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1장 - ASMR, 디지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 감각, 정동, 젠더/섹슈얼리티


몇 개의 ASMR방송을 찾아서 들어봤다.

솔직히 오래 들을 수는 없었다. 

뭐랄까? 그 기어가는 듯한 작은 소리들이 너무 오글거린달까? 

확실히 몸이 반응하는건 맞다. 오스스한 소름이 돋는 소리들이 제법 많다. 이런 느낌을 팅글이라고 하는구나....(이를 또 이 책에서는 청각에서 촉각을 느끼게 하는 공감각적 환각 체험(105쪽)이라고 엄청 학술적인 용어로 표현한다)

상위권에 올라있는 방송들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묘하게 강조하는 것들도 있다.

손가락을 핥는다든지 마이크에 대고 끊임없이 키스를 한다든지.....

그걸 1시간 내내 보고 듣는건 여자인 내 입장에서는 고문이구나.......(솔직히 말하면 1분 봤다. 그것도 힘들었다.)


근대 이후 인간의 감각에서 우위를 차지해온 건 시각이었다. 

카메라의 발달, 인쇄매체의 발달이 시각의 우위를 담보해왔고, 이는 객관성, 이성 중심주의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짓기 등의 기중으로서도 시각이 막강한 우위를 차지하게 했다. 

일단 ASMR은 여기에 청각을 중심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경험을 얘기한다. 

이 경험은 무엇을 의미할까?


ASMR 동영상은 말이라는 언어와 이성적 이해를 무력화시키면서 미학적 소음으로서 우리 삶을 재구성하는 코드 역할을 한다(100쪽)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ASMR 동영상의 산출물이 몸의 미학적 쾌감과 친밀성의 정동이라는데 이는 몸의 이완 상태로 명상의 상태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면 ASMR이 만드는 감정 또는 정동은 어떤 것인가?

ASMR 콘텐츠에서 경험되는 정동의 핵심으로 '친밀감'을 이야기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 쾌감과 돌봄을 받는 듯한 친밀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모성 담론으로 연결되어지면서 모성담론을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가인 클레어 톨란의 실험에서는 이 친밀감/돌봄의 젠더 고정적인 역할을 비틀어 남성/동료와 동료 등 다른 관계에서도 친밀감/돌봄의 역할 수행이 가능함을 전복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디지털 미디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도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그것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용하는가 하는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로 결국 다시 귀환하는 것 아닐까?


한편으로 기존의 남녀간의 성기중심의 섹스만을 특권화해온 이성애주의에 대해ASMR의 성적함의가 균열을 낼 수 있는 대안적 섹스개념 정립 또는 이성애 중심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실제 이 ASMR에 대안적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주류는 아니라고 봐지며 오히려 양적, 질적 모든 면에서 가부장제의 성역할을 고정시키는 측면이 더 막강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제2부 2장 - 웹툰의 드라마로의 재매개, 그리고 서사와 여성 재현 - 김은영


웹툰의 드라마로의 재매개에서 보통 원작이 가지는 기발한 상상력과 주인공에 대한 기본 설정, 주제 의식은 대부분 그대로 차용된다. 이는 이미 인기를 얻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원작의 공감과 인기 요인들을 재매개 콘텐츠가 차용하는 것이다.(149쪽)

이후 글은 2편의 웹툰(한번 더 해요,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과 재매개된 드라마(고백 부부, 부암동 복수자들)를 통해 웹툰과 드라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아주 아주 자세하게 알려준다.

재매개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여주인공은 다른 어떤 역할일때보다 엄마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또한 낭만적 사랑을 받는 존재로서의 여성의 모습을 부각하여 드러내는데 이는 여성은 사랑의 주체이기보다는 낭만적 사랑의 대상으로 남아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그러나 등장인물간의 관계 변화를 통해 여성 연대와 자매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드라마와 차별성을 지니기도 한다는데....


그런데 이런 모습은 사실상 TV드라마라는 오래된 주류 매체의 일관된 포맷이다. 

그러니까 웹툰을 재매개한 드라마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 이런 자매애의 모습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면 역시 웹툰의 드라마화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다.

