 너무나 원한다. 그래서 본인의 욕망에 응답하기로 하고 그들은 그렇게 섹스를 한다. 그 섹스는 환상적이었다. 너무너무 좋았다.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이것은 아마도 인생 섹스? (책에는 '인생 섹스'란 단어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새벽에, 그가 집에 가겠다며 옷을 챙겨입는다. 침대에 누워 이 열정적이고 만족감을 가득 안겨준 섹스를 끝낸 뒤 후유증이 가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는 집에 간다고 옷을 챙겨입는다. 



"어디로요? 지금은 새벽 2시예요."

페이스는 고개를 돌려 분홍색 빛이 나는 타이멕스 시계를 보았다.

"집에요."

길고 끔찍한 침묵이 흘렀고,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당신 결혼했군요."

역시나 끔찍한 또 다른 침묵이 흘렀고, 페이스는 뭔가 성난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화가 나지 않았고 그저 음울하게 슬플 뿐이었다. 왜냐하면 결혼반지가 없었어도 그녀는 이미 직감적으로 그가 결혼했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일부러 그와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의 답을 확실히 알았다면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p.386



페이스는 묻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가 결혼한 남자인 걸 알지 못했다. 그도 결혼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묻지 않았으니까. 아마 물었다면 대답해주었겠지만, 그 역시 같은 이유로 본인이 먼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계속 만나고 싶다. 오늘 너무 좋았고, 그녀가 너무 좋아서. 그는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고, 내가 오늘 당신과 겪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정은 꾸밈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런 감정을 우리가 더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페이스는 말한다.


"난 그런 일은 하지 않아요. 최소한 알면서. 내 자매들에게는 그러지 않아요." -p.387



알면서 못하는 일이지만, 너무 하고 싶은 일이라서 부러 알지 않는 걸 택했다. 그리고 이제 알게 되었으니 더이상 할 순 없다. 알면서는 하지 않는다. 그게 페이스가 선택한 것이고 내가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이래서, 그러니까 인생에 단 한번뿐인 경험이어서 서로에게 이 일이 best 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다른 모든 것들은 second 나 another, the others, 그 밖의 것들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된다는 걸 알고, 그래서 그녀와 그는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산다. 페이스는 페이스대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 이름을 알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남자는 남자대로 열심히 일을 해 사회에서 한자리를 단단히 차지하고 돈도 쓸어 담았다. 이들은 서로 유명해져서 각자의 소식을 안다. 들려온다. 


그는 섹스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 뒤로도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섹스를 했다. 아내는 그의 바람을 알지만, 그에게 사업자금을 대주면서 약속했었다. 정말 흥미가 가는 여자랑은 섹스를 하지 않기로. 그는 지적이고 똑똑한 여성, 계속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해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페이스가 그런 여자였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 누구도 페이스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그녀의 뇌를 좋아했다. 그는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날, 그녀를 회상하며 거실에 앉아있었다.



"당신 결혼했군요."

그 자리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끝장났다. 그날 밤 집에 와서 어두운 거실 의자에 앉아 페이스의 눈부신 몸과 느낌과 맛과 향기를 생각했다. 쉐르세이라는 향수를 뿌린다고 했지만 단순히 그런 것 이상이었다. 그녀의 향수는 염분과 섞여 있었고, 그 염분은 오로지 페이스에게만 존재하는 무언가와 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를 호기심 많고 예리하고 절묘하게 매혹적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머리 안에 든 뇌를 상상했다. -p.504



페이스 프랭크와의 하룻밤을 떠올리자 목과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가 기억하는 건 그저 섹스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원했었는지도 기억이 났다. 어떤 사람은 대단히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함께한 시간이 아무리 짧았어도 그는 당신의 안에 아로새겨지고, 그에 관한 아무리 사소한 언급이라도 당신의 마음속에 갑자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p.514



미래는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나는 시간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인생의 그 시기에 만나야 해서 만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거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이 시기에 이렇게 한 번 만나게 하고 그 뒤로는 만나지 못하게 할까. 그 이유는 뭘까. 거기에서 무얼 느끼고 무얼 얻으라는 것일까. 그런데, 사십년이 지난 후에 그들이 만난다. 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나이 일흔에 얘기하는 바람에, 그녀를 만나서는 안된다는 아내와의 약속이 '동화속 저주처럼 사라(p.514)'진 것이었다. 



페이스는 상세한 것을 묻지 않고 사무실로 와서 그의 바로 맞은편에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여전히 우아하고 흠잡을 데 없고 대단히 똑똑했고, 그는 훨씬 나이 든 버전의 그녀에게 다시금 욕망을 느꼈다. -p.514


이런 놀라운 결말을 가져오는 삶이란 것이 얼마나 굉장한지. 물론 이게 꼭 결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시작일 수도 있었다. 그는 이걸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했다. 그저 매일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것만 알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죠?"

