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1장 - ASMR, 디지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 감각, 정동, 젠더/섹슈얼리티


몇 개의 ASMR방송을 찾아서 들어봤다.

솔직히 오래 들을 수는 없었다. 

뭐랄까? 그 기어가는 듯한 작은 소리들이 너무 오글거린달까? 

확실히 몸이 반응하는건 맞다. 오스스한 소름이 돋는 소리들이 제법 많다. 이런 느낌을 팅글이라고 하는구나....(이를 또 이 책에서는 청각에서 촉각을 느끼게 하는 공감각적 환각 체험(105쪽)이라고 엄청 학술적인 용어로 표현한다)

상위권에 올라있는 방송들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묘하게 강조하는 것들도 있다.

손가락을 핥는다든지 마이크에 대고 끊임없이 키스를 한다든지.....

그걸 1시간 내내 보고 듣는건 여자인 내 입장에서는 고문이구나.......(솔직히 말하면 1분 봤다. 그것도 힘들었다.)


근대 이후 인간의 감각에서 우위를 차지해온 건 시각이었다. 

카메라의 발달, 인쇄매체의 발달이 시각의 우위를 담보해왔고, 이는 객관성, 이성 중심주의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짓기 등의 기중으로서도 시각이 막강한 우위를 차지하게 했다. 

일단 ASMR은 여기에 청각을 중심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경험을 얘기한다. 

이 경험은 무엇을 의미할까?


ASMR 동영상은 말이라는 언어와 이성적 이해를 무력화시키면서 미학적 소음으로서 우리 삶을 재구성하는 코드 역할을 한다(100쪽)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ASMR 동영상의 산출물이 몸의 미학적 쾌감과 친밀성의 정동이라는데 이는 몸의 이완 상태로 명상의 상태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면 ASMR이 만드는 감정 또는 정동은 어떤 것인가?

ASMR 콘텐츠에서 경험되는 정동의 핵심으로 '친밀감'을 이야기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 쾌감과 돌봄을 받는 듯한 친밀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모성 담론으로 연결되어지면서 모성담론을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가인 클레어 톨란의 실험에서는 이 친밀감/돌봄의 젠더 고정적인 역할을 비틀어 남성/동료와 동료 등 다른 관계에서도 친밀감/돌봄의 역할 수행이 가능함을 전복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디지털 미디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도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그것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용하는가 하는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로 결국 다시 귀환하는 것 아닐까?


한편으로 기존의 남녀간의 성기중심의 섹스만을 특권화해온 이성애주의에 대해ASMR의 성적함의가 균열을 낼 수 있는 대안적 섹스개념 정립 또는 이성애 중심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실제 이 ASMR에 대안적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주류는 아니라고 봐지며 오히려 양적, 질적 모든 면에서 가부장제의 성역할을 고정시키는 측면이 더 막강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제2부 2장 - 웹툰의 드라마로의 재매개, 그리고 서사와 여성 재현 - 김은영


웹툰의 드라마로의 재매개에서 보통 원작이 가지는 기발한 상상력과 주인공에 대한 기본 설정, 주제 의식은 대부분 그대로 차용된다. 이는 이미 인기를 얻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원작의 공감과 인기 요인들을 재매개 콘텐츠가 차용하는 것이다.(149쪽)

이후 글은 2편의 웹툰(한번 더 해요,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과 재매개된 드라마(고백 부부, 부암동 복수자들)를 통해 웹툰과 드라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아주 아주 자세하게 알려준다.

재매개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여주인공은 다른 어떤 역할일때보다 엄마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또한 낭만적 사랑을 받는 존재로서의 여성의 모습을 부각하여 드러내는데 이는 여성은 사랑의 주체이기보다는 낭만적 사랑의 대상으로 남아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그러나 등장인물간의 관계 변화를 통해 여성 연대와 자매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드라마와 차별성을 지니기도 한다는데....


그런데 이런 모습은 사실상 TV드라마라는 오래된 주류 매체의 일관된 포맷이다. 

그러니까 웹툰을 재매개한 드라마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 이런 자매애의 모습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면 역시 웹툰의 드라마화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다.

