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추석때 함께 여행할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일찍 만나 면세점을 쇼핑했는데 지하에서 파는 반미를 백화점 옥상으로 가지고 가 바람을 맞으며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 조금 더 쇼핑한 후에 서점엘 갔다. 여행책자를 살까 어쩔까 둘러보다가, 우리에게 여행 책자가 크게 필요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나는 종이로 된 지도를 꼭 갖고 싶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쯤에 호텔을 잡는게 좋을지 비교하며 호텔 예약을 하고 싶었던 거다. 결국 친구는 중고샵에서 여행책을 사자고 했고, 오오 너무나 멋진 계획에 나 역시 그러자!고 하고는 광화문 교보에서 나와 알라딘 종로점으로 향했다. 마침 포장되어 있던 중고 여행책자가 있었고 그걸 사가지고 나와서 우리는 이제 '이 책을 펼쳐놓고 호텔을 알아보려면 어딘가 앉아서 봐야하고, 저녁은 좀이따 술과 함께 먹을거고 커피도 마셨으니 어디로 가야 좋을까'에 대해 얘기했다. 친구는 KFC 에 가서 커피를 마실까? 했고 나는 '차라리 베스킨 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자'라고 했는데, 친구는 좋다며 근처의 베스킨 라빈스를 검색했다. 스맛폰 지도를 보며 그곳으로 향하던중 설빙이 내 눈에 똭- 보였고, 나는 친구에게 '잠깐만. 설빙은 어때?' 물었다. 마침 내게는 설빙 쿠폰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설빙도 좋지, 갈까? 이러길래, 잠깐만 있어봐, 나 무슨 망고빙수 쿠폰 같은 거 있을거야, 하고는 잽싸게 내 폰을 뒤졌다. 그리고 앗싸~ 찾았다! 애플망고빙수 쿠폰이 있었다. 생일에 친구가 보내준 기프티콘 이었다. 친구야, 여기가서 이거 먹으면서 보자!! 하고는 씐나서 설빙으로 들어갔다.


애플망고빙수 하나를 주문해놓고서는 나는 가져온 아이패드를 꺼냈다. 친구는 여행책자를 꺼내서 그 안에 지도를 펼쳤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아이패드를 세워놓고서는 호텔 하나하나를 찾아보고 따져보았다. 여긴 너무 먼데? 안돼. 여긴 트윈베드가 없어. 안돼. 으앗 여긴 평이 별로 안좋은데? 안돼. 여긴 너무 비싸니까 그냥 패쓰. 이러면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고 지도를 보면서 여기 근처다, 하고 따져보고서는 어디로 예약해야 할지를 결정했다. 이 시간이 진짜 너무 좋았다. 함께 나란히 앉아 우리가 잘 곳을 정하는 게, 당연하고 또 별 거 아닌듯 보이지만 너무나 좋은 거다!



호텔을 정하고 친구와 나는 더덕구이를 먹으러 갔다. 소주를 시켜두고 더덕을 먹으면서, 좋군, 맛있군, 하면서, 아까 우리가 그렇게 함께 아이패드 보면서, 지도도 보면서, 얘기 하면서 호텔을 예약할 수 있어서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 하고 말했다. 친구도 좋았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카들에 대한 얘기와, 과거에 했던 여행 얘기와, 직장 얘기 등등을 했는데, 오래 만났던 친구고 또 늘 했던 얘기들인데도 되게 기억에 남았다. 좋은 시간이었어. 그렇게 둘이서 소주를 두 병 마시고서는, 아아 한 잔 더하고 싶다, 했는데, 맥주는 너무 배부르고 와인이 좋겠다, 와인 마시러 가자, 하고는 주변에 와인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을 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큰 상가 안에 레스토랑 여러 개가 있었고, 여기는 와인이 없네 안돼, 여기는 비싸겠네 안돼, 여기는 문닫겠다, 이러면서 한 군데를 정했는데, 와인도 저렴한 게 있었던 터라, 이거 한 병 시키고 배부르니까 안주는 치즈 시키자, 하고는 자리에 앉았는데, 친구는 와인 한 병은 좀 무리지 않겠나 싶다며 메뉴판을 살펴보더니, 오오, 와인 두 잔에 치즈 반접시 셋트를 찾아낸 거다. 우왓 이거 딱이닷! 하고는 둘이서 그 셋트를 시켜서는 아니 어떻게 이런 데가 있지, 진짜 딱 맞춤하네, 치즈도 맛있다, 이러면서 먹고 마셨다. 아,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 식전빵도 버터 발라 먹었더니 너무 맛있어서, 이거 혹시 포장되나요? 직원에게 물었더니 포장이 된다는 거다. 친구는 '우리 하나씩 포장해갈까?' 내게 물었고 나는 '그래 그러자' 이러면서 또 빵을 하나씩 포장했어. 아아, 이 친구와 나의 여행은 돼지되는 여행 되겠다, 아마도.....



그러니까 우리가 포르투갈에 갔을 때, 그 칼로리 높은 프란세진야를 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먹었는데, 마지막 날 아침에 내가 또, '나 한 번 더 먹고 싶어, 한 번 더 먹지 않으면 한국 돌아가서 후회할 것 같아' 하니까, 친구가 '응 그러면 더 먹자, 너 후회하지 않게' 했던 거다. 아아, 우리는 돼지되는 여행 하시겠다 진짜. 



이 시간들이 진짜 너무 좋아서 인생이 한층 더 풍요로워진 기분이다. 늘 만나는 친구, 오래된 친구, 항상 했던 얘기들인데 왜이렇게 꽉꽉 채워지는 기분이지..너무 좋아..



친구랑 알라딘 중고샵에 갔을 때 굿즈를 보면서 친구가 '나 이거 받았어' 하고는 폴딩백을 가리킨다. 나는 이런 굿즈가 있는지도 몰랐던 터라, 이게 뭔데? 물었고, 여행 캐리어 손잡이에 꽂을 수 있는 가방이란 말을 듣고 갑자기 갖고싶다는 강한 욕망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가격은 11,000원 이라는데, 아아, 내가 이걸 돈 주고 살 순 없지. 굿즈로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이걸 왜 사? 그래서 내가 이걸 꼭 받겠다!! 하는 생각으로 뭘 사면 주나, 하고 봤더니 얼라리여? 해당 도서 포함 3만원 이상인데, 해당 도서가 딸랑 두 권이다.




















아니...《스노우맨》은 내가 읽었고,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데...이거 너무한 거 아니오? 날더러 대체 어쩌란 말이오? 그래서 '안갖고 말지', '됐다' 하고는 포기하고 말았는데, 남동생이 스티븐 킹의 《IT》을 사달라는 거다. 읽고 싶다고...나는 녀석이 읽고 싶다는 책에 대해서라면 당장 사주는 사람..... 오늘 아침에 장바구니에 스티븐 킹의 그것을 넣고서는, 그래,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는 없으니까 이걸 받자, 이게 두 권 합본이니까, 가지고 있던 추운 스파이를 팔자, 그리고 이 두권짜리 합본을 여행갈 때 가져가자, 그러면 한 권 가져가면서 두 권 가져가는 셈이 되니까, 여러모로 좋은 것이야...하고는 폴딩백을 받게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거 받는다, 씐난다, 합리적인 소비였어!! 라고 하다가 내 안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그런데 너, 그동안 폴딩 백 없이도 여행 잘만 다녔는데? 한 번도 이게 필요하다 느낀 적 없었는데?'