사무실로 온 오후에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이게 우리 두 번째 데이트인가요?"

그는 기뻐서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그러고 싶다면 말이죠."

"음,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다시 전화를 할 때에는, 또는 그 반대일 경우에도 40년보다는 짧은 시간이 걸리죠. 우리한테는 좀 늦은 것 같은데요." -p.515



칠십대의 그와 칠십대의 그녀가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같은 이야기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부러 그의 이름은 적지 않았다. 그건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의 즐거움을 일부 가져가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렇게 40년 후에 재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써나가는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인생 내내 중심으로 있던 사람이 40년 후에 다시 불쑥 내 인생에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 을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똑똑한 여성에게, 그 여성의 뇌를 상상하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남자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는 매우 즐겁다. 물론 그녀는 아름다우면서 똑똑한거긴 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에도 그녀의 뇌에 혹했고 40년 후에 만나서도 똑똑함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더 똑똑해지고 싶다는 거였다. 더, 더, 더 똑똑해지고 싶다. 40년이나 걸리기를 바라진 않지만, 그래도 혹여 그와 내가 먼 훗날 다시 만났을 때, 그 때 그에게 '대단히 똑똑하다'는 생각을 주고 싶다. 그건 너무 멋진 일인것 같다. 그러니까 과거에 알던 사람을 나중에 다시 만났는데, 와 대단히 똑똑해, 라는 느낌을 주는 거 너무 좋지 않나. 



몇 년이 흐른 후 운명이 왜 그걸 허락한건지 모르겠지만, 그와 나를 다시 한자리에 있게 했다. 나는 우리의 그 젊은 시절에, 그 처음 만남에, 왜그렇게 나랑 자고 싶었던 거냐고 그에게 물었었다. 나는 예쁜 얼굴도 아니고 쭉빵 몸매도 아닌 게다가 곱게 화장을 하거나 세련되게 옷을 입는 사람도 아닌, 그러니까 외모로 어필할 수 있는 성적 매력 가득한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왜 그런 나를 보고 그렇게나 처음부터 욕망을 느낀건지 궁금해 물었었다. 그 때 그도 내게 나의 뇌를 얘기했더랬다. 


brain


아, 자꾸 영어 단어 튀어나오는 이 습관 어떻게 고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고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brain 은 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대해서는 리뷰를 따로 쓸 생각인데, 리뷰 쓰기 전에 갑자기 너무 나를 건드리는 부분이 나오는 바람에 이토록이나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적어버리고 말았다. 오래전, 그가 있는 대륙으로 가서 무작정 말을 타고 달리며 그를 찾고 싶었던 그 때의 내가 떠올라버려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와 한 침대에 들고 그리고 서로 세이 굿바이 할 때까지도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다짐했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나는 '그'랑 자고 싶었지 '결혼한 그'랑 잘 순 없는 거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었던 그 때의 내가 떠올라서 아주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아니, 페이스, 당신이 그런 일을 경험했는지 몰랐네요. 어쩌면 지구상 어딘가의 누군가는 나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0년은 너무 길다. 칠십대에 다시 만나는게 뭐야. 페르귄트야 뭐야, 내가 솔베이지야?



아무튼 졸라 똑똑해질것이다. 뇌에서 페로몬 뿜어내기, 제가 해보겠습니다. 킁킁.

당신은 평생 나보다 더 똑똑한 여자는 만나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있다. 알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은 다 읽고 팔려고 했다가 3부와 4부를 읽으면서 소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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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ove of my life 3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02-19 23:36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Laurie, Sarah, Jack, Oscar 이렇게 네 명이다. 이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복잡할 게 없는 관계여서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한 나는, 죄송하게도 보부아르를 떠올린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읽으면서 인물 관계를 정리한다는 게, 하다 보니 사랑의 화살표 대잔치가 되어 버렸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서. 로리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로리는 이렇게 쓴다. She came runnin
 
 
PersonaSchatten 2022-02-16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쭈꾸미 볶음을 먹고 여성의 설득을 소장하고 싶어지는 포스트네요! 맛있는 점심 하셨기를요!