이 논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지막 5줄에 집약되어 있다. 즉 재매개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성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재매개가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인데 기존의 tv드라마가 언제나 가지고 있던 특징을 마치 웹툰 재매개 드라마의 새로운 특징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수긍하기 힘들고, 드라마의 내용을 지겹게 분석한 결과가 저런 당위적인 오래된 결론의 도출이라는 것도 좀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맥루한의 관점에서 ASMR영상을 볼 때, 어떤 새로운 이해가 가능할까? 이는 항상 종속적 위치였던 청각을 중심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그 경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유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아마도 그 첫 번째는 시각 중심적인 경험과 사회 구조가 갖는 부정적 효과에대한 대안적 지각 경험 방식으로서의 의미에 대한 천착일 것이다.  - P97

ASMR 동영상이 말 speech 이라는 언어와 이성적 이해를 무력화시키면서 미학적 소음으로서 우리 삶을 재구성하는 코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 P100

이런 점에서 ASMR 방송과 접촉해 얻는 몸의 쾌감과 정동, 또는 심신의 긴장 이완은 의미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갖게 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명상의 상태, 자연에 둘러싸여 있을 때 느끼는 상태, 어떤 재미에 푸욱 빠져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은 몰아와 같은 상태, 심리학자들이 표현하는 전념(mindfulness 또는 flow)의 상태와 ASMR 영상에서 얻는 청취자의 긴장이완상태는 유사해 보인다. 학자들은 이를 추구하는 청취자들의 동기를 경쟁 사회가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추론한다(Bjelic, 2016; Gallagher, 2017). - P101

이렇게 본다면, 유튜브의 ASMR 문화 형식은 고감도 마이크와 카메라에서부터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매개를 통해서 사물과 인간의 몸 사이, 그리고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를 연결하는 다중 감각 회로이며 동시에 디지털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를 위한 회로이기도 하다.  - P103

 ASMR 창작자들의 의도 이상으로 친밀감은 청취자의 최종 수용성에 의존하며, 청취자에게 권능감을부여한다. 그래서 청취자는 자신의 통제력을 기대하며, 자신에게 적절한 쾌감을 줄 수 있는 동영상을 찾아다닌다. - P108

 따라서 ASMR에서 친밀성이 쉽게 모성담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과거 경험에 대한 향수나 잊고 있던 정동의 귀환이 아니라, 모성 담론의 재생산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띤다. 이제 우리는 테크놀로지, 몸, 정동이 젠더 차원에서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논의할 때가 되었다. - P109

ASMR이 성적 실천이라면 이 성적 수행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주체는어떤 것일까? ‘대안적‘인 것은 지배적인 것의 특권적 지위를 가시화하고 의심하게 되는 효과를 낳기도 하지만, 때론 지배적인 것을 보충하며그 절대성을 유지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ASMR의 쾌락이 기존의 섹슈얼리티의 규제에 어떻게 관계되거나 배치되고 있는지에 대한설명과 연구가 요청된다. - P119

즉 대중의 취향이 반영되면서 로맨스가 부상하고 그 영향으로 지배질서인 가부장제가 용인하는 사랑스럽고 유약한 여성이 여주인공으로설정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김은영·김훈순, 2012).
이와 유사하게 동일한 소설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주인공은 스웨덴 영화에서는 독립적인 행위 주체로 재현되지만, 미국에서는 의존적인 행위 객체 혹은 조력자의 이미지로 구성된다. 또한 여성주인공은 애정 관계라는 서브플롯에 묶이는데, 이러한여성주인공의 설정 변화는 재매개 과정에서 해당 사회가 지닌 가부장적이데올로기가 영화의 서사 변형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오원환·오종환, 2013). - P144

이렇듯 원작이 가진 기발한 설정과 주인공, 주제의식은 드라마로 재매개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 비록 세부적인 것들이 변화를 겪더라도 원작이 구현한 큰 그림은 재매개 과정에서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이미 인기를 얻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원작의 공감과 인기 요인들을 재매개 콘텐츠가 차용하는 것이다.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창작과 수용의 상대적인 자유로움에서 오는 장점들이 웹툰의 힘임을 보여준다. - P149

 이처럼드라마로 재매개되는 과정에서 여성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겉보기엔 아닐 수 있지만 감춰진 여성성이 있다는 것이며, 여성은 사랑의 주체이기보다 낭만적 사랑의 대상IN PEAD RI, (S)으로 남아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 P163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매개가 이루어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부장적 지배이데올로기를 파악하on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류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성차별적인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파헤치고 이를 극복하고 성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재매개가 이루어지도록 감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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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6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ASMR 이 이성애 중심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데에 대해서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애를 더 드러내고 포르노적으로 변질될 확률이 더 높아보여요.