아아, 그렇다. 내가 그렇게나 여행을 다니면서도 한 번도 폴딩 백이 필요하다 여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어째서.. 도대체 왜 어째서 이걸 꼭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르고야 만것인가..... 그러자 내 안의 내가 변명한다.



'이번 여행에선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준비해야 해.'



아아, 그래, 이것은 스튜핏이 아니야, 합리적 소비일거야. 그뤠잇...까지는 아니어도, 스튜핏은 아닐거야. 아니라고 말해줘, 아니라고. 아니라고!!!!!!!!!!!!!!!!!!!!!!!!!!!!!!!!!!!!!!!!!!!!!!!




사람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서 당장 내일 일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존재 자체도 몰랐던 폴딩 백을 내가 이렇게 준비하게 될 줄, 토요일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스티븐 킹의 그것에 대해서도 나는 살까말까 읽을까말까 무섭지 않을까 어쩌지 등등으로 내적갈등만 내내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동생이 스티븐 킹의 잇 읽고 싶어, 하는 바람에 바로 주문을 넣고 말았으니, 아아, 사람은 역시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고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는 일이 재미있기도 한 것 같고 자못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토요일이 나는 무척 행복했다. 별 거 아닌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어서 행복했다. 일요일 새벽 다섯시가 되기 전에는 다정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지? 싶어 전화를 받으면서, 새벽에 자다 깨서 눈뜨자마자 내 생각 났구먼, 하고 말하면서 깔깔대고 그 새벽에 웃었다. 이런 거 너무 좋잖아? 이런 것이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한 작은 기쁨 아닐까. 작은 기쁨들이 푱푱 하고 샘솟아서 일상을 버티고 크게는 삶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그건그렇고,

신간 알림 신청했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이 나왔단다... 어쩔........ 책을 사고 또 사고 계속 사도 사야 할 책이 무럭무럭 자라나는구먼....

사야할 책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기쁨일까, 슬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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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18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폴딩백 갖고 싶긴 했는데 그거 없어도 이제껏 잘 다녔잖아로 단념ㅎ
그러나 오늘은 다른 미션이.... 9월 알라딘굿즈 ‘자기만의 방‘ 스텐컵을 너무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19일 이후 입고된다더니 혹시나 해서 오늘 주문 넣어보니 아닛! 그게 있는 거에요! 바로 주문... 아무리 넘쳐나도 컵은 쓰는 거니까 죄책감을 덜며...
어느 날은 설거지 하려고 보면 싱크대에 컵만 수두룩;;; 하이고, 알라딘아, 우리들 이렇게 살게 만들래ㅎㅎ;;;

다락방 2017-09-19 10:03   좋아요 0 | URL
아아, 저도 그뤠잇~ 하기 위해서는 ‘그거 없어도 이제껏 잘 다녔잖아‘로 단념했어야 했는데, 결국 ... 이렇게 되고야 말았어요. 어제 집에 가니 택배가 도착해 있더군요. 아름다운 폴딩 백이 그 안에 얌전히 있었다고 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설거지하다 고개를 들어보면 알라딘 컵만 수두룩이에요. 제가 이렇게 다 살림을 마련하고 있는거라며, 컵 안사고 이렇게 다 마련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저는 스스로를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17-09-1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폴딩백 없이도 여행 잘 다녔지만 그래도 저는 뭐~~~모비딕 폴딩백을 굿즈로 받고야 말았고,지난 여름 휴가때 흐뭇하게 사용했습죠!!ㅋㅋ
굳이 없었어도 될 폴딩백은 또 나름 굳이 들고 다니면서,‘구입하길 잘했어!!‘라고 굳이 나를 칭찬하고 있자니 그때 곁에서 신랑은 ‘이거 또 샀어?‘라고 묻길래 이건 그냥 백이 아닌거야~~~착착착 접어서 작아진 폴딩백을 보여줬거든요.그래도 감탄하지 않는 신랑을 보고,순간
나만 흐뭇한거였나??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보니 이제사 떠오르는군요!!

알라딘 컵은 뭐~~~~말해 뭐하겠습니까!!!
이젠 컵 놔둘데가 없어 안사려는데도 (????내가 컵을 샀었던가???) 자꾸 이쁜컵이 나오면 눈이 돌아가더라구요!
굿즈는 더이상 안나왔음 좋겠어요.
굿즈 때문에 책을 사다니!!!!!ㅜㅜ

다락방 2017-09-19 10:06   좋아요 0 | URL
저도 있으니까 아마도 유용하고 쓸모있게 사용할 수 있겠죠? 착착착 접어서 작아질 수 있는 폴딩백이니, 저 역시 현명한 구매였다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게다가 책도 읽을 수 있잖아요? 이정도면 정말이지 합리적인 구매 아닙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굿즈 때문에 책 산 거 아니에요. 진짜 저게 필요해서 산 거였어요. 저게 필요했는데 마침 책을 사면 준다고 하길래, 그래서 산거예요. 막 굿즈에 넘어가서 사고 그러지 않았어요..........라고 하기엔 너무나 앞뒤가 다른 거짓말이군요 ㅎㅎㅎㅎㅎ

hellas 2017-09-1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벳 스트라우트..... 때문에 오늘 또 주문넣고. 그러고 보니 아직 배송안온 박스도 있고.... 이번달은 그냥 대책없이 책을 사고사고또삽니다... 폴딩백 이번여행에선 꼭 제역할을 할것입니다. 믿어 의심치 않아요;)

다락방 2017-09-19 10:06   좋아요 0 | URL
아니, 루시 바턴 벌써 구매하셨습니까? 아아 빠르십니다. 저는 요즘 책 읽는 속도가 더뎌서 ㅠㅠ 자꾸 사서 쌓아두기만 해서 아직 구매를 안했는데, 아아, 헬라스님 넘나 부지런하신 것. 읽는 것도 저보다 훨씬 먼저 읽으시겠네요. 흙흙

폴딩백이 이번 여행에서 꼭 제역할을 할거라고, 저 역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자!!

버벌 2017-09-1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딩백.. 폴딩백. 내 귀에선 스튜핏이.. 여행가시는군요. 저도 가고 싶어요. 저 멀리 가서 어딘가의 바닷가 절벽에 앉아서 하염없이 바다 보고싶어요. 이건 오래전부터 바래던건데... 아직도 못 이루고 있어요. 저는 그레이트 받기는 그른것 같아요. 내 영수증을......

다락방 2017-09-19 10:40   좋아요 1 | URL
내 귀에 캔디...가 아니라 스튜핏 입니까! 오오...

