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It》에 대해서라면 내게는 안좋은 기억이 있다. 읽어서 안좋았던 게 아니라, 안좋은 사람이 내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는지를 얘기하면서 잇을 극찬한 것. 그당시 나는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미들섹스》를 읽고 있었는데,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뭐니뭐니해도 잇이지, 하면서 엄청 이 작품에 대해 칭찬을 한거다. 나보다 나이가 좀 많았던 상대는 자신이 굉장히 책을 많이 읽고 있다는 것을 내게 어필했는데, 상대적으로 '너는 나보다 안읽지'가 되어버려서, 그 특유의 잘난척이 너무 꼴보기 싫었던 터라, 내게 '그것'은 '잘난척'과 동시에 떠올라 읽을 생각이 없어져버렸던 거다. 스티븐 킹을 잘 알지 못했다가, 하나씩 읽어보며 그에게 반하면서,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수많은 작품들중 무엇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면서도, 그것은 내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었다. 최대한 미루고 미룰 만한 책이었는데,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고 갑자기 이렇게 또 개정판도 나오고 그러니까 내가 흔들려? 그렇지만.... 이거... 무서운 거 아니야? 무서운 걸 세 권에 걸쳐 읽어야 하다니... 난 무서운 거 싫어! 하고 돌아섰다가도, 그런데 궁금하다... 하게 되어버린다. 나는 어쩌지?
작년이었나 올해였나. 사주를 봤을 때, 쌤은 내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했다. 네? 제가 그런 마음이 있다고요? 라고 물으니, 삶에 지치고 치여서 도피처로 결혼을 선택하고 싶어한다는 거다. 아... 순간순간 '결혼하면 나아질까'를 생각한 적도 있던 터라 어떤 말인줄은 알았지만, 나는 결혼을 도피처로 선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내 문제의 해결이 되어줄 수도 있고, 또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그것을 선택함에 있어서 도피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지금 나는 이 사람과 이 결혼을 하고싶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한다면, 상대와 나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의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야...
그런 참에 결혼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위의 두 책이 너무나 궁금해졌고, 게다가 오른 쪽은 미들섹스로 이미 만나본 적 있던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소설이여... 아 사고싶구먼... 읽고 싶구먼...
작년에 뉴욕에서 미술관에 가서는, 호퍼의 그림을 찾아보았었다. 전시된 그림도 많고 미술관이 넓기도 넓어, 하나씩 보려다가는 호퍼를 못만난 채로 지칠 수도 잇을 것 같아, 중간 즈음에 굳이 직원을 찾아가 '나 호퍼 그림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해?' 물어 본 적이 있었더랬다. 그런데 호퍼의 그림과 그에 따른 이야기라니... 읽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게다가 참여한 작가를 보라지.
마이클 코넬리, 스티븐 킹, 조이스 캐롤 오츠, 리 차일드...아주 난리가 났구먼, 난리가.
그러나! 나는 이 책들을 사고 싶지만 '아직은' 사지 않겠다. 내 나름대로 나와 약속한 게 있으니, '최근3개월 순수구매액'을 10만원 미만으로 낮춰놓자는 것. 낮아지면, 내가 그 때 사주마! 지금은 118,190 원이다. 이야..내가 60만원대까지 찍었었는데, 정말이지 잘 참아왔다. 거기에는 생일이라고 선물해준 많은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그래서 책을 사지 않고 여태 버텨올 수 있었어. 그런데 책을 사는 것은, '읽는 것'보다도 '산다는 것'에 대한 욕망이 더 큰 것 같은게, 읽는 것으로만 치자면 사실, 그간 선물받은 것도 다 못읽었고, 내가 사둔 것도 다 못읽었고, 앞으로 10년간 읽을 책이 충분한 것 같은데도, 그런데도 또 사고 싶어진다는 것. 이것은, 그냥 '사고' 싶은 거야.
영수증으로 유명한 '김생민'이 그랬다. '안사면 백프로 할인' 이라고..오.........