열심히 읽고 계시네요, 바람돌이 님. 화이팅!!

바람돌이 2022-09-27 15: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응원으로 더 힘을 내겠습니다. 역시 같이 읽기는 좋아요.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생각이 바로 바로 피드백이 들어오고 응원도 들어오고..... ^^
 
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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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 문장은 좋지만 내러티브는 뻔하고, 전개과정, 결말도 예상한대로 흘러간다. 처음 읽은 설터의 소설인데 다른 소설은 이렇지 않다고 누가 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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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9-25 1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설터의 다른 소설 “올 댓 이즈” 를 읽고 욕 한바가지 페이퍼 썼어요.

바람돌이 2022-09-25 16:48   좋아요 2 | URL
또 궁금해서 기어이 찾아서 읽고 왔어요. 왠지 올댓이즈에 대한 유부만두님 글을 보니까 이 작품에 그대로 옮겨도 될듯한 기분이 드는건 뭘까요. ^^

페넬로페 2022-09-25 1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제임스 설터 작가의 책 입문하지 못했는데 그럼 어떤 책으로 먼저 시작해야 할까요!
읽어야 할 책 많으니 패스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바람돌이 2022-09-25 17:05   좋아요 3 | URL
전 몰라요 몰라.... 읽은게 요것밖에 없어요. 리뷰대회 참가해볼까 하고 언제가는 읽을 책이라고 생각해서 읽었는데 리뷰 쓸 의욕이 안 생겨요. ㅎㅎ 누군가 다른 분이 알려주시지 않을까요?

페넬로페 2022-09-25 17:20   좋아요 3 | URL
리뷰대회 오늘까지인거죠
그래도 한 번 써 보세요~~

바람돌이 2022-09-25 17:22   좋아요 3 | URL
이미 덮었습니다. ㅎㅎ

2022-09-25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5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09-25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어젯밤>괜찮았습니다. 단편모음이고요<고독한 얼굴>하고 분위기 딴판입니다.
다른작가인듯한 느낌드실거예요 아마도ㅎㅎ

바람돌이 2022-09-25 17:38   좋아요 2 | URL
어젯밤 보관함으로 쓩~~~
그래도 이렇게 소설가의 소설가라고 불리우는 사람이라면 뭔가 다른게 있을거라고 믿어요.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어떤 지점에서 맞는게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

페넬로페 2022-09-25 19:40   좋아요 3 | URL
저도 ‘어젯밤‘ 접수합니다^^

바람돌이 2022-09-25 21:39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우리 같이 어젯밤!! ^^

Falstaff 2022-09-25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터 처음이셔요? 이 양반, 모 아니면 돕니다. 아, 뭔가 현상이 걸린 모양이지요?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9-25 19:11   좋아요 1 | URL
모 아니면 도
호불호가 명확한 작품들이란거죠. 골드문트님 추천작은 뭘까요? ^^

stella.K 2022-09-26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가가 그닥 좋지마는 않으면 전 그냥 패스입니다. 글치 않아도 미국문학은 저한텐 맞기보단 안 맞는게 많아서요.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많습니당.ㅋ

바람돌이 2022-09-26 16:04   좋아요 2 | URL
저도 보통 그렇게 패스하는데 제임스 설터는 워낙에 평이 좋은 작품들이 또 많아요. 이 책에서도 문장이나 묘사는 좋거든요. 그래서 한번만 더 추천작으로 도전해보는걸로 하려고요. ^^ 인생이 짧은데 읽을 책이 너무 많은건 너무 큰 슬픔이에요. ㅠ.ㅠ
 















제1부 1. 행복을 향한 그녀들의 움직임 : 디지털 페미니즘의 정동 - 김예란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명예나 돈이나 안락함을 추구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행복을 추구하지 않을 수는 없다. 

누구는 자연인처럼 산속에서 혼자서 사는 데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 귀의한 삶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나처럼 세속적인 이는 그저 나의 일상이 유지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행복을 느끼는 형태가 사람마다 다양할 뿐이다.

불행이란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형태가 깨어지는 것 아닐까?

저자에 의하면 이런 행복은 기쁨과 슬픔을 끌어안고 끝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생성적인 운동력이 된다.