바다 가요, 버벌님. 가면 되지요. 그렇게 또 하나의 영수증을 추가하는 겁니다.....인생 뭐 있습니까. 살아봤자 백 년인데, 사는동안 즐겁게 삽시다!!

레와 2017-09-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딩백 생각보다 잘 써요!
몇년전에 생리대 살때 사은품 받은거 잘 쓰고 있어요. ^^


오늘 이렇게 다락방 페이퍼 읽는 시간이 참 좋다요. ♡

다락방 2017-09-19 10:47   좋아요 0 | URL
좋은 걸 좋다고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좋다고 말하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헤헷.

잘 보냅시다, 오늘도! 폴딩 백을 잘 쓸 수 있다니 .. 좋군요! ㅋㅋㅋㅋㅋ

asnever 2017-09-19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 옛날, ‘당신없는 일주일‘이란 책을 번역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오늘 문득 그책을 알라딘에서 찾아보고 그 아래 달린 댓글들, 리뷰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에 남지않은 책이지만 그 책을 읽고 남겨주신 글들을 읽자니 참 신기한 기분이 드는군요. 우연히 걷던 골목길에서 내 추억의 한조각을 발견하는 것 같은..?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을 보러 북마킹을 해놓고 자주 오겠습니다.

http://asnever.blog.me/

다락방 2017-09-20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은지 오래됐는지 제목만 듣고서는 바로 떠오르질 않아 굳이 제가 쓴 글을 찾아보게 됐어요. 찾아보려다가 퍼뜩, 아, 그 큰나무? 하긴 했지만요. ㅎㅎㅎㅎㅎ
그 책의 그 부분이 인상깊어서 제가 페이퍼를 썼던 걸로 기억하고요, 그게 아마 제 책에도 들어가 있을 겁니다. 긴가민가하지만...

링크하신 블로그 가보았는데요, 번역에 대한 글을 올리시네요.
종종 뵙도록 해요.

조선인 2017-09-2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에서 反美를 팔다니 멋져요. =3=3=3

다락방 2017-09-20 08: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aviana 2017-09-20 17:02   좋아요 0 | URL
근데 정말 반미가 모에요? 너무 궁금해요.

다락방 2017-09-20 17:0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사진을 올릴 걸 잘못했네요.

반미(bánh mì)는 베트남식 바게트(baguette)를 반으로 가르고 채소 등의 속재료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샌드위치를 총칭한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432939&cid=42717&categoryId=42718


링크 들어가시면 사진도 있어요 ^^

Forgettable. 2018-09-2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ㅎㅎㅎ 추운 나라 스파이 책 찾다가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다시 사러 왔다가 이 글 봄 ㅋㅋㅋ 딱 일년 전에 사셨네요. 사실 이 책 페이퍼 리스트에서 다락방 보고 놀람ㅋㅋㅋ 이 책 읽으셨어요? 어땠어요?

다락방 2018-09-20 10:43   좋아요 0 | URL
아직 안읽었어요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 뽀가 나 준 거 아니었나????? 내가 샀나? 뽀가 줬는데 내가 샀다고 다시 줬나?????? 뭥가 이 책 뽀와 연결된 것 같은게?????!!!!!

Forgettable. 2018-09-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저도 같은 생각중 ㅋㅋㅋㅋㅋ 근데 안좋아 할 거 같은데 준 나도 이해가 안가므로.. 아닌 거 같기도 하구여

다락방 2018-09-20 17:55   좋아요 0 | URL
내가 산 것 같기도 하고 뽀한테 받은 것 같기도 해서 지금 조회해 봤더니 2013년에 내가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팔고 2017년에 다시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안녕?

제가 오랜만에 선착순 이벤트를 하려고 합니다.

따끈따끈한 신간, '서민' 작가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를 많은 '남자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런 바람에, 

이 책을 남자사람 다섯 분(5人) 에게 선물해드릴게요.

제가 직접 발송해드릴거고요(택배비 안받습니다),

이제 막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 좀 해보겠다, 싶으신 분들에게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조건은,



1. 남자사람 

2.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 좀 해보겠다 하신 분

3. 알라디너 이신 분 (그러니까 로그인 댓글이 가능하신 분)

4. 다 읽은 후 백자평(리뷰, 페이퍼, 뭐든 감상) 써주실 분




은, 읽고 싶다고 댓글 달아주시면, 선착순 다섯 분에 한해서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


사실 1번에 대해서라면 남자인지 아닌지 제가 확인할 바가 없고, 

2번에 대해서라면 관심 없지만 '관심 있다' 라고 하셔도 제가 또 역시 확인할 바 없습니다만,

4번은 쓰겠다고 하고 안 써도 또 제가 뭐라 할 수도 없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막 생기려고 하는 남자분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간 저한테 댓글 한 번 안다셨던 분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자, 용기를 내서 신청하시면, 서민 교수님의 따끈따끈한 신간을 받으실 수 있어요!



흥해라, 페미니즘!!




-마감됐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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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락방님 이벤트 따라하기]
    from 시간의 흐름, 그 속의 책 2017-09-16 22:57 
    다락방님이 오랜만에 마태우스님의 책을 5분에게 증정하는 이벤트를 한다고 하는 페이퍼를 읽고, 문득 나도... 이벤트를? 이라는 따라쟁이의 마음이 생겨버렸습니다. 으하하. 따라쟁이 비연...우힛. 다만, 같은 책으로 이벤트를 하면 재미가 반감될 우려도 있고,마태우스님의 책은 워낙 많은 분들이 아시니 많이들 사실 것 같기도 하고,또 내가 꼭 추천하고 싶은 저자의 책이 나와서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소방공무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
 
 
2017-09-15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9-15 08:49   좋아요 1 | URL
네, 첫번째 분이십니다. 그럼요, 되고말고요!
아무도 신청을 안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용기내어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드릴게요.
주소삼종셋트 (주소, 전화번호, 이름)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보내드리겠습니다.
:)

비연 2017-09-1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사람이 아니라서..아흑. 저도 이런 이벤트를 해볼까요? 요즘 속상한 일도 있었는데..ㅜ

다락방 2017-09-15 09:00   좋아요 1 | URL
저 비연님 페이퍼 읽었어요. 아오... 빡쳐요 ㅠㅠ
말을 들어 쳐먹질 않는 놈들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건 너무 에너지 소모가 큰일이에요 ㅠㅠ
속상한 일이 다른 무엇이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비연님, 기분 전환 하세요. 뭐가 됐든지 말예요. 흙흙 ㅜㅜㅜ

비연 2017-09-15 09:0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그래서 오늘 마구 먹으러 갈 예정입니다. 금요일이기도 하구요^^;
정말 말귀 못알아먹는 (니가 뭐라고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할거야 류...ㅠㅠ) ‘놈‘들하고 지내는 거 힘드네요.

다락방 2017-09-15 09:12   좋아요 1 | URL
그런데 회사에 보면 죄다 그런놈들 투성이죠 ㅠㅠ
내가 일일이 다 상대하기엔 너무 지치고 힘들어요.
저는 무시하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무시하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저녁에 아주 맛있는 거 마구마구 드세요!!