다락방 2022-02-16 16:48   좋아요 2 | URL
여성의 설득은 저한테는 조금 순한 페미니즘 소설 같지만 끝으로 갈수록 더 좋아지는 소설이었습니다. :)

청아 2022-02-16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뇌섹녀인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페로몬은 글로도 퍼지는 것! 나의 내면을 건드려 주는 책 저도 너무 좋더라구요~♡ 며칠 전에 주문했는데 이제야 <여성의 설득>이 제게도 오는 중입니다 잘샀네요.ㅎㅎ

다락방 2022-02-16 16:49   좋아요 2 | URL
미미님은 또 읽다가 어떤 감상을 갖게되실지 궁금해요. 읽다가 글 쓰고 싶어지시면 언제든 참지 말고 써주세요! 저는 오늘 페이퍼에 너무 다 털어넣어버려서 막상 리뷰에 쓸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거리의화가 2022-02-16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0년을 만났는데도 brain^^ 다락방님의 이야기와 묘하게 어우러진 여성의 설득 좋은걸요~ 리뷰도 기대가 됩니다^^

다락방 2022-02-16 16:50   좋아요 3 | URL
리뷰를 쓰고 싶은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책은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의 소설 버전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각자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고 잘하려고 애쓴다 해도 순간의 판단으로 오래 죄책감을 갖고 살게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예요.

독서괭 2022-02-16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뇌 페로몬에 빠져있는 사람 요기 하나 있습니다 ㅋㅋ 똑똑한 여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 있군요.
어휴 근데 저는 저 남자 넘 싫네요. 저는 결혼한 남자랑 자면 안된다는 도덕적 이유도 있지만, 그 남자 자체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안 만날 것 같아요. 결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숨기고) 나에게 자자고 하다니, 이런 써글놈.. 차마 묻지 않고 자버리는 그 마음에 대해서는 이해는 되지만요. 그래도 싫어요 써글놈 ㅠㅠ

다락방 2022-02-16 16:52   좋아요 3 | URL
독서괭 님, 사실 그런 부분.. 네 맞습니다. 저는 잭 리처가 그래서 좋아요, 독서괭 님. <네버 고 백> 보면 잭 리처는 본인에게 일어났을지도 모를 혹은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해 호텔 룸을 잡기 전 상대 여자에게 말합니다. 이미 둘 사이에 성적 긴장이 있고 그래서 같이 자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는데, 우리가 방을 잡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일이 있어, 라고 말을 하죠. 저는 잭 리처의 그런 면을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아해요. 그는 뭔가 잘못된 일을 하지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에요. 저는 그의 그런 점이 너무 좋아서 잭 리처 시리즈를 계속 읽습니다. 아니 이게 뭐지. 갑분잭리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2-16 14: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 진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적이고 뭔가(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야한 페이퍼다 ㅋㅋㅋ 아주 뇌에서 너무 과도한 페몬이 철철 흘러서 페이퍼 까지 적시고 있어요.... 뇌섹녀... 근데 다락방 자면 끝장이야라니... 자면 끝장이야라니... (본받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래... 가끔은 그런 마음도 인생의 베스트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ㅋㅋㅋㅋ
여성의 설득 표지만 보고 그냥 페미니즘 고전인가? 했는데. 이런 소설이란 말이예요? 40년 후에 불쑥이라니.. 대단하다. 갑자기 인생이 굉장히 길고 지루한 무엇이지만 재미있는 어떤 것으로 바뀌는 것 같은 마법. 저도 읽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22-02-16 16:54   좋아요 4 | URL
자면 끝장이다, 라고 생각해서 자지 않아놓고 몇 년간을 ‘쉬바 섹스가 뭐라고 그렇게 나를 철저히 차단했나..‘ 라는 생각에 괴로워했죠. 그렇지만 또 시간이 흘러 결과적으로, 그 때 그러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오래 그리워하고 오래 괴로워했지만 그렇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시간도 올 수 있었고 뭐 그랬습니다. 역시 지금의 저는 과거의 저가 만든거예요.
여성의 설득 표지만 보면 페미니즘 고전같기도 하고 자기계발서 같기도 한데, 페미니즘 소설 순한맛입니다! 저는 별 다섯을 주긴 할거지만 순한 맛 때문에 4.5 주고 싶은, 그런 소설이에요. 후훗.

쟝님의 마지막 문장, 맞아요! 인생은 길고 지루한 무엇이지만 재미있는 어떤 것으로 바뀌는 마법 같은 것! 마법이 우리 인생에 찾아들기도 하죠. 샤라라랑~

- 2022-02-16 19:55   좋아요 2 | URL
지금 그대가 만들어낸 그대 굉장히 근사해요. 그렇지만 자면 끝장이다라니......... 귀엽다(ㅋㅋㅋㅋ)

그래~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어! 하지만 나의 커리어는 사랑보다 소중하다!!! 샤라랑!@!!!!!!!