그런데 왜 행복에 기쁨 뿐만 아니라 슬픔까지 끌어안아야 하는걸까?

그에 대한 대답에서 버틀러는 인간 존재 자체의 취약성을 이야기한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타자에 대한 공존과 협력의 책임을 져야 한다. 

나의 존재는 타자에 대한 의존에 기인하며 따라서 그 누구도 타자에 대한 책임윤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와~~~

이 말 진짜 너무 멋지지 않나?

내가 정의로워서 내가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약한 존재여서 서로 의존하고 돕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선언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나의 취약성에 대한 슬픔을 연대와 공감, 서로 껴안음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다른 나, 새로운 나를 거듭 거듭 만나는, 그래서 끊임없이 경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야 말로 어쩌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정희진샘이  경계를 뛰어넘는 것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와서는 디지털 공간을 통해 가부장제의 억압하에 '당했던 여성'의 존재가 '말하는 여성'이라는 존재로 변화하고, 또한 이러한 연대와 공감이 해시태그 페미니즘 같은 활동을 통해 친밀한 공중이 형성되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여성이 자신의 행복장치로 탈환하는 전복적 행위의 가능성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1부 2. 불안에도 불구하고 - 백지연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걷는 여성이 있다. 그런데 뒤에서 묵직한 발걸음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린다.

그에 따라 여성의 심장도 두려움에 같이 두근거린다.

남성들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

우리가 다 범죄자냐고, 범죄자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맞다. 지금 골목길에서 나의 뒤를 따라오는 누군가가 남성 범죄자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그래서 지금 내가 살아있잖아)

그러나 저 어두운 골목길에서 혼자 걸으며 불안을 느끼는 남성은 소수이겠지만, 저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여성은 거의 전부다. 

왜 불안하냐고? 불안은 느끼지 말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이 불안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이 불안은 젠더 간의 권력차이에서 발생하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가 이 원인을 존속시킨다.

그러면 여성들은 이 불안과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디지털 공간은 여성에게 차별의 경험 말하기와 이를 통한 정치적 지각을 획득하게 한다.

디지털 공간을 통한 말하기와 공유의 경험은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거야라는 말을 통해  나 자신과의 소모적인 싸움 대신 적이 누구인가를 알려주고, 누구와 어떻게 싸울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싸움에 참여하고 연대하며 사회적 지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싸움에서도 여성들은 표적이 될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총장퇴진 시위 이후 시위의 자료를 모두 지웠다는 것을 읽으며 너무 큰 슬픔을 느낀다.

자신이 옳다는 일에 참여하고, 그것이 사회적 공감을 일으켜 대통령 퇴진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이었던 자랑스러운 투쟁에 이들은 왜 모든 자료를 삭제했을까?

예전 군부독재시절처럼 잡혀갈 것도 아닌데....


그래서 이 장의 마지막 제목

"우리는 불안에도 불구하고 생각하고, 불안과 함께 말하며, 불안을 없애기 위해 싸운다"

그럼으로써 남녀를 불문하고 옳은 것의 성취를 마음껏 자랑하고 떠들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여전히 싸움은 계속된다.




따라서 행복의 윤리 실천에서 행복은주체의 삶의 근거, 규칙, 방법론, 목표가 되는 동시에 한걸음 더 나아가체제와 조건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 너머를 추구하고 발명하는 사회정치적 함의를 띠게 된다. - P23

이에, 나의 행복의 윤리는 행복을 개인의 심리 (심리학)나 사회의 발전 요소(경제학)로 간주하고 측정하는 대신 정동으로 해석하는 관점을취한다. 삶의 기술의 중요한 한 부분은, 앞에서 밝혔듯이 주체가 실행하는 마음과 몸이 발휘하는 욕망과 의지, 즉 정동의 운동이고 행동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 P23

 행복은 그 윤리를 추구하고 실행하는 주체의 삶의 기술이자 의미로 유의미해진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위해 다양성 안에서 스스로 변화하며 특정한 선택을 향해 움직여 가려고 노력한다. 이때 행복이란 단일하게 규정되거나 고정될 수 없으며 기쁨과 슬픔을 끌어안고 끝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생성적인 운동력이 된다. - P27