오거서 2017-09-1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3 해당되지만 4 자신이 없어서 지나쳐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 하시는데 응원을 보탭니다. ^^

다락방 2017-09-15 09:13   좋아요 0 | URL
아, 자주 뵙던 분이셔서(페이퍼로) 이번 기회에 신청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안타깝네요. 흑.
응원 감사합니다!
:)

글샘 2017-09-15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ㅋ

다락방 2017-09-15 10:40   좋아요 0 | URL
네네, 좋습니다, 좋습니다. 주소삼종셋트 비댓으로 달아주세요!! 오 예!

2017-09-15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9-15 11:04   좋아요 0 | URL
딱 기다리고 계세요! ㅎㅎ

단발머리 2017-09-1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넘넘 좋은 이벤트네요.
참여가능하신 분들은 좋으시겠어요.
다락방님, 오늘 진짜 멋짐 폭발이네요!

흥해라, 페미니즘!!!

다락방 2017-09-15 11:04   좋아요 0 | URL
흥해라, 페미니즘
흥해라, 서민 교수님 신간! ㅎㅎ

고마워요, 단발머리님. 후훗.

나그네 2017-09-1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가능하다면 저도요 ㅋ

다락방 2017-09-15 13:59   좋아요 0 | URL
네 가능합니다. 주소삼종셋트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인간의과도기 2017-09-15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보고 독서 욕구가 생긴 책인데, 이렇게 반자동적으로(?) 이벤트 참여조건이 되어서... 염치를 무릅쓰고 이벤트 참여 댓글 답니다. 온갖 젠더 특권은 다 누리면서 자신들은 기득권자가 아니라고 광광대며 약자 코스프레하는 남자들을 온라인상에서 보며 매일 열 받아 하는, 그러나 사실은 저 자신도 반성할 게 많은 한국남자 1입니다...

다락방 2017-09-15 14:15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 뭐 이렇게 거창하게 댓글을 다십니까. ㅎㅎㅎㅎㅎ
네, 신청 가능하고요. 비밀댓글로 주소삼종셋트 남겨주세요. 보내드리겠습니다.

2017-09-15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9-15 14:26   좋아요 1 | URL
네, 어떤 마음으로 다셨는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후훗.
책 보내드릴게요. 슝-

시이소오 2017-09-1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청하고 싶지만 저 예전에 서민교수님한테 친필 사인본(그 왜 기생충 기어다니는) 받은적이 있어 패스하겠습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죠. 아무튼 응원합니다. 흥해라 페미니즘 ! ^^

다락방 2017-09-15 23:38   좋아요 0 | URL
힛 흥해라, 페미니즘! 우리 페미니즘 같이해요! 히힛

2017-09-1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면 저도 이벤트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다락방 2017-09-15 23:37   좋아요 0 | URL
네 보내드릴게요. 주소삼종셋트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2017-09-18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8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0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7-09-1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서민 교수님 완전 좋아합니다. 혹시 가능하시면 보내 주세요... 완전 읽고 싶습니다. 기회가 없다면.. 어쩔 수 없구요. 참고로 저는 남자입니다.ㅎㅎㅎ


2017-09-16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9-16 00:21   좋아요 0 | URL
하핫 다섯분은 다 채워졌지만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락방 2017-09-16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드리는 건 마감되었습니다!!!
 














정확한 흐름은 이제 본 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지만, 봉지에 담겨있던 금붕어만큼은 선명히 기억난다.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얘기다. 영화의 초반에 봉지에 담긴 금붕어가 나오는데, 그게 차의 뒷부분에 올려져 있다가 앞 차의 트렁크로 옮겨가고.... 그랬던 것 같은데, 최종적으로 그 금붕어가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초반에 금붕어가 나왔다는 것이 기억나고, 그 후엔 훌쩍 뛰어넘어, 그 유명한, 또한 가장 사랑스러운, 온라인 연인이 만나는 장면이 기억나니까. 그 장면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이지 가슴 아프게 봤는데, 아아 여러분, 진정한 '번개만남'이 어떤건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자. 모니터를 앞에 두고 찐한 19금 대화를 나눴던 남녀가 만나는 장면이, 이 영화 안에 있다..


보고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게 된다.



인생........Orz





아, 뜬금없이 저 영화가 왜 생각났냐하면, 이게 다 스타인벡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엊그제부터,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기 시작햇다. 오, 이 책은 얼마나 재미있게 잘 읽히는지!!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기가 쉬웠다. 모든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등딱지도 좌우로 흔들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마흔 살의 여자가 모는 세단 한 대가 다가왔다. 그녀는 거북을 보고 운전대를 급히 오른쪽으로 꺾어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바퀴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나고 흙먼지가 끓어올랐다. 바퀴 두 개가 잠시 위로 들렸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자동차는 끽 소리를 내며 다시 도로 위로 올라와 가던 길을 갔다. 그러나 속도는 조금 느려져 있었다. 등딱지 속으로 후다닥 숨었던 거북은 서둘러 나아가기 시작했다. 고속도로가 타는 듯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소형 트럭이 다가왔다. 운전사는 거북을 보고 운전대를 꺾었지만 거북을 치고 말았다. 앞바퀴가 등딱지 가장자리와 부딪히는 바람에 거북은 순식간에 뒤집어져 동전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고속도로 밖으로 굴러갔다. 트럭은 다시 오른쪽 차선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드러누운 거북은 오랫동안 등딱지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녀석의 다리가 흔들흔들 밖으로 나와 몸을 뒤집기 위해 짚을 만한 것을 찾았다. 거북은 앞발로 석영 조각을 움켜쥐고 조금씩 등딱지를 뒤집어 똑바로 섰다. 야생 귀리 줄기가 녀석의 다리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창끝처럼 생긴 씨앗 세 개가 땅에 박혔다. 거북이 둑을 기어 내려가는 동안 등딱지에 끌려온 흙이 씨앗을 덮었다. 거북은 흙길로 들어서서 움찔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등딱지로 흙길 위에 얕은 고랑을 구불구불 파면서. 녀석의 웃기게 생긴 눈은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뿔처럼 생긴 주둥이가 약간 벌어져 있었다. 녀석의 노란색 발톱이 흙먼지 속에서 살짝 미끄러졌다. (p.35-36)




거북은 어쩌다보니 고속도로 위에 있게 됐고, 어쩌다보니 차에 치이게도 됐다. 그렇게 뒤집어지고 바로 서는 과정에서, 그리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본래의 의도야 어찌됐든, 씨앗을 땅에 심고 싹을 틔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거북은, 거기에 제가 씨앗을 심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니 나중에 시간이 앞으로 쭉쭉 진행되어 거북이 다시 이곳에 와, 자기가 심어놓은 귀리가 자라는 걸 본다한들, '이것이 내가 한 것이지' 할 수도 없다. 물론 이 귀리가 땅에 떨어지고 흙이 덮이고 또 앞으로 쑥쑥 자라게 된다면, 그것이 거북 혼자만이 해낸 일은 아니다. 흙과, 태양과, 물과, 시간이 모두 함께 한 일일테다. 나는 이 거북이 살기 위해 애를 쓰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동안, 이렇게 다른 생명에도 영향을 미친 장면을 보는 것이 매우 놀라웠는데, 이 장면은 이 장면 자체만으로도 내게 경이롭게 느껴졌지만, 뒤로 넘기면서 땅이 폭행을 당하는 동안에 다시 더 강렬하게 떠오른다.