안사면 백프로 할인...
순수구매액 10만원 미만이 되면, 그때 내가 이 책들을 다 질러주리랏!!!
금요일에는 영화 《47미터》를 봤다. 상어....가 나오는 영화임과 동시에 '맨디 무어'가 나오는 영화인데, 영화속에서 중간까지의 여자캐릭터들은 정말이지 마음에 안들었다. 공포영화는 여성캐릭터를 연약하고 무능하고 무모하게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속에서 위기가 닥치자 겁이 많았던 주인공(맨디 무어)이 살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은 좋았다. 무엇보다 이 공포영화는 다른 공포영화와는 달리,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질 않는다. 이상하게 공포영화에는 반드시 조연들의 섹스씬이 들어가고, 비키니씬이 들어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
그리고 이 영화는 묘하게 기억에 남는게, '고독함'이 많이 드러났다는 거다. 상어를 만나고 상어한테 물어뜯길지도 모른다는 그 스릴보다 더하게, 물속 47미터에 갇혀버려 혼자 남아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그 처절하게 외롭고 고독한 싸움. 그때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기도 싫은 그 무서움. 나는 저런 상황이 온다면 대체 어떻게 마음 먹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하는 그 마음. 그 처절한 고독함이 너무 무서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안에 그녀가 갇혀있다는 사실을 아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게다가 상어가 있는 바닷속이라고 해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반드시 상어이기만 하다는 법은 없다.
영화를 그저 스릴 넘치게만 봤다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나니, 깊은 바닷속에 혼자 남은 고독함이 자꾸만 떠오른다.
막 너무 좋다고 호들갑 떨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좋았던 영화인데, 정말이지 샤를리즈 테론의 모든 것이 빛난던 영화였다. 특히나 중간중간 눈이 클로즈업 될 때, 눈화장이 얼마나 진하고 예쁜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랑, 눈화장 진짜 너무 예쁘지 않았냐, 그렇게 하고싶지 않냐, 라고 했더니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아, 저거 너무 하고 싶다. 쎈 이미지..나도 갖고 싶어. 그런데 저사람은 테론이고 나는 다락방이고...가 문제이기 훨씬 이전에, 저 사람은 들어간 눈두덩이고 나는 튀어나온 눈두덩이야....내가 했다가는 진짜 맞아서 멍든 걸로 보일 수도 있어.... 저거 보고나서 지금까지 저런 눈화장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거 너무 해보고 싶어.... 그렇지만 나의 이 눈두덩이에도 어울릴까? 쌍커풀 없는 눈에도...괜찮은걸까?????저런 화장하고 눈 뜨면 진짜 그건 그대로 넘나 예쁨.. 물론 샤를리즈 테론이다... -0-
먼 데 있는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편지 안에는 이렇게, 향수가 뿌려진 메모가 함께 있었다. 프라다의 candy 란 향수였는데, 친구는 내게도 향기가 전해지는지 물었고, 코를 대기도 전에 이미 향기가 내게 닿았다. 편지를 통해 향기를 전하다니, 너무 낭만적이야.. 이렇게 사소한 듯 하지만 누구나 할 순 없는 서프라이즈를 친구가 해줘서, 그 날 하루종일 좋았던 기억이 난다. 향기는 좋았고, 프라다의 캔디, 이름을 기억해야지, 했다. 가끔 꺼내어 이제는 옅어진 향기의 흔적을 좇으며, 이 향기가 좋긴 하지만 이 달착지근함이 내게 어울리지는 않는데, 그렇지만 이 해프닝을 기억하기 위해 이 향수를 살까, 고민하는 중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건 사실 그다지 요란한 일들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향기를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날 하루종일 좋았는 걸.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좋은 향기에 기분이 많이 영향을 받곤 한다. 우울함을 커피향으로 날려보낸 적도 더러 있다. 언젠가 나는 이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 뭐가 됐든, 나도 향기를 선물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