 나는 당신이 없다면, 다수 무명의 그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없는 약한 존재다. 각자 이토록 약하고 고독한 주체들이 ‘우리‘로 공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바로 그 취약함과 의존성 때문에, 그 누구도 타자에 대한 책임 윤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타자에 대한 공존과 협력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버틀러에게는 주체의 벗어날 수 없는 취약성이 삶, 나아가공통적인 삶의 원리로 긍정화된다.  - P28

이렇게 볼 때 취약성은 곧 저항을 구성하고 저항 안에 이미 내재한다(Butler, Gambetti & Sabsay, 2016). 이렇듯 "관계적이고 정동적인 관점에서 이해되는 취약성이란 나, 당신, 다른 그 누구에게라도 적용되는 보편의 원리일 뿐 아니라 급진적인 정치윤리학을 추동한다(Sabsay, 2016). - P29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는 자신에게 취약성을 부당하게 부여한 사회에 대해 저항하는 능동적 요소를동시에 함축하게 된다. 왜냐하면 단지 그 취약하고 비참한 몸의 "드러남" 자체가 사회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노출 혹은 고발의 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약성이 규범에 대한 저항을 발현시키는 정치적 전환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취약한 몸들이 서로 뭉쳐 지지와 연대를 구성함으로써, 그 자체가 사회적 모순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정치적 저항력을 구성하고 발휘할 수 있기에그러하다(Athanasiou, 2016; Butler, 2016). - P32

바디우의 강조처럼 언제나 행복은 불가능한 것의향유이고, 긍정은 불가능했던 무언가가 이제는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가능성의 약속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절망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다.
물론 우리는 불가능성의 가능성 그리고 선택과 결단의 의미가 긍정과통한 행복에 관한 일련의 논의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음을 상기할 수있다. - P35

정동은 존재와 행위의 능력으로 무엇에게 무엇인가를 바라고 지향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다. 그 문자 의미 그대로 정동은 고정되거나 획일적인 감정이 아니라 그들의 움직임‘이다.  - P36

이렇듯 행복은 정동의 휘몰아치는 운동의 흐름을 겪어내고 새로운가능성을 만드는 우연의 궤적들이다.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픈 마주침을체험, 체현하면서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고 다른 나이며 새로운나로 태어난다. 되어간다. 또 다시 태어난다. 이로써 매순간 더 이상 자신에게 갇히지 않고 자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자아와 만나는 사건, 그러한 사건들의 지속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37

여성 주체는 ‘당했던‘ 여성으로부터 ‘말하는‘ 여성으로 변화하며 여성의육체가 남성의 탐욕스럽고 포악한 욕망의 소유물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사회의 가치 체계에 대한 가치 전환을 시도한다. 이로써 "권력에 노출" "취약한 육체가 "정치적 저항을 구성하고 실행"하는말로서 "긍정화" 한다(Butler, 2016:22). - P43

여성이 느끼는 불안은 젠더간 권력차이에서 발생하고, 남성중심적인 사회 구조가 이 원인을 존속시킨다는 뜻이다. 불안은 다양한 강도를 가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정도가 변하며 내면적이거나 환경적인 상황에 의해 구체적인 양상이 달라질 수 있지만(Spielberger, 1966), 남성과 여성의 권력의 차이가 지속적이고 안정화되어 있다면, 이를 고질적인 문제로 이해해야 마땅하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한국 여성들의 불안은 한국 사회 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지속된다. - P56

여성들은 소셜 미디어의 어포던스를 이용해 여성주의 운동의 역사에서가장 오래되고 주요한 과업인 ‘차별의 경험 말하기‘와 이를 통한 ‘정치적 지각 획득‘(Mackinnon, 1989; Rich, 1986)을 달성해나가고 있다. 여성들은 경험 말하기와 감정 공유를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 내의 억압을 이해하고, 개념화하며, 인식의 기본틀을 마련할 수 있다(Gautam, 2012). - P63

사회적 지지가 자신이 보살핌을 받고 있고, 스스로 가치가 있으며,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한 관계망에소속되어 있다고 믿게 하는 정보를 통해 얻어지는 것인 만큼(Harter.
1985), 호의적 청자에 대한 이미지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지를 높일 수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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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25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타자에 대한 책임윤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말, 동감합니다. 우리는 어리석고 불완전하고 나약한 존재이기에. 열공하시는 돌이 님, 굿나잇 ^^

바람돌이 2022-09-25 12:13   좋아요 1 | URL
그쵸 프레이야님... 그래서 주디스 버틀러에 대해서 급관심이 생겼는데 책을 찾아보니까 이게 또 무지막지하게 어려워보이네요. 너무 어려운 책은 이제 읽고싶지 않은데 이러면서 고민중입니다. ㅎㅎ

얄라알라 2022-09-25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열독에 꼼꼼 정리에.... 저도 ˝같이 읽기˝하면서 감정의 정치학에 최근 눈뜨게 되는데요 행복에 대한 인용들, 매우 흥미롭습니다!