존 스타인벡이 하필이면 왜, 도대체 왜, 트랙터로 땅을 일구는 장면을 강간당하는 걸로 표현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농부가 씨를 뿌려 흙으로 덮은 뒤에 손뼉 치고 발로 밟고 사방을 둘러보는 장면이 자연스러운 것이나, 트랙터로 농부를 땅에서 쫓아내고 무자비하게 땅을 일구는 것을 아주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랬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강간을 가져다 쓰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트랙터의 부속을 발기한 음경같다고 하거나 기어의 움직임에 오르가슴을 느끼며 기계적으로 강간했다는 장면은, 정말이지 기분 나쁘다. 게다가 나는 '열정과 흥분이 없는 강간이었다(p.75)' 라는 문장을 열번쯤 읽었다. 이게 무슨 되도 않는 소리인가. 열정과 흥분이 없는 강간이라니, 강간에 그렇다면 열정과 흥분이 있단 말인가. 설마 그런 뜻으로 썼을까. 그러니까 여기서 열정과 흥분은 강간을 수식하는 게 아니라, '트랙터가 아닌 농부의 손발로 땅을 일구는 것'을 수식하는 것일까. 그렇겠지. 하면서도 썩 내키질 않는다. 한참을 이 장면에서 머무르며, 대체 왜 강간당하는 걸로 비유했을까.... 하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어김없이,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는 생각도 했고...


아, 그런데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뒤에 이렇게 트랙터로 무지막지하게 농부를 땅에서 내쫓고 땅을 일구는 장면이 폭력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느릿느릿 거북이가 걸으면서 뒤집어지고 똑바로 서는 과정에서 씨를 심게 되는 이 장면은 다시 또 한층 아름답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 내가, 무릇 땅이란, 씨앗이란, 씨앗이 자라는 것이란,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나를 감탄시킨 거북은, 거북 그 자체만으로 봉지에 담겨 차에 실린 채 이동하게 되는 금붕어를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이 거북의 존재는 고속도로 위에서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주인공 '톰 조드'가 4년만에 가족을 만나러 가려는데 그런 톰의 눈에 띄어 톰과 함께 하게 되는 것. 톰은 그저 오랜만에 만나는 동생들에게 선물할 게 없어 거북을 주려는 조금은 잔인한 의도였지만, 예기치않게 거북은 그곳에서 파괴된 땅을 만난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씨를 심었던 거북은, 트랙터로 사정없이 일궈진 땅, 사람은 다 떠나버린 땅에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한들 거북이 알았을까. 아아, 이곳은 파괴되었군, 나는 여기 오기 바로 직전에 귀리를 심었는데,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북은 제가 한 짓이 무언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제 앞에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 자리와 또 이 자리에 거북이 있다.




나는 작가가 이럴 때 대단하다고 느낀다. 정말 대단치 않은 것을 아주 대단하게 쓸 때. 이 거북이라는 동물은 그저 잠깐 등장했을 뿐이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 없어도 아무 상관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렇게 등장해서는 한 역할을 아주 단단히 해내고 만다. 씨앗을 심고 또 파괴된 땅을 보는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 게다가 거북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가는 이 작품을 쓸 때, 거북이를 등장시키자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을까. 그 생각을 했다면 씨앗을 심기 위해 마련한 장치인걸까, 아니면 파괴된 땅에 함께 하는 것까지도 다 미리 생각해둔 걸까.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런 사소하고 깊은 장치를 할 수 있었을까. 예술이란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똑똑한 것이 아닌가, 하고 나는 감탄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1권의 중간즈음을 읽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거북이가, 땡볕 아래 고속도로를 느릿하게 걷는 거북이가 눈앞에 있는 것만 같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역시, 소설은 읽어야 맛이여....



빨리 그 뒷부분도 읽고 싶다. 톰 조드와 그 가족들이 본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있을지, 캘리포니아에 가면 정말 과일과 일자리가 널려있을지, 아아, 어쩐지 불행한 일들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어쨌든 어떤 일들을 맞닥뜨리게 될지 궁금하다. 게다가 글빨이 훌륭해서 진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어제 여동생이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받아쓰기 백점 받았다며 사진을 보내줬는데, 나는 100점 받은 것보다 글씨에 완전 뿅갔다. 무슨 초등1학년이 글씨를 이렇게 잘쓰냐. 글씨 예뻐. 조카야 사랑해, 완전 사랑해!!






어제는 다섯살 조카와 여덟살 조카가 전화를 걸어와서는, 까요까요라는 치즈에 새로운 맛이 나왔는데 그게 자기네 동네에 없다, 이모가 우리집에 올 때 사와라, 하는 거였다. 나는 얘네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수 없어서 중간에 여동생의 통역이 필요했어..어쨌든 아 그래, 알겠다, 했는데, 조카는 '이모 이제 전화 끊어, 삼촌한테도 전화할거야'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삼촌한테도 전화해서 치즈 사오라고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뻐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얘네가 뭘해도 넘나 이쁜 것 ㅠㅠ 



그나저나 비염 때문에 내가 아침저녁으로 넘나 괴로운데, 아니 봄에 무사히 넘어가길래 프로폴리스 극찬하고 다녔는데 ㅠㅠ 가을엔 왜이러는 것이여. 왜 프로폴리스가 내 가을 비염은 막아주지 못하는 것이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넘나 괴롭다. 살려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한테 이러지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프로폴리스... 가을 비염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너무 슬프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계속 먹어볼게...... 봄에 무사히 넘어간 건, 우연이었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연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우연 아니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연은, 버스안에서 회사 동료 만났는데 커피 사준다고 했을 때, 그 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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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1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비염땜에 이비인후과 와서 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7-09-13 09:17   좋아요 0 | URL
오옷. 찌찌뽕....................................
이거슨 눈물의 찌찌뽕입니다.
저는 토요일에 이비인후과 가려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17-09-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 글씨가 정말 정갈...^^
근데 비염이라뇨. 프로폴리스 넌 무엇이길래 효능이 왔다리갔다리이냐. ㅜㅜ
전 만성피로로 허덕이는 중인데.. 이건 뭘 먹어야 나을까요? ‘퇴사‘라는 약일까요.ㅜ

다락방 2017-09-13 10:36   좋아요 0 | URL
만성피로는...일단은 퇴사가 답이고요, 약국에서 얘기하면 아마도 비타민 B 를 먹으라고 하지 않을까, 싶네요. 비연님도 회사일 항상 많아 보이시던데, 요가...를 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주기적으로 몸 계속 쭉쭉 펴주는 거 중요한 것 같아요. (요가초보자 입니다 ㅎㅎ)