이 논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지막 5줄에 집약되어 있다. 즉 재매개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성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재매개가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인데 기존의 tv드라마가 언제나 가지고 있던 특징을 마치 웹툰 재매개 드라마의 새로운 특징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수긍하기 힘들고, 드라마의 내용을 지겹게 분석한 결과가 저런 당위적인 오래된 결론의 도출이라는 것도 좀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맥루한의 관점에서 ASMR영상을 볼 때, 어떤 새로운 이해가 가능할까? 이는 항상 종속적 위치였던 청각을 중심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그 경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유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아마도 그 첫 번째는 시각 중심적인 경험과 사회 구조가 갖는 부정적 효과에대한 대안적 지각 경험 방식으로서의 의미에 대한 천착일 것이다.  - P97

ASMR 동영상이 말 speech 이라는 언어와 이성적 이해를 무력화시키면서 미학적 소음으로서 우리 삶을 재구성하는 코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 P100

이런 점에서 ASMR 방송과 접촉해 얻는 몸의 쾌감과 정동, 또는 심신의 긴장 이완은 의미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갖게 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명상의 상태, 자연에 둘러싸여 있을 때 느끼는 상태, 어떤 재미에 푸욱 빠져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은 몰아와 같은 상태, 심리학자들이 표현하는 전념(mindfulness 또는 flow)의 상태와 ASMR 영상에서 얻는 청취자의 긴장이완상태는 유사해 보인다. 학자들은 이를 추구하는 청취자들의 동기를 경쟁 사회가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추론한다(Bjelic, 2016; Gallagher, 2017). - P101

이렇게 본다면, 유튜브의 ASMR 문화 형식은 고감도 마이크와 카메라에서부터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매개를 통해서 사물과 인간의 몸 사이, 그리고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를 연결하는 다중 감각 회로이며 동시에 디지털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를 위한 회로이기도 하다.  - P103

 ASMR 창작자들의 의도 이상으로 친밀감은 청취자의 최종 수용성에 의존하며, 청취자에게 권능감을부여한다. 그래서 청취자는 자신의 통제력을 기대하며, 자신에게 적절한 쾌감을 줄 수 있는 동영상을 찾아다닌다. - P108

 따라서 ASMR에서 친밀성이 쉽게 모성담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과거 경험에 대한 향수나 잊고 있던 정동의 귀환이 아니라, 모성 담론의 재생산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띤다. 이제 우리는 테크놀로지, 몸, 정동이 젠더 차원에서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논의할 때가 되었다. - P109

ASMR이 성적 실천이라면 이 성적 수행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주체는어떤 것일까? ‘대안적‘인 것은 지배적인 것의 특권적 지위를 가시화하고 의심하게 되는 효과를 낳기도 하지만, 때론 지배적인 것을 보충하며그 절대성을 유지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ASMR의 쾌락이 기존의 섹슈얼리티의 규제에 어떻게 관계되거나 배치되고 있는지에 대한설명과 연구가 요청된다. - P119

즉 대중의 취향이 반영되면서 로맨스가 부상하고 그 영향으로 지배질서인 가부장제가 용인하는 사랑스럽고 유약한 여성이 여주인공으로설정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김은영·김훈순, 2012).
이와 유사하게 동일한 소설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주인공은 스웨덴 영화에서는 독립적인 행위 주체로 재현되지만, 미국에서는 의존적인 행위 객체 혹은 조력자의 이미지로 구성된다. 또한 여성주인공은 애정 관계라는 서브플롯에 묶이는데, 이러한여성주인공의 설정 변화는 재매개 과정에서 해당 사회가 지닌 가부장적이데올로기가 영화의 서사 변형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오원환·오종환, 2013). - P144

이렇듯 원작이 가진 기발한 설정과 주인공, 주제의식은 드라마로 재매개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 비록 세부적인 것들이 변화를 겪더라도 원작이 구현한 큰 그림은 재매개 과정에서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이미 인기를 얻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원작의 공감과 인기 요인들을 재매개 콘텐츠가 차용하는 것이다.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창작과 수용의 상대적인 자유로움에서 오는 장점들이 웹툰의 힘임을 보여준다. - P149

 이처럼드라마로 재매개되는 과정에서 여성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겉보기엔 아닐 수 있지만 감춰진 여성성이 있다는 것이며, 여성은 사랑의 주체이기보다 낭만적 사랑의 대상IN PEAD RI, (S)으로 남아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 P163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매개가 이루어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부장적 지배이데올로기를 파악하on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류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성차별적인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파헤치고 이를 극복하고 성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재매개가 이루어지도록 감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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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6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ASMR 이 이성애 중심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데에 대해서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애를 더 드러내고 포르노적으로 변질될 확률이 더 높아보여요.

열심히 읽고 계시네요, 바람돌이 님. 화이팅!!

바람돌이 2022-09-27 15: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응원으로 더 힘을 내겠습니다. 역시 같이 읽기는 좋아요.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생각이 바로 바로 피드백이 들어오고 응원도 들어오고..... ^^