바람돌이 2022-09-25 12:14   좋아요 0 | URL
아는게 없고 또 알게된 것도 금방 까먹는 나이인지라 정리라도 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남아있는게 하나도 없는 이의 발버둥입니다. ^^ 요즘 저도 여성주의 책 읽으면서 감정에 대해 새롭게 깨달아가게 되네요.

책읽는나무 2022-09-25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리뷰 진짜 너무 멋진 거 아닙니까??
저도 며칠 전 첫 번째 김예란 교수님 편 글을 드뎌 완독했거든요. 마의 구간을 넘어섰다고 뿌듯해 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글을 읽으면서 김예란 교수님 글이 어려웠지만 상당히 좋은 글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재독하면서 갑자기 뭔가 확 와닿는 느낌이 들어 울컥하는 감정도 좀 들었네요ㅋㅋㅋ
근데 바람돌이님의 글도 뭉클합니다.^^

바람돌이 2022-09-26 16:06   좋아요 1 | URL
아이 감사합니다. 칭찬 받으면 또 좋아서 제 입이 막 찢어져요. ^^
김예란씨의 글이 마의 구간은 맞는듯해요. 뒤쪽의 글들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어려워도 좋은 글은 역시 좋은글이에요. 나무님의 확 와닿은 것이 뭐였을지 막 궁금해집니다 ^^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우수상 수상작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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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화가의 그림 속에서 또는 잊혀진 화가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지 못했던 많은 여성들을 지금 이 순간으로 다시 불러내어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게 한다. 그러면서 21세기의 한국사회는 그들이 살던 사회와 정말 달라졌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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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23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유리작가님 책들 저는 다 좋았어요 바람돌이님 *^^* 처음 접한 책이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이었어요. 과거엔 예술등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 또한 남성들만위 몫이라 더 저평가되고 묻힌거 같아요 ㅠㅠ

바람돌이 2022-09-25 00:27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 읽은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 읽었네요. 적당히 얼버무리지 앟고 쉽고 명확하게 단호하게 얘기하는게 참 좋았습니다. 다만 저는 얼마전에 읽었던 다른 분의 <불편한 시선>이란 책이랑 주제, 소재, 내용등이 거의 겹치는지라 따로 리뷰까지 쓰면 거의 중복인거 같아서 그냥 100자평만 썼네요. ^^

yamoo 2022-10-01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도 있었군요! 양성평등미디어 우수상...상도 참 많네요..ㅎㅎ
이유리 작가는 첨인데, 글이 좋은가 봅니다. 뭐, 내가 몰루는 작가가 한둘이어야지요..ㅎㅎ
그래도 이런 페이퍼 덕분에 이러저런 책도 알고 서점에 놀러가서 한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좋은 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10-02 22:04   좋아요 0 | URL
글이 쉽고 명쾌해요. 하고 싶은 말을 둘러가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시원시원하고 좋았어요.
세상에 작가는 너무 많아서 모르는 작가가 더 많은게 정상이지않을까요? 그래서 이곳에서 다른 분들로부터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될때마다 막 기쁜것 같아요. ^^ 이유리작가 이번에 <기울어진 미술관>이란 신작도 나와서 지금 읽으려고 줄세워놨어요. ^^
 
필경사 바틀비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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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refer not to.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

싫습니다,  안하겠습니다가 아니라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다는 것이 바틀비의 선택이다.

이 말을 듣는 누군가는 안한다는 행위에 집중하지만 바틀비에게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시민혁명은 인간의 자유를 선언한다.

사람들은 중세의 신분적 억압에서 벗어나 시민이 되었고, 노동자가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이데올로기 인간의 자유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시민혁명의 시기 등장한 새로운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는 자유의 본질을 다르게 알려준다.