조카 글씨 너무 예뻐서 진짜 한참 봤어요. 너무 예뻐요! 또박또박 한 자 한 자 저렇게 썼을 걸 생각하니,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예쁨이 차고 넘치죠. 아아, 조카는 사랑입니다 ㅠㅠ

비연 2017-09-13 14:17   좋아요 0 | URL
퇴사가 답이죠..ㅜㅜㅜ 흑흑. 저도 요가를 하려고 지금 집주변에 알아보고 있어요.
다락방님 제안도 있고 하니 본격적으로 해야겠어요~

다락방 2017-09-13 15:28   좋아요 1 | URL
저 시작한 지 3개월 되었어요. 아직도 몸이 제 마음대로 안되는 몸치이지만 ㅎㅎㅎㅎㅎ 그렇지만 하는 게 확실히 여러모로 좋은 것 같아요. 건강하게 지냅시다, 비연님!!

꼬마요정 2017-09-1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봄엔 용케 잘 넘겼는데, 가을 비염은 힘이 드네요.. 아.. 찬바람 부는 게 무서운가 봅니다. 몸이 금방 알아채네요..
어깨는 왜 이렇게 결리는지.. 담 걸렸는지 목도 아프고... 입술은 다 터지고.. 요즘 만신창이입니다. ㅠㅠ

그 와중에 조카님 글씨...대박.. 진짜 이쁘네요.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7-09-13 15:29   좋아요 0 | URL
봄에 용케 잘 넘긴 게 그냥 넘겨진건가 봐요. 프로폴리스 효과인줄 알았는데, 가을 비염엔 이렇게 무너지네요 ㅠㅠ
코세척기 사서 사용중인데 이젠 코 스프레이 알아보고 있어요. 주말엔 이비인후과도 가야겠고요. 재채기 하느라 힘들어요 꼬마요정님. 엉엉 ㅠㅠ


저는 제 조카가 하는 모든 말도 행동도 다 예뻐요. 예뻐서 정말 미치겠어요. 이런 사랑은 처음이에요. 흑흑 ㅜㅜ

버벌 2017-09-1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분노의 포도를 몇년째 못 읽고 있습니다. 읽어야겠다. 생각난김에 읽어야겠군요. 마지막 문단에 폭풍눈물이.....

다락방 2017-09-14 07:57   좋아요 0 | URL
분노의 포도, 걸리적 거리는 부분은 분명 있지만(이건 고전읽을 때 계속 그럴 것 같아요) 분명 재미있습니다, 버벌님. 도전하십쇼! 지금이 바로 그 때 입니다!

transient-guest 2017-09-14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조카의 글씨는 손으로 쓴 맑은 고딕체 같습니다.ㅎㅎ 저는 스타인벡을 좋아합니다. 일단 이곳 출신으로 대단한 명사였고, 얼마 전에 기념관에 가서 전시된 자동차, 책, 당시 모습 등도 보고, 아마 거의 백년 전에 그가 신나가 다녔을 살리나스 다운타운도 걷고 했더니 애정이 무한팍팍이더라구요. 사실 좀 그간 낮게 평가하기도 했거든요, 괜히 겉멋에..ㅎ 지금은 한글책은 구할 수 있는 건 다 구했고, 영문으로도 조금씩 구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가 작가로 생활하게 만든 사실상의 데뷔작/대박 작품인 Tortilla Flat은 어디에 넣어놨는지 지금은 못 찾고 있네요. 그걸 봐야하는데..

다락방 2017-09-14 08:00   좋아요 1 | URL
제 조카 글씨 너무 예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자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스타인벡의 소설을 지금 처음 읽는데요, 아주 글 잘 쓰고 재미있어요.
스타인벡의 소설을 읽고 싶다고 담아둔 게 몇 년전인데, 그때 아마도 누군가의 책에서 저자가 스타인벡을 엄청 칭찬해서 담아둔 것 같거든요. 그 작가가 누구였나 곰곰 생각하다가, 고래에 대한 책을 쓴 작가였나... 막 이러고 혼자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스타인벡 소설을 트랜님이 좋아하실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트랙터운전사와 농부와의 대화가 진짜 압권이잖아요. 경제서적 읽는 느낌도 주더라고요. 그나저나 거기 살고 계씨니 기념관도 다녀오실 수 있군요...음...... 기념관은 저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다운타운도 걸어보고 싶고....

transient-guest 2017-09-14 08:14   좋아요 0 | URL
농사짓는 곳이 대부분 그렇듯이 살리나스는 쇠락한 타운이에요. 하지만 덕분에 기념관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느긋하게 구경하기 좋았고 바로 옆의 다운타운도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개발이 덜 된 덕분에 옛날 느낌도 물씬 났구요.ㅎㅎ

hellas 2017-09-14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폴리스 추천받은 이후로 꾸준히 섭취하였으나..... 찬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그냥 콧물바람이 되는군요. 눈도 가렵고....ㅡ.ㅡ 이번생의 알러지는 이미 틀린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7-09-14 08:01   좋아요 0 | URL
저 봄에 무사히 넘겨서 이거슨 궁극의 비염예방약인가! 감탄하고 열심히 먹고 있었는데, 이 가을 비염엔 프로폴리스고 뭐고 무릎 꿇었네요. 저 진짜 어제는 목구멍이 따끔거려서 잠도 못잤어요. 오늘 아침만도 코를 몇 번이나 풀었는지.. 눈도 가렵고 눈물도 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 생에는 정말 안되는걸까요, 헬라스님? 너무 힘들어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심술 2017-09-1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에서 <분노의 포도>를 읽는 장면이 나오나요?
영화를 못 봐서 왜 이 영화가 다락방님께 <분도의 포도>를 생각나게 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느닷없게도 <분노의 포도> 하면 스타인벡 소설 다음으로
며칠 전 자살한 광마의 옛날옛적 1990년 소설집 <광마일기>가 생각나요.
거기 나오는 단편소설 ‘연상의 여인‘에 ‘리아의 젖꼭지는 분노의 포도처럼 뽈딱 솟았다‘라는 대목이 있거든요.

다락방 2017-09-18 12:32   좋아요 0 | URL
아뇨아뇨. 그 영화에서 봉지에 담긴 금붕어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분노의 포도속 거북이 등장 장면에서 영화속 금붕어가 연상되었어요. 그래서 뜬금없이 생각하게 된거고요, 영화속에서는 전혀 분노의 포도에 대한 언급이 없어요. 아무 관계 없는 영화에요.

언급하신 단편소설은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하필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마태우스님은 어쩌자고 이런 책을 내셨습니까.

제목부터 자극적이어서 구매전에 백자평으로 별점테러 엄청 당하겠다 싶다.

게다가 책소개를 살펴보니, 많은 남자들이 싫어할만한 내용이여..