책읽는나무 2022-02-16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었군요?? 저는 아까 낮에 링크된 걸 보고 책 제목만 봤을 땐 여성주의 인문학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락방님 글은 왠지 각잡고 읽어야 하겠기에 읽는 건 좀 미뤄뒀죠. 카페를 갈 수 없는 시기니까요~ㅋㅋ
가 아니라 도서관에 연체 된 책들 반납한다고 급히 나간다고 바빴어요^^
근데 책 표지가 어찌나 강렬했던지? 아까 도서관에서 소설 분야에서 이 책을 봤거든요..응??? 이게 왜 여기 꽂혀 있는가? 의아했었는데 소설이었군요?ㅋㅋㅋ

각 잡고 내밀하고,은밀한 사적인 페이퍼를 읽었습니다^^;;;
저도 부끄럽지만 좀 보수적인 편이라 그 다락방님 말씀 하시는 ‘자면 끝장이야!!‘ 주의인지라....🤭🤭🤭
지금은 생각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래도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긴대도 ‘자면 끝장이야!!‘ 모드로 돌아설 것 같아요. 에혀~~ㅋㅋㅋ
암튼 그분을 가장 좋아한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40 년후는??? 너무 기네요?ㅋㅋㅋ
근데 요즘 ‘다시, 올리브‘ 를 읽으며 빠져 있는 중인데요..어쩌면 40 년후가 더 홀가분하고 더 지적인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땐 나이가 많아서 배우자가 곁에 없....아!! 너무 나갔나요??ㅋㅋㅋ
그래도 건강만 잘 유지한다면??(뭐래??ㅋㅋ)
뇌가 똑똑해야 하는 게 중요하긴 합니다. 치매라도 걸린다면?? 사랑했던 사람도 못알아본다면 로맨스고 뭐고 다 끝장일 것 같아요ㅜㅜ
밤이다 보니 횡설수설하고 있네요ㅋㅋ

다락방 2022-02-17 09:47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이 책은 표지와 제목이 저렇지만 소설, 소설입니다. 페미니즘이 잘 들어가있는 소설. 책나무 님도 읽게 되신다면 아주 좋아하실, 재미있게 읽으실 그런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뻔하기는 했지만 갈수록 좋아지는 소설이에요. 등장인물들이 삶이란 무엇인가 알아가고 또 자신에 대한 모순에 직면하면서 성장하는게 보이는.. 까지 쓰다가 아니 리뷰에 쓸 말을 여기다 다 써버리면 나는 리뷰에 무얼쓰나, 싶어서 이쯤에서 접을게요. ㅎㅎ

맞아요, 올리브는 일흔에 잭을 만났죠.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죠. 그건 그것대로 좋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너무 늙으면 곤란해요. 병치레만 하다가 죽잖아요. 서로의 찬란함과 열정을 함께 겪지 못하고요. 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다 좋긴 하지만, 저는 같이 늙어가는편이 더 좋을것 같아요. 젊은 시절도 함께 겪고 늙어가는 것도 함께 보고.

제가 그 때 ‘자면 끝장이야‘ 마인드로 살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를 훗날 다시 만날 수도 있었고, 딱 한 번만 섹스해보고 싶다던 바람은 그보다 많이 하는 걸로 진행되었더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9금)

mini74 2022-02-16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결혼전 원나잇에 대해 어쩌다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 반대입장, 처음 만나 서로 얼굴에 침 묻히고 그러는거 좀 그렇지 않나요 였거든요. 살아보니 좋으면 처음 만나 서로 침도 뱉고 묻히고 뭐. 그럴수도 있지 뭐 하는 생각이 ㅋㅋ 다락방님 글과 댓글 읽으니 갑자기 생각납니다.ㅎㅎㅎ

다락방 2022-02-17 09:44   좋아요 1 | URL
저는 원나잇에 대해 한 순간도 반대입장이었던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그걸 제가 하려면 온갖 안되는 이유들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이유가 없어도 무조건 안되는 것 같고요. 야 즐겨 즐기면서 살아, 못할게 뭐있어, 내가 한다는 건 상대도 한다는건데, 해버렷 해버렷! 하는 입장이었지만 막상 저에게 그런 일이 닥치면 뒤로 물러서더라고요. 저는 보수적인 성향도 있긴 했지만 스스로 너무 고지식하고 엄격하지 않았나 싶고.. 그렇게 원나잇 물리치고 살아서 좋으냐 라고 하면 하고 살걸 그랬다 싶고.. 그래서 원나잇을 해보려고, 그러니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자봤는데, 세상 허무해서.. 이것이 뭣이여 이걸 하고 사는건가 사람들은.. 싶어서 집에 가자마자 뜨끈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역시 원나잇보다는 밥이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그 밥이 그렇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댓글 왜이러죠? 산으로 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