노동자는 자유로와 졌다.

영주가 맘에 안들어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던 농노의 시대와 달리, 이제 노동자는 자본가가 마음에 안들면 공장을 옮길 수 있다.

거주 이전 만이 아니라 고용주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바틀비처럼 저 고용주의 공장에서 일하지 않는 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이것은 그야말로 이론일뿐, 이 시대의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옮겨갈 수 있는 공장은 없다.

일자리의 부족, 맘에 안드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들의 사보타지 등등....

실제 노동자들에게는 딱 하나 일을 안해서 굶어죽을 수 있는 자유만이 부여되었을 뿐이다.


바틀비는 대답의 형식을 띠지만 실제로 그는 질문하고 있다. 

(검증을)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필사를)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대답을)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지금은 좀 더 합리적인 사람이 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떠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나는 오늘 식사를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바틀비는 세상에 대고 묻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까? 

나의 선택은 존중받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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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23 2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 선택이 정말 오롯이 내 선택인지, 선택할 수 있는게 남아 있는지에 대해서요. 바람돌이님 이 글 넘 좋습니다 과거의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게 음식섭취 여부밖에 없어 단식과 거식증으로 자신을 표현했다는 글도 떠오르네요.

바람돌이 2022-09-23 23:25   좋아요 4 | URL
실제로 냉정하게 따져보면 우리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거 거의 없지 않나요? 심지어 취미같은 것도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자본주의이 집요한 광고 이런 것들이 강요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단식과 거식증에 대한 이야기도 일면 수긍이 가네요. 하 참....
그래도 우리는 책읽기만은 우리 스스로 선택한 거라고 굳게 믿고 오늘도 열심히 읽어요. ^^

단발머리 2022-09-24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틀비의 선택하지 않음과 노동자의 ‘선택‘이 겹쳐져 보이네요.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물질문명이 발달한 요즘 같은 경우, 갖고 싶은 것들은 또 얼마나 많던지요. 두 분 댓글 보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님! 저는 오늘 놀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열심히 읽어볼게요^^

바람돌이 2022-09-25 00:19   좋아요 1 | URL
놀려고 결심했을 때는 놀아야 하는데 말이죠. ㅎㅎ
저 시대만이 아니라 지금도 과연 나에게 선택권이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더더구나 제가 살던 시대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더 선택이라는 것이 힘들어지지 않았나싶어지면서 바틀비의 대답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19세기에 당대 사회의 본질적인 차별 구조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는 허먼 멜빌이라는 작가 아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새파랑 2022-09-24 0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닷가에서> 읽으니까 이 책이랑 ‘안하는편을 선택하겠다‘ 이 말이 계속 나와서 너무 궁금했는데 이렇게 바람돌이 님이 리뷰해주시네요~!!

바람돌이 2022-09-25 00:20   좋아요 2 | URL
저도 바닷가에서 읽으면서 이 책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허먼 멜빌 만세 하면서 지금 사놓은 모비딕도 빨리 읽어야겟다는 생각을.... ㅎㅎ

페넬로페 2022-09-24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의 분량이 많지 않은데 이 속에 담겨있는 내용이 너무 깊어 충격적이었어요.
전에 독서동아리에서 이 책으로 토론했는데 약간 양쪽으로 나뉘어졌어요.
바람돌이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2-09-25 00: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이 책 다 읽고 처음에는 헉 이게 뭐야 하면서 황당하다는 마음이 먼저 들더라구요.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나는 거예요. 뭐지 뭐지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찬찬히 다시 읽는데 한번도 빼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거부당하는 바틀비의 삶이 나의 삶과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 책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더라구요.
독서동아리에서 나뉜 의견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네요.

파이버 2022-09-24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신 분들은 대부분 별점 5점을 주시더라고요. 저는 아직 못 읽어 봤지만 바틀비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게 사회생활 속에서 참 힘듦을 느낍니다.

바람돌이 2022-09-25 00:24   좋아요 2 | URL
이 책 빨리 읽으면 30분이면 읽습니다. ^^
바틀비처럼 진짜 그렇게 얘기하면 바로 해고입니다. ^^

희선 2022-09-25 0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틀비는 참 대단하네요 저는 말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삽니다 그것보다 못해서 안 하는 거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2-09-25 12:12   좋아요 1 | URL
누군들 직장에서 바틀비처럼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러다 짤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