페미니즘 도서는 읽기 전에 백자평으로 별점테러 엄청 당하던데, 핫한 인물이시고 게다가 페미니즘 도서이니 이 책도 별점테러 당할 확률이 넘나 높아보인다.

그러나 테러하는 사람들은 책을 사지 않을 사람들이겠지.

나는 이 책을 사고, 읽을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메갈 낙인에 반대하며 '내가 메갈이다' 말하고 다녔던 사람인데,

이 책에도 메갈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메갈 얘기만 나오면 남자들이 너무 물어뜯어서 ㅎㅎ 뭐랄까, 남자 거름장치로는 메갈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님, 저 메갈인데요?' 해서 떨어져나갈 남자들은 애초에 떨궈내야 할 남자들임 ㅋㅋㅋㅋ



'남자 페미니스트'라고 저자 이름 앞에 붙어 있는 거 반짝거리고요,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제가 최근3개월 구매액 10만원 미만 되기 전에 책 안사려고 했지만,

이 책이 나온 이상 제 다짐을 거침없이 뻥 차버리겠습니다.


영수증의 김생민도 그렇게 절약절약 하면서 가족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저는 좋아하는 지인의 책에 대해 돈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애정은 그런것이니까요! ♡






꼴페미인 저보다 먼저 페미니즘 책을 내신 것에 대해 질투하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책 내신 것 축하드려요, 마태우스님. 책 흥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페미니즘도 흥하기를!!


흥해라, 신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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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7-09-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스트 마태우스님, 신간 출간 축하합니다!!!
정말 므쪄요!!

흥해라!! 페미니즘!! 흥해라 마태우스님 신간!!!

다락방 2017-09-12 10:39   좋아요 0 | URL
남자 페미니스트라고 저자 이름 앞에 쓰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용감하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흥해라!!

블랙겟타 2017-09-1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신간에 다락방님의 굳은 다짐이 한순간에 무너졌지만.. 이번 구매만큼은 스튜핏이 아닌 울트라 슈퍼 그뤠잇!! 입니다. ^^

다락방 2017-09-12 10:39   좋아요 0 | URL
오오 블랙겟타님, 영수증을 들으시는군요! ㅋㅋㅋㅋㅋ 김생민을 아시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주문 완료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흥해랏!

책한엄마 2017-09-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저보다 먼저 내시다니!!@0@b

다락방 2017-09-12 10:56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으아아아아 질투심이 생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09-1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마태우스님 새 책 내셨군요!!!
아... 제목, 부제, 목차 하나같이 페미니스트 인증인데요.
이 분이 걷게 될 고난의 길이 눈앞에 보여 눈물이.... ㅠㅠ
마태우스님, 너무너무 멋지십니다~~~

이 용감한 출판사는 또 어딘가 확인해 봤더니, 어머나 어머나~~
유명 작가의 좋은 책만 골라낸다는 엄청 훌륭한 출판사네요~~

다락방 2017-09-12 12:02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응원하지만 아마도 고난의 길을 걷게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점 테러도 ... ㅠ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 응원하겠습니다. 지치지 않으시도록 말이지요.

네, 그리고 출판사는, 유명 작가의 좋은 책만 골라낸다는, 바로 그 출판사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09-1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다락방 2017-09-12 12:41   좋아요 0 | URL
헤헷!

비공개 2017-09-1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렵니다!! ㅎㅎ

다락방 2017-09-12 14:25   좋아요 0 | URL
자, 삽시다, 읽읍시다! ㅎㅎㅎㅎㅎ

clavis 2017-09-1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멘♡♡♡♡♡♡♡

다락방 2017-09-12 16:51   좋아요 0 | URL
ㅎㅎ 흥할것을 믿습니다!

재는재로 2017-09-1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관심갑니다 마태우스님 신간나왔네요 서점으로 고~

다락방 2017-09-13 10:42   좋아요 0 | URL
네네, 서점으로 가서 지릅시다!! ㅎㅎ

마태우스 2017-09-1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봄 동지님의 글에 감동먹었습니다ㅠㅠ 늘 다락방님께 받고만 사네요. 저도 다락방님한테 뭔가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다락방 2017-09-14 08:02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태우스님. 저는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걸요. 다만 책 몇 권 사는 것으로 마태우스님 신간도서에 대박 응원을 할 뿐입니다. 대박나세요, 마태우스님. 다시봄도 마태우스님도 그리고 저도, 모두 흥합시다요!!
 














'스티븐 킹'의 《It》에 대해서라면 내게는 안좋은 기억이 있다. 읽어서 안좋았던 게 아니라, 안좋은 사람이 내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는지를 얘기하면서 잇을 극찬한 것. 그당시 나는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미들섹스》를 읽고 있었는데,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뭐니뭐니해도 잇이지, 하면서 엄청 이 작품에 대해 칭찬을 한거다. 나보다 나이가 좀 많았던 상대는 자신이 굉장히 책을 많이 읽고 있다는 것을 내게 어필했는데, 상대적으로 '너는 나보다 안읽지'가 되어버려서, 그 특유의 잘난척이 너무 꼴보기 싫었던 터라, 내게 '그것'은 '잘난척'과 동시에 떠올라 읽을 생각이 없어져버렸던 거다. 스티븐 킹을 잘 알지 못했다가, 하나씩 읽어보며 그에게 반하면서,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수많은 작품들중 무엇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면서도, 그것은 내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었다. 최대한 미루고 미룰 만한 책이었는데,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고 갑자기 이렇게 또 개정판도 나오고 그러니까 내가 흔들려? 그렇지만.... 이거... 무서운 거 아니야? 무서운 걸 세 권에 걸쳐 읽어야 하다니... 난 무서운 거 싫어! 하고 돌아섰다가도, 그런데 궁금하다... 하게 되어버린다. 나는 어쩌지?




















작년이었나 올해였나. 사주를 봤을 때, 쌤은 내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했다. 네? 제가 그런 마음이 있다고요? 라고 물으니, 삶에 지치고 치여서 도피처로 결혼을 선택하고 싶어한다는 거다. 아... 순간순간 '결혼하면 나아질까'를 생각한 적도 있던 터라 어떤 말인줄은 알았지만, 나는 결혼을 도피처로 선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내 문제의 해결이 되어줄 수도 있고, 또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그것을 선택함에 있어서 도피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지금 나는 이 사람과 이 결혼을 하고싶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한다면, 상대와 나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의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야... 

그런 참에 결혼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위의 두 책이 너무나 궁금해졌고, 게다가 오른 쪽은 미들섹스로 이미 만나본 적 있던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소설이여... 아 사고싶구먼... 읽고 싶구먼...




















작년에 뉴욕에서 미술관에 가서는, 호퍼의 그림을 찾아보았었다. 전시된 그림도 많고 미술관이 넓기도 넓어, 하나씩 보려다가는 호퍼를 못만난 채로 지칠 수도 잇을 것 같아, 중간 즈음에 굳이 직원을 찾아가 '나 호퍼 그림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해?' 물어 본 적이 있었더랬다. 그런데 호퍼의 그림과 그에 따른 이야기라니... 읽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게다가 참여한 작가를 보라지.

마이클 코넬리, 스티븐 킹, 조이스 캐롤 오츠, 리 차일드...아주 난리가 났구먼, 난리가.



그러나! 나는 이 책들을 사고 싶지만 '아직은' 사지 않겠다. 내 나름대로 나와 약속한 게 있으니, '최근3개월 순수구매액'을 10만원 미만으로 낮춰놓자는 것. 낮아지면, 내가 그 때 사주마! 지금은 118,190 원이다. 이야..내가 60만원대까지 찍었었는데, 정말이지 잘 참아왔다. 거기에는 생일이라고 선물해준 많은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그래서 책을 사지 않고 여태 버텨올 수 있었어. 그런데 책을 사는 것은, '읽는 것'보다도 '산다는 것'에 대한 욕망이 더 큰 것 같은게, 읽는 것으로만 치자면 사실, 그간 선물받은 것도 다 못읽었고, 내가 사둔 것도 다 못읽었고, 앞으로 10년간 읽을 책이 충분한 것 같은데도, 그런데도 또 사고 싶어진다는 것. 이것은, 그냥 '사고' 싶은 거야.

영수증으로 유명한 '김생민'이 그랬다. '안사면 백프로 할인' 이라고..오......... 


안사면 백프로 할인...



순수구매액 10만원 미만이 되면, 그때 내가 이 책들을 다 질러주리랏!!!







금요일에는 영화 《47미터》를 봤다. 상어....가 나오는 영화임과 동시에 '맨디 무어'가 나오는 영화인데, 영화속에서 중간까지의 여자캐릭터들은 정말이지 마음에 안들었다. 공포영화는 여성캐릭터를 연약하고 무능하고 무모하게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속에서 위기가 닥치자 겁이 많았던 주인공(맨디 무어)이 살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은 좋았다. 무엇보다 이 공포영화는 다른 공포영화와는 달리,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질 않는다. 이상하게 공포영화에는 반드시 조연들의 섹스씬이 들어가고, 비키니씬이 들어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


그리고 이 영화는 묘하게 기억에 남는게, '고독함'이 많이 드러났다는 거다. 상어를 만나고 상어한테 물어뜯길지도 모른다는 그 스릴보다 더하게, 물속 47미터에 갇혀버려 혼자 남아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그 처절하게 외롭고 고독한 싸움. 그때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기도 싫은 그 무서움. 나는 저런 상황이 온다면 대체 어떻게 마음 먹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하는 그 마음. 그 처절한 고독함이 너무 무서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안에 그녀가 갇혀있다는 사실을 아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게다가 상어가 있는 바닷속이라고 해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반드시 상어이기만 하다는 법은 없다. 



영화를 그저 스릴 넘치게만 봤다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나니, 깊은 바닷속에 혼자 남은 고독함이 자꾸만 떠오른다. 








막 너무 좋다고 호들갑 떨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좋았던 영화인데, 정말이지 샤를리즈 테론의 모든 것이 빛난던 영화였다. 특히나 중간중간 눈이 클로즈업 될 때, 눈화장이 얼마나 진하고 예쁜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랑, 눈화장 진짜 너무 예쁘지 않았냐, 그렇게 하고싶지 않냐, 라고 했더니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아, 저거 너무 하고 싶다. 쎈 이미지..나도 갖고 싶어. 그런데 저사람은 테론이고 나는 다락방이고...가 문제이기 훨씬 이전에, 저 사람은 들어간 눈두덩이고 나는 튀어나온 눈두덩이야....내가 했다가는 진짜 맞아서 멍든 걸로 보일 수도 있어.... 저거 보고나서 지금까지 저런 눈화장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거 너무 해보고 싶어.... 그렇지만 나의 이 눈두덩이에도 어울릴까? 쌍커풀 없는 눈에도...괜찮은걸까?????저런 화장하고 눈 뜨면 진짜 그건 그대로 넘나 예쁨.. 물론 샤를리즈 테론이다... -0-





먼 데 있는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편지 안에는 이렇게, 향수가 뿌려진 메모가 함께 있었다. 프라다의 candy 란 향수였는데, 친구는 내게도 향기가 전해지는지 물었고, 코를 대기도 전에 이미 향기가 내게 닿았다. 편지를 통해 향기를 전하다니, 너무 낭만적이야.. 이렇게 사소한 듯 하지만 누구나 할 순 없는 서프라이즈를 친구가 해줘서, 그 날 하루종일 좋았던 기억이 난다. 향기는 좋았고, 프라다의 캔디, 이름을 기억해야지, 했다. 가끔 꺼내어 이제는 옅어진 향기의 흔적을 좇으며, 이 향기가 좋긴 하지만 이 달착지근함이 내게 어울리지는 않는데, 그렇지만 이 해프닝을 기억하기 위해 이 향수를 살까, 고민하는 중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건 사실 그다지 요란한 일들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향기를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날 하루종일 좋았는 걸.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좋은 향기에 기분이 많이 영향을 받곤 한다. 우울함을 커피향으로 날려보낸 적도 더러 있다. 언젠가 나는 이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 뭐가 됐든, 나도 향기를 선물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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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9-14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tomic Blonde는 반전에 좀 놀랐죠. 근데, 이런 retro정서로 만든 영화들이 그저그런 것 같아요. action은 훌륭했고 배우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중간에 조금 늘어지더라구요.

다락방 2017-09-14 08:0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액션 너무 좋았고 음악도 좋았고 배우들도 너무 좋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자체가 막 좋고 그렇진 않더라고요. 샤를리즈 테론은 근데 진짜 엄청 매력적이었어요. 짱멋져요...

transient-guest 2017-09-14 08:16   좋아요 0 | URL
샤를리즈 테론은 정말 먼길을 돌아온듯.ㅎㅎ 저 이분 처음본게 That Thing You Do에서 치과의사와 바람나서 주인공 차버리는 여친 (단역)..ㅎ 뜨면서 살도 많이 빼시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 되었죠. Devil‘s Advocate 에서 키아누 리브스 부인으로도 나왔는데 몸사리지 않는 연기로 이후 계속 잘 풀리신 듯..ㅎ

다락방 2017-09-14 09:30   좋아요 0 | URL
아니, 저 댓씽유두 두 번이나 봤는데, 거기에 샤를리즈 테론이 나왔다고요? 저 대학 다닐 때 비디오방에서 그 영화 보고 너무 씐나서 나중에 다시 가서 또 봤었거든요. 두 번째는 처음만큼 신나진 않더라고요.
저도 데블스 에드버킷 봤고, 몬스터 봤었어요. 몬스터로 아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탔었을걸요.
매드맥스에서도 너무 멋졌는데, 이번에도 너무 멋져요. 특히 이번 편에서는 눈화장을 아주 찐하게 해서 쎈언니처럼 보였는데, 특히나 마지막에 검정머리 나올 때 진짜 너무 멋졌어요. 저는 쎈언니에게 매력을 느끼는 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